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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정령왕의 소환자
작가 : 천향
작품등록일 : 2022.2.26

정령왕을 소환한 사내

 
기억의 조각 2
작성일 : 22-02-28 23:50     조회 : 173     추천 : 0     분량 : 4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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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근데 나 사실 고백할게 있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두 쌍의 눈을 향해 아르테온이 그답지 않게 쭈뼛거렸다.

 

 "나 사실 마법 잘 못해...그러니 너무 큰 기대는 하지마."

 

 끝을 흘리며 천천히 시선을 피하는 아르테온의 말은 세 살먹은 아이도 믿지 않을 만큼 말이 되지 않는 말이었다.

 

 드래곤이 누구인가?

 특유의 방대한 마나로 마법에서는 절대자 급으로 그 마력운용력은 천족과 마족마저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게 할 정도로 마법에 특화된 종족이다. 인간세계에서 현자로 인정받는 8서클의 마법사 수준이 드래곤들에겐 기본수준이었다.

 

 그러므로 실피드가 아르테온에게 부탁한 기억을 읽는 마법 <리마인딩> 정도라면 드래곤이라면 눈 뜨고 숨쉬기정도의 레벨일터.

 

 하지만 드래곤 중에서 블루 드래곤, 블루 드래곤 중에서 아르테온은 아주,아주 특수한 예외였다.

 

 "능력치를 정령술에 몰빵해서 말이지 하하!"

 

 멋쩍음을 감추기 위해 아르테온이 더 호탕하게 웃었다. 스테미너 표로 보자면 자신의 스탯을 9:1의 비율로 정령술이라면 거의 모든 정령왕과 소통할 수 있을 정도로 끌어올렸지만 상대적으로 마법은 단지 기초적인 것만 할 줄 안다는 것이다. 하긴 그간 그의 행적을 돌이켜 보자면 당연하다고 할수 있는 것이었다. 다른 헤츨링들이 마법을 배울 때 자신은 정령술만 죽어라 팠으니까. 다른 드래곤들이 헬파이어를 외칠 때 아르테온은 혼자 엘라임을 외쳐댔으니 이미 드래곤 계에서는 어릴 적부터 미쳤다고 소문이 파다했다.

 

 "괜찮아괜찮아~ 걱정하지 말고 그냥 해봐."

 

 실피드는 유쾌하게 웃으며 아르테온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정령은 인위적인 마법에 약했지만 객관적으로 볼 때 아르테온의 스탯이 아무리 편향되었다 할지라도 그 1의 수준은 인간들의 기준으로 무시하지 못할 것이었다.

 

 아르테온은 실피드의 웃는 강요에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그는 자신이 읽을 기억을 공유하기 위해 모두 눈을 감으라 말하곤 사내의 정신에 자신의 의식을 연결하기 시작했다.

 자신없는 말과는 달리 1초도 채 걸리지 않아 리마인딩 마법을 시전시킨 아르테온은 곧 자신의 정신을 다른 두 명에게도 연결시켰다.

 그러자 모두의 눈 앞이 밝은 빛으로 뒤덮히더니 천천히 그들의 머릿 속에 희미한 영상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

 

 새까만 머리카락에 커다란 눈망울을 가진 5살 소년은 거대한 동굴 같은 곳에 살았다.

 그 곳엔 거대한 광맥이 있었고 그것을 파내는 작업때문인지 동굴 안은 항상 어둑한 안개가 끼여 있었다.

 소년의 집은 언덕 부근에 홀로 자리 잡아 동굴 안에 있는 자그마한 마을과 떨어져 있었는데 자그마한 오두막에서 어머니와 단 둘이 살았다.

 

 소년의 어머니는 항상 말이 없다.

 하지만 소년은 어머니에게 항상 말을 걸었다.

 마치 영혼없는 인형처럼 생기가 없는 아름다운 여인은 단 한 번도 소년을 제대로 쳐다봐 주지 않았다.

 

 소년은 종종 집 밖을 나가 자그마한 돌멩이들을 주웠다.

 어느정도 모은 돌멩이들을 가지고 쭈그려 앉아 하나 둘 씩 쌓았다가 무너뜨리길 반복했다.

 그러다가 문득 눈물이 흐를 땐 조용히 입술을 깨물었다.

 소년은 그것이 가슴이 저리도록 아픈 외로움인지도 모른 채 그렇게 홀로 외로움을 없앴다.

