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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밀우유유전 (고구려 동천왕기)
작가 : 태풍
작품등록일 : 2022.2.28

중국은 위, 촉, 오의 삼국시대로 접어들었고, 고구려는 위나라의 땅을 침략했다.
위나라에 호의적이던 고구려가 배신하자 두 나라 사이에 전쟁이 발발했다.
전쟁에 참여한 장수 중 밀우는 고구려의 무사였고, 유유는 신라의 낭객이었다.
밀우와 유유는 멸망의 끝에 선 고구려를 구하며 전쟁의 과정을 두 눈으로 지켜본다.

 
6. 서풍 (관구검 고구려정벌)
작성일 : 22-02-28 20:26     조회 : 173     추천 : 0     분량 : 19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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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구려군은 보름이 넘게 행군했다. 어느 날은 누렇게, 어느 날은 파랗게, 어느 날은 빨갛게 나무들이 땅에 따라 바뀌며 물들어갔다. 보름하고도 이틀이 더 지나자 군은 드디어 환도성을 맞이했다. 낮은 산맥과 언덕을 둘러싼 환도성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니 국내성이 나왔다. 언제나 그렇듯 국내성은 그 규모가 장대하고 활기가 넘쳤다. 군대가 나팔을 불고 성의 관병들이 성벽에서 준비한 꽃잎들을 뿌리자 국내성의 백성들과 귀족들이 앞다투어 거리로 나와 환영하며 고개를 조아렸다. 아비나 남편을 찾는 아이나 아낙네들은 조아리며 행렬을 힐끔거렸다.

  왕은 궁궐로 들어가 우선 노고에 지친 군사들을 각기 소속으로 해산시켰다. 왕실 소속의 관병들과 사병들은 자택에서 휴식할 수 있도록 명하여 배려했다. 밀우와 유유도 따로이 마련된 숙소로 이동하여 대기토록 했다. 밀우는 다시금 득래에게 귀가 여부를 물었으나, 논공을 해야만 자유로울 수 있다며 거듭 말렸다.

  군사들이 국내성으로 돌아온 지 다음 날 아침이 밝자 양평에서 죽은 1백명의 고구려 병사들의 시신들을 묻으며 장사를 성대하게 치루었다. 밀우와 유유도 하얀 상복을 입고 참석하였다. 밀우는 서안평의 땅과 양평의 보화들을 얻음고, 이들의 목숨으로 값을 치루었다는 비교감에 비통했다. 분명 아버지로부터 나라를 지키고 약한 이를 지키는 강인한 사내로 자라나야 한다는 교육을 마음 깊이 가지고 있었으나, 이는 아무래도 결이 달라 혼란스러웠다. 자신은 두 차례 요동땅에서 무엇을 위해 죽고 죽였는지 쉬이 가늠되지 않았다. 되려 그 상황 순간순간에 칼을 씀에 있어 망설임과 자비가 없던 자신을 책망했다. 허나 묻힌 시신들과 그들을 슬피 보내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오히려 살아남은 자신이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자 스스로가 경멸스러워졌다.

  “천지에서 이 나라 이 고구려를 살펴보시는 주작, 현무, 백호, 청룡이시여. 이 용맹한 영혼들을 당신들의 곁에 두어 용맹한 군사로 삼으시옵소서. 저 또한 담대한 삶과 찬란한 업적으로 이들을 하늘에서 보게 될 때 부끄럽지 않게 하겠나이다. 이 밝은 영혼들로 별을 밝히시어 고구려를 보호해주소서. 주작과 현무와 백호와 청룡의 이름으로 비나이다.”

  왕 위궁은 제단 앞에서 무릎을 꿇고 양팔을 놉게 쳐들며 기도하고 머리를 세 번 땅에 두드렸다. 수많은 인파와 관중들 속 어떤 이는 감격해서 울고 어떤 이는 슬퍼서 울고 어떤 이는 강인한 눈으로 차갑게 제단을 바라보았다.

  밀우는 이질감이 들기도 하였다. 이들은 죽으면서도 용맹하게 삶을 마감하는 것을 영광으로 여겼을까. 그렇다면 비겁하게 살아남는 것은 오히려 수치인가. 삶이 이번 생이 끝이 아니고 또 다른 하늘과 다른 삶이 있다고 굳게 믿는다면 죽음이 두렵지 않을 수 있을까. 그렇다면 요동에서 고민 없이 기꺼이 몸을 바친 병사들은 죽는 순간에도 용맹했던 자신을 오히려 대견해 했을까. 자신도 분명 하늘의 뜻과 사후의 무언가가 있다고 믿고 있었다. 그렇게 교육을 받았고 그렇게 믿었다. 하지만 죽는 것 또한 분명히 두려웠다. 두려운 것이 믿음이 부족하기 때문인지 솔직한 것인지 자신도 혼란스러웠다. 밀우는 답을 찾을 수 없는 자문에 무심코 옆의 유유를 돌아보았다. 유유는 무심한 얼굴로 제단을 보다 밀우의 시선을 느끼고는 눈을 마주치며 희미하게 웃었다. 어이하여 그런 표정이냐며 묻고 싶었지만 묻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다고 느꼈다. 유유의 얼굴에 남은 서너가지의 자상의 흔적은 본래보다 희미해졌지만 남아있기는 하였다. 밀우는 오히려 그런 것들이 마음에 걸렸다.

