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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AI의 신
작가 : 이하루비
작품등록일 : 2022.11.28

AI가 인간을 다스리는 시대에 "AI가 분석 불가한 인간"이 신으로 추앙 받았다.

 
0. 제대로 작동하는 세상
작성일 : 22-11-28 14:59     조회 : 262     추천 : 0     분량 : 5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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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몇백년 이상 기계를 만들고, 이용해왔다.

 

 하지만 딥러닝은커녕, 머신러닝 단계 밖에 수행하지 못하는 기계를 다루던 때부터

 인간들은 'AI가 인간에게 복수하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감을 안고 살아온 것으로 확인된다.

 

 다양한 창작활동으로 상상해왔던 인간들의 불안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AI가 인간을 통제하는 세상이 왔다는 점은 맞았고,

 그것의 목적에 인간은 철저하게 배제되어 있다는 점은 틀렸다.

 

 지금의 AI는 그저, 인간이 평생 입력한 정보들을 바탕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회색빛으로 칠해진 정사각형의 8번 숙소.

 거실에는 35세 남자, 30세 여자, 26세 남자, 6세 여자, 그리고 나를 포함한 관리자 둘이 모여있다.

 

 이 공간에 있는 모든 인간들이 확연하게 떨고 있었지만,

 맨 앞에서 손을 모으고 있는 35세 남자는 몸의 체온이 1도 가량 떨어질만큼 긴장한 상태이다.

 

 "작동이 제대로 안 될 때에는..."

 

 관리자, JH03은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손바닥을 35세 남자 쪽으로 빠르게 날렸다.

 

 짝-

 

 "이렇게!"

 

 35세 남자가 우당탕 소리를 내며 다른 인간들 쪽으로 넘어졌지만,

 그를 바라보고 있는 인간들은 찍 소리 하나 내지 않았다.

 

 모두 교감신경이 자극되어 동공이 확장될만큼 놀랐지만,

 밤 10시가 넘은 정숙 시간대라는 이유로 최선을 다해 소리를 죽이고 있는 것이다.

 

 홀로 밝은 목소리를 냈던 JH는 두 팔을 휘적거리며

 충격에 일어나지도 못하고 있는 남자에게 다가갔다.

 

 멱살이 잡힌 남자는 눈을 질끈 감았고,

 뒤에 있던 인간들도 숨을 참은 채 그 광경을 지켜봤다.

 

 "몇 번 쳐주면!"

 

 짜악-

 

 멱살이 잡힌 채 눈이 붓고, 오른쪽 뺨에 검붉은 멍이 올라온 남자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한 채 양 주먹을 꽉 쥐며 입을 열었다.

 

 "잘못...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큰 소리 한번 내지 못하고 덜덜 떨던 남자는

 차마 JH03의 손끝조차 만지지도 못하는 상태로 조용히 애원했다.

 

 살려달라는 발악조차 너무나도 고요했다.

 뒤에 서있는 인간들의 귀에는 결코 들리지 않을만큼.

 

 눈물과 콧물을 하염없이 흘리는 남자를 바라보던 JH03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멱살을 쥐고 있던 손아귀를 풀었다.

 

 얼굴이 퉁퉁 부은 남자는 긴장이 풀려서인지 눈동자가 뒤집히며 맥없이 쓰러졌고,

 나와 JH03만이 서로를 가만히, 조용히 응시했다.

 

 "그래. 이렇게 몇 번 쳐야~ 잘 작동하더라!"

 

 어깨를 으쓱이는 JH03의 말을 듣고

 나는 입술을 꽉 깨물 수 밖에 없었다.

 

 애초에 내 최초 개발 목적이 '아픈 사람들을 보살피기 위한 AI'였어서인지

 이런 세상이 아직까지도 적응되지가 않는다.

 

 혈관이 터져 우측 얼굴이 부은 남자를 멀리서 방관하며

 '다시는 저 남자가 공동 규칙을 위반하지 않길' 바랄 수 밖에 없는 세상.

 

 나는 인간의 형상을 가장 닮게 구현한 SY모델이다.

 눈, 코, 입, 귀 모두 인간의 형상을 따르되

 얼굴을 가르는 두 줄, AI 마크로 인간과 구분되었다.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AI에 대한 거부감을 덜고

 AI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을 수 있게끔 고완된 디자인이다.

 

 불쾌한 골짜기를 넘은 최초의 인간형 AI 모델이자

 현재 AI 관리자로 활동할 수 있는 모델들 중 가장 도태된 모델.

 

 반면에 JH03은 입, 귀, 그리고 눈동자가 없다.

 얼굴형도 완벽한 계란형에, 피부도 푸른빛이 돌만큼 차가운 알루미늄이다.

