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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인류를 위하여>메이:밖으로 나간 여인
작가 : 쉼표
작품등록일 : 2022.6.3

인류 멸망 300년 후 살아남은 인류가 치열하게 계속해서 살아나가는 이야기입니다.
'<인류를 위하여>홍윤:조직을 버린 사내' 후속작으로 1년 뒤의 내용입니다.
전작을 읽지 않으셔도 큰 무리는 없으나 '인류를 위하여'라는 시리즈로 이야기를 계속 확장해 나갈 예정이니 전작을 읽어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5화. 민간인 의사
작성일 : 22-07-10 16:41     조회 : 164     추천 : 0     분량 : 5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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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은 오후, 건조한 날씨에 더위까지 곁들어지자, 마스크 안이 더욱 답답하게 느껴지는 듯, 시장길을 지나던 샤샤는 휠체어를 잠시 멈추고 마스크를 다시 고쳐 썼다. 그러자, 메이는 그런 샤샤를 뒤늦게 발견하고는 걸음을 멈추고 얼른 뒤돌아 샤샤에게 다가갔다.

 “저 혼자 갔다 와도 된다니까요.”

 미안한 듯 말하는 메이를 보며 샤샤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교단에만 있어서, 저도 답답해서 따라 나온 거예요.”

 “같이 시장을 보러 와준 보답이니까, 이번엔 정말 거절하지 마세요.”

 메이가 샤샤의 뒤로 와 휠체어를 밀어주자, 샤샤가 당황하며 말했다.

 “서, 성녀님! 이러시면 안 돼요! 제가 하겠습니다!”

 “Y로드의 기차처럼 휠체어도 자동으로 움직일 수 있으면 얼마나 편할까요?”

 일부로 자신의 말을 듣지 않고 딴소리를 하는 성녀를 보며 샤샤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시장 같은 건 그냥 다른 신자님들에게 시키세요.”

 “‘사제’도 아닌데 다른 신자님들에게 어떻게 시켜요. 그리고 오늘은 제 당번이니까, 제가 시장을 보는 것이 맞죠.”

 “교단, 보육원, 4 지역민 면담, 다른 지역 귀족들 접대, 작별식 등등 그렇게 바쁘신데 시장 당번쯤이야 미루셔도 돼요. 게다가 올해 홀리교 신자로 등재되신 지 10년째 되는 해잖아요. 사제가 되실 수 있는 자격을 갖추셨는데 사제나 다름없죠. 아, 사제 시험 준비는 하고 계신 거죠? 저야 성녀님이 바로 교주님이 되어도 된다고 생각하지만, 홀리교의 원로장로분들이나 보수파 분들이 곱게 봐주지 않으시니까 제대로 준비를-”

 말을 하던 샤샤는 갑자기 휠체어가 멈추자, 놀라 고개를 돌려 메이를 올려다보았다. 메이의 얼굴에 슬픔이 스쳤지만 이내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메이가 말했다.

 “저 같은 게 사제가 될 자격이 있을까요?”

 “네? 무, 물론이죠!”

 메이의 모습에 당황한 샤샤는 횡설수설하듯 얼른 말을 이어나갔다.

 “성녀님은 4 지역민들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분들에게 인기도 많으시고, 매일 성실하게 교단의 일에 참여도 하시고…. 친절하시고, 그리고…. 무엇보다 바람의 기적을 일으키셨잖아요.”

 “바람의 기적…. 그게 없었으면…. 성녀가 될 수도 없었고…. 사람들이 절 좋아해 주지도 않겠죠….”

 성녀의 눈에 다시 슬픔이 차오르자, 다시 다급히 말하려던 샤샤는 누군가 성녀를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아니, 성녀님을 이런 곳에서 뵙는군요.”

 마른 몸매에 눈빛이 날카로운 사내를 보자, 성녀는 놀란 듯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4 지역을 떠나신 것 아니었나요? 마셀 대위님?”

