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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경계
작가 : 강이안
작품등록일 : 2023.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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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경계선 안쪽에서 살다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그 밖을 넘게 될 상황에 처하면서 경계하고 그 경계하던 태도가 차차 변화하는 모습을 탐구해보려 노력했습니다. 경계선 바깥과 안을 넘나들다 결국엔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입장에 공감해보셨으면 좋겠네요. 그럼 책 재미나게 읽어주세요. 감사합니다.

 
경계 - 2
작성일 : 23-04-06 13:33     조회 : 100     추천 : 0     분량 : 4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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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양귀비 - 몽상

 

  어젯밤 꾸었던 꿈이 너무 생생해서 아직까지 기억에 남아있다. 어쩔 땐 방금 꾼 꿈이 전혀 기억나질 않을 때도 있는데 이건 오래 간다. 누군가 뒤에서 나를 안았는데 그 안긴 느낌이 너무 포근하고 안락해서 꿈이지만 눈물이 날 정도였다. 왜 그런 꿈을 꾼 거지? 너무 오랫동안 안겨보지 않아서 그 느낌이 그리웠나? 남편한테 안아달라고 해볼까? 새삼스럽게 그렇게 요구하면 남편은 아마 날 이상하게 보겠지. 이 여자가 아침부터 뭘 잘못 먹었나 생각하며. 하지만 나이 먹을 대로 먹고 애까지 있는 성인여자도 누군가의 품이 그리울 때가 있다. 남편 가게 앞에서 훔쳐봤던 그 남자의 품이라면 어떨까? 그런 엉뚱한 상상을 하는 내 자신에 화들짝, 놀라서 급히 고개를 흔들었다. 오늘 내가 이상하긴 하다. 생리일도 아닌데 왜 이러지.

  이제 조금씩 봄이 다가온다. 이번 겨울은 작년에 비해 덜 춥긴 했는데 그래도 한창 추울 땐 물에 손을 대면 아릴 정도로 냉랭한 기운이 거셌다. 하는 일의 특성 상 물을 많이 만져야 하기 때문에 한창 겨울을 지나는 중에 손이 갈라지는 건 예삿일이다. 아무리 관리한다고 하루에 몇 번씩 핸드크림을 바르고 밤에는 비닐장갑을 끼고 자며 노력을 해도 겨울이 지나가기 전엔 나아지지 않는다. 게다가 가게는 아침 일찍부터 문을 열어야 하니 개장 당번이면 꼭두새벽부터 일어나서 나와야 한다. 추운 날 아침에 침대를 나오는 게 그렇게 고역이다. 따뜻하게 데워진 이불 아래에 있다 차가운 공기가 기다리는 바깥으로 나오려니 세상이 다 싫어지는 기분이 든다. 그래도 어쩌랴. 이 일마저 없다면 사는 재미가 몽땅 사라질 거 같아 이 악물고 빠져나온다. 그나마 기온이 조금씩 따뜻해져서 그 싫은 기분의 정도가 덜해졌다. 계절이 고루 바뀌니 정말 다행이다. 북극 같은 추운 지방처럼 사시사철 겨울만 있는 기후라면 정말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 일이라도 하기 싫어지지 싶다.

  “언니, 글쎄 유현상이요.”

  예슬이는 오늘 하루 종일 유현상 얘기를 떠들어댄다. 무지 좋아했던 연예인이 스캔들이 터져서 그 사람 일로 머리가 꽉 들어찼다. 유현상은 주로 드라마를 찍는 배우이고 가끔씩 드라마 주제가를 부르기도 한다. 가수라고 하기엔 그렇지만 노래 실력이 나쁘진 않다. 너무 반듯하게 생겨서 나는 그다지 끌리는 타입은 아닌데, 예슬이는 팬클럽에 가입할 정도로 바로 그 사람이 자기 인생의 남자란다. 유현상은 예슬이를 알지도 못하는데. 그렇게 꿈같이 높은 곳만 보지 말고 주변에서 찾으라고 아무리 일러도 귀에 조금도 들어가지 않는다. 그게 옆에서 주구장창, 아무리 떠들어대도 본인이 깨닫기 전까진 아무 효과가 없기 마련이다. 적당한 때가 와서 눈에 쓰인 콩깍지가 벗겨지기만을 기다릴 뿐.

  “남녀 사이에 만나고 헤어지는 건 예삿일 아니야? 그게 그리 시끄러울 일로 보이진 않는 데.”

  “언니, 그렇지만, 둘이서 결혼약속까지 했다니까요. 그렇게 좋다고 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파혼이라뇨. 내가 그 여우 같은 계집애가 우리 현상 씨 졸졸, 따라다닐 때부터 알아봤어요. 불쌍한 그 사람은 어쩌다 그런 애한테 홀려가지고.”

