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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자매 이야기
작가 : 시파랑
작품등록일 : 2022.7.6

쌍둥이 자매, 수미와 수연.
어릴 때부터 재능을 찾아 꿈을 키워온 천재 피아니스트 수미와
모자란 구석은 없지만 언니에게 비교당해온 대학생 수연.

대학에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작스런 사고로 동생 수연은 죽게 된다.

몇 년 후, 수연의 사망으로 인한 충격으로 힘들지만 의연하게 살아가는 수미가
우연히 방문한 어느 '점을 같이 보는 카페'에서 역술인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

 
4화
작성일 : 22-07-27 01:04     조회 : 139     추천 : 0     분량 : 7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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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늦은 오후, 음대 건물의 강의실 복도.

 복도는 오늘 수업이 끝난 학생들의 시끌벅적한 목소리들로 채워졌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조용해졌다. 조용해진 복도의 바닥 위로 희미하게 피아노 선율이 한층 한층 쌓이기 시작했다.

 피아노 선율이 들려오기 시작하는 방향인 복도의 동쪽 끝에는 다른 강의실과는 달리 양문형의 출입문을 달고 있는 방 여러 개가 나란히 있었다. 그들 중 가장 끝방의 문 아래쪽으로 옅은 빛, 그리고 피아노 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출입문을 열었을 때 출입구 쪽 한구석에 보면대와 접이식 철제 의자가 벽에 기대어 있었다. 그 외 별도로 비치된 가구가 없이 단출한 목재 바닥 위로 검은색 피아노와 연주용 의자가 오롯이 그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연주되고 있는 곡은 쇼팽의 피아노 소나타 3번 나단조, Op58 4악장. 피아노 선반 위에 악보가 놓여 있었지만, 그것은 첫 페이지를 펼친 그대로 방치된 듯했다. 수연은 눈을 감고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로 그녀의 손가락을 건반 위에서 춤추게 하고 있었다. 강렬하고 비극적으로 시작된 연주는 이미 중반을 달리고 있었다.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멜로디에 맞춰 수연의 고개는 때로는 앞뒤로 때로는 좌우로 유려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연주가 절정을 향해 갈수록 수연의 손가락은 빨라지고 고갯짓도 거칠어졌으며, 수연을 중심으로 분위기 전체가 화려하고 또 비장해졌다.

 수연은 언니 수미를 떠올리고, 어릴 적 처음 피아노를 만져보던 때를 떠올렸다. 그리고 언니가 처음 소곡을 완주하고 기뻐하던 모습, 콘테스트를 마치고 트로피를 안고 들어와 신났던 모습을 떠올렸다. 그리고 수미가 젖은 흙바닥에서 생기를 잃었던 마지막 모습도 떠올렸다. 마지막으로 수미가 수연에게 자신의 꿈에 대해 떠들던 모습이 떠올랐다.

 둥글게 말린 손가락들이 건반의 단조 화음을 형성하여 화려하고 슬픈 곡을 마무리하면서, 수연은 눈을 떴다.

 우웅- 우웅-

 마침 연주가 끝난 타이밍에 가방 주머니의 휴대폰이 진동을 울렸다. 수연은 천천히 폰을 꺼내어 내용을 확인해보았다. 발신자는 별보는 카페. 오늘 새로운 커피 원두와 케이크가 출시되어 반값 행사를 하니 먹으러 오라는 광고 메시지였다. '흠, 내가 멤버십을 파면서 메신저 아이디를 알려줬었나?' 수연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면서 그날의 커피를 떠올렸다.

 '그날 카페도 예뻤고 커피도 맛있었어. 이따가 한 번 들러볼까봐.'

 수연은 출입구 쪽을 한 번 훑어보고는 휴대폰을 넣은 가방을 바닥으로 가볍게 던졌다. 수연은 다시 자리에 앉아 피아노 연습에 몰두했다.

 

 깜깜해진 밤. 초승달이 하늘에 걸려 있었으나 미약한 달빛은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길을 밝히기엔 부족했다. 수연은 띄엄띄엄 비춰주는 가로등 불빛을 따라 골목을 걸어갔다. 이윽고 주택가에 접어들자, 몇 주 전 들렀던 카페의 모습이 보였다.

