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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하늘에서 떨어졌는데 과거로 돌아왔다
작가 : 시제
작품등록일 : 2021.12.29

음악으로 성공하겠다며 기타 하나 매고 서울로 올라온 당찬 남고딩 최영소! 혼자 살다보니 밤낮이 바뀌는 건 한 순간이다. 그 날도 여느 때처럼 새벽 내내 기타를 치다 쓰러지듯 침대에 누웠는데, 눈을 떠보니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지?’ 채 다 생각하기도 전에 엉덩이는 흙바닥에 내동댕이 쳐졌고 영소에게 손을 내밀어준 사람은 다름아닌 … 준호 형? 영소와 같은 밴드에서 베이스를 치는 준호가 곤룡포를 입고 영소에게 손을 내밀었다.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으나 정말 이곳이 과거, 조선이라는 걸 알게 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영소는 돌아갈 방법을 찾기 위해 궁 안에서 목숨을 걸고 뛰어다니지만 하필 영소가 하늘에서 떨어진 그 날, 궁녀 연쇄 살인 사건이 일어나면서 영소는 역사의 인물들과 아주 깊숙이 엮이게 되는데… 21세기 평범하디 평범한 남학생 최영소는 과연 현재로 돌아갈 수 있을까?

 
20화
작성일 : 22-02-28 21:22     조회 : 198     추천 : 0     분량 : 6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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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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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소는 책장을 여기저기 누비다가 한글로 쓰여진 책을 발견하고는 반갑게 꺼내들었다. 홍길동전, 영소도 들어본 적이 있는 책이다. 영소는 이리저리 책장을 넘겨 훑으며 수려한 궁체로 쓰여진 반가운 한글을 훑어보았다. 조금 읽었는데, 재미진 부분이 있어 대전에 챙겨가 보아야 겠다 생각하고는 책상 위에 따로 빼두었다. 그리고 다시 책장 안으로 들어가 무언가를 열심히 찾았다.

 

 바깥 걸음에 신이 난 영소와 달리 우현은 여전히 계속 어색했다. 조잘조잘 말이 없이 잽싸게 몸을 움직이는 영소에게 말을 붙이기가 겸연쩍은 탓이다. 우현은 영소가 있는 책장 바로 뒤편에 들어가 흘끔 흘끔 영소의 뒷통수를 쳐다보았다. 동글 동글한 머리가 바쁘게 책들을 훑는다. 책 이름으로 제대로 읽을 수 있는 게 있기는 있을런지, 우현이 피식 웃었다. 갑자기 돌아보는 영소에 우현이 당황해 아무 책이나 집어 들어 고개를 박은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영소는 그런 우현을 보고 피식 웃으며 그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요."

 

 "..."

 

 우현은 못 들은 척 필사적으로 책을 읽었다. 당연히 내용이 눈에 들어올리 없다. 영소는 웃음을 참으며 태연하게 말했다.

 

 "책 안 보는 거 다 알거든요."

 

 "크흠, 흠."

 

 들킨 마당에 멋쩍은지 우현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영소를 흘끔 보았다. 책장에 기대어선 그 틈으로 우현을 올려다보는데, 그 눈망울은 굉장히 순수했다. 아무래도 어제 제가 아주 단단한 잘못을 했던 것 같다.

 

 "그, 내가 어제는..."

 

 "..."

 

 영소는 기다리겠다는 듯 눈만 꿈뻑이며 우현을 올려다 보았다. 우현은 간지러운 시선이 몸 안 쪽 어딘가를 훑고 지나가는 것 같아 참지 못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니까 내 말은..."

 

 "미안하다고요?"

 

 영소는 영 입 밖에 낼 엄두가 안 나는 그 말을 대신 해주었다. 우현은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영소는 참지 않고 푸하하,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우현이 제게 사과를 한다니! 할 수만 있다면 지금을 동영상으로 찍어서 두고 두고 보고 싶을 정도다. 형들에게 사과를 했으면 했지, 사과 받을 일은 거의 없었던 영소는 특히 우현이 제게 사과를 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신이 나보였다. 우현은 영소의 웃음이 좋은 의미인지 감을 잠지는 못했지만, 어색하게 따라 웃었다.