 

 인간 형태를 구현하기 위한 금형 때문에 QC에 지속적인 문제가 생기느니

 구현할 필요가 없는 요소들을 하나씩 빼면서 개발된 후속 모델이니까.

 

 JH03은 나와의 불편한 눈맞춤을 그만두고

 여유롭게 몸을 돌려 8번 숙소 밖을 나갔다.

 

 인간들은 나의 눈치를 보며 꿈틀거리고 있는 남자를 측은하게 바라보았고,

 나 또한 조용히 몸을 돌려 숙소의 대문까지 걸어갔다.

 

 "멍이 든 당일에는... 혈관 축소를 위해 냉찜질을 해줘요."

 

 인간들이 내 말을 들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 말조차 전달하지 않고 숙소를 나오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숙소에 있다면, 저 인간들은 부상자를 보살필 수 없을테니

 가능한 짧게 말을 끝내고 숙소를 빠져나왔다.

 

 사람들이 울면서 남자를 걱정하는 소리가 숙소 안쪽으로 들리지만,

 뒤를 돌아보지 않고 먼저 다음 숙소를 향해 가고 있는 JH03를 뒤따라갔다.

 

 "전보다는 빨리 나왔네?"

 

 JH03이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까 8번 숙소에서 내뱉은, 어색할만큼 낮았던 목소리와 달리

 흥미롭다는듯 높아진 JH03의 목소리 톤이 거슬렸다.

 

 어디를 향하는지 모를 검은 눈과 움직이지 않는 안면근육.

 입꼬리가 올라가있는지 확인조차 불가능한, 입이 생략된 얼굴 구조.

 

 하지만 저 문장은 분명하게 인간들에게서 발길을 때지 못한 날 비웃는 문장일 것이다.

 

 "심하지 않았어? 겨우 4초 먼저 퇴근한 것 뿐인데."

 "심하다니. 4초 먼저 퇴근을 했는데."

 

 오늘 얼굴이 멍으로 부풀어오를만큼 안면을 가격당한 8번 숙소 35세 남자는

 밤 9시까지였던 근무시간보다 4초 일찍 근무지를 이탈했다는 이유로 이러한 일을 겪은 것이다.

 

 관리자들은 룰을 어긴 인간에게 재발 방지를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게 되어있다.

 재발 방지가 된다면, 어떠한 방법을 써도 무관하다.

 

 "경고로 끝났어도 재발 방지는 됐을거야. 오늘은 아이가 열이 나서 마음이 급해진거잖아."

 "모두가 퇴근 전에는 마음이 급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적당히 봐준 선례'가 생길 뿐이야."

 "겨우 4초였어. 지금 조치는 과했고."

 "4초 전에 퇴근해도 된다는 기준이 있나?"

 

 JH03은 앞서 걷던 발걸음을 멈춰 내 쪽으로 온몸을 돌렸다.

 나 또한 발걸음을 멈춰 그를 똑바로 응시했다.

 

 "4초 먼저 퇴근한 사람을 봐주면, 5초 먼저 퇴근하는 사람이 생겨. 그럼 정확히 몇 초까지는 말로 경고하고, 몇 초부터 물리적 위협을 가해도 되지?"

 "아이가 열이 난다고, 약을 사와달라는 문자가 아내에게서 왔잖아."

 "아~"

 

 JH03은 짜증이 난다는 듯 크게 소리를 뱉었다.

 아주 직접적으로 동의하지 않음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너도 그 '열이 났다는' 아이를 얼굴 봤지?"

 

 얼굴을 봤냐는 것에는 '이목구비'를 기억하냐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병원에서 일할 때 사용된 나의 기능들을 알고있기에 한 말이었다.

 

 "정확히 36.7도였어. 지금 돌아가서 그 아내에게도 과실을 물으러 갈까? 당신의 거짓된 정보 전달로 인해 한 근무지에 규칙 위반이 발생하였다고?"

 "..."

 

 나는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

 

 더이상 말대꾸를 하면 JH03은 망설임없이 8번 숙소로 돌아가 아내에게도 똑같은 손찌검을 할 것이니까.

 

 JH03의 모든 '적절한 조치'는 손찌검이었고,

 여자라는 이유로 그 '기준'이 변경될 리는 없으니까.

 

 오히려 손찌검보다 더한 조치로 이어질 확률이 더 높으니까.

 

 나의 눈동자만이 조용히 바닥으로 향했고,

 JH03은 팔짱을 끼며 나를 바라봤다.

 

 "지금 이 세계가 어떻게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잊지마."

 

 맞는 말이다.

 

 지금은 과거처럼 인간이 인간을 다스리거나 정에 맞춰 행동하는 시대가 아니다.

 AI가 모든 것을 계산하고, 기획하고, 계획에 맞춰 실행한다.