 “하하, 막 Y로드의 기차를 타려는데 국가정보국에서 다른 임무를 주어 여기에 더 남아있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고생하시게 됐네요. 건조하고 더운 여기보다는 1 지역으로 얼른 돌아가시는 것이 좋으실 텐데….”

 샤샤는 메이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다 평소처럼 미소지으며 말을 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여전히 불안한 듯 메이의 눈치를 보았다. 그러나 그런 샤샤의 걱정이 무색하게 메이는 마셀 대위와 웃으며 대화를 나누었다.

 “그런 곳도 매일 같이 있으면 지겨운 법이랍니다. 임무를 핑계 삼아 출장을 원하는 요원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임무라면 또 작별식이 있나요?”

 “아닙니다. 곧 출산 희망자들의 신청을 받을 기간이라 4 지역에 온 김에 4 지역 출산 희망자 조사를 마치고 오라고 하더군요.”

 “아…. 벌써 그렇게 되었군요.”

 하르마게돈은 인구 억제 정책 때문에 지역마다 정해진 인구수가 있었다. 그 숫자가 넘어가지 않게 조절하는 것이 국가정보국의 중요한 임무 중에 하였다. 정해진 숫자에 다다르면 출산을 모두 막았고 여유가 있다 싶으면 1년에 한 번씩 조사하는 출산 희망자 신청을 통해 통과된 사람만 출산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래서 운이 좋으면 자식을 몇 명씩 낳는 부모도 있었지만, 운이 나쁘면 한 명도 낳지 못하는 부모도 있다는 점이 계속 제기되는 문제점이었다. 그런데 굳이 운이라는 확률을 일부러 집어넣은 이유는 조작하기 쉽기 때문이었다. 뒷거래를 통하거나 사회적 헌신 도가 높은 사람들을 먼저 통과시켜주고, 평소 반(反)사상가적 기질이 있거나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은 제외해 버리니 평민들보다는 귀족들이 더 통과하기 유리하였다. 물론 백 퍼센트 다 뒷거래를 통한 것은 아니었고 그중에 일정 비율은 정말 운이 좋게 통과되기도 했다.

 “4 지역은 10년 전 사건 때문에 인구수가 다른 지역에 비해 인구수가 적으니 올해도 출산 희망자들이 많이 통과될 것 같습니다.”

 “10년 전 사건이라면…. 아….”

 샤샤가 혼자 중얼거리다, 이해한 듯 말하자 마셀 대위가 궁금한 눈치인 듯 샤샤를 바라봤다. 그러자 메이가 눈치를 채고는 말했다.

 “저와 함께 교단에서 생활하시는 홀리교 신자님이신 샤샤님입니다.”

 “아, 그렇군요. 국가정보국에서 일하고 있는 마셀 대위입니다. 저도 홀리교 신자이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마셀 대위가 홀리교의 문양이 새겨진 목걸이를 보여주자, 샤샤가 미소지으며 말했다.

 “성녀님께 대하시는 것을 보고 바로 알아차렸어요.”

 “다리가 불편하신 모양이군요. 혹시 바람의 기적 때 다치신….”

 “아뇨, 그땐 전 이곳에 있지도 않았어요. 2 지역 사람이거든요.”

 “2 지역 분이 이곳에서 신자로 생활하시는 겁니까?”

 마셀 대위와 같은 반응이 익숙한 듯 샤샤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어릴 적 사고를 당했을 때 몸보다 마음의 병이 더 크더군요. 그때 홀리교를 접하게 되었고 성녀님에 대해 알게 되어 무작정 이곳에 와서 생활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보니 벌써 몇 년이 지났네요.”

 “용기가 대단하시군요.”

 “하하, 다 성녀님 덕이에요. 성녀님이 이곳에서 자리 잡을 수 있게 많은 도움을 주셨거든요. 덕분에 몸은 다 낫질 못 했지만, 마음의 병은 다 치료가 되었답니다.”