 

 영소는 둘 사이를 가르고 있는 책장을 비켜나가 탁자 앞 의자에 앉았다. 우현도 살금 살금 걸음을 옮겨 영소의 맞은 편에 앉았다.

 

 "저 전하한테 안 일렀으니까 걱정마세요."

 

 "그런 건 상관없다."

 

 영소는 장난스럽게 분위기를 풀어보려 말했지만, 우현이 진심으로 대꾸하는 바람에 김이 쏙 빠지고 말았다. 영소는 목을 가다듬고 어제 하려고 했던 항변을 시작했다.

 

 "어제 정말로 저는 창문을 열려고 한거였어요. 그쪽에 검이 있는지는 정말 몰랐고요. 만약에 제가 검이 만지고 싶었으면, 내금위장님한테 먼저 여쭤봤을 거에요, 검 좀 구경시켜달라고요."

 

 "...내가 오해를 해서 미안하다."

 

 영소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오해가 풀려 다행이었다. 우현은 고개를 번쩍 들며 만족스럽게 웃는 영소의 얼굴을 보다, 그의 턱이 보랗게 멍이 들었음을 발견했다. 우현은 손으로 그것을 가리키려다 문득 그의 멱살을 잡고 떨어뜨리는 과정에서 사랍장에 무언가 크게 부딪힌 소리가 들렸음을 기억해내었다. 우현의 손이 그대로 굳었고, 우현 또한 양심의 담이 와르르 무너진 표정으로 굳어버렸다.

 

 "아~ 이거요?"

 

 영소는 우현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을 보다가 자신의 턱을 내밀었다. 우현이 눈썹을 찡그렸다. 그렇게 정신없이 몰아세웠나. 죄책감이 쏟아지는 눈에, 곧 주먹으로 자기 턱도 칠 것 만 같아 영소는 장난스럽게 우현의 손을 내렸다.

 

 "엄청 아팠어요. 지금도 누르면 아파요. 지금 엄청 미안하시죠, 저한테?"

 

 "...면목이 없다."

 

 우현이 고개를 푹 숙였다. 영소는 죄인처럼 구는 우현이 어색해 책상을 가볍게 두드리며 우현의 시선을 끌었다. 우현이 슬쩍 고개를 들자, 영소는 책상에 거의 볼을 붙이고는 눈을 맞추어야 했다. 참 화해에 열심이구나, 싶을 만큼 자세가 이상해졌다. 영소도 자신이 부러 이상한 짓을 하고 있음은 알았지만, 그래도 우현이 저렇게 실의에 빠져있는 건 왠지 지켜보기가 힘들었다. 마치 앨범 작업을 하는 우현이 형의 우울을 직접 경험하는 것처럼 무겁달까.

 

 "그렇게 미안하시면 저 소원 하나 들어주는 걸로 퉁 치시죠?"

 

 우현이 솔깃하여 고개를 들었다.

 

 "...무슨 소원인데?"

 

 영소는 씨익 웃으며 능글맞게 소원을 말했다.

 

 "형이라고 부르게 해주세요."

 

 "그건-!"

 

 "우현이 형, 아니면 운담이 형. 둘 중에 고르세요. 내금위장 형은 좀 그렇잖아요."

 

 우현이 심각하게 고심했다. 마음 같아서는 거절하고 싶었지만, 이걸로 사과를 받아주겠다니 거절할 명분도 없었다. 우현은 별로 내키지 않는 표정을 하고서 뚱하게 후자를 선택했다.

 

 "알았어요, 운담이 형!"