  장사를 지내고 제를 올렸으므로 논공은 당연하게도 다음날로 미루어졌다. 밀우는 검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묵묵히 기다렸다. 검이는 그르릉 몸을 떨며 눈을 감았다.

  이튿날이 되어 왕은 원정군의 모든 장수들을 소집하였다. 밀우와 유유는 왕실에서 미리 내린 값비싼 비단옷으로 갈아입었다. 푸른 빛이 영롱했다. 궁궐로 들어서자 주홍빛 연등들과 꽃과 같은 장식들이 궁을 가득히 메웠다. 왕실의 시종들은 분주하게 무언가를 끊임없이 날랐고 만찬이 준비되었다. 비단옷을 입은 모든 장수들이 각기 신분에 맞게 이 열로 자리에 앉았다. 왕이 금빛 두루마기에 하얀 삼족오가 그려진 도포를 입고 행차했다. 왕이 들어서자 모두가 일어서며 맞이했다. 모두가 자리에 앉고 왕이 술잔을 들었다.

  “선왕이 해내지 못한 서안평의 재정복을 그대들의 힘과 하늘의 뜻이 도와 짐이 해낼 수 있었다. 대고구려에 영광을.”

  왕이 꼴깍 먹자 모두가 입을 모아 경축하고 그들도 잔을 마셨다.

  “감축드리옵니다. 폐하.”

  왕은 공적의 순을 제10부터 제1까지 나누어 제10부터 공을 논하고 상을 주었다. 제10부터 제4까지 제각기 호명을 하며 각기 직급을 선인, 주부 등으로 높이며 양평에서 수탈해온 보물들을 나누어주고, 포로로 잡아온 부녀자들을 종으로 삼게 하였다. 제1은 답설이 수여 받으며 서안평의 성주로 임명되었다. 제2는 득래가 수여 받으며 서안평의 식읍을 하사받고 직급을 고추가로 올려주었다. 밀우는 이때까지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지 않자 설마 하는 불안감에 쌓였다.

  “공로의 제10은 선봉장 밀우다. 가장 앞에 서서 몸을 아끼지 않고 적들을 수없이 도륙내고 서안평의 성문을 열어 우리 군의 이로움을 쉽게 취하고 손해를 줄였으니 받아 마땅하다. 그대의 별칭이 백호인 것 또한 하늘의 뜻이니 짐은 그대를 중부의 선인 대장으로 임명한다. 이는 장차 1천 군사를 사병으로 둘 수 있으니 그 용맹함과 무력으로 짐과 나라를 이롭게 하라. 또한 안평의 보화 1상을 내린다.”

  밀우는 호명되었기에 자리에서 나가 앞으로 가 절을 하였지만 어안이 벙하였다. 왕의 시종이 왕의 친필이 써진 왕명서신을 들고 와 밀우에게 내밀었다. 밀우는 잠자코 그를 보고 있다가 서신을 받지 않았다.

  “폐하, 송구스러운 말씀이오나, 저는 동부 사람으로 동부에 있고자 하옵니다. 동부에서 신라가 자주 국경을 넘어 이렇게 자리를 비울 적에 마음이 편치 않사오니 동부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주시옵소서.”

  위궁은 눈썹을 찡그리며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동부에는 이미 밀설과 밀풍이 있고, 하믈촌 외에도 다른 촌들에 두가, 오가, 임가가 있지 않더냐. 더구나 그대는 동안평에서 우연히 만난 것인데, 이는 말이 전후가 맞지 않다.”

  밀우는 거듭 사양했다.

  “아버지 밀설에게 이르기를, 여행이 끝나는대로 동부의 일을 도맡기로 약조하였으니, 폐하께서 부디 상을 다른 것으로 돌리시고 저를 고향으로 보내주시면, 고향에서 제 용맹과 뜻을 다해 나라에 보답하고 동부의 백성들을 보호하겠나이다. 들어주시옵소서.”

  왕은 수긍이 되는 듯 안 되는 듯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알겠다. 무례하지만 용서하도록 하매. 그대의 뜻이 그렇다면 동부의 선인 대장으로 임명하니, 그대는 동부에서 그 뜻을 다하라. 허나 짐이 부르면 단걸음에 와야 할 것이야.”

  “감사합니다. 폐하.”

  논공행상이 모두 끝나자 왕과 장수들은 주사위를 굴리며 나온 면에 따라 한 잔씩 두 잔씩 석 잔씩 연신 마셔대며 모두 취기가 돌았다. 춤을 추는가 하면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모두가 신명 나게 웃어대며 술을 마셨다. 술기운 탓인지 밀우도 금세 분위기에 젖어들어 잠시나마 즐겁게 노닐었지만 유유는 긴장감 탓인지 부담감 탓인지 밀우가 휘청거릴 때마다 그를 힐끔 보며 조용히 자리를 지키었다.

