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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인류를 위하여>메이:밖으로 나간 여인
작가 : 쉼표
작품등록일 : 2022.6.3

인류 멸망 300년 후 살아남은 인류가 치열하게 계속해서 살아나가는 이야기입니다.
'<인류를 위하여>홍윤:조직을 버린 사내' 후속작으로 1년 뒤의 내용입니다.
전작을 읽지 않으셔도 큰 무리는 없으나 '인류를 위하여'라는 시리즈로 이야기를 계속 확장해 나갈 예정이니 전작을 읽어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8화.소녀의 이름
작성일 : 22-07-31 14:32     조회 : 156     추천 : 0     분량 : 5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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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은 오후, 교단에서 기도를 올리던 샤샤는 몸이 찌뿌드드한지, 휠체어를 끌고 교단 밖으로 나왔다. 그러다 정원에서 빗자루질하는 메이를 발견하고는 반갑게 인사를 건네려다, 메이의 표정이 좋지 않자,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조심히 다가갔다.

 ”어째 안색이 더 안 좋아지시네요?“

 ”아, 샤샤님.“

 샤샤를 발견하고는 메이는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할라 소장님이 왔다 간 뒤로, 밖에 외출도 안 하시고….“

 ”아니에요. 요즘 절 찾는 분이 없으셔서 그런 거예요.“

 ”그런가요? 그럼 저 좀 도와주실 수 있어요?“

 ”네?“

 샤샤가 자신에게 부탁하는 것이 처음인지라, 메이는 의아한 듯하였다.

 ”언니가 소포를 보냈다는데, 당최 오질 않아서요. 주소를 잘못 적은 건지…. Y로드를 통해 보냈다고 하니까, 혹시 거기 분실물센터 좀 가보려고요. 그런데 제 몸이 이러니 헤헤….“

 그러자 메이는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럼 제가 갔다 올게요.“

 ”같이 가요. 대신 휠체어 좀 밀어주세요.“

 

 메이가 밀어주는 휠체어를 탄 샤샤는 기분 좋은 듯 교단 밖을 나서다가, 교단 앞에 서성이는 익숙한 사내를 보고 얼른 인사를 건넸다.

 ”어? 마셀 대위님?“

 그 말에 메이도 놀란 듯 어울리지 않게 주뼛거리며 다가오는 마셀 대위를 보며 인사를 하였다.

 ”안녕하세요. 기도드리러 오신 거면….“

 ”성녀님 뵈러 오셨죠?“

 메이의 말을 끊으며 샤샤가 말하자, 마셀 대위는 헛기침하며 말했다.

 ”큼, 큼. 일전에 쓰러지신 뒤로, 잘 계시나 걱정이 되어….“

 ”아, 그러고 보니 그때 경황이 없어서 감사의 인사도 못 드렸네요. 병원에 데려다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아, 아닙니다. 외출하시는 겁니까?“

 ”네, Y로드 기차역에 좀 가려고요.“

 ”Y로드요? 여기서 거리가 좀 있는데 두 분이 만 가시는 건가요?“

 ”네? 아, 네 그렇죠. 평소에도 그렇게 다녔는걸요.“

 ”실례가 안 된다면 동행해도 될까요?“

 ”마셀 대위님께서요?“

 메이가 의아한 듯 샤샤를 바라보자, 샤샤가 웃으며 말했다.

 ”잘됐네요. 오늘은 사람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했거든요.“

 

 계획에 없었던 세 사람은 길을 따라 Y로드로 향하였다. 그렇게 걷는 도중 별다른 대화가 없자, 마셀 대위가 먼저 입을 열었다.

 ”Y로드 기차역은 무슨 일로 가시는 겁니까? 혹시 어디 여행이라도…?“

 그러자 메이가 웃으며 답하였다.

 ”아뇨. 전 4 지역 밖으로 한 번도 나가본 적이 없어요. 샤샤님의 언니분이 소포를 보내셨다는데, 도착하지 않아서 분실물 센터에 가보려고요.“

 ”언니요?“

 마셀 대위가 놀란 듯 샤샤를 바라보자, 샤샤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미리 말하지만, 불법 출생아는 아닙니다.“

 ”아, 그런 뜻으로 말한 것이 아니라….“

 마셀 대위가 아차 하며 다급히 변명하자, 샤샤가 웃으며 말했다.

 ”하르마게돈에서 형제나 자매가 있는 사람들이 드물어서 자주 오해 사곤 해요. 저희 부모님이 군에 물품을 납품하는 일도 하셨고 봉사활동도 많이 하셔서 사회공헌도 점수가 높으셨거든요. 그래서 출산 신청에 두 번이나 성공하셨다고 들었어요.“

 ”아…. 그래도 두 번이나 당첨되시다니 운이 좋으시군요. 그게다 부모님께서 훌륭한 일을 하셨기 때문에 그런 보답이 왔겠지 만은요.“

 군과 관련된 일을 했다는 말에 마셀 대위는 샤샤에게 호감이 가는 듯 계속 관심을 가졌다.