 샤샤의 말에 마셀 대위가 감탄한 듯 메이를 바라보자, 메이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 그러다 마셀 대위가 헛기침하며, 조용히 메이만 들을 수 있게 조그마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큼, 아 저…. 이러면 안 되지만 혹시 주변 사람 중에 출산 희망자가 있으면 말씀해주십시오. 힘이 닿는 데까지는 통과가 되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큼큼.”

 말을 하고 마셀 대위가 얼굴을 붉히며 어색하게 헛기침을 하였다. 아마도 매사에 정해진 규칙대로만 일하던 마셀 대위가 처음으로 규칙을 위반하는 말을 하고 나니 민망한 듯하였다. 그러다 메이가 미소지으며 입을 열려다 시장 안이 소란스러워지자, 깜짝 놀라 재빨리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람들의 비명과 다급히 뛰어다니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 검은색 연기가 피어오르자, 마셀 대위도 놀란 듯 성녀의 앞을 막아섰다. 샤샤도 놀라 연기가 나는 곳을 바라보다가, 심각한 표정으로 그곳으로 뛰어가는 익숙한 얼굴을 보자, 얼른 큰 소리로 불렀다.

 “흐엉님! 야마다!”

 흐엉과 야마다는 전력 질주를 하다가, 샤샤가 부르는 소리에 얼른 고개를 돌려 쳐다보았다. 그러다 메이를 발견하고는 깜짝 놀라 방향을 바꾸어 메이에게 뛰어왔다.

 “무슨 일이에요? 흐엉님?”

 걱정스럽게 묻는 메이의 말에 흐엉이 더 놀란 얼굴로 말했다.

 “서, 성녀님이 왜 여기에? 다친 곳은 없으시죠?”

 성녀의 몸을 이곳저곳을 허둥지둥 살피는 흐엉을 보며 샤샤가 다시 물었다.

 “무슨 일이 있냐고 물으시잖아요?”

 “아, 아. 그게 저녁 장사 때문에 시장을 보러왔는데 근방에 불이 났나 봐요. 큰불은 아니지만, 혹시 도울 일이 있을까 뛰어가던 중이었어요.”

 “군에 신고는 했습니까?”

 처음 보는 마셀 대위의 물음에 흐엉은 경계하면서도 답을 해주었다.

 “네. 곧 구조대가 올 거예요. 일단 성녀님은 자리를 피하세요. 별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괜히 여기 계시다 다치시면 정말 큰 일이니까요. 그럼 전, 급해서 먼저 가보겠습니다.”

 흐엉과 야마다는 성녀에게 인사를 하고는 다시 불이 난 곳으로 전력 질주를 하며 사라졌다.

 “4 지역은 건조한 날씨 때문에 화재가 자주 난다고 하더니 사실이었군요. 일단 저분 말대로 자리를 피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마셀 대위가 메이에게 말했지만 메이는 듣지 못한 듯 우두커니 서서 하늘로 피어오르기는 연기를 멍하니 바라봤다.

 “저…. 성녀…. 님?”

 샤샤가 메이를 바라보며 걱정되듯 말을 걸었지만, 메이의 눈동자에 불길이 치솟는 모습이 비치더니 이내 메이는 의식을 잃고 쓰러져 버렸다.

 “성녀님!”

 자신이 휠체어를 타고 있다는 것도 잊은 체 몸을 날려 메이를 붙잡으려던 샤샤보다 마셀 대위가 한 발 더 빨리 움직여 쓰러지는 메이를 끌어안았다.

 “괘, 괜찮으십니까?” 성녀님?“

 마셀 대위가 놀란 눈으로 성녀를 조심히 흔들었지만, 의식을 잃은 메이는 눈을 뜨지 않았다.

 ”의, 의사. 4사단으로 모셔야겠습니다.“

 메이를 안아 올리며 마셀 대위가 말하자, 샤샤가 다급히 말했다.

