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기타
나의 유치찬란했던 시절(1981~1987)
작가 : 레빈
작품등록일 : 2020.9.8

제가 요즘 여러가지 일이 겹쳐 심신이 말이 아닌데 며칠 전 잠자리에 누워 지난 일들을 생각해보니 그래도 고등학교 다닐 때가 제일 좋았던 것 같아 '이걸 글로 한 번 써 보면 어떨까?, 쓰다보면 기분도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남들 앞에 내어놓기에 심히 부끄러운 글을 치기어린 고딩 때의 마음으로 낯짝에 철판을 깔고 한 번 써보려고 합니다. 본시 글 쓰는 사람이 아니니 재미없더라도 크게 나무라진 말아주세요.

 
제 30화 : 훈련소에서의 첫날 밤
작성일 : 22-04-25 07:55     조회 : 163     추천 : 0     분량 : 4487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마침내 오랜? 백수생활을 청산하고 입대하기 위해 포항으로 떠나던 날, 처음으로 아들을 군대에 그것도 아픈 기억밖에 없는 해병대로 보내게 된 제 어머니의 '안 되겠다 싶으면 돌아오라'는 당부를 뒤로 하고 친구 몇 명과 함께 길을 나섰습니다.

 

  그다지 먼 길은 아니었지만 당시엔 교통편이 원활하지 못해 대여섯 시간이나 걸려 저녁 늦게서야 도착한 우리들은 포항의 번화가에서 식사를 한 후 곧장 숙소로 가기도 뭣해 가볍게 한 잔 하러 호프집으로 갔는데, 술을 시키자마자 우리보다 몇 살쯤 많아 보이는 아가씨 서너 명이 우리 테이블로 와서는 같이 합석해도 되겠느냐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살다살다 이런 경우는 처음 겪은 터라 모두가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다들 좋아라 하는 것 같아 일단 앉으시라고 한 후 대체 이들은 뭐하는 사람들인지 그 정체를 알아보러 유흥대장 상원이가 화장실에 가는 척하며 밖으로 나간 사이 벌써부터 몇몇 녀석들은 우리 또래와는 다른 이들의 세련된 매너와 말솜씨에 빠져들고 있었는데, 상원이가 돌아와서는 이들은 프로들이니 어디 가잔다고 넙죽 따라 가지말고 그냥 여기서 놀 수 있을 때까지 놀다 숙소로 가자는 것이었습니다. 병 걸리기 싫으면ㅋ...

 

  이렇게 해서 직업을 뭐라고 해야 할 지 애매한 누나?들과 밤 늦도록 논 우리들은 다행히 한 놈도 일탈하지 않고 무사히 숙소로 돌아와 잠들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다들 어떻게 절제했는지 용타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깬 우리들은 식사를 마친 후 정확히 몇 시인지 기억나진 않지만 특별히 할 일도 없어 시간보다 일찍 모이라는 장소로 이동했는데 우리가 도착했을 무렵엔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민간인도 별로 보이질 않고 몇몇 군인들만 주변을 서성이고 있었습니다.

 

  이윽고 입대예정시간이 다가오자 우리를 인솔하러 온 듯한 군인 몇몇이 일정한 거리를 두고 도열하더니 정중한 말투로 "이제 입대하실 장병들은 배웅하러 오신 분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시고 앞으로 나와 도열해 주십시요"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그때까지도 여기가 입대장소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보내는 이도 떠나는 이도 무덤덤하기만 하던 곳이 갑자기 술렁거리기 시작하더니 이곳저곳에서 흐느끼는 소리와 함께 급기야는 통곡하는 사람까지 나오면서 이제 군인이 된다는 게 실감나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 입대할 사람은 저 혼자뿐이었던 터라 이런 분위기에 취해 지체했다간 마음만 뒤숭숭해지고 배웅하러 온 친구녀석들도 돌아가기가 만만치 않을 것 같아 조금이라도 일찍 들어가는게 낫겠다 싶어 어제 쓰고 남은 돈 이십 만 원을 총무 역할을 하는 상원이에게 주고서는 "나 간다. 너거들도 입대 잘 해라."라고 말한 후 사람들 틈을 헤집고 집합장소로 뛰어 들어갔습니다.

