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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시냇가의 꽃들
작가 : 누리아리마리소리
작품등록일 : 2019.10.1

시냇가에 아무렇게나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꽃들처럼,
여러 계층의 개성 있고, 사연 많은 사람들.
각자의 이익을, 그리고 목적을 위해, 고군분투하던 사람들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가혹하고 억울하여, 나쁜 선택을 하게 된다.
그러던 중, 우연히 한 날 한 장소에서 모이게 된다.
급작스럽게 사건에 모두 휘말리게 되고, 계획 없던 동행이 시작된다.
서로를 경계하고 못 믿던 그들이지만,
시간이 지나, 차츰 서로를 알아가면서, 끈끈한 인연이 되어 간다.
하지만, 그들에게 죽음의 그림자는 계속 추격해 오고...
시냇가의 꽃들에게, 추운 봄이라도 찾아올 것인가?...

 
29화. 피의 승화
작성일 : 23-06-08 01:52     조회 : 220     추천 : 0     분량 : 4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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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한적한 바닷가

 아름다운 바다 풍경에 넋을 놓고 서있는 일행.

 파도가 보낸 세찬 바람이 모래를 머금고 그들에게 부서져 내린다.

 몸을 차쪽으로 돌려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뭐야, 나 기다린거야? 벌써 다 도망갔을줄 알았는데 ㅋㅋㅋ -

 

   !!!??? -

 

 

  그토록 기다린 목소리를 따라 일제히 돌아서는 그들.

 

  강한 햇빛으로 역광이라 검은 실루엣만 보인다. '씨~익' 웃는 흰 치아가 먼저 마중나오고

 뒤이어서 그들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나오는

 스페셜 킬러...

 

 

  발렌타인.

 

 

  "언니~~~!!!"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동시에 발렌타인을 '와락' 껴안는 아란과 소라.

 그 사랑에 뒤로 한발짝 밀려나지만, 발렌타인은 그녀들을 더 꽉 껴안는다.

  그 순간 바람과 햇빛도 장렬히 셋을 껴안는다.

 

 

  이산가족 상봉의 시간이 흐르고,

 승합차 안에서 심오한 작전회의가 한창이다.

 

 

  "한 년은 보냈고, 이제 한 놈 더 보내러 가야해."

 

  "누구?"

 

  "대가리 뽑아야지."

 

  "젊은기 좋긴 좋다. 그래 아파 디질거 같드만.."

 

  "여튼 조심혀서 다녀오고, 우리는 그짝이 시키는데로 하면 문제 없을꺼니껜.. 여튼 허벌라게 고맙당께~."

 

  "언니.. 꼭 다시 만나는 거다, 우리.. 꼭.."

 

  "그래. 아란아.. 꼭 다시 보는거야.

 언니가 약속 하나는 무조건 지키는거 알지?"

 

 

  해맑은 발렌탄인의 미소에 걱정가득하던 아란의 얼굴도 금세 함박웃음이 된다.

 

 

  "나도 약속 지킬게. 그동안 정이 들어서 말야.

 모른척 할수가 없네.. 그치 엄마?"

 

  "!!"

 

  "인자 고마 엄마 해라~마~. 옆에서 못 보겠다 마~."

 

  "그라제~ 아 얼른, 그랴 소라야~ 해 보란께~"

 

  "..."

 

  "응~ 엄마~"

 

 

  상반신까지 좌우로 흔들며 안되는 앙탈까지 부리는 소라.

 

 

  "그, 그, 그래.. 소라.. 님."

 

  "저, 저, 저, 융통성 바라~ 오구 소라야~ 오구 내 새끼~ 싸가지만 좀 챙기레이~ 고라몬 된데이~ 해바라~."

 

  "또 쫌 봐주니까 슬슬 기어오르징~

 함 해보까 마~~~"

 

 

  어설픈 소라의 사투리에 오랜만에 전원 올킬 폭소다.

  

 

 

  폐 건물 안.

 침묵만이 감돈다.

 '어쩌면 이렇게 가는수도 있겠구나'

 하는 얼굴들이다.

 마침 다급히 출입구에 천형사가 들어선다.

 

 

  "반장님~! 원격 조정기 왔습니다!!"

 

  "어, 진짜 왔어?! 빨리 가져와봐!"

 

  "아, 저, 근데, 그.."

 

  "아 뭔데! 빨리 가져와!"

 

  "그, 오늘 은행털이범들이 직접 가져왔습니다.. 그.. 원격조정기 주는대신 면죄부를 달라고 합니다."

 

  "안돼! 세상이 다 아는데 그게 돼겠냐!"

 

  "그렇긴 한데요.. 안 그러면.."