 

 승리를 쟁취한 당당한 표정으로 영소가 크게 우현을 불렀다. 우현은 영소를 보며 피식 웃다가 왜 이 아이는 저한테 항상 호의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물어볼 새도 없이 영소가 의자에서 일어나 다시 책장으로 향했다. 또 무언가를 열심히 찾는 눈치다. 우현은 스스럼없이 영소에게 다가가 같은 책장을 바라보며 섰다.

 

 "무슨 책을 찾는데."

 

 "아, 도와주실래요?"

 

 "어차피 글자도 잘 못 읽지 않느냐."

 

 "도와주겠다고 하면 되지 무슨 타박을 하고 그러세요."

 

 멋쩍어진 우현은 대충 책 위의 먼지를 쓸며 딴청을 피웠다. 영소는 책을 뒤적거리다가 영 안되겠는지 한숨을 푹 쉬며 우현에게 도움을 청했다.

 

 "혹시 꿈에 관련된 책은 없을까요? 그거 찾으러 왔긴 했는데, 꿈 한자가 뭐였는지 까먹었어요."

 

 "꿈이라면, 잘 때 꾸는 꿈을 말하는 게냐?"

 

 "네, 네."

 

 우현이 잠시 책장을 뒤적이다 한 책을 꺼내어 표지의 한 글자를 가리켰다. '夢', 영소는 우현이 가리키는 그 글자를 뚫어지게 보았다.

 

 "오, 어렵게 생겼네요."

 

 "꿈에 관련된 책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나도 함께 찾아줄테니, 천천히 찾거라."

 

 "감사합니다, 형."

 

 해가 점점 높아져 그림자가 짧아질때까지 우현과 영소는 계속해서 몽夢 자가 쓰인 책을 찾아다 책상 위에 한가득 쌓아두었다. 그래보았자 고작 다섯 권밖에 찾지 못했지만.

 

 "휴, 이 정도면 그래도 성과가 있네요."

 

 영소가 손과 옷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어내었다. 이제 곧 점심을 먹어야 할 시간이다. 우현은 다섯 권의 책을 보다가 홍길동전을 제일 위에 올린 뒤, 옆구리에 끼고 서고를 나서려했다.

 

 벌컥-!

 

 돌연 갑자기 서고의 문이 열렸다. 누군가 터벅 터벅 걸어오는 소리가 들리자, 영소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 자리에서 굳었다. 밖에 나가는 대신 다른 사람과 마주치지 말라던 왕의 당부가 어른거렸다. 우현은 누가 들어왔는지 파악도 하기 전에 영소의 손목을 잡아다 가까이에 있는 병풍 뒤로 숨겼다. 그리고는 영소가 숨겨진 쪽이 보이지 않도록 교묘히 서고 안에 들어온 이를 맞았다.

 

 "...운담?"

 

 들어온 이는 다름아닌 중전이었다.

 

 

 

 

 

 지금의 좌의정 유 서진의 고명딸인 소혜는 어렸을 때부터 난 사람이었다. 그의 오라비가 다섯 살이나 많은 데도 총명함에 있어서는 아비의 총애를 더 샀을 만큼 영민한데다가, 조선의 여인으로 태어났다면 피해갈 수 없을 외모도 어떤 사대부가 여식 견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크고 야무진 눈망울이며, 맑은 백옥같은 피부, 그리고 붉은 입술과 앙증맞은 볼까지. 그래서 소혜는 어렸을 적부터 누군가의 애정 어린 시선을 받는 것이 익숙했다. 어른들은 그녀를 귀여워했고, 또래의 여아들은 그녀를 선망했으며, 그외의 사내아이들은 그녀에게 첫연심을 품곤했다. 그녀의 나이가 열 손가락을 넘지 않을 때 남자아이들에게 받은 꽃반지만해도 후원 하나일 것이었다.

