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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한식에 반하다
작가 : 씨큐씨큐
작품등록일 : 2022.1.4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요식업계 일인자를 꼽으라면 단연 백한식으로 통한다.
백한식은 신이내린 미각과 특출난 미모 덕에 스타덤에 올랐을진데.
그만 코로나 후유증으로 미각상실이 오고야 말았다!
절대미각을 잃고 언론을 피해 시골로 숨어들어 은둔생활을 시작한 백한식,
동네 중국집 딸내미 정다은에게 그만 정체를 들키고 만다?
여기 본격 먹방 로맨스가 시작될지니.
배고픈 자여, 당장 클릭을 멈추라.

 
생일 축하 합니다
작성일 : 22-03-17 11:11     조회 : 187     추천 : 0     분량 : 6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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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똑똑.

 

 백한식의 자동차 유리창에 누군가 노크를 했다.

 정상덕이 근처 패스트푸드 점에서 포장해온 햄버거를 안고 서 있었다.

 

 “아…, 아버님 오셨습니까.”

 

 한식이 차량의 잠금을 해제하자 조수석에 상덕이 올라탔다.

 

 그 놈의 코로나 때문에, 어차피 정다은이 깨어나서 일반병실로 옮겨지지 않으면 아무도 면회를 할 수 없었다.

 헌데 매일같이 백한식이 병원으로 출퇴근을 했으니. 한식을 실제로 만나보고 싶어서 찾아오는 팬들 때문에 업무가 마비된 병원 측에서 한식의 출입을 금지해버렸다. 그 뒤로 병원 건물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차 안에서 70시간가량을 버티고 있는 백한식.

 샤프하고 완벽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거칠게 자란 수염과 푸석한 피부, 주름이 잔뜩 잡힌 중식대첩 독도 유니폼 차림의 한식이었는데.

 

 상덕은 엉망으로 흐트러진 백한식을 바라보며 측은한 표정을 지었다.

 

 “…밥 뭇나?”

 “….”

 “무라.”

 

 상덕이 햄버거 포장을 내밀었으나 백한식이 고개를 저었고.

 

 “괜찮습니다.”

 “마. 니 얼굴이 반쪽이다. 와이리 애볐노. 쫌 무라.”

 “….”

 “아따. 고집 씨다.”

 

 아무래도 먹으려 들지 않자, 상덕이 친히 포장지를 벗겨 백한식의 손에 들려줬고.

 

 그 햄버거는 우리가 친히 잘 아는 참깨빵 위에 순쇠고기 패티 두장, 특별한 소스, 양상추, 치즈, 피클, 양파까지 빠빠빠라빠…. 가 아니라 베이컨과 토마토가 얹힌 먹음직스런 신제품이었더라.

 

 한식은 말없이 받아든 버거를 식욕 없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미각을 잃은 뒤로 끼니를 거른 적 없던 그였는데…. 자꾸만 메이는 목에 음식을 집어넣을 기력이 없었으니.

 

 “….”

 

 상덕의 재촉에 못 이겨 햄버거를 한입 베어 물었으나 한식은 얼마 못가 가슴이 미어지는 얼굴로 고개를 떨구었는데.

 그 모습을 보던 정상덕이 긴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다은이 엄마가 아팠었디.”

 “….”

 “그 때 그런 생각이 들데. 내가 암 것도 몬해주는기 딱 빙시같드라고. 혼차 안달난 사람 맹키로 밸짓을 다 했다. 머 그란다꼬 병이 낫었겄나?”

 “….”

 “집사람이 그래 아파하는데, 의사덜이 그라는기라. 방법이 엄따고. 병원 와봐야 몰핀이나 쫌 놔주지, 치료는 몬해준다데. 한 번은 집사람이 간절히 말허길, 그냥 다은이캉 내캉 집에서 세 식구 온전히 같이 있다가 세상 뜨고 싶다캤는데…. 내가 그래 보내줄 수가 있겄나? 백번이고 천번이고 의사 붙들고 살려 달라캤다. 싫다는 다은이 엄마 끌고 여기저기 병원생활하다가…, 그렇게 보내뿟다.”