 수연은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늦은 밤까지 학교에 있다 귀가하는 까닭인지, 카페에는 다른 손님을 찾을 수 없었다. 수연은 카페 안쪽의 테이블에 앉아 얘기 중인 두 사람을 볼 수 있었다. 카페 입구에 가까운, 즉 수연을 등지고 앉아 있는 사람은 짧은 스포츠머리에 검정 색의 정장 상의를 입고 있었고 낮은 톤의 목소리로 빠르게 말하고 있었다. 그 맞은편에 머리에 보랏빛이 도는 아랍식 터번을 쓰고 있는 사람은 카페 주인이자 역술인인 중년 여성이었다. 매섭고 기민한 태도로 상대방의 얘기를 듣고 있던 역술인은 이내 수연을 발견했다.

 "아! 여기 왔네. 아, 아니, 어서 와요."

 수연을 발견한 역술인은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수연에게 아는 체를 했다. '최근에 그것도 몇 주 전에 한 번 봤을 뿐인데… 잘 아는 척 얘기하네.' 수연은 조금 거북한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역술인의 맞은편에서 앉은 채로 고개를 옆으로 돌려 자신의 면면을 샅샅이 뜯어보는 저 사내의 눈빛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역술인과 수연 사이에 짧은 침묵이 흘렀다. 수연이 가장 이상하다고 느끼는 점은, 카페 주인인 이 역술인이 손님인 자신에게 어떤 주문을 받을지 관심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었다.

 침묵을 깬 것은 정장을 입은 낯선 사내였다. 사내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림잡아 180cm가 조금 안 되어 보이는 사내는 덩치 때문에 그보다 훨씬 커 보였다. 무심하게 내려다보는 홑꺼풀의 눈은 옅은 눈썹과 튀어나온 눈두덩이 때문에 그 건조함이 더욱 두드러졌다. 치켜진 눈썹과 양 끝이 살짝 벗겨진 이마는 전체적인 인상이 가만히 있어도 화가 난 듯 느껴졌다.

 "문자 보내자마자 하루 만에 바로 오는군. 좋아. 이수미 씨, 맞지요? 잠깐 여기 앉아서 얘기 좀 합시다."

 사내는 권유하는 듯한 대사였으나 제스처는 그와 영 딴판이었다. 그는 수연이 어떻게 답하고 행동하든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이 테이블의 빈 의자를 대충 가리키고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사내의 인상과 그의 거친 언행 때문에 수연은 내심 겁이 났지만, 내색하지 않고 앉아 있는 사내의 옆얼굴을 한 번, 그리고 아직 서서 둘을 번갈아 보고 있는 역술인을 한 번 쳐다보았다. 역술인은 사내의 강압적인 태도에 수연을 힐끔 살피는 눈치였음에도 별말은 하지 않고 수연을 지켜보고 있었다. 수연은 입을 열었다.

 "아니, 지금 갑자기…"

 "뭐하쇼? 얼른 앉지 않고. 할 말이 좀 있다니까. 여기 손님도 없어 조용하니 말하기도 좋잖아. 크큭."

 사내가 의도적으로 끼워 넣은 말 때문인지 수연은 무작정 도망치지 않고 일단 상황을 두고 보기로 했다. 수연은 천천히 겉옷을 벗고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보이길 바라며 겉옷과 가방을 다리 위로 당겨오면서 손을 가방으로 슬쩍 집어넣었다. 손에는 각지고 단단한 물건이 만져졌다. 수연은 휴대폰을 꽉 쥐었다.

 다행히 낯선 사내는 수연의 얼굴 외에는 다른 곳을 보지 않았다. 곧 역술인도 자리에 앉았다. 두 사람이 마주 앉아 있던 원형 테이블의 한쪽 끝에 앉게 되면서, 보통이었으면 상석이나 주목받는 자리였을 이 구도가 수연은 어쩐지 나머지 두 사람에게 기분 나쁘게 관찰당하는 기분이 들었다.

 역술인은 왠지 수연과 사내 양쪽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니, 그보다는 초조해 보였다. 마치 중요한 말을 꺼내기 전 큰 결심이 필요한 것처럼. 수연은 카페를 들렀던 그 밤이 생각나기 시작하면서 불안해졌다. 험상궂은 표정으로 일관하던 사내는 퉁명스럽게 첫 마디를 내뱉었다.

