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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
기억 저편에 있는 너.
작가 : 청아휘
작품등록일 : 2016.9.20

그 때에 관한 생각의 일부라도 절대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주인공 오혜연.
그러나 그게 쉽게 되질 않았다.
친한 친구의 강압(?)에 못이겨 동창모임에 나간 혜연은 잊고 살았던 그 날의 일을
기억하고 만다...

 
기억 하나
작성일 : 16-11-07 14:50     조회 : 354     추천 : 0     분량 : 5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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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기억 하나

 

 

 역시 가서는 안 되는 곳이었다.

 

 그 곳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피할 수 없는 굴레에 빨려 들어간 거나 다름없었다. 그걸 증명하듯 혜연은 요 며칠 잠다운 잠을 자지 못했다.

 

 꿈.

 

 그놈의 꿈이 문제였다. 어지간해서 꿈이란 걸 꾸지 않던 그녀가 이젠 별 잡다한 꿈을 꾸며, 놀라 깨기 일쑤였다.

 

 오늘은 쫓기기까지 했다. 뒤쫓는 자가 누군지도 모른 채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도록 도망쳤다. 갈비뼈 안 쪽에 있는 심장이 부풀어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았다.

 

 헉헉거리며 눈을 떴다. 젠장 할... 눈 뜨자마자 꿈인 걸 알고 그녀 입에서 터져 나온 신음과 같은 욕이었다. 도저히 적응이 안 됐다.

 

 휴대폰을 열어 시간을 확인한 혜연이 이번엔 후후~ 헛웃음을 뱉어냈다. 새벽 3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자정 넘어 겨우 잠들었던 것 같은데 벌써 눈이 떠졌으니,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내게 될지 눈에 선했다. 장담하건데 결코 상큼한 하루가 될 수 없었다.

 

 혜연은 주방으로 나가 물 한 컵을 다 비우고 방으로 들어와 다시 침대에 누웠다. 어떻게 해서라도 잠을 이어야했다.

 

 십 곱하기 일은 십. 십 곱하기 이는 이 십. 십 곱하기 십칠은 백칠 십. 십 삼 곱하기 십오는 백구십 오. 십 육 곱하기 팔은 백이십...파ㄹ...

 

 아후우.....진짜 미치겠네. 침대에 엎드려 베게로 뒷머리를 꽉 누르고 구구단을 외우던 그녀가 손을 뻗어 올리더니 침대를 퍽퍽 쳤다. 예전에는 십일 단 중간에 가서 거의 십 중 팔구 잠들었는데 약발이 떨어졌는지 이젠 소용없었다. 돌지 않는 머리를 굴리려니 정신이 더 말똥거리며 자꾸 엉뚱한 생각에 잡혀 들어갔다.

 

 잠자긴 틀렸다란 생각이 든 혜연이 엎드렸던 몸을 똑바로 뒤집고 스탠드 줄을 잡아당겼다. 방안은 금세 부드러운 우유 빛이 사방으로 퍼졌다.

 

 ‘ .....경호가 나갔다고 한참 만에 다시 돌아왔는데, 돌아와선 윤채랑 한참동안 귀엣말을 하는 거야.’

 

 대수롭지 않아 망각의 주머니에 쑤셔 넣었던 기억 하나가 자꾸 발 돋음을 하며 손을 흔들었다.

 

 경호는 알지도 못하는데.... 들었을까? 윤채가 말했나? 알고 있어서 그날 날 따라 나온 건가? 뭐라고 했을까? 행실이 형편없는 애라고 했을까? 경호가 알았다. 그럼 가현이도? 아니야. 가현인 전혀 아는 것 같지 않았어.

 

 한 번 들기 시작한 망상은 넓디넓은 바다를 자유롭게 유영하는 상어와 같았다. 생각이 자꾸 꼬리를 물었다. 혼자 묻고 혼자 답하고....

 

 혜연은 그렇게 날을 샜다.

 

 다른 날보다 조금 이른 출근을 한 그녀는 사무실로 들어가기 전 화장실로 먼저 들어가 자신의 상태를 거울로 비춰보며 인상을 썼다.

 

 하얗고 맑았던 그녀의 두 눈엔 붉은 실핏줄이 거미줄마냥 어리저리 얽혀있는 토끼 눈처럼 빨간 커튼이 내려져 있었다.

 

 혜연은 눈꺼풀을 까뒤집고 준비해온 안약을 눈에 넣었다. 따끔하면서도 시원했다. 눈꺼풀을 부지런히 껌벅거리며 눈 안의 붉은 기가 빨리 없어지기를 기다렸다.

 

 “ 잠 못 잤어? 눈이 왜 이렇게 빨개?”

 

 겨우 눈알을 진정시키고 사무실로 들어가자 벌써 출근한 강은주가 혜연을 보고 턱을 떨어트렸다.

 

 “ 어디 아팠어?”

 

 “ 아니.”