 

 물론 소혜는 관심이 없었다. 너무 관심을 받았기 때문일까, 모든 일에 쉽게 질려했고 정을 주는 일이 도통 없었다. 어머니는 그런 소혜를 보고 여자 아이가 도통 사근사근하니 귀염이 없어 큰일이라며 유 대감에게 고민을 토로하곤 했다. 물론 유 대감은 그 아이가 군자가 되어 크게 될 것인가 보다 하며

 

 그러나 소혜의 어머니는 조선의 성리학에 꼭 알맞은 여염집 규수로 자랐으므로, 자신의 배에서 나온 이 독특하고 잘난 아이를 저처럼 평범한 여인으로 키우고 싶었다. 아니, 저보다 더욱 사랑받고 평안하게 살 수 있도록 그렇게 키우고 싶었다. 그래서 어머니는 어린 소혜를 이끌고 과년한 딸을 둔 벗들의 집을 다니며 교제를 시켰다. 그러던 와중 소혜는 어린 우현과 만나게 되었다.

 

 

 

 

 

 "전하의 곁을 지켜야 할 사람이 여긴 어쩐 일이야?"

 

 "전하의 명을 받고 왔습니다."

 

 중전은 반가운 벗을 오랜만에 보듯 허물없이 운담에게 다가갔다. 우현은 무심하게 한 걸음 뒤로 물러나 곤전께 예를 갖추어 대답했다. 확실히 선을 긋는 우현의 행동에 중전은 씁쓸한 미소를 띄우며 걸음을 멈추었다.

 

 "그래, 그렇구나."

 

 "예."

 

 처음 만났을 때에도 우현은 이런 아이였다. 모든 사람에게 순리대로 칼 같이 행동하는 사람. 그날 어린 소혜는 자신에게 헤벌쭉거리지 않는 남자 아이를 처음 보았다. 세상 만사에 관심이 없다는 듯 달관한 애늙은이같은 표정을 짓는 우현이 신기했다. 흥미가 생겼고, 어머니께 졸라 그 아이와 친구를 하고 싶다며 그 이후로 그 집에 자주 찾아갔었다. 우현은 소혜가 올 때마다 심드렁하게 맞아주었지만, 귀찮다는 기색 없이 언제나 그녀가 하자는 대로 어울려주었다. 그렇게 소혜에게 처음으로 '벗'이라는 게 생겼다. 처음으로 정을 붙인 상대였다.

 

 

 

 "전하께서 잡문을 읽으실 줄은 몰랐는데."

 

 중전이 책상에 쌓아놓은 책 중 제일 위에 있는 홍길동전을 발견했다. 우현은 아차 싶어, 책을 가릴까 하였으나 괜한 변명을 드려 추궁을 당하는 것보단 뻔뻔하게 나가는 것이 낫겠다 생각하여 잠자코 있었다. 중전은 또 가녀린 표정을 지었다. 뭇 사내들의 마음이 흔들릴 만한, 아련한 미모다.

 

 "..."

 

 "그새 많이 변하신게지. 전하도, 너도."

 

 원망하는 말이었다. 지난 세월을 그리는 것이기도 했다. 대전에 발을 붙이지 못한 지 일 년이 넘어가니, 왕의 곁에 있는 우현을 만나는 것도 거의 일 년 만이었다. 그 한 해동안 무엇이 변했는지, 그리고 무엇을 잃었는지, 중전은 괜한 원망과 투정을 털어놓았다.

 

 우현은 주먹을 꾹 쥐고, 목으로 튀어나오려는 말을 계속 꾹꾹 눌러담으며 또 철벽같은 한 마디를 던졌다.

 

 "소신은 전하의 명을 받들기 위해 이곳에 왔나이다.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사오니 불편하시더라도 다른 때에 오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운담, 난 그저 책을 읽으러 왔을 뿐이네."

 

 이만 돌아가 달라는 말을 돌려서 직언한 우현에게 중전은 감정이 울컥하여 답하였다. 우현은 여전히 고개를 들지 않으며 더욱 차갑게 선을 그었다.