 “….”

 

 칠흑같이 무거운 침묵만이 대기 중에 가라앉았다.

 상덕은 축축해져가는 눈동자로 간신히 입을 열었다.

 

 “…내 하나만 묻자.”

 “…예.”

 “만에 하나, 정다은이 다시 몬 깨어나믄 어쩔끼고? 니 여서 평생 살끼가?”

 “예?”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깜짝 놀란 백한식의 동공이 잘게 떨려왔다.

 

 “언선시렵다. 니 이래 여서 기달리믄 정다은이가 벌떡 일어난다드나!”

 “….”

 “내도 백한식이가 깔삼허니까는 딸램이 허락한기지, 그 꼴로는 택도 없데이. 퍼뜩 가서 정다은이 깨나믄 뭐 해먹일지, 어데 놀러갈지 마카 정해두고! 으이? 까리하게 빼입고 기둘려야지 안캤나!”

 “….”

 “거 얼마 안 있으믄 아 생일인디 띠리하게 여서 기둘리지 말기로. 내 정다은이 요리 승낙한거 후회하기 전에 정신 똑띠 차리라 그 말이다!”

 “…죄송합니다.”

 “머가 그래 죄송하노.”

 “….”

 “…다은이 저래 된거, 니 탓 아이다.”

 “….”

 

 두 남자는 말없이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차창의 표면이 뿌옇게 흐려질수록 그 눈물줄기는 거세졌더라.

 

 ***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온 백한식은 무거운 몸을 이끌고 차가운 물줄기 아래 샤워를 시전했다.

 정수리로 쏟아지는 물방울들이 그의 검은 머리칼을 타고 흘러내렸는데. 시리게 차가운 물방울은 그의 잘뻗은 콧날로, 매끈한 턱선으로, 목덜미로, 쇄골을 미끄러지더니 탄탄한 가슴께를 지나 완벽하게 빚어진 복근으로….

 앗, 저 물방울은 샤워기에서 흘러나온 것이 맞는가?

 그의 슬픈 눈동자가, 그 감긴 눈이, 애잔하게 마음을 적셔왔고.

 

 온 몸에 물방울을 매달고서 거실로 향한 그의 눈앞에, 다은이 선물해준 복숭아 인형이 깜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자꾸만 떠오르는 정다은의 웃음소리, 요리할 때 보이던 그 초롱한 눈빛, 분홍 볼 위의 자잘한 솜털들, 칼질에 열중할 때 비죽 튀어나온 입술까지도. 백한식은 자신의 입술에 손을 갖다 대었다.

 

 귓가에 ‘아삭!’한 소리가 들려왔다.

 가슴속에서 수백만 송이의 복숭아꽃들이 만발했고.

 나비 떼가 날아들었다.

 

 처음 애봉리에서 마주쳤던 그 순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녀와의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나는…. 꼬봉을….’

 

 자꾸만 떠오르는 정다은.

 이 혼란의 감정은 어느새 가슴속에 열매를 맺었고, 그녀와 보낸 시간들은 제법 묵직한 열매로 커져만 갔는데.

 

 한식은 가슴속에서 피어오르는 아찔한 복숭아향기에 숨이 막히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눈앞의 복숭아 인형이, 테이블에 놓인 그 조그마한 존재가 그의 가슴을 뒤흔드노니.

 

 일순 백한식의 가슴 가득 펼쳐진 복숭아밭에서 농익은 복숭아들이 후두둑 떨어져 내렸다.

 복숭아 향기가 강력한 태풍을 맞은 듯 백한식의 몸 속에서 휘몰아쳤다.

 

 ‘…사랑한다.’

 

 ***

 

 인간은 의외로 단순한 구석이 있다.

 생각을 한다는 것.

 누구나 생각을 하지 않는가. 물론, 그 생각에 어떠한 정의가 내려지면 답은 두 가지다.