 "마누라." "으, 응?"

 '뭐라고?!'

 사내가 역술인을 향해 던진 말에 수연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마누라라니. 지금 이 아저씨가 주인아줌마랑 부부라는 거야?' 사내는 갑갑하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아까는 어떻게 구워삶아 볼지 그렇게 침 튀겨라 말 잘하던 여편네가, 막상 눈앞에 마주하니 긴장되는 거야, 뭐야? 크크, 참. 그래그래, 알겠어. 네 성격이 어디 가겠냐. 누가 말하면 어때. 그럼 내가 시작한다?"

 역술인은 짧게 긍정의 신호를 보내고는 살짝 흔들리지만 날카로운 눈으로 수연을 쳐다봤다. 수연은 심적으로 털을 잔뜩 세우고 웅크린 고양이처럼 감각이 서는 것을 느꼈다. 낯선 사내는 수연을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봐, 이수미 씨."

 "…네. 뭐죠?"

 "허허, 깡다구는 상당하시네. 그럼 그럼.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오려면 보통 깡다구로는 안 될거야. 그렇잖아?"

 수연은 가슴이 철렁하는 느낌과 뭔가 올 것이 왔다는 느낌을 동시에 받았다.

 "무슨 말을 하는 거죠?"

 사내는 사악하게 미소 지으며 턱 끝으로 역술인을 가리켰다.

 "네가 이 카페에 왔던 날 우리 마누라가 집에 돌아와서 재밌는 얘기를 하던데. 카페에 온 손님이랑 가볍게 대화를 했는데 뭔가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다고 말이야."

 사내는 두 손을 테이블 위로 올리고 손바닥을 작게 펼쳐보이며 말을 이었다.

 "이게 점쟁이질을 하다 보면 별의별 인생을 사는 놈년들을 다 보게 되거든? 우리 마누라는 어릴 때부터 사람 꿰뚫는 눈이 꽤 좋았단 말이야. 주변 친구놈들 상담도 잘해주고. 이게 어느 정도냐면 밥줄로 삼아도 될 정도란 말이지.

  그놈들 인생 기구하다는 얘기 들어주고, 또 딱~ 듣고 싶어 하는 얘기 해주고. 그러면 마누라 입심에 넘어가서 알아서 맞습니다, 예, 예, 그러고 사례 쳐주고. 얘가 배짱만 좀 더 컸으면 다른 거 한탕 해볼 텐데 말이야. 쯧. 아쉽단 말이지.

 뭐 어쨌든 최근에 들은 얘기 중에 네 얘기가 좀… 재밌었다는 거지."

 수연은 그날 혹시나 했다가 그 뒤로 잠잠했던 우려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것에 어금니를 꽉 깨물며 역술인을 홱 쳐다보았다. 역술인의 얼굴에는 미안해하는 기색은 없었다. 역술인은 초조한 표정으로 사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큭. 손님이라고 온 녀석이 5년 전에 여대생이 자살한 사건에 대해서 매우 잘 알고 있어. 사건 내용을 상세히 알고 있는 것도 놀라운 일인데, 게다가 한번씩 혼자서 중얼거리면서 뭔가를 미안해하고 그 죽은 애를 불러대는 모습이 이상하다는 거야, 마치 지가 뭘 잘못하기라도 한 듯이."

 수연은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제길, 미치겠네! 술 취해서 뭐라 나불댔던 거야!' 수연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러면, 모시던 형님새끼들 위해서 몇 년 빵에 갔다가 돌아왔더니 고마워하기는커녕 아저씨 뉘쇼~하는 그 새끼들한테 발등 찍히고 흥신소 차린 이 몸이 해야 할 일이 뭐겠어? 궁금하잖아? 당연히 뒤져봐야지, 그 손님을."

 킬킬대며 자신을 흥신소 사장이라고 소개한 남자는 테이블 위에 얹은 손을 가볍게 말아 쥐고 테이블을 톡톡 두드렸다. 그리고는 상체를 수연 쪽으로 기울이며 험상궂은 목소리로 말했다.

