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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시냇가의 꽃들
작가 : 누리아리마리소리
작품등록일 : 2019.10.1

시냇가에 아무렇게나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꽃들처럼,
여러 계층의 개성 있고, 사연 많은 사람들.
각자의 이익을, 그리고 목적을 위해, 고군분투하던 사람들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가혹하고 억울하여, 나쁜 선택을 하게 된다.
그러던 중, 우연히 한 날 한 장소에서 모이게 된다.
급작스럽게 사건에 모두 휘말리게 되고, 계획 없던 동행이 시작된다.
서로를 경계하고 못 믿던 그들이지만,
시간이 지나, 차츰 서로를 알아가면서, 끈끈한 인연이 되어 간다.
하지만, 그들에게 죽음의 그림자는 계속 추격해 오고...
시냇가의 꽃들에게, 추운 봄이라도 찾아올 것인가?...

 
26화 불바다
작성일 : 23-04-28 14:15     조회 : 242     추천 : 0     분량 : 5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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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김 형사가 또 한 통의 전화를 심각하게 받는다.

 전화를 마친 그는 주위를 한번 둘러보고는 조용히 차창을 내리고

 담배를 꼬나문다.

 

  후~ 후~ -

 

  몇 모금 담배를 몰아 핀 후, 동료 형사에게 무덤덤하게 말한다.

 

 

  “어제 낮에... 은행에서 폭탄 깐 여자... 그 여자... 지적 장애가 있어서...

  완전 꼬맹이란다... 남편은 뺑소니 사고로 죽고... 집에 애가 셋 있는데...

  5살짜리 아들 하나에.. 4살 2살, 딸 둘.. 집에 있던 애들은 지금...

  보호소로 옮겨갔다는데... 아주 건강하단다...”

 

  “근데... 표정이 왜 그려...”

 

  “그 여자 몸에... 암 덩어리가 수십 개란다...

  폐고... 간이고... 췌장이고... 위고... 다 퍼져서...

  두 달도 못 넘길거라네...”

 

  “근디... 그 몸으로... 은행에선 왜 그랬을까아아??

  죽기도 바쁜 시간에 말여... 나같으면 애들이랑 더 있겄는디...”

 

 

  운전하던 박형사가 한마디 거든다.

 

 

  “돈이 필요했을지도 모르죠. 지능이 아무래도 좀 떨어지니까...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겠죠. 아무래도 돈 벌 수 있는 곳이 없었을 테니까요...”

 

  “이웃에 수소문 하니까... 뭐... 불법 성매매 같은거를 했던 거 같아...

  그 예전에 그쪽일 하던 옆집 아줌마가 뭐 중간에서...

  포주 노릇을 한 모양이야... 애가 어리숙하니까 밥이다 생각했겠지...

  애가 어리숙해도... 그 돈으로 그렇게 해서라도... 애들 키울 생각 한 거 보면...

  그 몸으로... 에으 씨발!!!”

 

 

  후~~~ -

 

 

  김형사는 마지막 한 모금을 몰아 핀 후, 재떨이에 비벼 끈다.

 이어달리기라도 하듯 다른 두 형사가 심란한 표정으로 담배 한 개비씩을 꼬나문다.

 김 형사도 다시 담배 한 개비를 꼬나문다.

 

 

  후~~~ 후~~~ 후~~~ -

 

 

  자정을 넘긴 한적한 2차선 도로 위로, 흰 담배연기만이 처량하게 내리깔린다.

 

 

 

  고 회장은 소라의 전화를 받은 후 급격히 체력이 저하되고 심한 두통에 시달리고 있다.

  그녀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그의 귓가에서 떠나지 않고 맴도는 탓에

 그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울 듯 보인다.

 

  그 시각...

 고 회장의 아내 또한 침실에서 수현의 얼굴을 떠올린다.

 온몸에 식은땀을 흘리며 잠을 이루지 못한다.

 

 

  또 다른 어둠 속 길을 멀리서 고급 승용차가 달려오고 있다.

