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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자매 이야기
작가 : 시파랑
작품등록일 : 2022.7.6

쌍둥이 자매, 수미와 수연.
어릴 때부터 재능을 찾아 꿈을 키워온 천재 피아니스트 수미와
모자란 구석은 없지만 언니에게 비교당해온 대학생 수연.

대학에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작스런 사고로 동생 수연은 죽게 된다.

몇 년 후, 수연의 사망으로 인한 충격으로 힘들지만 의연하게 살아가는 수미가
우연히 방문한 어느 '점을 같이 보는 카페'에서 역술인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

 
2화
작성일 : 22-07-13 05:51     조회 : 147     추천 : 0     분량 : 4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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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동기들과 술자리를 가졌던 오늘도 원래 수미는 학교 수업이 끝나면 연습실에서 피아노 연주를 더 하고 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번 주 수업은 특히 힘들었다고 주장하는 동기들이 무슨 금요일에 연습이냐며 새로 생긴 술집이 핫하다며 수미를 끈질기게 불렀다. 그 바람에 수미는 마지막까지 거절하지 못했고 지금의 상황이 이어진 것이었다.

 골목 끝으로 걸어간 수미는 뒤편이 동기들이 작게 보일 정도로 멀어진 것을 확인했다.

 "휴…"

 긴장이 조금 풀린 수미는 잠시 멈추어 긴 숨을 내뱉었다. 몸을 아주 못가눌 정도로 취한 것은 아니었지만, 서 있을 때 자신도 모르게 몸이 앞뒤로 움직였다. 그리고 숙취 때문인지 모를 약간의 두통이 맥박 주기에 따라 관자놀이 부근을 두드리고 있었다. 수미는 시원한 바람을 쐬며 집까지 걸어가면 컨디션이 좀 돌아올 것 같다고 느꼈다.

 스마트폰을 꺼낸 수미는 지도 어플에서 집까지의 루트를 검색해보았다. 이 술집이 있는 골목은 처음 와본 터라 집에 가는 길을 찾아보기 위해서였다. 이동시간은 22분. 루트를 확대해보던 수미는 이내 고개를 쳐들며 거칠게 폰을 집어넣었다. 수미는 주위를 둘러보고 나서 한 방향으로 걷기 시작하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됐어, 씨발. 그냥 갈래. 대강 방향은 알았으니까 조금만 가면 아는 길 나오겠지 뭐."

 수미가 조용히 지껄인 욕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10분쯤 걸었을까. 술집과 상가들이 즐비한 구역은 끝이 나면서 주택가로 접어들었다. 인적이 더욱 드문드문해지는 걸 느꼈으나 수미는 그것을 별로 개의치 않아 했다. 밤바람이 이마와 목을 스치며 수미를 시원하게 만들었다. 늦여름의 바람이 이렇게 시원한 걸 보니 아직 술이 덜 깬 모양이다. 예의 그 두통도 아직 남아 있었다.

 그때 수미의 눈에 무엇인가 들어왔다.

 '어? 카페네? 아, 여기가 최근에 생겼다는 거긴가 보구나. 컨셉이 독특하다던데… 아직 한 번도 안 가봤는데.'

 그곳은 검게 칠해진 나무 울타리로 둘러싸인 테라스와 건물 앞 면의 전체 면적을 큼직하게 차지하고 있는 통유리벽, 그리고 기와집처럼 고급스러운 지붕이 덮여 있는 모습의 카페였다. 검은 울타리 맨 위의 횡대에는 희고 누런 빛을 내는 전구들이 달린 전선이 같은 간격으로 나란히 설치되어 있었다. 그 조명의 전선들은 모두 길 쪽의 바닥을 향해 사선으로 길게 나 고정되어 있었다. 테라스에는 중앙 공간을 비워두고 양옆으로 테이블들이 배치되어 있었고, 중앙 공간의 양옆으로 도열한 화환을 따라 시선을 옮기니 카페의 출입문이 보였다. 출입문 한쪽은 열려 있었고 그 열린 각도만큼 내부를 조금 살펴볼 수 있었다. 내부가 어둡기 때문인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수미의 시야에 언뜻 잡히는 원목 가구의 인테리어는 운치가 있어 보였다.

