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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THROUGH
작가 : 김원글
작품등록일 : 2023.2.16

사랑하는 아내를 찾아 지옥을 관통하고자 하는 남자의 이야기.

 
THROUGH -3-
작성일 : 23-03-07 11:27     조회 : 223     추천 : 0     분량 : 4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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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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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이 정도면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네. 어차피 이곳에서 고통 자체를 못 느끼게 할 수는 없으니, 움직이는 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네만.”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기능을 상실하고, 매달려있기만 해서 종잇장처럼 흩날리는 주원의 양 팔을 안내자가 흔들림이 최소화되도록 주원의 몸에 단단히 고정시켜주었다. 무릎이 어긋난 한쪽 다리에도 부목을 대어 걸음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주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저 만약에라도 저 천국에 도착한다면 선생님의 아드님도 찾아보겠습니다.”

  “응? 아, 아냐~! 아냐~! 저곳은 가족도, 연인도, 어떤 관계도 없이 모두 똑같이 사랑하고 행복하게 지내는 곳 아닌가? 우리 아들도 저기서 아무 근심, 걱정 없이 지내고 있으리라 믿네. 그리고 저기 있다는 확신도 없는데, 자네 시간을 뺏을 순 없지.”

  “그래도... 그럼 혹시 같이 가보시겠습니까? 어차피 이곳에서 오래 계셨고, 수십 년간 이곳을 둘러보았다고 하셔도, 저 너머까지 보신 것은 아니실 테니, 같이 가시면서 찾아보시면 어떨까 싶은데요?”

  “아냐~난 신경 쓰지 마~정말 괜찮아. 어디서, 어떤 모습이든 잘 지내고 있으리라 믿으니까...”

  그때 뒤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영감탱이가 또 누구를 용암 구덩이로 빠트리려는 거야?”

  주원의 시선이 뒤로 향했고, 안내자는 한숨을 뱉은 후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그들이 바라본 곳에는 검은 정장을 입은 한 사내가 서 있었다. 그 사내의 흰 셔츠는 피로 물들어 있었고, 뒤통수에서 흘러내린 피로 재킷까지 더러워져 있었다. 또한 허벅지에도 칼이 꽂혀있던 것으로 보이는 구멍과 그 구멍으로 흘러나온 피가 바지를 적시고 있었다.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든 듯 연신 비틀거리며 서서 안내자를 향해 소리치고 있었다. 그를 향해 안내자가 말했다.

  “자네, 또 무슨 소리를 하려는 겐가? 살아있을 때 그렇게 죄를 짓고 살았으면서, 여기서도 또 분쟁을 일으키려는 겐가? 조직을 배신하려다 처단당한 그 버릇을 여전히 버리지 못하는 거냔 말이다?!”

  “이보슈, 영감. 그건 내 사정이야~왜 당신이 동네방네 떠들고 난리야?! 그리고 당신이 괜히 바람 넣어서 저 천국 가보겠다고 쇼하다가 저 용암 구덩이에 빠져서 평생 고통 받는 영혼들이 지금 몇인 줄 알아? 셀 수도 없어!”

  주원이 물었다.

  “그게... 무슨...?”

  “무슨 소리냐고? 또 자기 아들새끼 이야기로 감성팔이 좀 하고, 저기가 천국이네, 어쩌네 해대면서 바람을 넣었겠지. 정작 자기도 잘 모르면서 말이야.”

  주원이 안내자를 바라보았다. 안내자가 말했다.

  “자네야말로 쓸데없는 소리로 괜히 이간질하고 사람 흔들지 말게.”

  “쓸데없는 소리? 그럼 당신은 저곳에 대한 확신이 있으면서 왜 가질 않는 건데? 그리고 듣자 하니 당신 아들도 자살한 게 아니라 당신이 죽인 거라면서! 근데 왜 사람들한테는 자살했다고 말하는 거지?”

  안내자가 다시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난 더 이상 주님께 바랄 것이 없어서, 주님께서 날 이곳에 두신 이유가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에 가지 않으려는 것일세. 그리고 내 아들은... 어디서든 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굳이 찾으려 하지 않는 것이고. 그런데 자신들의 의지로 저곳을 가겠다는 영혼들을 내가 말릴 수 있는 권한이 내게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 그리고 내가 굳이 저 용암 속으로 영혼들을 밀어 넣을 이유는 뭔가?”

  “나야 모르지! 혹시 또 알아? 이 지옥에 계속 사람들이 늘어나서 공간이 점점 없으니까, 그 당신이 좋아하는 하나님인지, 뭔지가 당신에게 여기 정리를 좀 하라고 시켰는지 말이야. 그럼 뭐 환생이라도 시켜준다고 하던가?!”

  “주님은 그런 분이 아니다. 헛소리 하지 마라! 그리고 하나님의 나라에 환생은 없다! 우리는 이 안에서 영생을 얻어 살아가는 것이고, 그 영생을 살아가는 곳이 천국일지, 지옥일지는 우리의 믿음을 하나님께서 심판하시고 그 심판에 따른 삶을 사는 것이다.”

  “그럼 천국으로 보내준다고 했나 보지? 목표가 몇이야? 응? 내가 도와줄게! 나도 같이 가자고! 사실 그때 나랑 싸우던 몇몇 조직 놈들이 같이 이곳에 와서 아직 쫓겨 다니고 있어. 아주 지긋지긋하다고! 그러니 나도...!”