 

  곧이어 입대시간 5분 전을 알리는 소리가 들리고 이제 대부분의 장병들은 대열에 합류해 인솔자들의 통제에 따르기 시작하는데 몇몇 애인과 같이 온 녀석들만은 아직도 합류하지 않고 버티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마침내 가입소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싸이렌 소리가 울리고 우리들을 인솔하러 나온 소대장 - 나중에야 알게 되었는데 이들이 바로 우리들을 가르칠 교관,즉 해병대 DI들이었슴 -들은 태도를 돌변해 그때부터 온갖 쌍욕을 퍼부어대며 어느 누가 보건 말건 우리들을 굴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는 아지랑이가 피어나는, 어디가 끝인지조차 구분하기 힘든, 아스팔트로 포장된 오르막길을 오리걸음으로 걷게 해 어딘가로 데려가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입대한 첫 날 이곳저곳으로 끌고다니며 각종의 체력단련을 가장한 얼차려와 차마 여기에다 옮겨놓기 힘든 욕설로 혼을 빼 놓더니 그날 밤 기진맥진해 있던 우리들에게 바리깡 두 대를 던져 주며 내일 아침까지 모두 빡빡 밀라고 하는 겁니다. 그런데 어디 이발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재주로 서로의 머리를 깎아주다 보니 급기야 나중에 깎은 녀석들의 머리는 바리깡의 날이 무뎌져 반은 깎이고 반은 뜯겨 쥐파먹은 머리가 되고 말았는데... 아침에 기상나팔 소리와 함께 일어나 서로의 머리를 확인해 보곤 얼마나 웃기든지ㅋ

 

  그후 대략 2~3일간을 환복도 하지 않고 그런 식으로 옮겨다니며 신체검사를 다녔는데 그때마다 탈락자가 나와 집으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그럴 때면 으례히 우리들을 향해 지금이라도 괜찮으니까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사람은 나오라는 겁니다.

 

 사실은 저도 그 말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이 머리를 해 가지고 돌아갈 생각을 하니 입대한다고 포항까지 따라 왔었던 친구들과 장손 군대 간다고 없는 형편에도 물적?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던 친척 어르신들, 또한 좁디좁은 고향바닥에서 군대간다고 껄렁거리며 다닐 때 마주쳤을 학교 선후배를 비롯 저를 아는 수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비아냥대고 놀려댈지 불을 보듯 뻔해 쪽팔려서 못 가겠더군요.ㅋㅋ

 

 아무튼 이렇게 해서 '신체검사'하는 기간 동안의 과업을 통해 의지박약아들을 걸러낸 후 군복으로 갈아 입혀 우리들을 군인으로 개조시켜 가는데...

 

 그 때 우리가 받았던 모든 걸 다 쓸 수는 없으므로 개인적으로 인상에 남아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몇 가지를 쓰자면...

 

 먼저 우리들을 제일 빡치게 했던 건 수많은 욕지꺼리 중 '개 X에서 태어난 새끼들'이란 욕이었는데 다른 건 몰라도 엄마를 욕보이는 건 정말 참기 어려워 급기야 대드는 녀석들도 있었지만 이런 것도 훈련의 일환이란 걸 알고부터는 참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생각해 보십시요.만약 당신이 포로가 된다면 무슨 말을 들을지...)