 

 혜연이 자기 자리에 앉으며 그냥 잠을 좀 못 잤어. 하고 작게 말했다. 사무실엔 그녀처럼 일찍 출근한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강은주가 눈 꼬리를 밑으로 내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 쓸데없는 상상하지 마.”

 

 “ 아무 생각 안 했는데?”

 

 “ 아무 생각 안 하긴.... 니 표정보고 말해라.”

 

 혜연이 눈을 흘기며 일침을 했다. 그녀는 누가 자기한테 관심을 갖는 게 참 불편했다. 있는 그대로, 있는 듯 없는 듯 그렇게 살고 싶은데 쉽지가 않았다.

 

 의자에 앉자 피곤함이 밀물처럼 몰려오는 걸 느낀 그녀가 두 눈을 감고 목을 좌우로 흔들었다. 정 힘들면 중간에 조퇴를 하면 그만이다.

 

 “ 마셔... 엄청 피곤해 보여.”

 

 보기가 측은했는지 은주가 커피를 타와 책상위에 올려놓으며 작은 소리로 염려를 했다.

 

 “ 무슨 일인 진 모르겠지만, 오늘 실수하는 일 없게 근무 잘 해.”

 

 “ 걱정하지 마. 그리고 고마워. 잘 마실게.”

 

 혜연이 은주의 걱정을 단번에 일축했다. 은주만큼 혜연도 일처리에서 실수가 거의 없었다.

 

 은주와 혜연은 동갑이었다. 입사는 은주가 조금 빨랐지만 나이가 같고 성격도 거의 비슷해 은연중 가까워진 사이였다. 두 사람은 나서는 것을 싫어했다. 또 사람들과 그다지 잘 어울리지도 못했다.

 

 회식자리에 가서보면 혜연이는 저 쪽 구석에, 은주는 이쪽 구석에서 자기 앞에 놓은 음식만 먹었다. 그래도 은주가 혜연 보다 나은 건, 다른 사람에게 조금은 더 친절하다는 거였다.

 

 오늘은 업무에 관련된 말 외에 말을 시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 이다. 머릿속이 복잡하여 엉뚱한 소리가 튀어나갈 까 혜연은 살짝 걱정이 되기도 했다.

 

 “ 오혜연 씨, 이 거 전 달과 이달 실적 비교해서 알려줘”

 

 자리에 앉자마자 내 책상위로 까만 파일 하나가 툭 얹어졌다. 업무 시작이었다.

 

 혜연은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려오는 눈꺼풀을 이길 수 없었기에 사이사이 카페인 도움을 받으며 은주가 염려한 업무 실수 같은 건 하지 않았다.

 

 컨디션은 거지같지만 무너질 정돈 아니었다. 다만 시간이 빨리 갔으면 하는 바램뿐이었다. 그런데 이런 날은 시간도 잘 안 갔다.

 

 “ 자기야, 밥 먹으러 가자”

 

 다행히 오전시간이 지나갔다. 하아... 숨죽인 날숨이 새어나왔다. 모니터에 고정됐던 시선을 곁으로 다가와 웃고 있는 은주에게 옮기며 두 팔을 위로 뻗었다. 긴장이 풀어졌는지 입술이 저절로 벌어지며 하품이 나왔다. 정말 피곤했다.

 

 “ 많이 힘들면 조퇴해. 아슬아슬해.”

 

 “ 그래?”

 

 “ 어.”

 

 “ 오전보단 많이 좋아졌어. 밥 먹고 나면 훨씬 괜찮아질 거야.”

 

 혜연이 의자서 일어나며 책상에 넣어뒀던 휴대폰을 꺼내 전원을 켜자 띠링, 띠링 문자가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언 듯 살폈지만 거의 다 가현이 문자였다. 대꾸하기 싫어 다시 무음으로 바꾸고 주머니에 휴대폰을 집어넣었다.

 

 그녀가 처음 회사에 입사하고 나름 정한 규칙 중 하나가 근무시간엔 절대 휴대폰 안 보는 거였다. 또 워낙 그런 거에 둔한 탓도 있겠지만 별 불편함을 느끼지도 못했다.

 

 “ 지금 가면 사람 많겠다. 조금만 있다 나가자.”

 

 은주가 사람이 빠진 사무실을 휘 둘러보더니 걷던 걸음을 멈추었다. 벽에 걸린 시계를 보니 식당이 한참 복잡할 때였다. 혜연이 의자에 다시 앉으며 대답했다.

 

 “ 그러자”

 

 두 사람은 사람이 많고 시끄러운 건 딱 질색이었다.

 

 혜연은 틈틈이 시간이 날 때마디 읽던 책을 꺼내 책장을 펼치곤 고개를 숙였다. 은주 역시 휴대폰 창을 열곤 손가락을 부지런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각자 방법대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반갑지 않은 목소리가 두 사람에 끼어들었다.