 

  "야, 여기 형사가 몇명이냐! 그 시끼들 왔다면서! 그냥 잡아서 가져와!"

 

  "그.. 저.."

 

  "아니 근데 저 시끼가!"

 

  "그, 고회장 딸 포함해서 인질들하고 승합차에 함께 있습니다! 면죄부 주면 인질들도 함께 보내주겠답니다!"

 

  "뭐!.."

 

  "고걸 우뜨케 믿는감~"

 

  "이 상황에 면죄부도 가당치 않고.."

 

  "방법이 없어 보입니다.."

 

 

  한 마디씩 마친 박반장과 세 형사들은

 다시 묵고의 이맛살을 찌푸린다.

 

 

  "일단 여기 해결하고 보자, 그러겠다고 해 일단!"

 

  "네, 반장님! 바로 전달하겠습니다!"

 

 

  후다닥 시간이 흘러, 원격조정기가 도착하고 폭발물 처리반이 분주하게 폭탄을 해체해 나간다.

 

 

  "반장님, 끝났습니다! 모든 폭탄 해제 완료입니다!"

 

  "그래, 수고많았어! 자, 나가자!"

 

 

  나가보니 경찰차 안에 수갑찬 뷰띠크와 똠양꿍이 고래고래 소리치고 있다.

 

 

  "아, 뭐냔께 이게! 약속이 틀리자녀~ 약속이~!"

 

  "내 이랄줄 아라찌~!! 짭새 새끼들 믿은 내가 등신이지! 어휴!"

 

 

  현장을 지휘하던 박반장이 김형사에게 '저것들 빨리 연행해라' 는 눈짓을 속삭인다.

 

  김형사와 임형사가 운전석, 조수석에 앉고

 박형사가 뒷자석에 두 사내를 주시하며 앉는다.

 

  그 차가 출발하자, 박반장도 얼른 차를 타고 뒤따른다.

 

 

  한적한 공항 대기실 안.

 편안한 자세로 앉아 노트북 화면을 보고 있는 천자.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쪽으로 걸어간다. 

 그 주위를 5명의 건장한 보디가드들이 사주경계를 한다.

 

  얼마 후

 볼일을 마친 그는 손을 씻고 타월로 닦은 후 대기실쪽으로 걸어 나온다.

 

  출국 시간이 다 되어 가는지 말쑥하게 차려 입은 흰 슈트 차림새를 정돈한다.

 

  한 순간 본능적으로 서늘한 기운을 느낀다.

 고개를 좌우로 '휙휙' 돌린다.

 

  건장한 보디가드 5명이 떡실신하여 편안히 잠들어있다.

  반면, 자세만 그렇고 얼굴은 피떡이다.

  하지만 주위에 아무도 없다.

 노트북을 서둘러 챙겨들고 빠른 걸음을 옮기는 천자.

  순간, 이번엔 확실히 등골이 오싹하다 못해 섬뜩한 기분이 든다.

  다리가 말을 듣지 않고 사시나무 떨듯 후달린다.

 

  방금 오줌 싸고 왔는데 금방이라도 지려버릴듯한 울상이 된 초췌하고 초라한 그.

 

  천천히 돌아본다.

 

  한쪽 구석 어둠속에서 흰 치아가 만발한다.

 그리고 '스륵' 걸어나오는 시커먼 실루엣.

 

  시커먼 권총.

 그를 똑바로 바라본다.

 

  이내 또렷해진 실루엣의 주인공.

 

 

 

  발렌타인.

 

 

 

  어설픈 보디가드들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새빨간 뜨거운 피로 칠갑을 한 그녀의 얼굴.

 

 

  역대급 악마도 소스라쳐 버릴듯한

 귀신같은 미소를 흘려버린다.

 

 

 결국, 지려버리는 천자.

 흰 슈트 아랫도리가 지린내로 흥건하다.

 

 

  "너, 내가 누군지..?!"

 

 

  들고 있던 총을 천자에게 던져주는 발렌타인.

 영문은 모르지만 그것을 받아드는 천자.

 

 

 "선물이야. 내가 주는 낭만..

 그리고, 가만 있어보자~."

 

 

  뒤로 양손을 돌려

 천연덕스레 엉덩이 쪽을 비비적 거리는 발렌타인.

 

 

  "아, 찾았다."

 

 

  천자의 이마에 정조준되는 소음기.

 그 권총의 방아쇠에 걸리는 그녀의 손가락.

 

 

  "이건~ 지옥의 개의 낭만..

 두 총에 사이 좋게 총알 한 발씩 넣어뒀지.

 낭만적이지ㅋㅋㅋ 먼저 쏠 기회를 준다."

 

  "... 저기... 얘야..."