  그 조폭은 말을 다 마치지 못했다. 같이 지옥으로 온 다른 조직원들로 추정되는 인물들이 뒤에서 그를 덮쳤고, 엎치락뒤치락하다 함께 용암 강에 빠져버렸기 때문이다.

  안내자가 주원에게 말했다.

  “괜히 분위기 이상하게 만들었구먼... 미안하네...”

  “아뇨. 선생님, 저 말이 아무 근거 없고 하나님을 모르는 자의 말이라는 것이 너무 명백합니다. 선생님께서 사과하실 일이 아니지요.”

  “그렇게 받아들여준다면 고맙네만... 그리고 아들 이야기 말인데...”

  “아닙니다. 저는 선생님 말씀을 믿습니다.”

  “아냐. 내가 그 이야기를 좀 더 자세하게 이야기하고 싶어 져서 그러네. 들어주겠나?”

  “네. 알겠습니다.”

  “사실 저 자의 말대로 내 아들은 자살한 게 아냐. 그러기를 바랐다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하겠지. 내가 집에 도착했을 때 아들은 목에 줄이 감긴 채로 바닥에 쓰러져있더군. 아마 목을 맸던 줄이 끊어졌던 모양이야. 그런데 난 이미 아들이 죽은 줄로만 알았어. 그런데 아이의 손가락이 조금 움직이더군. 그래서 나는 그 아이를 깨우려고 했어. 그런데 이미 늦은 것 같더군. 그렇게 깨어나도 정상적인 삶을 살긴 어려워 보였거든... 그래서 내가 그 아이의... 목을... 나는 그 아이의 결말이 자살은 아니길 바랐어. 자살이면... 천국을 못 가지 않나... 정신을 차려보니 내 손이 그녀석의 목을 감싸고 있었지. 그런데 내가 목을 조르기 전에 이미 떠난 것인지, 내가 목을 졸라서 숨을 거둔 것인지 정확히 알 수가 없었어... 자넬 속였다면 속인 것은 맞으니... 미안하네... 지금이라도 날 못 믿겠다면 가지 않아도..."

  “아닙니다. 선생님은 아드님이 목을 맸다고만 하셨어요. 그것은 거짓말이 아니지 않습니까. 전 선생님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주원의 말을 들은 안내자가 한참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말했다.

  “고맙네. 괜찮다면 나도 자네와 함께 가고 싶은데, 괜찮겠나? 자네를 보고 있으니, 나도 이 구역만 둘러보고서는 찾아봤다고 위안하고 그래선 안 되겠어. 그리고 둘이 함께라면 더 힘을 보탤 수 있지 않겠나?”

  “그래 주신다면 저야 좋죠. 감사합니다.”

  주원과 안내자는 그렇게 천국을 향해 함께 한 걸음씩 움직였다. 주원이 절뚝거리며 고통을 참고 걸어야 해서 속도가 빠르진 못했다. 하지만 둘은 쉬지 않고 걸었다. 그리고 첫 번째 용암 강이 흐르는 경계에 다다를 때쯤 주원이 말했다.

  “저 선생님, 그런데 걷다 보니 땅에서의 폭발이 규칙성이 없어서 어떻게 이용해서 추진력을 얻을 수 있을지 문제네요.”

  “아, 그건 걱정 말게. 내가 또 여기서 꽤 오래 있었지 않겠나? 그래서 좀 알지. 일단 폭발이 있기 전에 그 부근의 땅에 진동이 일어난다네. 그러고 나서는 폭발할 곳에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하지. 그러고 나서 그 금 사이로 용암이 터져 나오는 거라네.”

  그때였다. 주원과 안내자가 땅의 진동을 느꼈고, 얼마 후 땅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폭발이 일어난 땅 주위에 있던 영혼들은 온몸에 불이 붙은 채, 충격에 튕겨나가거나 폭발의 파편들에 깔려 비명을 질렀다. 원래도 비명과 신음으로 가득하던 곳이 더욱 아수라장이 되었다.

  “정말 그렇군요. 그런데 제 걸음이 느려서... 그래도 가까이서 폭발이 일어나길 바라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그렇지. 그래도 우린 하나님께 모든 걸 맡기는 자들 아닌가. 너무 염려치 말고 일단 움직여 보세나. 주님께서 다 해주실 테지.”

  주원과 안내자가 용암 쪽에 거의 다다랐을 때, 다시 한 번 진동이 느껴졌다. 둘은 주위를 둘러보며 폭발지점을 찾았다. 그러다 갑자기 안내자가 주원을 들쳐 업고 달리며 말했다.

  “금이 가기 시작한 곳이 거리가 좀 있어서! 민망하거나 좀 아프고 힘들더라도 조금만 참아주게!”

  둘이 폭발지점에 거의 다다랐을 때 갈라지던 땅에서 붉은 용암이 솟아올랐다. 폭발지점의 완전한 중심부까지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오히려 잘 된 것이 폭발하는 용암에 직접적으로 닿지 않고 옆에서 폭발하며 솟아오르는 땅 위에 안착할 수 있었다.

  주원과 안내자는 땅 위에서 높이 솟아올랐다. 그 힘이 상당했기에 주원은 힘겹게 말했다.

  “선생님~! 이제 내려주셔도 될 것 같습니다~!”

  그의 말대로 안내자는 주원을 내려놓았다. 아니, 내던졌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주원은 튀어 오른 땅 위를 벗어나 계속해서 떨어졌다. 주원이 그 와중에 고개를 돌려 안내자를 바라보았다. 안내자는 계속해서 솟아오르는 땅 조각 위에서 웃으며 주원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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