 

  서안평 점령 이후 왕 위궁은 2년 가까이 요동땅 정복에 힘썼다. 이는 위나라의 밑에 위치한 오나라와 동맹 협정을 맺은 이후 더욱 공격적으로 전쟁이 지속되었다. 위궁은 안시성의 유옥구를 서부군 도독으로 임명하고 서부와 중부의 군을 이용하여 직접 출정하곤 했다. 고구려와 위나라는 양평성을 서로 뺏고 빼앗기며 서너번씩 쟁탈전을 벌였다. 위나라의 조정상황이 원활하지 않은 점이 매우 큰 역할을 했다. 고구려가 서안평을 점령할 적에 위나라 황제 조예가 36세 젊은 나이에 요절하고 그의 아들 조방이 9세 어린 나이에 황제에 올랐었다. 위궁은 그를 노리고 위나라가 혼란한 틈을 타 서안평을 손에 넣은 것이다. 위나라는 또한 조방의 친인척인 조상이 실권을 쥐면서 사마의가 관직을 내려놓았는데, 조상의 그 행동이 안하무인하고 국방일을 소홀히 하여 위궁은 요동과 양평을 마음껏 휘저었다. 기회가 된다면 요동을 비롯한 요령, 요서를 모두 점령할 생각이었지만 그 땅이 워낙 넓어 많은 대군과 적절한 시기를 보지 않으면 되지 않을 터였다.

  득래는 여전히 왕의 근위대장으로 있으면서 불안감을 감출 수 없었다. 사마의는 분명 영민한 자였다. 소문과 정탐으로 듣기를 그가 몸이 노쇠하고 아프다는 핑계로 집에 칩거한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그가 조정에 복귀하여 요동의 일을 신경 쓴다면 큰 대란이 일어날 것임이 자명해 보였다. 시일이 지나 소문을 듣기로 그의 예상대로 사마의가 변란을 일으켜 권력을 쥐었다는 이야기를 듣자 그는 수차례 왕에게 아룄다.

  “폐하, 지금까지는 조상이라는 자가 황제보다 높은 권력을 휘두르면서 국방을 소홀히 해 요동의 일을 신경 쓰지 않아 요동의 관구검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었지만, 사마의가 결국 병권을 쥐고 돌아온다면 일이 크게 달라질 것입네다. 대고구려의 자존심으로서 요동과 요령을 정복하는 것은 당연히 반대할 바가 없사오나, 정세가 크게 달라진 이 때 전처럼 작은 양평을 두고 계속 괴롭힌다면 이는 분명 큰 화가 되어 돌아올 것입네다. 그들에게 돌려주시고 아량을 베풀어 주셔야 합네다.”

  위궁은 그의 말에 언짢았다.

  “그대는 매번 그 소리구나. 위나라의 위세가 언제까지 갈 듯 싶더냐. 그리고 그 놈의 사마의 사마의 소리는 지겹지도 않더냐. 오나라가 우리의 편이 되었으니 손왕이 위나라의 합비를 손에 넣고 우리가 요동을 점령하여 위나라를 쪼갠다면, 곧 중국땅을 양분할 날이 멀지 않을 것이다. 그대는 왜 그리 걱정이 많더냐. 충심을 의심할 바는 없지만, 매번 하는 그 소리가 듣기 참 불경하다.”

  위궁은 득래의 간언을 듣지 않고, 서부의 군을 움직여 유옥구로 하여금 그 해에 양평성을 탈환하게 하였다. 관구검과 왕기는 낙양의 조정으로 불려 들어갔기 때문에 실상 고구려를 막을 자가 없었다. 위궁은 한 계절에 한 차례씩 오나라의 사신을 불러들여 이 일을 의논하며 요동과 요령을 점령할 생각에 기운차고 신이 나 있었다.

  득래는 매일 밤 술에 취할 때마다 주위 사람에게 무언가에 홀려 악몽을 꾸는 듯 머지않아 이 땅이 쑥대밭이 될 것이라고 중얼거렸다. 이 소리가 왕의 귀에 들어가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왕은 궁에 상근한 득래를 불러 호통 쳤다.

  “네 놈이 이 땅이 쑥대밭이 될 거라며 불경한 소리를 서슴지 않는다는 것을 들었다. 네 놈은 역적이더냐.”

  득래는 부정하지 않고 다시 간했다.

  “폐하, 징조가 좋지 않습네다. 이제 그만 정복전을 멈추시지요. 꿈자리가 사나워 점성가에게 물으니 그 해석이 무척 해로워 말하는 이와 듣는 이 모두가 놀랐습니다. 말 세 마리가 구유통을 먹는데, 말은 사마씨의 馬자를 뜻하는 것이고, 말이 세 마리인 것은 사마의, 사마사, 사마소라고 볼 수 있습네다. 그들이 구유통을 먹는다는 것은 중국을 먹는다는 이야기입네다. 폐하께서는 부디 이를 불경하다 하지 마시고 살펴주시옵소서.”

  위궁은 불같이 화를 냈다.

  “기껏 한다는 이야기가 삼족오와 사방신이 내리는 천명도 아니고 고작 꿈자리 이야기이더냐. 이놈을 당장 가둬라.”

  득래는 굴하지 않았다.

  “제가 어찌 꿈자리만 가지고 이야기하겠습니까. 실상이 좋지 않습니다. 폐하. 부디 살펴주시옵소서.”

  “듣기 싫다.”