  아무리 그래도 둘이 한 연애인데 일방적으로 한 사람만 탓할 수 없다고 반문하려다 그만 입을 다물었다. 지금 예슬이한테 아무리 논리적으로 따지고 들어봤자 그게 씨가 먹힐 리가 없다. 그저 동조하며 들어주는 게 상책일 뿐.

  가게를 마냥 비워놓을 수 없어 점심은 번갈아 먹고 온다. 개장 당번이 일찍 출근해서 문을 열고 바쁜 시간에 겹쳐서 일한 후 마감 당번이 문을 닫고 퇴근한다. 오늘은 내가 개장을 했고 보통 개장 담당이 먼저 점심을 먹으러 간다. 일을 시작한 초기에는 점심값 아낀다고 일부러 점심을 싸와서 먹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것도 귀찮아져 싸오지 않는다. 어제는 짜장면으로 때웠는데 오늘은 뭘 먹을지 결정하기 힘들다. 배가 별로 고프지 않아 근처 김밥집에서 김밥이나 한 줄 사서 먹기로 했다. 김밥을 사고 편의점에서 실론티를 골랐다. 봄이 온다고 해도 아직 겨울과 겹쳐있는 어중간한 시기라 바람이 매서웠다. 날씨만 좋으면 공원 벤치에 앉아 먹어도 좋은데 그러긴 꽤 쌀쌀해서 엄두가 나지 않는다. 밖보다 안에서 먹기로 마음을 정했다. 대형마트가 있는 건물로 들어서자 평일 낮인데도 사람이 많았다. 이 사람들은 이 시각에 여기서 뭘 하는 걸까? 전부 장보러 온 것 같진 않다. 각자 사연이 있겠지만 겉보기엔 다들 여유로워 보인다. 나도 저렇게 평일 낮에 한가하게 장보러 다닐 수 있다면 좋겠다. 별 게 다 부러워진다. 주말에 사람 북적이는 곳에 애 데리고 나오면 편한 마음으로 장보러 왔다가도 혼이 쏙, 빠져서 돌아간다. 사람에 치이는 와중에 애는 울어대지 마음 놓고 어디 편하게 앉아있을 여유조차 없다. 남편은 남편 나름대로 가게를 관리해야 해서 마지막으로 둘이서 함께 장보러 온 적이 언제인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 밥을 맛나게 먹어야 하는데 입에 씹히는 김밥이 무슨 돌덩이 같다. 실론티를 들이켜 억지로 목구멍 너머로 넘겼다. 점심시간이 아직 남았지만 일찍 들어왔더니 예슬이가 왜 이렇게 빨리 오냐고 묻는다. 그냥 웃어주며 얼른 다녀오라고 재촉해서 밖으로 보냈다. 오후에는 주문 들어온 분재 준비하느라 시간이 빨리 흐른다.

  “그럼 수고해. 내일은 바꾼 대로 내가 개장한다.”

  “언니, 고마워요. 나중에 한 턱 쏠게요.”

  “됐어, 괜찮아. 서로 필요할 때 부탁하는 거지.”

  원래 내일은 예슬이가 개장이고 내가 마감인데 예슬이가 볼일이 있어 바꿔달라고 해 내가 개장을 하기로 했다. 예슬이와 마음이 잘 맞아 그렇게 서로 바쁜 일 있을 때 부탁해서 바꾸곤 한다.

  “어서 오세요.”

  예슬이가 손님을 맞는 소리가 들린다. 방해되지 않게 돌아서 나가려다 얼핏 손님 옆모습을 봤다. 어, 저 옷? 저게 가격이 상당히 나가는 브랜드라 흔히 보는 옷이 아니다. 남편 가게 앞에서 봤던 남자가 입었던 정장. 그때는 거뭇한 회색이었다면 이번엔 아주 진한 검은색이다. 다크 초콜릿이라고 할 만한. 요즘 유행인 건가? 아니다. 유행이 아니라 그 사람이다. 뭐야, 이 사람은 이 브랜드 정장만 입나? 만약 그렇다면 취향이 고급이다. 집에 돈이 많거나. 지나쳐 가려다 그만 옷이 눈에 띄어 가만히 보고 있었다. 그가 시선을 알아차렸는지 고개를 든다. 눈이 마주쳐서 시선을 내렸다. 문을 열고 나오며 슬쩍, 뒤를 보니 그가 가만히 쳐다보고 있다. 얼른 모른 척 문을 닫았다. 이 근처에 사는 건가? 나쁜 짓 하다 들킨 아이처럼 괜히 가슴이 콩닥, 거린다. 주책이야, 주책. 누가 알면 소리 내어 웃을 일이다.