 차가운 아메리카노를 마시면 몸속을 돌고 있는 이 취기가 좀 가시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니, 그보다도 수미는 카페의 조금 어둡고 조용할 것 같은 분위기에 더 끌렸다. 다음 순간 수미는 카페의 출입문을 들어서고 있었다.

 예상대로 카페 천장의 조명은 아주 밝지는 않았으나 내부를 둘러보기에는 충분했다. 들어선 입구 근처의 캐셔와 음료 제조대를 제외하고는 안쪽으로 공간이 직사각형으로 죽 빠져있는 구조였다. 테이블들은 안쪽까지 단조롭게 배치되어 있었다. 그래도 화분이나 우드 칸막이, 혹은 아예 방으로 공간이 분리되어 모든 테이블이 독립적인 느낌을 주었다. 또 테라스 공간과 카페 안쪽 공간을 구분하는 통유리벽만 없었다면 기다란 사다리꼴 모양의 공간에 테이블들이 죽 나열된 모습이었다. 이렇듯 안으로 갈수록 좁아지는 형태에 수미는 왠지 맨 안쪽까지 들어가보고 싶다는 느낌이 들었다.

 '정말 독특한 컨셉이다… 뭔가 비밀스러운 게 혼자 있기에 딱이야. 마음에 드는걸.'

 수미는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며 생각했다. 눈으로 구경을 어느 정도 끝내고 캐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반가운 기색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서 와요."

 "네,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면서 수미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상대방의 머리였다. 작달막한 체구의 중년 여성이었는데, 머리에는 짙은 보랏빛의 아랍식 터번을 쓰고 있었다. 터번은 얇은 망사 소재로써 중년 여성의 짧고 곱슬한 머리가 비쳤고, 머리를 감싸고 남는 부분의 터번은 여성의 머리 뒤로 자연스럽게 늘어져 있었다.

 카페 사장으로 보이는 중년 여성은 수미를 향해 웃어 보이며 말을 이었다. 통통하게 올라붙는 광댓살과 웃으면서 더 진하게 패는 팔자주름, 조금 비뚤배뚤한 라인의 윗니가 드러나는 모습은 오히려 웃을 때 그녀 얼굴의 근육들이 원래 위치를 찾아간 것마냥 노련해 보였다. 노련한 웃음과는 대조적으로 눈은 매섭게 빛나며 수미를 지켜보고 있었다.

 "여기는 '별보는 카페'입니다, 호호호. 음료도 드실 수 있고요, 다른 카페와는 다르게 오신 손님들 점도 봐 드려요. 호호호"

 '그래서 저런 개성 있는 천을 뒤집어쓰고 있었던 건가?' 그리고 유달리 어둡다고 느꼈던 내부의 명도가 왠지 수긍되었다. 수미는 빠르게 납득하고는 생긋 웃어 보였다.

 "아, 정말요? 재밌는 카페를 여셨네요, 하하. 점은 어떻게 보는 건가요?"

 "호호호. 여기 뒤쪽 식음료 메뉴판에 같이 적혀 있으니 한번 찬찬히 보세요. 관상도 보고, 타로도 보고, 손금도 조금 볼 줄 압니다~ 호호호."

 중년 여성의 터번 너머로 천장에서 매달려 있는 메뉴판에서 수미는 음료와 종류와 가격이 적힌 리스트 옆에 정말 점보기에 대한 옵션과 가격이 적힌 리스트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냥 아이스 아메리카노 작은 거 하나만 할게요."

 수미는 점을 본다는 것에 호기심이 생겼다. 평소에 이런 것을 믿는 타입이 전혀 아니었지만, 동생이 죽은 사건 이후로 그 충격으로 수미의 피아노 연주 실력이 많이 반감되었다. 그 뒤로 마음을 추스르고 연습에 매진하여 실력을 다시 성장시키고 있긴 하지만 아직 자신이 미래에 정말 괜찮은 피아니스트가 되는지 종종 걱정되곤 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술기운이 아직 남아 있는 마당에 웬 낯선 사람과 마주 보면서 아무렇지 않게 자신에 대해 얘기하는 것도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수미는 커피 계산만 끝내고 근처의 자리로 가 주문한 커피가 나올 때까지 앉아 기다리기로 했다.