  위궁은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득래를 옥에 가두어버렸다. 득래는 이후 몇날 며칠을 밥과 물을 먹지 않고 버티다가 굶어 죽었다. 위궁은 그의 장사를 지내주었는데, 이는 되려 직언을 하다 죽은 장수의 죽음까지도 살피는 왕으로 기억되어 백성들 사이에서 명망이 높아졌다.

 

  위나라의 수도 낙양에서는 대장군 조상의 수하 이승이 조상의 지시로 사마의의 집을 찾아갔다. 이승은 사마의의 침상에 다가가 절하며 말했다.

  “오랫동안 태부를 뵙지 못했는데 이렇듯 병이 위중하신 줄 몰랐습니다. 이번에 형주 자사가 되어 떠나는 길에 특별히 하직 인사를 드리러 왔습니다.”

  사마의는 웃으며 엉뚱한 말을 했다.

  “응, 그래. 병주는 북방에 가까운 곳이니 방비를 굳건히 해야 할 게야.”

  이승이 고쳐 말했다.

  “형주 자사입니다. 병주가 아닙니다.”

  “그대가 병주에서 오는 길이라구?”

  “병주가 아니고 한수 유역의 형주입니다.”

  사마의가 머리를 끄덕이며 크게 웃었다.

  “오오, 형주서 왔단 말이구만?”

  이승이 답답한 듯 중얼거렸다.

  “태부께서 어쩌다가 이렇듯 중병에 걸리셨습니까?”

  옆에 있던 사마의의 아들 사마소가 대답했다.

  “아버님께서는 귀가 어두워져 잘 알아듣지 못하십니다.”

  그제야 이승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마의가 손으로 자신의 입을 가리키니 시종이 얼른 탕약을 올렸다. 사마의는 떨리는 손으로 탕약을 받아들더니 질질 흘리며 마셨다. 좌우에서 시종들이 도와 겨우 약사발을 비웠으나 약물은 입술을 타고 흘러내려 옷자락을 흥건히 적셨다. 사마의가 짐짓 목멘 소리로 입을 열었다.

  “내 이미 늙고 병들어 목숨이 조석에 달렸네. 바라건대 그대는 미숙한 내 두 아들을 잘 지도해주게. 대장군을 뵙거든 내가 두 자식을 천번 만번이나 부탁하더라고 전해주게.”

  말을 마치더니 사마의는 가쁜 숨소리를 내며 그대로 침상에 쓰러져 버렸다. 이승은 사마의에게 절을 하고 집을 떠났다. 이승이 물러가자 사마의가 즉시 자리를 떨치고 일어나며 사마소에게 말했다.

  “저놈이 돌아가서 보고 들은 대로 전하면 조상은 더 이상 나를 경계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조상이 성 밖으로 나오기를 기다렸다가 일을 도모할 것이다.”

  과연 하루도 못가 사마의는 조상이 어린 황제와 군사들을 거느리고 사냥을 하러 성 밖으로 나갔다는 것을 확인하고 몹시 기뻐했다. 그는 즉시 사마사, 사마소와 함께 관구검, 왕기, 진태 등을 불러 사병 수십명을 거느리고 모두 무장하여 말을 타고 달려나갔다. 사마의의 군사는 즉시 성안의 조정으로 갔다. 자신의 편으로 미리 준비해둔 관료들에게 각자 직위를 맡겨 조상의 진지를 점거하도록 했다. 그리고 자신은 아들들을 거느리고 왕실로 들어가 위황제의 어머니인 태후에게 찾아가 절하며 간했다.

  “조상이 선제께서 탁고하신 은혜를 저버리고 간사한 무리와 함께 나라를 어지럽히니 마땅히 그 죄를 물어 관직을 폐해야 합니다.”

  태후가 깜짝 놀라 물었다.

  “황제께서 밖에 나가 계신 터에 어찌하란 말이오?”

  “신이 황제께 표문을 올릴 터이고 간신들을 없앨 계책이 서 있으니 태후께서는 심려치 마시옵소서.”

  태후는 두려움에 몸을 떨며 사마의가 시키는 대로 따랐다. 사마의는 표문을 작성하고 왕실의 환관에게 주어 즉시 사냥터로 달려가 황제께 바치도록 명했다. 그런 다음 자신은 군사를 거느리고 무기고와 병영을 점령했다. 그리고 사마의는 따로 진태를 불러 일렀다.

  “그대가 조상이 친분이 있어 특별히 이 일을 맡기니 가서 조상을 만나거든 나는 오직 병권 때문일 뿐 그밖에 다른 뜻은 없다고 전하라.”

  한편 조상은 사냥터에서 매를 날리고 개를 풀어 한참 사냥을 하고 있었다. 이때 급보가 올라와 고하기를 성안에서 변란이 일어났으며 태부 사마의가 표문을 보내왔다고 전했다. 조상은 크게 놀라면서 말에서 떨어졌다. 환관이 황제 앞에 꿇어앉아 표문을 올렸다.