 차 안에서는 천자가 차가운 공기를 시가 담배로 물들이고 있다.

 어딘지 모르게 씁쓸한 미소를 머금은 그는, 왼손에 채워진 휘황찬란한 시계를 바라보며 깊은 상념에 빠져든다.

 

 

  후~~~ -

 

 

  시간은 흐르고, 어스름이 걷힌다.

 동이 트려 하고 있다.

 

  고요한 차 안에서 피곤해 보이는 소라를 황비서가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다.

 

 

  “아가씨... 제가 운전 하겠습니다...”

 

  “아냐... 괜찮아... 그리고... 말 편하게 해... 엄... 마....”

 

  “아, 아닙니다... 그럴수는...”

 

 

  어색함을 똠양꿍이 얼른 휘젓는다.

 

 

  “그, 그래. 엄마 딸 사이에... 딸래미가 괜찮다 안하나....”

 

  “아, 다 사정이 있는 법 이란께, 사는 것이란 게...

  이유 없이 태어난 사람도 없어 불고... 사연 없이 사는 사람도 없는 것 이랑께...”

 

  “맞다. 나도 연식은 얼마 안 되도 세상 원망, 부모 원망만 하면서

  수 세월을 보냈네.. 나만 요로케 드르븐 세상, 못난 부모 밑에서..

  이라고 살아야 하나~ 이라고 힘들게, 죽지 못해 살아가야 하나~ 했지...

  근데 있다아이가... 참 희한해. 그게 사는 거 드라고...

  그렇게 힘들고, 죽지 못해 사는게, 그게 사는 거 드라고...

  참~ 희한하다니깐... 참 우습도록 희한해... 진짜...”

 

 

  또 다시 찾아온 침묵 속에...

 차안의 공기가 차갑게 얼어 붙어간다...

 

 

  그것도 잠시...

 

 

  윽! 컥! 푸악!! -

 

 

  갑자기 아란이 피를 토하고 자신의 배를 움켜쥐며 앞으로 고꾸라진다.

 창백해져가는 그녀의 얼굴에 숨이 멎을 듯한 고통이 엄습한다.

 시퍼런 핏줄이 얼굴 표면 위로 스멀스멀 올라온다.

 

  옆에 있던 수현과 발렌타인이 영문도 모른 채, 그녀에게 달려들지만

 허둥대기만 할 뿐 그녀를 도울 방법이 딱히 없어 보인다.

 

 

  윽! 으윽! 악!! -

 

 

  한동안 고통은 줄기차게 따라온다.

 얼마간 수현의 품속에 웅크리고 안겨있던 그녀.

 

 

  으으으 -

 

 

  간신히 일어나지만, 자신의 몸을 힘겹게 추스르며 좌석에 고쳐앉는다.

 급격히 야윈 그녀의 얼굴. 걱정 어린 눈빛을 머금은 채, 바라보는 일행들.

 

  수현이 건네준 물을 몇 모금 마신 그녀는, 걱정 어린 얼굴의 일행을 향해

 옅은 미소를 머금으며 조용히 말한다.

 

 

  “아, 나, 사실... 좀 아파... 몸이... 나쁜 애들이... 내 몸에... 많데... 의사아저씨가...

  가끔 이렇게... 아플 거랬어... 그리고... 두 달... 못 돼서... 나... 하늘 나라로...

  가게 될 거래... 나 혼자만... 아기들은... 못 데려 간뎄어... 그래서... 남편을...

  찾아야 했어... 아기들이 혼자... 남겨지면... 안되니까... 그래서...”

 

 

  넋 놓고 눈물을 글썽이는 아란의 말을 듣는 일행들.

 수현의 머릿속에는 이틀 동안 그녀가 자신을 도와준 모습이 하나하나 떠오른다.

 그 몸으로 자신과 일행이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서슴없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던

 그녀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수현은 그런 그녀를 살포시 다독여 준다.

 그런 그의 얼굴에 뜨거운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린다.