 자리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다가 카페의 조금 더 안쪽에 배치된 방 중 한 방을 보게 되었다. 몇 개 되지 않는 여느 방과 마찬가지로 아치형의 입구를 가진 구조였으나 그 방은 다른 방들과는 다르게 커튼이 쳐져 있었다. 성인의 허벅지 중간 정도 되는 높이까지 드리워져 있는 커튼의 아래로 은은한 주황빛의 조명이 네모나게 깔려 있었다. 소곤소곤 소리가 들리는 것이 사람들이 이미 들어가 있는 모양이었다.

 '커튼까지 달려있네.'

 수미는 방의 구조가 꽤 비밀스럽다고 느껴졌다.

 '어지간히 신경 썼어. 무슨 얘기를 해도 새어나가지 않겠는걸.'

 동시에 그 밀폐성이 꽤 마음에 든다고도 생각했다.

 갑자기, 왠지 모를 불안감이 거대한 파도처럼 수미를 엄습했다. 수미는 눈을 홉뜨며 제 몸을 움켜 안고 고개를 숙였다. 하나 뿐인 자매가 죽던 밤, 그녀의 마지막 모습이 떠오른 것이었다. 그날 대화를 하던 도중 갑자기 시작된 소나기로 수미는 비에 홀딱 젖은 상태였다. 그리고 겁에 질린 수미가 난간도 제대로 설치되어 있지 않은 귀퉁이로 주춤거리며 다가가 밖으로 천천히 고개를 내밀었을 때, 저기 아래쪽으로 팔다리를 아무렇게나 팽개친 채 누워 있는 수연의 실루엣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마치 일과를 마치고 귀가 후 고단한 몸을 침대 위에 던진 듯한 일상에서 쉽게 볼 법한 자세였다. 그곳이 장대비가 내리는 야외의 맨바닥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말이다.

 "호호호. 여기 주문한 커피에요. 원래 손님이 가져가야 하는 건데, 아가씨가 예뻐서 오늘 특별히 갖다주는 거야."

 까랑까랑한 중년 여성의 목소리에 수미는 재빨리 현재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녀는 대충 감사를 표하며 커피를 받았다. 수미 자신은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중년 여성은 떨림이 채 가시지 않은 그녀의 손짓과 불안한 눈빛을 놓치지 않고 관찰하고 있었다.

 커피를 받아든 수미는 곧바로 한 모금 마셨다. 쌉싸름하고 깊은 풍미의 아이스 커피가 식도를 타고 넘어가자 꽤 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술기운을 몰아내기엔 부족했다. 수미는 다시 한번 한 모금을 마시기 위해 커피를 다시 들었다. 그런데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응?'

 커피를 건네주고도 중년 여성이 움직일 기미가 없자, 수미는 의아하여 그녀를 쳐다보았다. 수미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중년 여성은 기다렸다는 듯이 씩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아가씨, 평소에 남을 잘 안 믿고 걱정이 많지?"

 다 안다는 듯한 말투. 수미는 생각했다.

 '지금 나한테 점보지 않겠냐고 영업 거는 것 같은데. 하하, 참.'

 취한 기운 때문인지 수미는 중년 여성을 마주 보며 속에서 왠지 모를 오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먼저 말 걸었어. 내가 하자고 한거 아냐.'

 "하하, 글쎄요. 아닌 거 같은데. 그렇게 보여요?"

 중년 여성은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숙이며 수미에게로 얼굴을 더욱 가까이 댔다. 수미를 마주보는 중년 여성의 눈빛은 꽤나 매서웠다. 짙은 보라색의 아이라인이 여성의 눈매를 더욱 강조하고 있었다.

 "그럼~ 게다가 속에는 열이 많은 체질이라 다 풀고 살아야 후련할 텐데, 숨기는게 많아 답답하겠네. 얼굴에 가면을 쓰고 있어."

 순간 수미의 눈이 조금 번득였다.

 

 

 2화 끝.

 
작가의 말
 

 즐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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