  “태부 사마의가 머리를 조아려 삼가 표를 올립니다. 지난날 신이 요동에서 돌아왔을 때 선제께서 신의 손을 잡으시며 후사를 염려하였습니다. 지금 대장군 조상이 선제께서 부탁하신 바를 저버리고 나라를 어지럽히고 권세를 마음대로 하고 있습니다. 조상이 사사로이 병권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부당하고 환관과 간신들을 궁에 들여 그 행동이 음란하고 문란합니다. 이에 태후의 명에 따라 표문을 올리고 시행하려 하오니 이제 조상의 병권을 삭탈하고 집으로 돌아가게 하옵소서. 신은 병을 무릅쓰고 낙수에 군사를 주둔하여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여 지키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삼가 아뢰니 들어주시옵소서.”

  위황제 조방이 표문을 다 듣고 조상에게 물었다.

  “태부의 말이 이러하니 경은 어떻게 할 것입니까?”

  조상은 엉덩방아를 찧고 일어나다 황제를 말을 듣고 얼어붙은 듯 꼼짝도 못했다. 정신을 차린 조상이 주위를 둘러보며 물으니 환범이 답했다.

  “그대의 생각은 어떠냐?”

  “제가 일찍이 주공께 몇 번이나 간해서 그를 가만히 두어서는 안된다고 하였는데 듣지 않으셨지 않습니까. 사마의의 지략은 제갈량도 당해내지 못했거늘 저희가 무슨 수로 겨루겠습니까. 하지만 일이 이렇게 되었다면 황제를 모시고 허도와 같은 다른 곳으로 돌아가 외인의 군사를 불러서라도 사마의를 쳐야 할 것입니다.”

  조상이 목멘 소리로 말했다.

  “내 가족들이 모두 성안에 있는데 어찌 다른 곳에 원병을 청한단 말인가!”

  “한낱 필부라도 난을 당하면 살려고 발버둥 칩니다. 지금 주공께서는 황제를 모시고 천하를 호령하는 판인데, 누가 감히 따르지 않겠습니까. 그런데도 스스로 사지에 뛰어들려 하십니까?”

  조상은 환범의 간언에도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눈물만 흘렸다. 환범이 다시 말했다.

  “여기서 허도까지는 반나절밖에 걸리지 않고, 허도성 안에는 족히 수년은 지탱할 만큼이 식량이 쌓여있습니다. 더욱이 별동대의 군사가 지척 간인 관문 남쪽에 있으니 부르기만 하면 당장이라도 달려올 것 아닙니까. 주공께서 인장을 가지고 있으니 주공은 시각을 지체 마시고 속히 움직이셔야 합니다.”

  “너무 재촉하지 말고 나에게 찬찬히 생각할 시간을 달라.”

  조상이 전전긍긍하며 손톱을 물어뜯고 있을 때 사마의가 보낸 진태가 말을 타고 왔다. 그가 말에서 내리며 말했다.

  “태부께서는 장군의 권한이 너무 크다고 하여 그 병권을 꺾고자 할 뿐, 다른 뜻은 없다 하십니다. 장군은 될 수 있는 대로 속히 성으로 돌아가시지요.”

  그 말에 조상은 마음이 동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지켜본 환범이 답답함에 소리쳤다.

  “주공! 사태가 급박한데 진태의 말만 듣고 사지로 들어갈 작정이십니까!”

  조상은 칼을 집어던지며 탄식하며 말했다.

  “나는 군사를 일으키고 싶지 않네. 벼슬을 버리고 부잣집 늙은이로 편안히 살다 가면 그만이야. 나는 그것으로 족해.”

  환범이 통곡하며 말했다.

  “주공께서 지금 병권을 버리고 스스로를 결박하여 항복한다면 필경 저잣거리에서 죽음을 면치 못하실 것입니다.”

  조상이 조용히 대꾸했다.

  “태부는 신의를 저버릴 분이 아니다.”

  조상은 마침내 인장을 꺼내 들어 진태에게 내주고 사마의에게 전하도록 했다. 환범은 조상의 모습에 화를 참지 못하고 통곡하며 말을 타고 도망쳤다.

  “주공이라 모신 자가 진정 돼지 새끼나 다름없구나!”

  환범이 도망치자 두려움에 마음이 동한 병사들이 하나둘 빠져나가더니 모두 뿔뿔이 흩어져 도망가 버렸다. 조상과 황제가 말리지도 못할 사이에 모두가 도망가니 그들의 수하에는 울며 어쩔 줄 모르는 시종들만 남았다. 조상 일행이 진태를 따라 마침내 수도의 성문 앞 부교에 이르렀다. 부교에는 사마의가 수백의 군사들을 거느리고 갑옷을 입은 채 위엄있게 있었다. 사마의는 조상 일행을 보자 영을 내려 조상만 집으로 돌려보내고 나머지는 모조리 감금하여 황제의 명을 기다리게 했다. 사마의는 황제가 탄 어가를 모시고 군사를 회군하여 낙양성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조상이 집으로 들어가자 그의 집 대문에 커다란 자물쇠를 채우고는 수십명의 병사들로 하여금 겹겹이 포위하여 지키게 했다. 조상은 근심으로 바늘방석에 앉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사마의가 조상이 먹고살 수 있도록 1백섬이나 되는 양식을 보내자 조상은 크게 안도했다.

  “태부는 본시 우리를 해칠 생각이 없음이 분명하구나.”