 

  둘째로 우리가 입대했던 날짜가 12월 말이었는데 그 해 겨울이 1900년대들어 두세 번째로 추웠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그 때 입대한 우리들은 거의 매일 밤마다 비상훈련이란 명목으로 일명 '빵빠레'라 불리는 빤스바람으로 총검술, 포복, 태권도, 각종의 얼차레 등의 인내심과 체력을 기르는 훈련을 받았는데 그중에서도 압권은 소방호스로 물을 우리들을 향해 쏘는 거라 그것을 맞으면 온 몸이 뒤로 밀려날 정도로 압력이 셌습니다. 한 번은 그걸 얼굴에 맞은 적이 있는데 정말 숨을 못 쉬겠더군요. 호기심에 이런 훈련을 몇 번 했는지 세어 본 놈이 있었는데 무려 79번을 했다더군요.

 

  그런데 정작 견디기 힘든 건 이런 게 아니라 빤스바람을 시켜놓고 양동이에 물을 담아 손가락으로 조금씩 뿌려주는 것인데 그게 살을 에이는 듯한 게 훨씬 더 견디기 힘들더군요. 한 번은 야간급속행군을 하다 산 속에서 나체바람을 시켜놓고 수통의 물을 꺼내 뿌리는데 이야! 이건 정말이지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날이 제 생애 최초로 코피가 터진 날인데요. 그렇게 야간급속행군을 마치고 06쯤 모두가 잠자리에 들었는데 하필이면 그때 제가 중앙현관 근무라 워커도 풀어보지 못하고 꼬박 두 시간을 단독군장을 한 채 열중쉬어 자세를 취하고 있다보니 어느 순간 코에서 뭐가 흘러내리는데 그게 피더라고요.ㅠㅠ

 

 게다가 제가 눈치가 없어 우리 소대 1번이 됐는데 이건 뭐 말 그대로 1번이었습니다. 맞는 것도 1번 (어떨 때는 저만 맞고 끝나는 날도 있었습니다.), 심부름도 1번, 얼차레도 1번, 그리고 1번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막중한 임무가 있었는데 야외훈련 나가면 소대장 옆에서 칼바람을 막아주는 일이었습니다. 흐흐흑

 

 셋째로 기억에 남는 건 사격이었는데 그당시 제 시력이 짝눈에 0.1, 0.2였습니다. 사실 엄격하게 시력검사를 했더라면 저는 무조건 집으로 돌아와야 했을 겁니다.

 그런데 저는 용케도 살아남아 그때 있었던 일들을 회상하고 있으니...

 그때 제가 어떻게 했냐면 제 차례가 오기 전에 시력검사표를 모조리 외웠습니다.ㅋ

 그게 가능하냐고요? 간절하면 됩니다. 집에 돌아 갈 걸 생각하니 도저히 쪽팔려서 안되겠더라고요.ㅎㅎㅎ

 

  어쨋든 이렇게 해서 시력검사를 무사히? 통과한 저는 사격훈련에 대비해 안경을 몰래 가지고 갔지만 사격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얼차레를 받다 그만 부러지는 바람에 맨눈으로 사격을 했다 겨우 4발만 맞춰 빠따를 16대씩이나 맞아야 했습니다. (그 시절 사격장 군기는 대단해 중대장이 직접 1발에 1대씩 못 맞춘 갯수대로 빳다를 쳤음)

 

  기왕에 사격얘기가 나왔으니 덧붙이자면 이 때의 경험으로 위로휴가 나왔을 때 렌즈를 맞춰 실무에서의 사격에 임했는데 이건 또 너무 잘 맞춰도 문제더구만요.

 아! 글쎄 제가 실무에 배치받고 첫 번째로 한 야간사격에서 10발 중 10발을 맞추지 않았겠습니까?

 

 그러자 우리 중대에서는 난리가 났습니다. 그날 야간사격에서 만발을 쏜 사람이 저격병교육을 이수한 병장 두 명 밖에 없었는데 신병이 그것도 훈련소에서 20발 중 겨우 4발 밖에 못 맞춘 놈이 달빛 하나 없는 칡흙같은 야밤에 만발을 쏘았으니 말입니다.