 

 소년의 눈에 저 멀리 광산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들어왔다.

 더러운 옷을 입고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곡괭이질을 하는 사람들...

 그들이 사는 100명 남짓한 작은 마을엔 항상 음울함이 감돌았다.

 자욱한 안개의 공간 속에서 더욱 큰 어둠을 품고 사는 마을이었다.

 

 처절하고 비참하다는 것이 그런 것일까.

 마을은 시끄럽다가도 마치 쥐죽은 듯이 고요해지고 이따금 들리는 여자의 비명소리, 사내들의 고함, 그리고 한 밤 중 흐느끼는 울음소리들이 주기적으로 그 마을을 맴돌았다.

 

 여자들의 삶이 짐승보다 못한, 무법지대같은 동굴 안에서 놀랍게도 어머니와 소년 단 둘이 사는 집만은 안전했다.

 소년은 그것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저 나중에 우연히 한 사건이 있었다는 것만을 알게 되었을 뿐이다.

 

 소년이 아직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할 때, 술에 취한 한 사내가 소년의 집을 찾아온 적이 있었다고 한다.

 인사불성이 된 사내는 문을 부서질듯이 두드려대며 욕설이 섞인 고함을 쳐 어머니를 나오게 하려 했다. 오직 어린 소년만이 온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어머니의 곁에 숨죽여 숨어 있었다.

 결국 문을 열지 못한 사내는 며칠 뒤 다시 찾아 왔다. 사내의 손에는 날카로운 식칼이 들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 사내를 카라얀이 죽여 버렸다.

 

 거대한 날개에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카라얀은 하늘을 맴돌며 사람들을 감시하다가 공간을 탈출하려는 사람들을 가차없이 죽였다. 카라얀은 사람을 발톱에 움켜 잡은 뒤 공중으로 날아올라 그대로 떨어뜨려 버리는데 그 사내 또한 엄청난 속도로 떨어져 땅에 닿자마자 퍽하는 소리와 함께 터져버렸다고 한다.

 사내의 피와 살점들은 형체를 알아볼수 없을 정도로 여기저기에 튀었고 그 걸 본 마을 사람들은 아무도 소년의 집을 찾지 않았다.

 

 소년의 곁에는 어머니뿐이었다. 그랬기에 그의 생존본능이었을지 아니면 단지 어머니란 이유때문이었을지 알 수 없지만 소년은 어머니를 사랑했다.

 어머니가 자신을 보지 않아도 소년은 어머니를 보는 것을 좋아했다.

 소년의 어머니는 어둡고 무서운 동굴의 분위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그녀는 젊고 아름다웠고 기품이 있었다.

 

 안아주지 않아도, 자신을 봐주지 않아도 빛도 희망도 없는 그 곳에서 어머니는 소년에게 단 하나의 구원이었고 소년의 세계의 전부는 어머니였다.

 

 소년은 곧잘 어머니에게 말을 걸었는데 대답이 없어도 멈추지 않았다.

 어머니가 가끔씩 혼잣말을 할 때면 하던 것을 멈추고 온 정신을 집중해 그녀의 말소리를 들었다. 그것이 자신을 향하는 것이 아니어도 소년은 그저 그 목소리가 좋았다.

 

 집안일의 모든 것은 소년의 일이었다. 매일 멍하니 있는 어머니를 돌보고 집안을 정리하고 가끔씩 집 밖에서 돌멩이들을 가지고 노는 게 그의 일상이었다.

 

 어머니는 소년이 자신의 몸에 손대는 것을 싫어했기에 소년은 한 밤중에 일어나서야 겨우 잠든 어머니의 얼굴을 조심스레 만져보곤 했다.

 

 그리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소년이 8살이 되던 날.

 소년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하루가 펼쳐졌다.

 

 평소와는 다른 이상한 기분에 평소보다 일찍 눈이 뜬 소년의 눈에서 한 줄기 눈물이 흘렀다.

 그것은 소년이 평생 처음 겪어보는 것이었다.

 어머니가 자신의 머리를 만져주고 있었다.

 

 소년은 혹여나 자신이 깬걸 알면 손을 거둘까 두려워 울음을 꾹 참으려 했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터져 나온 울음은 감출수가 없었고 결국 삼켜진 울음이 새어나왔다.