  이후 조상의 마음에는 씻은 듯이 근심이 사라졌다. 그러나 사마의는 일을 다른 데서 벌이고 있었다. 사마의는 조상이 거느렸던 환관들과 관료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잡아 모아 옥에 가두고 고문했다. 사마의는 직접 고문을 시행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는데, 그들의 입을 열기 위해 물이며 불이며 쇳덩이며 쓰지 않는 것이 없었다. 사마의는 듣고 싶은 이야기를 들을 때까지 고문을 멈추지 않았다. 이윽고 붙잡힌 환관과 관료들이 고진 문초 끝에 반란을 일으켜 천자를 찬탈하기로 약조했다는 자백을 억지로 받아내자 그 진술을 문서로 받아놓고 그들을 각기 독방에 가두어버렸다.

  사마의는 자신이 원하는 진술서와 증거들이 모두 모이자 황제에게 고해 허락을 득한 후 조상을 비롯해 그 일당을 모조리 끌어내 목을 베고 삼족을 멸했다. 그 재산은 몰수해 국고에 넣었다. 이때 죽은 사람이 백명이 넘었다. 위황제 조방은 반란을 진압한 공적으로 사마의를 승상으로 봉하고 나라를 구한 공신에게만 특별히 주는 구석을 수여했다. 또한 조방은 사마의, 사마사, 사마소 세 부자를 통해 국사를 맡게끔 일임했다.

  사마의의 집에서 한바탕 연회가 벌어졌다. 사마사, 사마소, 관구검, 왕기, 진태 등이 모두 모여 사마의의 진급과 조정 복귀를 축하했다.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하며 공을 논하다가 사마의가 짐짓 진지하게 말했다.

  “조상이 집권할 적에 국경이 아주 문란해졌다. 이 틈을 타 호시탐탐 노리는 늑대들이 아주 많으니 그대들이 앞으로 애써야 할 일이 많을 것이다. 사마사는 촉국의 강유를 상대하라. 그는 제갈량의 병법을 이어받은 자니 각별히 조심해야 할 게야. 그리고 사마소는 오국의 제갈각을 상대하고, 관구검은 고구려의 유옥구를 상대하라. 그대들을 모두 그 주의 도독으로 임명할 테니 준비가 되는 대로 군사를 모아 떠나거라. 특히 요동땅이 매우 말썽이니 왕기 그대는 다시 요동성의 태수로 가서 관구검을 돕도록 하라. 우리가 비록 약조한 것을 지키지 않은 꼴이 되었지만 고구려가 먼저 그 선을 넘었으니 필히 보복하여 그 기를 눌러 후환을 없애고 고구려를 정벌하라.”

  사마의가 장수와 관료들의 할 일을 모두 일일이 지시하니 그 내용이 매우 세세하고 조화로웠다. 보름이 지나자 관구검과 왕기는 사마의의 명으로 1만명의 군사를 거느리고 요동으로 떠났다. 그리고 상황이 위급하고 필요할 때 열어보라며 계책이 담긴 주머니를 관구검에게 건넸다.

 

  밀우는 동부로 돌아와 형 밀풍과 같이 백인대장이 되어 국경을 지켰다. 밀풍은 천인대장이 되어 하믈촌의 군사를 총괄했다. 밀우는 주로 변방을 순찰하며 소임과 일과를 다했다. 안평으로 떠날 때보다 수염과 머리가 간결해지고 단정해져 어느덧 소년 냄새가 풍기는 풋풋한 청년에서 장성한 청년으로 변모했다. 한편 왕의 명으로 하믈촌 동쪽에 있는 거믈촌에서는 신라의 북방을 침공하면서 크고 작게 싸우고는 했다. 밀우는 참여하지 않았다. 밀설은 여행과 안평정벌에서 밀우가 돌아온 뒤 태도가 크게 달라져 차분해져 있는 것을 못마땅해 여기기도 하였지만 크게 무어라 하지 않고 나무라지 않았다.

  계절이 몇 번씩을 거쳐 밀우의 나이가 스물 다섯이 되었을 때 명망 있는 집안끼리 혼담이 오가기도 하였다. 하지만 밀우는 늘상 심드렁해하며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 해에 밀가집안에서는 경사가 연달아 있었다. 장남 밀풍이 먼저 같은 고을의 처녀와 줄곧 연애를 하더니 결혼을 승낙받았고, 차녀 연화 또한 혼담이 오간 거믈촌의 오가집안 장남 오준에게 시집을 가게 되었다. 오준은 신라를 침공하며 많은 공적을 세웠기에 언제든지 중앙으로 진출할 수 있는 명망 있는 무사였다.

  연화의 성대한 결혼식이 있자 마을에는 잔치가 일었다. 그 잔치는 일주일 동안 열렸는데 밀설이 집안의 창고를 열어 성대하게 베풀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잔치가 열리는 기간동안 거믈촌을 비롯한 많은 외부인들과 말갈인들도 왕래가 있었다. 마을에 먹거리가 풍족해지자 저잣거리에서는 장신구과 귀중품을 팔며 이방인들을 상대로 장사하기 바빠 마을이 매우 분주하고 활기찼다. 하믈촌의 백성들은 밀설을 볼 때마다 전보다 더 환영하고 마음을 다해 따랐다. 인근의 호족들도 밀설의 배포와 포용을 존경하고 본받아 따라 하니 동부의 마을 곳곳마다 잔치가 자주 벌어져 분위기가 매우 흥했다. 잔치가 열리던 중 밀우는 유유에게 말했다.

