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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하얀 달, 메아리
작가 : r라
작품등록일 : 2022.2.2

젊은 농사꾼 수여리. 하늘에 떠 있는 붉은 달을 발견했다.

강가에 빠진 자신의 반려동물 황순이를 구하기 위해 뛰어든 순간, 다른 세상으로 떨어져 버렸다.

그 곳은 밤하늘에서나 볼 수 있었던 달이었다.

 
17.
작성일 : 22-04-04 14:20     조회 : 197     추천 : 0     분량 : 4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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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야, 여긴….”

 

 여리는 사방을 둘러보았다. 분명 자신은 첸과 함께 말을 탄 채로 블러드들을 뚫으며 달려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순간 시끄러운 이명 소리 때문에 잠시 눈을 감았다 뜨니 주변 환경이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첸도 없고, 다른 이들도 없고, 블러드 또한 없었다.

 

 자신의 발 밑은 파랗고 투명한 바닷물이었고, 그 물은 따뜻했다. 잔잔하게 일렁이는 바닷결이 여리의 발 밑에서 소심하게 춤추듯 일렁거렸다. 휑하게 뚫린 공허한 이 공간에 본인 혼자만 덩그러니 서있었다. 방금전까지 목숨을 걸고 사투를 벌이던 전쟁통과는 거리가 먼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안녕, 가이아의 아이.”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려보니, 키 큰 누군가가 서있었다.

 

 “...첸?”

 

 여리의 눈에 들어온 것은 첸과 무척이나 닮은 한 남자였다. 꽤 가까운 거리였음에도 불구하고 순간 첸과 헷갈릴 정도였다. 머리모양이 다르지 않았더라면, 첸이라 생각할 정도였다.

 

 “닮았지? 신기하게도 그 아이는 정말 나랑 똑같더라고.”

 

 어깨를 으쓱거리며 한 손으로 자신의 왼 뺨을 어루만졌다.

 

 “… 당신은 누구예요?”

 

 대답을 들어도 알 것 같았다. 아니라고 하기엔 그를 너무나도 빼다 박은 얼굴이니. 그리고 돌아온 대답은 역시나 예상했던 대답이었다.

 

 “알프, 비센 알프.”

 “비센… 역시 첸과 댄의 조상인가요?”

 “그 아이들이 내 후손이라고 하기엔 내가 낳은 애들도 아니고, 게다가 너무 긴 세월이고, 세상이 한 번 뒤바뀌기도 했지만….”

 “했지만?”

 “내 피를 가지고 있으니 엄밀히 따지자면 조상에 가깝다고 해두지.”

 

 조상이면 조상이지, 가깝다는 건 또 뭐야?

 

 “미안해. 아사나와 메아리… 아니, 우리들 싸움에 끼어들게 해서.”

 

 그의 말에 여리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싸움이라니?

 실상 메아리의 힘을 빌려 권력을 쥐고 있는 것은 제느가 아닌가. 그렇다면 둘은 적이 아닌, 상생의 관계와 같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아사나의 권력욕 때문에 블러드의 저주가 생긴 것이 아니야. 메아리의 호기심 때문이지.”

 “제느 티트리라는 책에선 분명 ‘아사나’의 권력욕 때문에 저주가 생긴거라고 했어요. 게다가 메아리는 이 곳의 신이잖아요. 신의 호기심 때문에 저주가 생겼다니….”

 “신?”

 

 순간 그의 분노 어린 눈이 여리를 쏘아보았다. 예상치 못한 반응에 여리는 당황했다.

 

 “아니, 여기에선 모두 메아리를 신이라며 엄청 숭배하고 있잖아요. 제느의 힘도 메아리가 하사했다고 전해지고 있고, 실제로 제느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특별한 힘을 쓸 수 있으니까…”

 

 그저 여기에서 보고 들은 데로 읊은 것 뿐인데, 왜 구차하게 변명까지 늘어놓아야 하는지. 내심 억울했지만 그의 눈빛에 압도당해 버린 상태라 열심히 알프의 눈치를 살폈다.