 

 “ 어? 식사들 안하세요?”

 

 고개를 들진 않았지만 혜연의 얼굴이 단번에 찡그려졌다. 최현태 대리였다. 요즘 들어 부쩍 그녀의 주위를 맴도는 사람이었다. 불편할 정도였다. 어쩌다 고개를 돌리면 여지없이 그의 시선과 마주칠 때가 여러 번이라 더 신경이 쓰였다.

 

 은주가 휴대폰 창을 덮으며 외출에서 돌아온 것 같은 최현태를 보며 물었다.

 

 “ 벌써 식사 하시고 오신 거예요?”

 

 “ 아뇨. 외근 나갔다 왔어요.”

 

 “ 식사는?”

 

 “ 먹으러 가려고요. 식사 안 했으면 같이 갑시다.”

 

 찰나였지만 최현태의 시선이 책상에 고개를 묻고 들지 않는 혜연에게 닿았다 떨어졌다. 얄미울 정도로 무심한 여자였다.

 

 “ 비올 것 같던데, 위로 올라가지 않을 것 같으면 우산 준비해야 합니다.”

 

 아..... 어쩐지 밖이 깜깜하더라.

 

 그때서야 숙이고 있던 혜연의 고개가 위로 들려졌다. 하지만 여전히 그녀의 눈 속엔 최현태가 잡히지 않았다.

 

 “ 어떻게 할래? 위? 아님 아, 아래로... ok”

 

 은주가 혜연을 보며 검지손가락을 세워 아래 위 방향을 가리키다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혜연은 이미 서랍에서 우산을 꺼내는 중이었다.

 

 그 순간이다. 사무실 안으로 하얀 불꽃이 번쩍하며 예고도 없이 쳐들어왔다. 지 멋대로 쳐들어와선 뭐가 불만인지 곧바로 고막이 터질 것 같은 고함을 쳤다.

 

 우르르르르..... 꽈광 꽝!

 

 날씨가 우중충하고 깜깜하더니 천둥과 번개가 요란하게 하늘과 세상을 갈랐다.

 

 우아아, 엄마야! 아이쿠야!....

 

 미처 사무실을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의 짧은 비명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그걸 비웃듯 뒤이어 듣기만 해도 시원한 빗줄기가 후두두둑~ 유리창을 신나게 두들겨대기 시작했다.

 

 혜연은 천둥치고 번개 치는 건 싫어하지만 비 오는 걸 유난히 좋아했다. 특히 지금처럼 손가락 굵기의 비가 내리면 그녀의 정신은 반이나 가출한다. 몽롱한 눈빛으로 비가 내리는 밖을 내다보는 그녀와 다르게 은주나 최 대리 안색은 좋지 않았다.

 

 “ 우와, 무서운 날씨다. 그치?”

 

 “ .... 그러게.... 그런데 빗소리가 너무 좋다.”

 

 은주의 겁먹은 목소리와 대조적으로 혜연의 목소리는 어딘가 붕 떠있었다.

 

 “ 나 이런 날씨 좋아해.”

 

 “ 그래서, 이 빗속을 뚫고 밥 먹으러 가자고?”

 

 “ 으응, 아니. 그렇다고.....”

 

 할 수 없었다. 혼자 같으면 신나서 밖으로 나갔겠지만 그녀를 기다리는 사람이 둘이나 옆에 있었다.

 

 “ 위로 가자.”

 

 혜연은 우산을 다시 서랍에 넣고 아쉬운 듯 밖을 한 번 더 쳐다보고 사무실을 나갔다.

 

 시간을 잠깐 늦춘 것뿐인데 벌써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오는 직원들이 꽤 있었다.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밖으로 안 나가길 잘했다고 자신들의 선견지명을 기특해하며 뿌듯해했다.

 

 식당에 들어선 그녀가 식판을 들고 자리에 앉는데 최 대리가 물었다.

 

 “ 혜연 씨, 비 오는 날 좋아해요?”

 

 “ 네”

 

 “ 은주 씨도요?”

 

 은주가 국 한 수저를 떠 입안에 넣으며 대답했다.

 

 “ 비 오는 날 거의 다 좋아하지 않아요? 난 눈 오는 날 보다 비 오는 날이 더 좋거든요”

 

 혜연은 은주가 비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처음 그걸 알고 두 사람은 손뼉을 마주치며 깔깔 거렸다.

 

 “ 여자들, 눈 오는 날 좋아 안 해요?”

 

 “ 눈 오는 게 뭐가 좋아요? 질척거리고 지저분해서 난 싫더라고요.”

 

 은주가 반찬으로 나온 제육볶음을 젓가락으로 집으며 말을 이었다.

 

 “ 나도 그렇고 혜연이도 눈, 별로 안 좋아해요.”

 

 최현태의 시선이 혜연에게 닿았다. 눈빛이 짙었다. 하지만 표정은 평범하다 못해 담백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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