  “오늘만 여자의 의복을 입어보는 게 어떠매? 외지인들이 많아서 다들 모른 척 넘어가게 될 기야.”

  유유는 사양했다.

  “분칠과 단장은 지금껏 해본 적도 없고, 그동안 항상 밖에 있어 얼굴이 많이 상했습니더. 굳이 좋지 않은 꼴을 보아 무엇 하나예.”

  밀우는 거둘 마음이 없어보였다.

  “그러지 말고 기다려 봐. 내 잠시 밀화의 것을 빌려 올테니.”

  “아니!”

  밀우는 유유의 말을 듣지 않은 채 방을 나서곤 금세 밀화의 분홍빛 두루마기 저고리를 가져왔다. 이리도 빠르게 온 것을 보면 말없이 훔쳐온 것이 분명했다. 밀우의 끝없는 성화에 유유는 못이기는 척 방을 옮겨 옷을 갈아입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도 유유가 돌아오지 않자 밀우는 그녀가 있는 방문을 조심히 열어보았다. 때마침 유유가 분홍빛 저고리를 모두 입은 상태로 상투로 묶고 있던 머리끈을 풀자 긴 머리가 사르르 산발로 내려왔다. 윤기는 없지만 상투로 인해 가늠이 안되었던 것인지 머리칼 끝이 허리까지 내려왔다. 그 모습이 매우 이국적이어서 마치 중국 호남에서나 볼 법했다. 밀우는 와- 하며 단말마 감탄을 내뱉었다.

  “스스로도 너무 부끄러워요. 이미 보셨으면 놀림은 용서하지 않을 테니 이제 갈아입게 해주세요.”

  밀우는 유유의 말을 듣지 않으며 어느새 손에 쥐고 온 빨간 종이를 느닷없이 유유의 입에 발랐다. 유유는 읍 하며 숨을 멈췄다. 밀우가 그녀의 입술을 빨갛게 다 바르고 나자 그것만으로도 유유의 모습은 딴판이 되었다. 가느다랗지만 짙은 눈썹에 긴 머리, 빨간 입술, 햇빛에 그을린 피부가 인상적이었다. 얼굴과 목에 여전히 미세한 자상이 있었지만 크게 눈에 띄지는 않았다, 밀우는 그녀의 자상을 볼 적마다 괜히 자신의 뺨에도 있는 오랜 상처를 만지작 거렸다. 밀우는 유유의 팔목을 잡아채고는 저잣거리로 나섰다. 유유의 이국적인 모습에 시선을 빼앗기지 않는 청년들이 매우 적었다. 하지만 눈매가 매섭고 굳세 보이는 유유의 얼굴과 옆에 나란히 걷는 밀우 때문에 쉽사리 말을 거는 청년은 없었다.

  밀우와 유유는 저잣거리와 시장을 연신 돌아다니다가 밀화와 마주쳤다. 그녀는 자신의 옷을 입은 아리송한 여자를 유심히 미간을 찌푸리며 보다가 비명을 질렀다.

  “언니!”

  밀화는 유유의 팔짱을 끼고는 종달새처럼 이것이 이쁘니 저것이 이쁘니 종알거렸다. 유유는 쓴웃음을 짓다가도 이내 못이기며 그녀를 따라다녔다. 밀우는 헛웃음을 하며 그녀들을 놓아주었다. 그들이 무리 지어 몰려다니다가 잔칫상이 아직 차려져 있는 집으로 돌아가자 밀설도 유유를 보았다. 밀설은 묘한 표정을 짓다가도 온화하게 이것저것 챙겨주며 반겼다.

  그리고 그날 밤 급보가 들어왔다. 위나라가 양평을 탈환하고 고구려의 국경을 넘었다.

 

  유주목 관구검은 전장군 문흠을 선봉으로 삼고, 요동태수 왕기를 부장으로 삼아 빈 성과 다름없는 양평을 탈환한 뒤 곧장 관군 1만명과 요동의 1만군을 더해 대군세를 끌고 국경을 넘었다. 때는 비가 내리지 않아 땅이 쩍쩍 갈라지던 여름이었다. 고구려의 지리를 잘 아는 왕기가 안내하여 빠른 길로 진격하니 그 행군 속도가 매우 빨랐다. 시야에 잡힐 만큼 안시성에 다가가자 횃불이 올라가며 급보를 전파하고 파발이 뛰어갔다.