 

 “유를 무로 만들고, 무를 유로 만든다는 점에선 신이 맞겠지. 메아리는 이 세상에 있는 것만큼은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는 우리나 아사나와는 본질 자체가 달라.”

 “본질이라면… 인성을 말하는 건가? 그 여자 탐욕이 어마무시하다고 전해지고 있으니…”

 “아니야! 그녀에게 그런 추잡스러운 건 없어. 애시당초 아사나가 잘못된 선택을 하게 만든 장본인은 메아리였어. 제발 순수한 그녀를 그런식으로 말하지마.”

 

 알프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아사나를 사랑했다. 그리고 그 감정은 현재진행형이라는 걸 그의 표정이 대신 말해주고 있었다.

 

 “전부 내 탓이야. 그녀가 그렇게 된 건…”

 “저기요, 아까부터 그쪽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잘 되지 않아요. 뭔 개소리인지.”

 

 여리가 말하자, 발 밑이 지진이라도 난 것 처럼 흔들리기 시작했다.

 

 “뭐, 뭐야!”

 “꺼지라는 거겠지. 메아리는 날 굉장히 싫어하거든.”

 

 알프가 그렇게 말하자, 맑기만 했던 주변 환경이 점점 흐릿하게 변해갔다.

 

 “말 끝나기 무섭게 시작하네.”

 

 알프는 열에게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왔다. 고작 한 발자국이지만,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거리로 좁혀졌다.

 

 “그래도 다행이야. 아사베… 네가 다시 이 곳에 돌아온 덕분에 내가 제느의 정신에 들어올 수 있었어.”

 “아사베?”

 “고마워. 그리고….”

 

 알프는 여리의 뒷편을 바라보며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갔다. 이내 여리를 지나쳤고, 여리 또한 그의 자취를 따라 고개를 돌렸다. 알프의 뒷모습 너머로 익숙한 모습이 보였다. 윤기나는 황갈색 털을 가진, 여리에겐 이미 가족이나 다름없던 황순이였다.

 

 “황순이?”

 

 황순이는 여리를 빤히 바라보았다. 늘 촉촉했던 눈매는 무미건조하게 말라 있었고, 마치 여리에게 무언가를 말하고 싶다는 양 입을 뻐끔거렸다.

 

 “같이 못돌아가서 미안하다고 말하고 있어. 그간 먹여주고, 재워줘서 고마웠다고 전해달래.”

 

 알프는 황순이의 말을 대변하듯 말했다.

 

 “그게 무슨… 아니, 그보다 소 말을 알아 들어요?”

 “생명이 다한 것과는 소통할 수 있으니까. 아사베의 생명도 이제 정말 끝나버렸어.”

 

 알프는 애잔한 얼굴로 황순이의 이마를 쓸어내렸다.

 

 여리는 머리속이 복잡했다. 갑자기 바뀐 풍경도 아직 이해가 되지 않는데, 비센의 조상으로 추측되는 이상한 남자가 아사나와 메아리는 싸움을 하고 있다 말하고 있고, 몇 년을 키운 자신의 황순이를 보며 ‘로하’의 어머니 ‘아사베’라고 주장하고 있다.

 

 분명 말같지도 않은 소리가 분명했지만, 순간 여리의 뇌리에 첫 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여리와 황순이가 빠진 강가쪽은 여리가 황순이를 데리고 자주 산책을 다니던 곳이었다. 아이큐가 낮다고 한들, 분명 낯선 곳은 아닐텐데도 그 날 따라 황순이는 강가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생전 보이지 않던 눈물을 흘리며…. 그리고 갑자기 강가에 뛰어들었다.

 

 등골이 서늘했다. 전부 말도 안되는 헛소리라고 하기엔, 황순이의 그 행동들은 확실히 이상했다.

 

 “미안하다. 내가 메아리나 아사나처럼 힘이 있었더라면, 너의 모습이라도 찾아 주었을텐데. 이런 미물의 모습으로…”

 

 알프의 말에 황순이의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졌다.

 

 “이봐요. 아까부터 알 수 없는 말만 하지 말고 좀 알아듣게 설명을 해봐요! 황순이가 어떻게 아사베라는 거예요? 그 여자는 저번 저주에서 분명 죽었다고-!”