 "5년 전에 더첸 빌라 옥상에서 여대생이 한 명 낙사하는 사고가 있었지. 새로 공사하고 있는 건물이라 건물과 주변 출입이 통제된 곳이었는데. 그런델 용케도 가셨더군, 용감한 건지 영악한 건지 말야."

 "…그래서요?"

 "어허, 그래서라니. 아쉽게도 낙사한 자리는 씨씨티비로 볼 수 없는 뒤쪽 구역이었지. 그 구역은 나무 심을 자리였지 아마? 하지만 건물을 들락날락하는 앞쪽 골목은 씨씨티비가 있었단 말이지. 내가 그거 얻으려고 그 돼지 같은 새끼한테 비빈 돈이…. 크흠. 암튼 거기에 뭐가 찍힌 줄 아나?"

 "…"

 "고거 톡쏘던 아가씨가 왜 조용해졌어, 그래? 크크크. 내가 대답하지 뭐. 거기엔 여성으로 보이는 두 명의 인원이 차례로 건물로 들어가는 게 찍혔어.

 그러고 조금 뒤에는 갑자기 소나기가 퍼부어서 화면 따기가 좀 어렵더만. 한 삼십 분 뒤에는 한 명만 서둘러 나오는 장면이 찍혔지. 뛰긴 하는데 마치 정신 나간 놈처럼 비틀거리면서 말야. 비 때문에 알아보기가 쉽지 않았지만, 먼저 들어간 두 사람 중 한 명과 동일한 옷을 걸치고 있었어. 바로 이수미의 옷이지."

 사내는 거기까지 말을 마치고는 가만히 수연을 응시했다. 늦은 시각, 사내의 얼굴은 오로지 카페의 주황빛 조명에 의해서만 존재했다. 조명에 의해 그늘져 이마 아래로는 잘 보이지 않았음에도 그의 눈은 형형하게 빛을 내며 수연을 주시하고 있었다.

 수연은 일전에 카페에서 역술인에게 어떤 말을 했었는지 모두 기억이 나지 않았고, 이 사내가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섣불리 입을 열기엔 위험했다. 수연은 평소에도 그 사건 때 언니와 신분을 바꿨다는 사실을 누군가가 알고 폭로하게 된다면, 자신의 인생에 어떤 심각한 영향을 줄지 여러 번 생각했었다. 수연은 등줄기로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저 설명에 대해 뭐라고 말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그렇다고 아무 말을 하지 않으면, 저들이 어떻게 나올지도 걱정되었다. 수연은 사내의 말에 일단 맞장구를 치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결코 실언으로 그날의 진실에 대해 누설하지 않기로 굳게 다짐했다.

 "맞아요. 동생이 절 불렀기 때문에, 동생이 도착한 후에 제가 그곳에 들어갔었어요. 그리고 거기에 있다가 혼자서 먼저 나왔죠. 그래서 그게 어떻다는 거죠?"

 사내는 역술인을 슬쩍 쳐다보며 빠르게 눈빛을 교환했다. 아직 그녀에게 그들이 원하는 말을 듣기에는 부족하다고 여기는 것 같았다.

 "내가 사람 캐는 일 시작하고 말이야, 몇 개 깨달은 게 있어. 평생 법 안 어기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라도 정말로 뒤가 구리지 않은 사람은 없다는 거지. 의뢰 타겟만 그런 줄 아나? 아니, 의뢰한 놈년들도 마찬가지야. 지들도 바람 피고 남편 마누라 몰래 뒤로 재산 불리고… 크크큭. 얘나 걔나 똑같이 나쁜 놈들이야. 결국 서로 누가 더 큰 꼬투리를 잡느냐로 승패가 나는 것뿐이라고.

 내가 이수미 씨 당신을 조사하면서 좀 걸리는 건 말이지, 두 가지였어."

 사내는 깍지를 낀 손을 입술 아래로 가져다 대며 톡톡 두드렸다.

 "하나는 경찰, 하나는 목격자인 바로 당신의 행적.