 행하거나, 행하지 않거나.

 생각을 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존재하기 위해 생각하는 것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백한식은 생각했다. 그리고 정의했다.

 정다은에 관한 자신의 마음을.

 

 “아, 사장님! 나오셨네요!”

 “사장님 괜찮으세요?”

 “사장님…?”

 “괜찮으신…, 사장님?”

 “….”

 

 오랜만에 레스토랑으로 출근한 백한식을 발견한 직원들이 허둥지둥 안부를 물어왔으나, 한식의 귀에는 가닿지 않았다.

 유난히 퀭한 얼굴을 한 백한식이 주방에서 열중한 채 무언가 만드는 것을 목격한 직원들은 조용히 주방을 빠져나왔더라.

 기사로 연인의 사고소식을 접한 터였다. 사장이 아무래도 큰 충격을 받았겠거니, 그들은 가게 정문에 [CLOSE] 팻말을 내걸고는 각자 집으로 돌아갔는데.

 

 백한식은 홀로 주방에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만들고, 또 만들고.

 시도하고 시도하고 거듭 실패하고 있었다.

 특별한 무언가를 위해…. 그렇게.

 

 ***

 

 신동철과 최향기가 카페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향기야, 그렇게 하기로 마음 먹은거야?”

 “…다은이 깨어날 때까지만 보류하는 것뿐이야.”

 “그게 다은이가 원하는 일이 아니어도?”

 “….”

 

 동철이 향기의 머리칼을 쓸었다. 그의 손길에 가만히 머리를 맡긴 향기가 조용조용 말했다.

 

 “다은이 보고싶다.”

 

 그녀가 간절한 마음을 담아 반지를 매만졌다.

 

 “나도.”

 

 신동철도 가만히 반지를 손끝으로 쓸었다.

 

 ***

 

 한식은 크림치즈 프로스팅을 휘젓다 말고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감지했다.

 부리나케 달려가 오븐을 열자, 푸쉬식 가라앉아 버리는 회심의 시폰케이크.

 오븐에서 부드럽게 풍겨오는 계란의 향. 불현 이유를 깨닫는 백한식.

 

 ‘머랭을 과하게 친 냄새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지.’

 

 달걀을 더 꺼내러 한 발 내딛다 말고 한식은 흠칫 놀랐다.

 

 ‘…냄새?’

 

 그렇다. 후각기능이 돌아왔다.

 그것도 한식이 본래 가지고 있던 아주 예리한 상태 그대로.

 긴장한 얼굴로 백한식은 눈앞에 놓인 반죽그릇에 손가락을 대었다. 소량의 반죽이 손가락 끝에 묻어 나왔고, 서서히 입으로 가져가는 한식.

 혀끝에 반죽의 차가운 온도가 닿는 순간.

 

 “!”

 

 반죽을 만난 혀끝의 미뢰세포들이 대뇌로 반죽의 레시피를 읊기 시작했다. 달걀 3알, 박력분 50g, 설탕 80g, 소금1g, 바닐라익스트랙 2g, 오일 25g, 우유 50g, 베이킹파우더 2g, 베이킹소다 1g….

 백한식은 조리대에 몸을 기댄 채 흐느끼기 시작했는데.

 

 ‘…이제 너만 돌아오면 돼. 꼬봉.’

 

 주머니에서 반지를 꺼내 움켜쥔 손이 간절함으로 떨렸더라.

 

 ***

 

 “자꾸 이러시면 곤란하다니까요!”

 “아, 그카지 말고 거 오늘 딸램 생일이니까능, 좋게좋게….”

 “경찰 부를까요?”

 

 성난 간호사의 얼굴을 본 정상덕은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딸 얼굴 보는 게 이리도 어려운 일이라니.

 힘없이 병원을 나서는 상덕의 등 뒤에 동철과 향기가 나타났는데.

 

 “아저씨! 오셨어요?”

 “아, 느그덜 다은이 보러 왔나? 내가 사정사정했는데도 소용없디. 생일이고 머고 절대로 안 된다카데.”