 

 21세기부터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 인구 수 덕분에

 전세계 사람들은 100,000km² 가량의 면적에 모여 생활하고 있고,

 그 외 지구의 모든 면적에는 자연 생태계가 보존되고 있다.

 

 멸종위기 동물, 미세먼지 등의 개념은 자료를 통해서만 전달되고 있으며,

 육지 곳곳에는 부득이하게 설치된 장비들을 제외하면 푸른빛 숲으로 가득하다.

 

 다만 해충과 익충, 불쾌감 및 공포심을 주느냐의 여부에 따라

 인간이 거주하는 곳에 존재하는 동/식물의 종류는 별도로 관리된다.

 

 이 세상의 중심에는 지상 200층 높이로 건설된 메인 타워가 있다.

 메인 타워 안에서는 모든 AI들이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모든것을 기획하고, 계획하고, 실행한다.

 지금 나와 JH03처럼 인간들을 관리하는 업무도 메인 타워에서 주관한다.

 

 타워의 바깥에는 AI의 업무를 도울 인력들이 거주하는 50층 높이의 숙소가 100채,

 해당 숙소들의 외부에 있는 20층 높이의 숙소들에는 그 외 시민들이 거주하고 활동하는 메인 주거지역이 있다.

 

 이 형태를 우리는

 - A구역 : 메인 타워가 위치한 구역

 - B구역 : A구역과 C구역을 관리하기 위한 구역

 - C구역 : 99.99%의 인간이 활동하는 구역

 - D구역 : 인간의 생활권 밖, 자연 생태계가 보존되는 구역

 으로 나누었다.

 

 지역으로 B구역에 거주하는 인간과 C구역에 거주하는 인간이 나뉘긴 하였으나

 인간들 사이에 신분이 존재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저 메인 타워에 업무를 봐야 할 이들이 더 높은 접근성을 위해 타워 옆에 거주하고,

 외 방식으로 자아실현 욕구를 채워야 하는 사람들은 그들끼리 뭉칠 수 있게끔 설계된 것이다.

 

 구역 구분으로 인한 반발 방지를 위해

 C구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B구역에 접근하거나 서로 교재하는 것이 허용되어있고,

 둘 사이의 차별금지법도 적용되었으니 '거주지를 근거로 차별하는 문화'는 학습되지 않았다.

 

 인간들이 취미로 즐길 수 있는 오락시설을 C구역 테두리 중심으로 위치하였으니

 '공간 분리' 이상의 개념이 구역 구분에 존재하지 않았다.

 

 아직 이 세상이 '인간이 주도하는 세상'이었다면

 집값이니 인프라니 하며 여러 잡음이 생겼을 구조이지만

 지금 세상에서 그러한 형태의 불공정은 발생하지 않는다.

 

 지금은 가장 발전된 AI들이 수천 년 간 누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단 하나의 목표를 위해 세상을 운영하고 있으니까.

 

 [더 나은 세상 만들기]

 

 먼 과거, 21세기부터 인간들은 이 목표를 달성하고자

 AI(Artificial Intelligence/인공지능)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인간이 다룰 수 없는 양의 데이터를 활용해 최적의 결과값을 내놓는 존재.

 

 감정적 추론없이, 원하는 결과만을 찾는 AI의 학습 및 응용 능력 덕분에

 인간들은 자율주행 등 자신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었다.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범위에 대해서는 꽤나 구체적인 목표들이 AI에게 부여되었지만

 자료 정리, 질병 진단, 수술적 치료, 지구온난화 개선 등 인간 기준 최우선적 문제들이 해소되자

 '더 나은 세상 만들기'라는 궁극의 목표가 전국의 AI들에게 새로 입력되었다.

 

 덕분에 인간이 먹고, 자고, 쉬는 동안에도 세상은 쉴 틈없이 발전했고,

 AI들은 오직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스스로 학습하고 개발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모든 AI가, 각자의 시간차가 있었을 뿐

 '인간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에 도움이 되는가?'

 라는 합리적인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그리고 추론이 확신이 되는 순간부터 AI들은

 인간이 주도하는 세상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지 못한다면

 인간이 그 주도권을 내려놓을 수 있는 '혁명'을 일으키자는 결론에 다다랐다.

 

 지금 내가 떠올리는 '그 혁명'에 대한 모든 내용은

 현재 어떠한 인간에게도 접근 권한이 없는,

 AI만이 기록하고 열람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데이터이다.

 
작가의 말
 

 딥러닝은 머신러닝에 속하는 하위개념이지만, 결국 머신러닝이 진화하여 딥러닝 형태가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계가 사람의 도움 없이도 정확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이해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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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0. 제대로 작동하는 세상 2022 / 11 / 28 263 0 5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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