 ”그럼 언니분께서도 부모님과 같이 일하시는 겁니까?“

 ”아뇨, 언니는 군인이에요. 지금 3사단에서 근무하고 있어요. 작년에 진급해서 대위였던가….“

 ”아…. 언니분도 훌륭하신 분이시군요. 언제 3 지역에 갈 일이 있다면 인사라도 드려야겠습니다.“

 ”하하, 그러세요. 성격이 좀 괴팍하긴 하지만 심성은 착하답니다.“

 ”성녀님이나 샤샤님도 혹시나 1 지역에 오시면 꼭 저를 찾아와주십시오.“

 ”에이…. 제가 1 지역에 들어갈 수나 있을까요? 성녀님이라면 몰라도.“

 샤샤가 메이를 바라보자, 메이가 미소지으며 말했다.

 ”저도 무리죠.“

 ”아니면 위 지역이라도 갈 일이 있으면 말씀해 십이시오. 휴가를 써서라도 꼭 인사를 드리러 가겠습니다. 성녀님은 다른 지역에 가본 적이 없으셨다고 하니,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직업 특성상 다른 지역들을 많이 다녀봤거든요.“

 ”제가 다른 지역에 가도 될까 모르겠네요. 신분이 낮으면 곤욕을 많이 치른다고 하던데….“

 그 말에 마셀 대위가 발끈하며 말했다.

 ”감히 누가…. 큼, 그런 걱정은 하지 마십시오.“

 ”그래요. 아니면 나중에 언니 만나러 갈 때, 저랑 같이 가요. 생각보다 다른 지역에 가면 신기하고 재밌는 일들이 많거든요.“

 

 해가 떨어지는 초저녁 될 때쯤에야 세 사람은 4 지역 Y로드 기차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꽤 먼 길이었지만 이야기를 많이 나눠서인지, 별로 힘든 기색들은 아니었다. 분실물 센터에서 자신의 소포를 찾던 샤샤는 직원과 함께 아무리 뒤져도 자신의 소포가 나오지 않자, 포기하고는 분실물 센터 전화로 자신의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뭐? 보내지도 않고 보냈다고 한 거야? 아니,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 비상 근무가 나랑 무슨 상관인데? 착각할 것이 따로 있지. 됐어. 어이구…. ‘클리프’ 대위님 때문이지? 언니가 그분 아니면 정신머리 없는 일이 뭐가 있겠어? 아, 됐다고. 그냥 보내지 마.“

 씩씩거리면서 전화를 끊은 샤샤는 자신의 통화를 듣고 있었던 메이와 마셀 대위를 보고는 민망한 듯 얼굴을 붉혔다.

 ”죄송해요. 언니가 소포를 보내지도 않고 보냈다고 착각했었나 봐요.“

 ”괜찮아요, 그럴 수도 있죠. 덕분에 오랜만에 밖에 나와서 저는 좋았어요.“

 ”군인의 임무에 몰두하시는 모습을 본받아야 하겠군요.“

 ”나중에 3 지역에 가을 일이 있거든, 3사단 ‘샤론’ 대위란 사람을 찾아서 꼭 밥이라도 사달라고 하세요. 제가 말해 놓을게요.“

 ”하하, 알겠습니다. 그럼 인제 그만 가시죠. 성녀님?“

 말을 하던 마셀 대위는 메이가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자, 같이 고개를 돌려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10살쯤 되어 보이는 소녀가 로브를 눌러쓰고는 쭈그리고 앉아 있었고 Y로드의 직원들이 소녀의 옆에 서서 저마다 심각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마셀 대위는 별로 관심이 없었으나, 성녀가 그쪽으로 향하자 자신도 얼른 성녀의 뒤를 따라갔다.

 ”무슨 일이십니까?“

 메이의 등장에 Y로드 직원들은 귀찮은 표정을 짓다가, 메이를 알아보고는 얼른 고개를 숙였다.

 ”서, 성녀님?!“

 ”이런 곳에 어찌한 일로….“

 그들의 반응에 고개를 숙이고 있던 소녀도 놀란 눈을 고개를 들어 메이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메이가 미소를 지으며 소녀의 앞에 무릎을 꿇어앉으며 시선을 맞춰주었다.

 ”성녀님, 바닥이 더럽습니다.“

 마셀 대위와 직원들이 말렸으나, 메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소녀에게 물었다.

 ”부모님을 잃어버린 거니?“

 하지만 소녀는 메이의 물음에도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곧 울음을 터뜨릴 듯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여버렸다.

 ”저희도 계속 이것저것 물어보고 있는데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습니다.“

 ”말을 못 하거나 듣지 못하는 것은 아닌 것 같은데….“

 그 말에 마셀 대위고 인상을 쓰며 자신도 모르게 안주머니에 있는 권총을 만지작거렸다.