 

 상덕이 아쉬움에 찬 표정으로 힘없이 돌아서자, 동철이 반지를 낀 상덕의 손등을 꼬옥 붙잡았더라.

 

 코로나로 중환자실 면회가 금지된 이례,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도 보지 못 하고 허망하게 임종을 맞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병원 복도를 돌아 나오는 이들의 슬픔이 절망으로 번져갔는데.

 

 허나 실망하기엔 아직 이르다.

 난관에 봉착한 이들을 용사가 구원하리니.

 멀리서도 빛이 나는 백한식이 한 손에 케이크 상자를 엄숙히 쥔 채로 병원 정문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심각한 목소리로 누군가와 통화를 했는데.

 

 “네. 병원 앞에 도착했습니다. 지금 좀 뵙고 싶습니다만.”

 

 오늘따라 수트빨이 잘 받는다. 유독 멋진 모습으로 나타나는 바람에 병원 근방에선 백한식 떳다며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고, 건물 안에서도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잇달아 나와 구경을 했다.

 어랍쇼? 병원 안에서 나타난 한 무더기의 사람들은 단순한 팬이 아닌 것 같았는데. 중후하게 잘 차려입은 차림새의 몇 사람과 경비복을 입은 이들로 구성되어 있었으니.

 한눈에도 병원의 고위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이 한식에게 악수를 청해왔다.

 

 “반갑습니다. 이사장 나잘란 이라고 합니다.”

 “백한식입니다.”

 

 한식이 이사장으로부터 악수를 받았는데.

 

 ‘이사장이라니?’

 

 정상덕, 최향기, 신동철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이를 지켜보았고.

 

 “이야. 화면으로 뵐 때도 감탄했는데 실제로 뵈니까 정말 빛이 나네요. 안에 들어가서 말씀 나누실까요?”

 

 친절하게 안으로 손짓하는 이사장을 앞에 두고 백한식이 정상덕을 향해 외쳤는데.

 

 “아버님도 같이 가시죠.”

 “어? 으응.”

 

 얼떨떨한 대답을 하는 상덕의 뒤로, 동철과 향기에게도 눈짓을 하는 백한식.

 

 “다은이 보러 온 거면 따라 오지.”

 

 무슨 상황인지 몰랐으나 말없이 용자를 따라나서는 무리들.

 이사장의 안내를 따라 걷는 병원의 복도는 쾌적하고 아늑했다. 그 누구도 앞길을 방해하지 않는 탄탄대로였음이라.

 

 “여기서 준비 마치시는 대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편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시간 길게는 못 드리는 점, 양해 바랍니다.”

 

 이사장이 안내한 곳은 중환자실과 연결된 환복실이었다. 백한식이 손을 소독하고 멸균 장갑을 비롯한 보호대를 착용하는 모습을 보더니, 나머지들도 서둘러 면회 준비를 시작했다.

 최향기가 아리송한 얼굴로 물었는데.

 

 “대체 무슨 마법을 부린거야?”

 

 한식은 향기를 흘끔 보더니 무표정한 얼굴로 답했다.

 

 “기부 좀 했습니다.”

 

 신동철이 깜짝 놀란 목소리로,

 

 “기부? 기부하면 이렇게 들여보내준다고?”

 

 했는데 한식은 더없이 담담하게 답했다.

 

 “[돈에는 장사없다] 는게 제 아버지의 모토입니다. 2억 기부했더니 이렇게 이사장이 맞아 주네요.”

 

 2억. 용자의 능력에 새삼 감탄하며 무리들이 우르르 중환자실로 들어갔다.

 

 중환자실은 시간이 멈춘 듯 했고.

 차가운 공기와 낯선 기계음이 들리는 와중에, 산소 호흡기를 달고 있는 정다은이 아스라질듯한 모습으로 누워 있었다.

 이를 본 모두가 왈칵 눈물을 터뜨릴 때, 백한식은 주섬주섬 케이크 상자를 열었더라.