  남편 가게에 들렀더니 남편이 한창 직원들과 물건을 들이고 있었다. 물건 옮기는 단순한 일 같은 건 그냥 직원들 시키라고 자꾸 일러도 남편은 가만히 두고 보질 못한다. 자신이 나서서 움직여야 직원도 따라 움직인다고 믿는다. 그래도 위에서 관리해야 할 위치에 있으면 위임할 줄도 알아야 하는 법인데 마음 놓고 그렇게 하질 못하니 항상 바쁘다. 그래놓고 맨날 시간 없다고 불평이다.

  “많이 바빠?”

  “이거 새로 나온 물건인데 넣어보라고 추천 받았거든. 첫 입고 물건이라 가격이 싸게 들어왔어.”

  “도와줄까?”

  “돕기는. 얼른 애나 데리러 가.”

  이왕 온 김에 한 사람 손이라도 더 있으면 낫지 싶어 옆에서 함께 날랐다. 확실히 사장이랑 사모랑 옆에서 같이 일하니까 직원들도 눈치껏 빠릿빠릿, 움직이긴 한다. 그렇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지 자주 그러면 직원들도 좋아할 리가 없다. 혹시 이 사람 뒤에서 욕먹고 다니는 건 아닌지 염려가 든다. 지독한 사장이라고.

  “계산해 드릴게요. 이리 주세요.”

  소이가 함께 물건을 나르다 손님을 발견하고 계산대로 향한다. 소이는 가장 늦게 들어온 막내직원인데 애가 싹싹하게 일 잘한다. 게으름 부리지도 않고 항상 열심이다. 남편도 참하다고 항상 칭찬이다. 그가 좋은 남자 있다고 소개시켜 주겠다고 자꾸 물어도 본인이 사래를 친다. 아직 누굴 만날 준비가 안 됐고 지금은 돈 벌어야 할 시기라며. 소이가 바코드를 찍어대는 물건을 따라가다 눈에 익숙한 소매를 본다. 짙은 까만색 고급 브랜드 정장. 그 남자. 이 사람 뭐하는 거지? 이번엔 남편 가게에서 만났다. 스토커? 그럴 리가 없다. 나 같은 애 있는 유부녀 어디가 좋다고 스토킹을 하겠나. 이것도 인연인가? 인연이라고? 말도 안 돼. 나랑 저 사람이 인연이라고? 저런 고급 정장을 차려입은 멋지게 생긴 남자가 나랑 인연이라고? 그 인연 때문에 이렇게 나타나서 남편을 물리치고 나를 차지하러 왔다고? 이쯤 되면 이런 상상도 병이다. 그렇긴 한데 너무 자주 만난다. 하기야 근래 이 근처로 이사 왔을 수도 있겠다. 그럼 자주 보는 게 이상하진 않다. 새로 이사 왔으니 주변을 둘러보는 게 당연할 테고. 눈이 마주친다. 분명, 잠깐이었지만, 그 사람 표정이 꽃집에서와는 달랐다. 나를 알아보는 듯. 그도 그렇겠지. 나와 자꾸 마주쳤으니. 미래 잠재고객인데 새로 여기로 이사 오셨냐고 인사라도 건네려다 어째 어색한 기분이 들어 그만 돌아섰다. 근처에 이사 왔으면 앞으로도 마주칠 일 많을 거다. 차차 얼굴 익히면 되는 거니까.

  “그럼 나 갈게. 수고하고. 내일 근무 바꿔서 아침에 개장하러 나가. 기억하지?”

  “응. 저녁에나 보겠네.”

  “당신 들어올 때까지 자지 말고 기다릴게.”

  “됐어.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하고 피곤하기도 할 텐데 애 재우고 얼른 자.”

  남편과 인사를 나누고 나오다 그 남자의 등을 힐끗, 봤다. 첫인상이 맞았다. 이 사람은 옷을 조금 타이트하게 입는다. 품을 넉넉히 줘도 될 텐데 요즘엔 다들 옷을 꽉, 맞춰 입는 편이라 그도 그렇게 골랐겠지. 남편이라면 질색을 하겠지만, 저렇게 입는 게 보기엔 좋다. 몸에 꽉, 끼게 입으려면 그만큼 관리를 잘 해야 할 텐데. 헬스를 다닐까? 아님 자전거를 타려나? 별 게 다 궁금하다. 다음에 다시 보게 되면 그땐 인사를 건네야지. 새로 이사 오셨냐고. 이웃사촌이라고 하잖아. 이웃과 친하게 지내면 나쁠 게 없다. 특히 물건 파는 일을 하는 나와 남편에게 단골이 생기면 더욱 좋은 거고. 새 고객이라고 각티슈라도 하나 건네야겠다. 환영합니다. 우리 좋은 이웃이 될 거예요. 앞으로 잘 부탁드릴게요.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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