 “아사베는 블러드의 저주로 죽은 것이 아니었어. 저주를 풀기 위해 다른 방법을 쓴거지.”

 “… 다른 방법?”

 “사실 아사베는 자신의 마지막 저주에서 모든 것을 끝내려고 했었어. 너처럼 몰래 검은 머리의 인간 또한 동행 시켰지. 그 전 모든 여왕들이 그랬던 것처럼 검은 머리가 있어야만 저주를 풀 수 있다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훗날의 권력을… 자신의 딸의 미래를 위해서 아사나와 메아리에 대한 진실을 밝히진 않았어.”

 “어찌되었던 결국은 또 같은 이유…”

 “난 이해해. 자손을 가진 사람으로써. 그녀 또한 ‘엄마’ 였으니까. 어떤 가문에게도 말하지 않고 혼자서 저주를 끝내려고 했었지. 손에 쥔 권력을 유지하려면 본인들의 수치를 드러낼 순 없었으니까. 사실 ‘메아리’ 라는 신에게 힘 따윈 부여 받은 적 없었고, 그렇게 경멸하던 아사나의 후손이었으며, 근본의 시작이 본인들에게 있었다고 하면, 제느는 백성들에게 처참한 꼴로 죽을 게 뻔하니 말이야.”

 

 모녀자전인가. 로하 또한 비슷한 이유를 가지고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한.

 

 이 얼마나 이기적인 족속들인가?

 

 “역겨워.”

 

 여리는 빠득 소리가 날 정도로 이를 갈았다. 여리의 말에 알프는 아무런 동요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잠깐동안 침묵하며 그녀와 눈을 맞출 뿐이었다. 이내 다시 말을 이었다.

 

 “… 하지만, 아사베 또한 알지 못하고 있었어. 메아리로 건너온, 검은 머리 인간일지라도… 메아리의 아이라는 걸. 결국 너희 검은 머리 인간들은 가이아의 자손일지라도 환생의 윤회 속에서 길을 잃은 인간들. 가이아의 보호에 벗어난 인간이기에 메아리가 함부로 할 수 있는 범위에 있기도 하거든.”

 “메아리의… 아이? 잠깐만. 그러니까.. 지금까지 왔던 검은 머리 사람들은 전부 죽은 거라는거야?”

 

 여리는 온 몸에 피가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그래. 블러드의 저주에서 생겨난 균열에 들어온 너희들은 결국 메아리의 자손과 같아. 그 존재들은 결국 메아리의 농락에 벗어날 수 없지. 아사베는 그걸 살아 생전 마지막 날에 깨달았어. 윤회로 돌아가려는 순간, 아사나와 닿았거든. 그간의 제느들은 닿지 못했던 것에 아사베는 닿은거지. 그리고 깨달았어. 아무리 발버둥쳐도 결국 메아리가 원하는 대로 흘러갈 수 밖에 없다는 걸. 복잡하게 만들어져 있어도 결국 그 끝은 메아리의 장난질이라는 걸. 찰나의 순간 아사베는 도박에 모든 것을 걸었어. 저주를 풀 수 있는 모든 방법이 메아리의 통치 하에 가려져 있다면, 메아리가 함부로 잠식할 수 없는 검은 머리 아이를 데려와야 겠다고. 메아리의 힘이 아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아사나의 힘으로. 설령 그것이 나처럼 순리를 어긋나는 일일지라도 말이야.”

 

 여리는 온 몸에 피가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싸늘하게 변하는 자신의 손 끝을 바라보았다.

 

 “아사베는 성공했어. 소의 몸으로 들어갈 줄은 그녀도 몰랐지만, 결국 너희의 세상에 들어갔고, 가이아의 자손인 너를-.”

 “기가 막히네. 그니까, 니들 개싸움에 나를 희생 시켰단 소리 아니야? 그럼 나는? 나는 못돌아 가는 거야?”

 “아니. 돌아갈 수 있어. 넌 아직 가이아와 아사나의 보호를 받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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