 

 "사람들은 행동의 의도를 보지 않습니다. 그 행동 자체와 그것이 초래할 결과만 보지요. 내금위장이 내명부 여인과 서고에 단 둘이 있었다는 것이 알려진다면 그 다음이 어찌 될지는 잘 아실 겁니다."

 

 중전은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 입을 움찔거리다 포기했다. 순리를 따지는 우현의 말에는 틀린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중전은 그 큰 눈망울에 속상함을 가득 담고는 우현을 남겨두고 서고를 빠져나왔다. 중전의 발걸음 소리가 점점 멀어지다 이윽고 전혀 들리지 않을 때에야, 우현이 나지막히 말했다.

 

 "이만 나와도 좋아."

 

 "...갔어요?"

 

 영소는 병풍 뒤에서 고개를 빼곰 내밀고 주변을 휙휙 둘러보았다. 우현 말고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영소가 슬금슬금 병풍 뒤에서 나와 옷을 털었다. 병풍 뒤에 거미줄이 좀 있었으므로 조금 찝찝했다.

 

 "형, 아무래도 빨리 가야 할 것 같죠?"

 

 "..."

 

 영소가 책상 위의 책들을 품에 안고 챙길 동안, 우현은 멍하니 꿈을 꾸는 사람처럼 미동 없이 그 자리에 그대로 서있었다. 영소는 답이 없는 우현의 눈 앞에 손바닥을 휘휘 흔들어보았다. 우현이 눈을 깜빡이며 영소의 손을 스윽 내렸다.

 

 "근데 아까 그 분은 누구세요? 들킬까봐 얼굴은 못봤는데, 여자 분이시던데요."

 

 "그건 또 왜 물어."

 

 우현이 뾰족하게 질문을 막았다. 영소는 어깨를 으쓱했다. 아무쪼록 남의 연애사가 제일 재밌는 법이니까. 이렇게 뾰족하게 반응하는 걸 보면 더더욱 확신했다.

 

 "아니, 형 얼굴 보니까 딱 알겠더만! 애인이시죠? 아니면 짝사랑? 아, 짝사랑이면 방금 되게 실례되는 질문이었다. 죄송해요."

 

 영소가 숨은 병풍 사이로는 우현의 얼굴만 보이지 않았다. 영소는 그 거미줄 구덩이 속에서 숨을 죽이고 있으면서 낯선 이와 대화하는 우현의 얼굴을 구경했다. 차갑고 칼 같은 말과 행동관 달리 우현의 표정은 약간 신기했다. 영소는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그러니까 좋아하는 사람을 앞에 두면, 만지면 부서질까 소중하고 괜히 아름다워서 화가 나고 들끓는 감정에 복잡해지고 그런 종류의 것들 말이다. 영소는 사랑을 해본 적은 없었지만, 지나간 사랑에 대해 노래하는 우현의 얼굴은 본 적이 있었다. 그때의 얼굴과 비슷하면서도, 조금 더 들뜨고 조금 더 지쳤으며 조금 더 애타는 얼굴이었다.

 

 "너, 지금 뭐라고..."

 

 우현의 얼굴이 당혹감으로 새하얗게 질렸다. 당황을 넘어 매우 큰 일이라도 난 듯 무섭게 떨고 있었다. 영소도 덩달아 더럭 겁을 집어먹고 자신의 입을 감추었다.

 

 "왜, 왜요? 아니, 저 아무것도 안 말했어요!"

 

 "그분은,"

 

 영소는 꿀꺽 목울대를 삼키며 우현의 말을 기다렸다. 우현은 입에 돌덩이가 달린 것처럼 무겁게 입술을 떼어 말했다.

 

 "그분은 이 나라의 왕비이시다."

 

 영소는 들고 있던 책을 전부 떨어뜨렸다. 와르르 떨어져 시끄러운 소리가 났지만, 아무도 주울 생각을 하지 않았다.

 

 

 

 

 

 *

 
작가의 말
 

 잘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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