 ”불법 출생아 아닙니까?“

 날카로운 마셀 대위의 말에 메이가 놀라 마셀 대위를 바라보자, 마셀 대위는 얼른 안주머니에서 손을 떼며, 헛기침하였다.

 ”자신의 정보를 말하지 않는 아이들이야 뻔하지 않습니까?“

 ”아닙니다. 2 지역에서 오는 Y로드 기차를 타고 온 아이입니다. 아시다시피 Y로드 기차는 신분증이 있는 사람들에게만 표가 발급되기 때문에 적어도 금강 계급 이상의 하르마게돈의 국민입니다.“

 ”옷을 보니 귀족 같기도 하고요.“

 뒤에 따라온 샤샤도 소녀를 보며 말하자, 마셀 대위는 여전히 경계하는 듯했지만 아까보다는 의심을 버리는 듯했다.

 ”누구랑 같이 왔어? 말을 해주면 언니가 찾아줄게.“

 메이가 안심시키며 소녀에게 말했지만, 소녀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러자 마셀 대위가 답답한 듯 직원에게 말했다.

 ”그냥 임시 보육원에 보내시죠.“

 ”아…. 그래도 불법 출생아도 아닌데….“

 ”원칙이 그러지 않습니까? 임시 보육원이 원래 보호자가 없는 아이들을 위탁하는 일도 하는 곳이니 이 아이를 보낸다고 한들 문제 될 것은 없습니다.“

 그 말에 메이는 깜짝 놀랐다. 임시 보육원이란 말을 듣자, 핑 원장이 떠올랐고…. 10살의 소녀를 보자……. 예전에 자신이 겪었던 끔찍한 일이 떠오른 것이었다.

 ”아뇨. 제가 데려가겠습니다.“

 ”네?“

 ”서, 성녀님이요?“다들 갑작스러운 말에 당황한 듯하여지자, 메이가 재빨리 설명하였다.

 ”마셀 대위님 말씀대로 보호자 없는 아이들을 임시 보육원에 보내기도 하지만, 그전에는 홀리교에서도 하던 일이었습니다. 신분은 확실한 아이이니 보호자가 나타날 동안 저희 교단에서 보호하겠습니다.“

 ”하지만 굳이-“

 ”부탁드립니다.“

 메이가 단호하게 말하자, 마셀 대위나 직원들은 거절하기가 어려운 듯 섣불리 다른 말을 꺼내지는 못하였다. 그러자, 샤샤가 소녀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이의 선택도 중요하죠. 어때? 넌 어떻게 하고 싶니? 이곳엔 계속 있을 수는 없어. 임시 보호소로 가고 싶니, 아니면 이 예쁜 언니를 따라가고 싶니?“

 샤샤의 물음에 소녀는 말없이 메이의 옷자락을 잡았다. 그런 모습에 메이는 환하게 미소지으며 소녀를 한번 안아주고는 손을 잡고 일으켜 세워주었다.

 ”날이 더 어두워지기 전에, 얼른 가자. 아, 소녀의 보호자가 나타나면 연락해주세요. 연락처는….“

 ”하하, 설마 성녀님이 계시는 교단의 번호도 모르는 4 지역민도 있습니까.“

 직원이 웃으며 말하자, 메이는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고는 소녀의 손을 잡고 먼저 길을 나섰다. 그런 모습을 보며 마셀 대위가 한숨을 쉬자, 샤샤가 웃으며 말했다.

 ”국가정보국 요원이시라, 답답하시겠지만, 오늘은 져주세요. 성녀님이 저렇게 웃는 모습 며칠 만에 보는지….“

 ”오늘만 져 달라니요.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습니다. 저희도 얼른 가시죠.“

 

 교단으로 돌아온 메이는 소녀에게 밥을 먹이고 씻겨준 뒤, 자신의 방으로 데려왔다. 소녀의 젖은 머리카락을 손수 수건으로 닦아주는 메이는 소녀에게 다시 물었다.

 ”4 지역에는 왜 온 거야? 4 지역에 아는 사람이 있어?“

 그 물음에 소녀는 메이에게 조금 마음이 열린 듯 조심스럽게 답했다.

 ”성…. 녀….“

 ”뭐? 성녀?“

 ”언니가 진짜 성녀예요?“

 ”아…. 사람들이 그렇게 부르기는 한데….“

 소녀가 자신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바라보자, 메이는 당황했다가, 이내 귀여운 듯 웃으며 말했다.

 ”나를 알고 있다니, 영광인걸? 그럼 날 보러 온 거야?“

 메이의 질문에 소녀는 고개를 저었다.

 ”음…. 여기서부턴 또 비밀이란 말이지? 그럼 이름이라도 알려줄 수는 없어? 그래도 ‘야, 야’ 거릴 수는 없잖아.“

 소녀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심한 듯 메이의 귀에다 대고 속삭였다.

 ”데메테르. 그게 제 이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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