 

  "왜? 쏘기 싫어? 그름 내가 확 쏜다 먼저!"

 

 

  그는 다급히 총을 부여잡고 그녀를 향해

 방아쇠를 당긴다.

 

 

  차캉! 차캉! 차캉! -

 

 

  불발인 총구. 계속 방아쇠를 당기지만 모르쇠를 일관하는 총부리.

  그는 온 몸에 기운이 빠져서 두팔을 '추욱' 늘어뜨린다.

 그녀를 보며 김 빠진 풍선 목소리로 외마디를 건넨다.

 

 

  "왜 장난쳐~? 총알 안 들어있네~."

 

  "설마? 믿은거야? 진심?.. 홀리 머더!

 장난은 무슨~ 걍 낭만 한 번 쳐봤다네~

 .. 무릎 꿇고 싹싹 빌면 보내줄게. 이건 찐이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바닥에 밀착하는 그의 두 무릎.

 

 

  "사, 사, 사, 살려줘~. 보, 보내, 줘, 줘~.

 부탁, 해, 부탁할게~. 자, 봐봐, 나, 다 했어.

 무릎 꿇었다구.."

 

  "푸푸푸.. 설마 또? 아니 이걸 속네~.

 미챠 미챠~.. 옷 전부 홀딱 벗고 짱구 춤 추면 살려줄게. 삼세번. 자, 대한민국은 삼세번이지."

 

 

  순간 와이샤스 단추를 풀려다가 현타가 세게 온 천자.

  한참 정지화면 되서 뜸들이다가

 초연한 얼굴로 그녀에게 차분히 말한다.

 

 

  "그냥 주겨라.. 쏴.. 세 번 농락은..

 내가 바보도 아니고.."

 

  "ㅋㅋㅋ.. 고객님~ 소원이 접수되었습니다."

 

 

  그녀는 무심하게 총을 천장으로 던진다.

 그도 올려다본다.

 총이 천장에 닿을 즈음

 그녀의 오른쪽 정권 주먹이 그의 목을 강타한다.

 

 

  빠각! -

 

 

  바닥으로 고꾸라지는 그의 목을 빰 클린치로 잡아매고 앙다문 니킥을 수차례 작렬시킨다.

 

 

  빡! 빡! 빡! 빡! 빡!

 

 

  꿔다놓은 보릿자루가 되서 축 늘어지며 앞으로 쓰러지는 천자.

 

  그녀는 오른 발로 천천히 그를 돌려 눕힌다.

 코가 아작 나고, 입이 터져 나가 검붉은 피가 '콸콸' 쏟아져 나온다.

 

  얼굴이 전치 30주 이상이다.

 피범벅이 된 바닥엔 10개 정도의 늙은 이빨이 흩뿌려져 있다.

 

  목은 짓다 말은 흉물스런 건축물처럼 일그러져있다.

 그는 관짝 속의 시체마냥 조용하다.

 

  그녀가 그의 흉부에 다가가 앉는다.

 

 

  "쉽게 보낼 수 없다는거.. 알잖아 너도.."

 

 

  그녀의 정권 찌르기가 그의 눈자위를 힘껏 내려갈긴다.

 

 

  퍽! -

 

 

  또 한 번..

 

 

  퍽! -

 

 

  또 한 번..

 

 

  퍽! -

 

 

  "그렇게 까지는 하지말았어야지..

 우리한테.. 민지한테.. 그렇게 까지는~!"

 

 

  퍽! 퍽! 퍽! -

 

 

  오른손이 초장통에 담근것마냥 걸죽한 핏물덩어리 자체다.

 그의 얼굴은 형체가 우주처럼 퍼져버려서

 걸레짝처럼 헝클어졌다.

 

  힘없이 일어선 그녀는 다시 어둠속 저편으로 '스르륵' 사라진다.

 

 

  "이틀간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은행 강도 사건은 범인들이 모두 사망함으로써 그 막이 일단락되었습니다. 현재 무사히 구조된 고회장의 딸과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남성이 병원으로 치료를 받기 위해 출발한 상태입니다. 이어서..."

 

  

  고회장 자택 안.

 TV를 시청하던 고 회장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그제야 밀린 잠을 청하려는 듯 두 눈을 감는다.

 

  그의 뒤에서 앉지도 못하고 선자세로 가슴을 태우던 그의 아내도 물이라도 내올 양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이끌고 주방으로 향한다.

  냉장고에서 물병을 꺼내 잔에 따르다 말고 멈칫한다.

  산사태가 무너지듯 웅크리고 앉아 소리 없이 오열을 터트린다.

  입가에서는 '수현’이라는 말이 연신 새어나온다.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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