 ”이곳에서 4사단까지 너무 멀어요. 시장 뒤편에 민간인 사설 병원이 있으니 일단 그곳으로 모시죠.“

 ”민간인 의사에게 성녀님을 맡기자고요?“

 마셀 대위가 못 미덥다는 듯 눈썹을 찌푸리자, 샤샤가 얼른 말했다.

 ”성녀님께서 평소에도 다니시던 곳이에요. 믿을만한 분이니 얼른 모시고 가주세요. 저도 곧바로 따라갈게요.“

 여전히 의심스러운 듯했으나, 샤샤가 독촉하자, 마셀 대위는 할 수 없이 샤샤가 알려준 병원으로 메이를 들쳐 앉고 뛰어갔다. 그런 모습을 샤샤가 걱정스럽게 바라보면서 자신의 휠체어를 끌려다 자신도 모르게 멈칫하였다. 그러다 자신의 두 다리에 시선이 가며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젠장…. 이 망할 다리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네.“

 휠체어 바퀴가 부서질 듯 꽉 쥐었던 샤샤는 심호흡을 크게 한 번 하고는 손에 힘을 풀며 바퀴를 굴리며 마셀 대위를 따라갔다.

 

 샤샤가 알려준 병원은 2층짜리 건물로 된 작은 병원이었다. 메이를 알아보고 병원의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으나, 그곳의 의사는 침착함을 유지하며, 재빨리 직원들에게 명령했다.

 ”1층은 모두 꽉 찼으니 일단 2층 병실로 옮기 세요. 환자를 알아본 사람들 모두 진정시키시고, 아! 일사병일 수 있으니 얼음도 준비해주시고요.“

 ”네, ‘번아’ 선생님.“

 

 원래라면 이런 사설 병원의 민간인 의사들을 잡아넣었겠지만 최근 들어 비공식적으로 민간인 의사들을 인정해 주는 분위기여서 크게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이상 눈감아주었다. 민간인 의사의 주요 고객층이 가난한 하층민이었기 때문에 군에서 귀찮은 일들을 떠맡긴 것이나 다름없었다.

 마셀 대위는 2층 빈 병실에 메이를 내려놓고 심각한 표정으로 진료를 보는 번아라는 의사를 경계하며 계속 주시하였다. 날렵한 턱선에 콧대가 높은 잘생긴 사내라서 그런지 의사라는 느낌보다는 한량 같은 느낌이 들어 가뜩이나 민간인 의사라 못 미더운데 더 경계가 되는 것이었다. 진찰을 마친 번아는 청진기에서 귀를 떼며 말했다.

 ”별다른 외상은 없고, 과로로 쓰러지신 것 같군요.“

 ”과로말입니까?“

 ”네, 최근에 잠도 제대로 못 주무셨거든요. 일단 안정제와 영양분 투입을-“

 ”당연히 모든 약은 W컴퍼니에서 판매하는 공인된 것으로만 사용하길 바랍니다. ‘의사’ 선생.“

 은연중에 의사라는 단에 힘을 주면서 비꼬듯 날카롭게 말하는 마셀 대위의 말투에 번아가 웃으며 말했다.

 ”W컴퍼니의 약품은 품질은 뛰어나나 너무 고가라….“

 마셀 대위는 번아의 말을 끊으며 자신의 신분증을 꺼내어 보여주며 말했다.

 ”국가정보국 소속 마셀 대위입니다. 돈 걱정은 하지 마시고 공인된 것으로만 쓰십시오. 괜히 개인적으로 제조한 불법 약물을 투입하다 잘못되면…. 뒷일은 감당하지 못할 겁니다.“

 무서운 눈빛으로 협박을 하자, 간호사들은 겁먹은 듯 주춤했으나, 번아는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으며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공인된 것으로만 하죠. 공인된 것으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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