 

  소라는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훔쳐내면서

 라디오 볼륨을 높인다.

 

  차 안에는 감미로운 음악이 흘러 나오고, 그 소리에 모두는

 창밖으로 시선을 둔 채, 흐르는 눈물을 소리 없이 흩뿌린다.

 점점 높아지는 라디오 볼륨에 흐느낌이 소리 없이 아우성 친다.

 

  잔잔한 라디오 소리와 고요한 슬픔이 가득한 차 안으로,

 달콤한 아침 햇살이 따뜻하게 부서져 들어온다.

 

  일행은 한참을 그렇게 시골스런 풍경 속을 달려가고 또 달려간다.

 

 

  어느 정도 해가 떠오르고 일행도 차츰 기운을 차릴 즈음...

 동화에서나 나올 법한 작은 상점 옆에...

 소라는 물이라도 사올 양으로 차를 붙여 세운다.

 

  문을 나서려는 그녀를 만류하고 황 비서가 조용히 차 밖으로 내려선다.

 그녀는 빠른 속도로 주변을 살핀다.

 

  주위가 조용한 가운데 그녀는 상점을 향해 한 발을 뗀다.

 

 

  탕!!! -

 

 

  바로 그때...

 어디선지 모르게 울리는 한발의 총성이 황비서에게 비호처럼 달려든다.

 

 

  헉! 으컥! -

 

 

  다음 순간...

 일행의 눈에...

 차창 밖에서...

 가슴에서 피가 터져 나오며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는 발렌타인이 보인다.

 빛처럼 뒤돌아본 황비서의 눈 아래로 서서히 내려앉는 발렌타인.

 

  한 순간 급속한 놀라움에 말문이 막히고 온몸이 얼어붙은 일행.

 

 

  아, 싸게 내려봐 -

 

 

  뷰띠크가 먼저 내리면서 똠양꿍을 재촉한다.

 

  선혈에 물든 땅바닥.

 쥐 죽은 듯 쓰러져 있는 발렌타인.

 빛이 움직이는 것처럼 그녀를 차 안으로 안아 올리는 황비서.

 뒤 따르는 남자들.

 모든 것이 찰나에 이루어진 동선이다.

 

 

  탕! 탕! 탕! -

 

  출발해라!!! 언능!!! -

 

 

  뒷좌석에 누워있는 발렌타인을 토끼 눈으로 바라보던 소라는

 공포스런 총소리와 똠양꿍의 호통에 가속페달을 부서뜨릴 듯이 밟는다.

 

 

  “정신 차려~! 정신!”

 

 

  한 손으론 발렌타인의 뒷 목을 받쳐 들고 다른 한 손으론 그녀의 피로 얼룩진

 가슴을 부여잡고 있는 황비서가 연신 소리치고 있다.

 그녀의 품속에서 발렌타인은 간헐적으로 검붉은 피를 입 밖으로 가슴 밖으로 토해낸다.

  동시에, 황비서의 눈에서도 뜨거운 눈물이 오솔길처럼 내려온다.

 

 

  어느덧...

 일행의 차량이 한적한 부둣가에 들어선다.

 

  차가 멈추고...

 어찌어찌 지혈을 마친 황비서가 다시 한 번 의식이 없는 발렌타인을 깨워본다.

 

 

  “정신차려~! 야! 정신차려봐! ... 이, 썅년아~! 빨리 일어나란 말야~!”

 

 

  하염없는 부름에도 미동도 않는 발렌타인.

 서글픈 눈빛으로 그녀를 가만히 자리에 눕히고, 차 밖으로 내리는 황비서.

 한층 더 서글픈 눈빛이 되는 그녀.

 

 

  휘이잉~ -

 

 

  찬 바닷바람이 세차게 그녀의 정장 자락을 휘젖는다.

 바람은 이내 잦아들고, 차안이 웅성인다.

 

 

  어이 봐라! 정신이 드나?! -

 

 

  조금씩 뒤척이는 발렌타인을 알아챈 똠양꿍의 목소리다.