 입을 꼭 막은 채 감긴 두 눈 사이로 하염없이 흐르는 소년의 눈물을 어머니가 살며시 닦아 주었다.

 

 제발 꿈이 아니길 간절히 바라는 소년을 향해 어머니가 작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천천히 일어나 어머니를 보았다.

 간신히 멈췄던 눈물이 또다시 흘렀다.

 

 소년은 어머니의 얼굴이 흐릿해보이는게 싫어 쉴새없이 자신의 눈물을 소매로 닦아냈다. 거칠게 눈물을 훔쳐내는 소년의 손을 어머니가 그러쥐었다. 그리곤 섣불리 다가오지 못 하고 눈치만 보고 있는 소년을 부드럽게 안아 주었다.

 

 처음으로 느껴보는 어머니의 체온이 너무나도 따뜻해 소년은 그만 소리내어 울어버렸다.

 

 그 날은 소년의 생애 최고의 날이었다.

 

 어머니는 소년을 위해 요리를 해주었는데 소년의 8번째 생일을 위한 자그마한 빵도 만들어 주자 어머니 몰래 자신의 볼을 세게 꼬집을 정도였다.

 얼얼해진 볼을 감추며 소년은 그제사 마음껏 안도했다.

 소년의 얼굴엔 여태껏 본 적없던 환한 미소가 가득했다.

 어머니도 소년을 따라 함께 웃었다.

 

 항상 인형같이 무표정이던 어머니의 웃음은 천사의 미소처럼 너무나도 아름답고 사랑스러웠다.

 소년은 자신을 애정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는 어머니를 보며 너무나 행복했다.

 여태껏 겪어온 날들이 다 꿈이고 이제야 자신이 현실로 되돌아 온 것 같았다.

 

 그 날 하룻동안 소년의 어머니는 소년을 다정하게 보살피며 처음으로 자신의 무릎에 앉힌 채 많은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태양과 달이 있고 이 곳에선 볼 수 없는 정령과 드래곤에 대한 이야기들, 소년이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세계들을 이야기했다.

 어둠이 자욱한 곳에서 바깥세상이라는 곳의 이야기는 소년에겐 동화같았다. 사람들을 돌보아 주는 신이라는 존재를 얘기할 땐 어머니가 묘하게 흥분한 듯 보여 소년도 덩달아 흥분하여 묘한 가슴벅참을 느꼈다.

 

 처음으로 접한 어머니의 모든 것이 낯설었지만 어떤 다른 생각도 하지 못할 만큼 소년은 행복했다.

 소년은 오늘같은 날이 평생 계속 되길 어머니의 품 속에 안겨 간절히 바랐다.

 

 밤이 깊어졌고 소년은 포근한 어머니의 품 속에서 갓난아기처럼 안겨있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맛보는 이 온기를 계속해서 이어가고 싶었다.

 소년은 어머니와 더 오래 함께 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가며 잠을 깨려 했지만 하루종일 너무 긴장하고 흥분했던 탓인지 자신도 모르게 계속 꾸벅꾸벅 졸았다.

 소년의 눈이 반쯤 감겼다 힘겹게 떠지길 반복할 무렵 소년의 귀에 어머니의 속삭임이 들렸다.

 

 [라온, 나는 물의 정령이 될거야.]

 

 부드럽게 스며드는 음성에 소년은 어머니를 올려다 보았다.

 그녀는 온화한 미소를 머금은 채 라온을 바라보고 있었다.

 

 [물의 정령? 어머니가 아까 말해주신 그 정령 말이에요?]

 

 [응.물의 정령. 기억해. 라온]

 

 소년은 비몽사몽한 채로 무조건 고개를 끄덕였다.

 물의 정령이 어떤 건지 아직 정확히 모르겠지만 어머니가 그렇게 말씀하셨으니 어머니는 물의 정령이 될 것이다.

 그러다 자신도 모르게 또다시 눈이 감겼다.

 순간 무언가 보드라운 느낌이 이마에 닿았다. 그 느낌에 지금 당장 눈을 떠서 어머니를 봐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뻑뻑해진 눈은 쉽사리 떠지지 않았다.

 

 마치 꿈결같은 그 온기를 자장가 삼아 결국 계속해서 덮쳐온 잠에 지배된 몸은 그의 의지를 배신했고 소년은 자신의 작은 손으로 어머니의 손을 꼭 잡은 채 순식간에 잠들어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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