 경찰은 이 사건에 착수하고 나서 곧바로 이수연의 자살로 판명하고 사건을 종결시켰더만. 아니 왜? 왜 자살이라고 단정한 거지? 그리고 현장에 있었던 목격자에 대한 조치는 어떻고? 경찰은 수사 근거에 대해 명확하게 오픈하지 않았어. 뭐, 서류에는 저들의 근거가 있겠지. 근데 그게 믿을만 하겠냐는 거야.

 여기서 중요한 건 경찰이 대충 수사를 했는지, 사건을 덮으려고 했는지 그런 게 아니야. 사건 자체가 의문스러운 구석이 충분히 있다는 거지. 경찰이 자살 사건이라고 마무리했다고 해도 순진하게 그거 믿고 넘어갈 수가 없어. 뭔가가 구린내를 풍기고 있다는 말이지.

 자, 이수연이 자살을 한 게 아니라면 무언가가 그 사망에 영향을 줬다는 의미가 되지. 즉, 예상치 못한 사고사이거나 누군가에 의한 타살이거나.

 그리고 한 가지 더 의문스러운 점은, 그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야. 너, 이수미는 사고 후 몇 달을 밖으로 나오지 않고 칩거했다는 거지. …마치 누구에게도 자신을 보여주면 안 되는 것처럼 말이야. 이수미, 휴학계를 냈더군. 동생이 죽은 게 그렇게 충격이었나? 아니면 말그대로 집에 숨어있을 수밖에 없을 정도의 영향을 받은 건가.

 동생의 사망 직전까지 활발했던 너의 연주자 경력은 그 직후 완전히 끊겼어. 이수연이 사망한 시점 이후로 이수미는 컨테스트나 공식 연주 석상에 참가한 이력이 없다는 걸 확인했다. 그건 왜일까. 동생이 죽으면서 뭐 부탁이라도 했나? 아니면 정신적 충격으로 피아노 악보를 못 읽게 되었나? 큭큭. 그보다 더 현실성 있는 가설이 있는데?"

 수연은 가방 속에서 어느새 폰을 놓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손바닥에 자국이 남도록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수연은 슬며시 주먹을 풀었다. 얼얼한 손가락을 가볍게 쥐었다 폈다하니 손에 땀이 밴 걸 알 수 있었다.

 사내는 한쪽 입 끝을 올리며 기분 나쁜 웃음을 흘렸다.

 "크흐흐. 넌 그때 술도 취했겠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 모양이군. 하긴, 마누라한테 무슨 말을 했었는지 기억났다면 다음 날이라도 당장 먼저 연락했을걸. '원하시는 거 다 드릴 테니 어제 했던 얘기는 다 잊어주세요~' 하면서 말이야. 그렇지 않아!?"

 사내는 마지막 말을 뱉으면서 손바닥으로 테이블을 탁 내리쳤다. 손이 나무 탁자를 치면서 나는 둔탁한 소리에 수연은 놀라 몸을 크게 움찔했다. 수연이 무슨 말을 했었는지 몰라도, 그것으로 인해 둘은 확실히 진실을 알고 있는 듯 보였다.

 수연은 불안한 눈빛으로 사내를 바라보았다. 사내는 먹잇감을 몰아넣는데 성공한 사냥꾼의 표정으로 수연에게 응수했다.

 지금까지 잠자코 있던 역술인이 말을 꺼냈다.

 "당, 당신은 그날 떨어진 동생의 시체를 봤다고 말했어. 그리고 그날의 날씨, 시체의 위치, 건물 옥상의 구조 등에 대해서 자세히 얘기했어. 낙사하는 시점에 옆에 없었으면 모를 것들을 말이야!

 또 하나, 그게 제일 이상해! 처음에는 동생이 죽었다고 말해놓고, 나중에 당신은 중얼거리는 말로 '나 때문이야, 미안해', 그리고 '수미 언니' 말을 반복했었어.

 나는 당신이 가고 나서도 한참을 당신이 한 말을 곱씹어봤어. 그리고 남편이 조사한 것으로 한 가지 확신에 가까운 가설을 세웠어. 사실은, 언니가 죽었고 당신은 동생이라는 것을!"

 수연은 기절하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작가의 말
 

 4화 업로드합니다. 분량 조절 실패로 몇 자 더 적게 되었네요..^^

 즐감 기도합니다.

 

 전체 분량은 5화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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