 

 “꼬봉, 생일 축하해. …케이크 만들어 봤어.”

 

 노랗고 동그란 케이크에 까만 제비장식이 올려 있었다.

 상덕이 애써 눈물을 닦더니, 케이크를 받아들고 말했다.

 

 “마, 생일 축하 노래나 함 부르고 가자.”

 

 - 생일 축하 합니다. 생일 축하 합니다. 사랑하는 다은이의 생일 축하 합니다.

 

 눈물어린 슬픈 곡조였다.

 

 - 움찔.

 

 놀란 최향기가 경기하듯 소리쳤다.

 

 “어? 방금! 다은이가!”

 

 모두가 숨죽여 정다은을 바라보노니, 다은의 눈이 스르륵 떠지더라.

 기적이었다.

 상덕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다은에게 다가섰다.

 

 “다은아! 내 알아보긋나?”

 

 다은이 느릿하게 눈을 꿈뻑이며 웃었으니. 향기와 동철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의료진이 다가와 다은의 상태를 체크하고 정상으로 돌아온 바이탈을 확인하매, 일반병실로 옮겨도 된다는 확인을 받았으니. 모두가 기쁨의 눈물을 흘림이라.

 기적이었다.

 

 ***

 

 중환자실을 벗어나, VIP 병실로 옮겨진 자리에서 비로소 제대로 된 감격의 재회가 시작 되었는데.

 상덕은 ‘이쁜 얼굴에 화상 안 입어가 참말 다행이디.’ 하며 연신 다은의 이마에 붙은 머리칼을 쓸어 넘겼고.

 최향기는 안경을 벗어 던지고 여태 속여 왔던 자신의 지난날을 고백했으며.

 신동철은 다은을 붙잡고 눈물바람을 하는 상덕과 향기를 추스르며 백한식에게 신호를 보냈으니.

 듣기 좋은 저음의 목소리가 다은의 귓가에 울렸다.

 

 “꼬봉.”

 

 아직 힘이 채 들어가지 않는 소리를 내며 다은이 ‘숙수님?’ 하고 호흡을 뱉듯 중얼댔고, 상덕과 향기가 다은이 편안하게 기대도록 상체를 높여주었다.

 부산스런 움직임이 멎고, 폭풍처럼 몰아치는 감정의 격변 속에 백한식이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침상에 성큼 다가섰더라.

 

 다은의 맑은 두 눈동자 가득 한식이 들어왔고. 직접 만든 생일 케이크를 보여주는 한식. 그가 내민 케이크의 모양을 알아본 다은이 자그마하게 웃었는데.

 모두가 한 마음으로 다시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

 

 - 생일 축하 합니다. 생일 축하 합니다. 사랑하는 다은이의 생일 축하 합니다.

 

 기쁨으로 가득한 노랫가락이었다.

 백한식은 다은에게 몸을 낮추며,

 

 “꼬봉, 뭔지 알겠어? …슬근슬근 톱질하세.”

 

 힘이 들어가지 않는 다은의 손에 케이크 칼을 쥐고 함께 톱질을 시작했다. 벌어진 박의 틈 사이로 보석이 와륵 쏟아졌는데.

 다은이 들릴듯말듯 ‘와아’ 라는 작은 탄성을 내뱉었으니. 백한식이 다은의 귓가에 속삭였더라.

 

 “금은보화 좋아하는 정다은. 나 은혜 갚으러 왔어.”

 

 쏟아진 보석 사이에서 반지를 집어든 한식. 다이아를 물고 날아가는 제비 형태의 반지였다.

 백한식이 반지를 보여주더니 나직이 말했다.

 

 “이제부터 내가 진짜 책임질게. 그러니까 내 옆에 있어줄래?”

 

 모두가 숨죽인 가운데, 다은이 숨찬 목소리로 가만가만 답했다.

 

 “…나, …숙수님 두고, …어디, …안 가요.”

 

 다은의 손가락에 다이아를 문 제비가 날아들었으니.

 비로소 계약이 종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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