 

  중대장이 직접 제 이름을 호명해 일으켜 세우더니 '인간승리'라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늘어놓는데, 와! 미치겠데요. 낯뜨거워서. 사실대로 말할 수도 없고...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 싶어 부대로 돌아와 저를 담당하고 계시던 해병님께 사실대로 말씀드렸더니 환하게 웃으시며 "괜찮아! 너 인간승리자 맞아. 다 알고 있어. 너 밤마다 몰래 나가 세면장에서 렌즈 닦는거. 힘들지. 쫄병 땐 다 그런거야!" 하시며 격려해 주시는 것이었습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34 제35화 : 군대시절 재밌었던 몇 가지 일들 2022 / 5 / 1 166 0 3174   
33 제31화 : 훈련소에서 겪은 아찔했던 순간 2022 / 5 / 1 171 0 2170   
32 제 30화 : 훈련소에서의 첫날 밤 2022 / 4 / 25 164 0 4487   
31 제 29화 : 백수탈출,마침내 입대하다.그러나 2022 / 2 / 11 396 0 1961   
30 제 28-2화 : 태풍 오는 날, 지리산에 오르다 2020 / 11 / 10 363 0 10464   
29 제28-1화 : 태풍 오는 날, 지리산에 오르다 2020 / 10 / 31 358 0 4446   
28 제 27화 : 한산섬 수루에 앉아 느낀 소회 2020 / 9 / 30 348 0 1742   
27 제 26화 : 졸업식 날에 있었던 일 2020 / 9 / 29 346 0 2339   
26 제 25화 : 2000점 고수에게서 당구를 배우다 2020 / 9 / 29 340 0 4237   
25 제 24화 : 학력고사와 입학원서 2020 / 9 / 23 356 0 1656   
24 제23화 : 수영 시합 하다 죽을 뻔한 사연 2020 / 9 / 23 338 0 2285   
23 제 22화 : 괴짜친구가 낭만을 버리게 된 이유 2020 / 9 / 23 356 0 1353   
22 제 21화 : 시인 나태주와 제 고무부 박태주 2020 / 9 / 22 329 0 2507   
21 제 20화 : 우리에게 감동을 주었던 친구 2020 / 9 / 22 344 0 4078   
20 제19화 : 우리에게 큰 웃음을 주었던 친구 2020 / 9 / 22 340 0 5163   
19 제18-2화 : 미모의 여학생의 등장과 추남(추파… 2020 / 9 / 20 352 0 2857   
18 제18-1화 : 미모의 여학생의 등장과 추남(추파 … 2020 / 9 / 20 346 0 3166   
17 제17화 : 자칭 '마산고 일진'과의 대결 2020 / 9 / 20 341 0 2154   
16 제 16화 : 유흥대장친구와 페스티벌 2020 / 9 / 20 338 0 2454   
15 제15화 : 19금 영화를 단체관람?하다 2020 / 9 / 20 345 0 1926   
14 제14-2화 : 촌놈들,난생 처음 서울 가다 2020 / 9 / 20 336 0 1775   
13 제14-1화 :촌놈들, 난생 처음 서울 가다 2020 / 9 / 18 345 0 2688   
12 제 13화 : 너의 장래희망은 무엇인가? 2020 / 9 / 18 347 0 1839   
11 제10화 : 친구녀석의 '죽지 못해 결혼'… 2020 / 9 / 18 337 0 3916   
10 제9화 : 나를 비추는 거울 2020 / 9 / 18 353 0 1830   
9 제8-2화 : 선생인가?, 깡패인가? 2020 / 9 / 18 343 0 1392   
8 제8-1화 : 선생인가?, 깡패인가? 2020 / 9 / 18 344 0 2386   
7 제7화 : 첫 소개팅의 아픈 기억 2020 / 9 / 18 362 0 2971   
6 제6화 : 내가 교회에 다니게 된 이유 2020 / 9 / 18 343 0 3147   
5 제5화 : '한산대첩축제' 때 있었던 일 2020 / 9 / 18 355 0 1366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