 어느샌가 그녀의 얼굴에 바싹 다가와 있는 황비서가 그녀의 얼굴과 몸을 어르고 매만진다.

 

 

  “정신이 들어? 야! 정신 차려봐!”

 

  “... 으 ... 으 ...”

 

  “그, 그래! 조금만 더! 힘 내!”

 

  “... 요... 드... 자... 사... 다.. 네...”

 

  “뭐, 뭐라구? 뭐, 물 줄까? 뭐, 뭐?”

 

 

  쉼 호흡 후, 입을 천천히 떼는 발렌타인.

 

 

  “욕도... 잘 하고... 썅년... 다... 됐네. ㅋㅋㅋ”

 

  “뭐?...뭐?...”

 

  “아따, 인자 좀 살만한가보다.ㅋㅋㅋ”

 

  “가시나, 살겠나 했드만, 이걸 사네ㅋㅋㅋ”

 

 

  쉼 호흡 후, 가슴을 쓸어내리는 일행에게 다시 천천히 입을 뗀다.

 

 

  “치명상은 피했어... 죽진 않아... 아직은... 그 년 잡을 때 까진... 못 죽어...”

 

  “그 년 이라니? ... 아, 그 총소리?”

 

  “그 정도 실력이면... 그 년 뿐이야...”

 

 

  일행에게 종착지를 알려주고는 총 한 자루를 챙겨들고 차 밖을 나서는 발렌타인.

 한 걸음 걷다가 뒤 돌아서는 그녀.

 

  일행이 그녀를 처음 봤던 그 순간으로 돌아간 것처럼...

 귀신의 얼굴과 눈빛이 되어 있다...

 

 

  “아야! 워디 가는 겨?...”

 

  “아무리 그래도 같이 댕기는 게 안 낫겠나?”

 

  “그 년은 표적은 놔두고 떨거지부터 죽여. 표적 혼자 남을 때까지...

  일이 아니라, 즐기는 년이야... 같이 있음 방해만 돼... 이쯤에서 찢어지자...”

 

 

  돌아서려는 그녀를 소라의 앙칼진 목소리가 잡아챈다.

 

 

  “가지마!... 그래도 같이 있어!!”

 

  ”썅... 아니 소라야ㅋㅋㅋ 미안해... 그 동안 욕해서ㅎㅎㅎ 쿨하게 보내줘“

 

  ”안돼! 가지마... 너무... 너무 무서워... 제발 가지 마...“

 

 

  돌아서지도 돌아오지도 못하는 발렌타인을 아란이 침착하게 배웅한다.

 하지만 목소리는 전혀 침착할 수 없다. 떨리는 그녀의 목소리가 더욱 발렌타인의 맘을 파고 들어온다.

 

 

  ”언, 언니... 또... 올 거지?!... 꼭!... 또... 와... 나, 아니 우리... 꼭 보러 또 와...“

 

 

  말을 잇지 못하고 안면과 눈두덩이 떨리고 흔들리는 발렌타인.

 이번엔 뷰띠크의 목소리가 나서서 배웅한다.

 

 

  ”그, 그려... 우리, 잘 되아서... 꼭! 같이... 보드라고!... 언젠가... 꼭!!...

  자, 우린 빨리 가야제잉... 그게 도와주는 거니께잉...“

 

 

  하늘 높이 솟은 태양이 노란 승합차 안을 장렬히 비추는 가운데...

 

 

  우따다다다다닷!! 꽈꽝! -

 

 

  일순 웅장한 포성과 함께 총탄이 비 오듯 차와 차 주변을 뒤 덮는다...

 놀란 일행이 허둥지둥하는 사이...

 

 

  팡!팡!파앙! -

 

 

  발렌타인이 어느샌가 엄폐물에 숨어서 격발지로 엄호사격을 가한다.

 

  불바다로 변한 그 곳을...

 노란 승합차는 다급한 작별인사만을 남겨두고 부리나케 빠져나간다.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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