  유옥구는 양평이 탈환되었다는 소식을 정탐으로 미리 들었기에 갑옷을 차고 전군을 미리 무장했다. 하지만 성벽에 올라 멀리 보이는 위나라군의 진군을 보니 그 규모와 속도에 아연실색했다. 관구검은 낙양에서부터 요동을 지나 안시성까지 쉼 없이 달려온 게 분명했다. 군 곳곳에 들려진 커다란 푸른 깃발에 새겨진 황금빛 용은 그 위엄이 대단했다. 바람에 휘날리며 용머리를 거침없이 흔들었다. 안시성의 군사는 사내 장정을 모두 끌어 모은다 해도 5천 남짓이고 실제 상비군과 사병은 2천이었다. 5천의 군사라면 한창 방비가 허술하던 양평과 요동을 위협하기에 충분한 숫자였지만 어림잡아 다섯배가 넘어 보이는 적군의 수는 감당하기 힘들어 보였다. 유옥구는 결단을 내려야 했다. 그가 일평생 성주로 지내며 사랑하고 아끼던 성내의 백성들을 사지로 몰 수 없다고 생각했다. 유옥구는 굳은 얼굴로 군사를 소집하며 용단을 내렸다.

  “성은 백기를 내걸어 성문을 열어주고 우리는 야지에서 적과 대면한다. 싸울 힘이 있고 말이 있는 자는 모두 갑옷과 칼을 차고 나를 따르라!”

  유옥구는 관병, 사병, 백성 가릴 것 없이 모두 말을 타고 성 밖으로 뛰쳐나왔다. 개마무사들과 달리 말이며 군사며 할 것 없이 갑주가 모두 제각각이었지만 그 기세가 매우 흉흉하고 강인했다. 한참을 기다리자 이윽고 위나라군과 마주하게 되었다. 유옥구가 가장 앞에 나서서 외쳤다.

  “네놈들이 약조를 지키지 않아 안평을 취한 것이거늘 이 무슨 버르장머리 없는 짓이더냐! 칼에 맞아 죽고 싶지 않다면 썩 돌아가라!”

  왕기가 맞받아쳤다.

  “고구려가 우리땅 요동에서 워낙 간악무도한 짓을 서슴지 않으니 온 것이다. 황제의 명으로 고구려를 복수의 불로 불태울 것이니 네놈들이야말로 목숨이 아깝다면 도망가도 좋다. 하지만 우리에 맞서 자비를 구하려거든 하늘에 빌거라. 용서는 없을 것이다.”

  유옥구는 벌컥 화를 냈다.

  “그 주둥이만큼 칼도 날렵한지 한번 보자. 이리 썩 나와서 붙어봐라!”

  왕기는 코웃음을 치고는 수하장수 목연을 대신 내보냈다. 목연은 말을 타고 군사의 전열을 헤집고 나오더니 거칠게 언월도를 휘두르며 달려 나왔다. 유옥구도 칼을 뽑아 응전했다. 서로의 두 말이 20척이 넘는 거리를 내달리며 일순간 부딪쳤다.

  깡! 쇠가 부딪치는 강렬한 굉음이 나며 유옥구와 목연이 서로 빗겨 달려나갔다. 다시 말을 달려 부딪치기를 두어번을 반복하고 나서야 눈치를 보다 서로 말에서 내린 후 병기를 휘두르며 맹렬하게 싸웠다. 위나라군은 대장인 유옥구가 직접 나왔기에 여기서 목을 벨 수만 있다면 간단하게 싸움을 이길 수 있는 노릇이었으므로 잠자코 구경만 하였고, 고구려군 역시 흉흉한 기세를 내보이며 움직이지 않았다.

  목연이 언월도를 좌로 우로 아래로 매섭게 휘두르면 유옥구가 칼로 이리저리 쳐내며 파고들었다. 언월도가 머리를 베어낼 듯 공기를 가르면 유옥구는 그밑을 무릎으로 기어서라도 파고들며 칼을 회전했다. 하지만 유옥구가 베어내는 칼은 번번이 목연의 철판과도 같은 갑옷에 탕 탕 하며 튕겨져 나왔다. 이에 유옥구는 검법을 바꾸듯 오른손에 든 칼을 송곳으로 찔러내듯이 목연의 목을 집요하게 노렸다. 목연은 무섭게 찔러오는 칼날에 몸을 뒤로 굴려 거리를 벌린 다음 언월도를 세차게 휘둘렀다. 속도보다 그 무게가 얼마나 강력했던지 유옥구가 머리를 돌려 피했음에도 스치듯 빗겨나간 투구가 그의 머리를 강타하며 그를 내동댕이쳐 데굴데굴 구르게 만들었다.

  카악 퉤! 유옥구는 별안간 가래침을 뱉더니 굴러 떨어진 자리에서 목연의 발 끝에 칼을 던져 꽂았다. 어리둥절한 목연이 주춤하자 유옥구가 느닷없이 말에 올라타고는 줄행랑을 쳤다.

  “와하하하하.”

  적국의 대장이 볼품없이 달아나자 위나라군의 장내에서 비웃음소리가 일었다. 유옥구는 위나라군이 어찌하는지 연신 힐끔힐끔 뒤돌아보다 위나라군이 군을 이끌고 유옥구의 본진을 향해 전진하자 군사들에게 손짓을 했다. 유옥구의 손짓과 함께 고구려의 군사들이 위나라군의 반대방향으로 모조리 도망치듯 달렸다.

  “쫓아서 모두 섬멸해라.”

  관구검이 기병대를 향해 외치자 위나라의 기병대 5천이 매섭게 흙먼지를 뿜으며 고구려군을 뒤쫓았다. 유옥구와 고구려군은 혼신의 힘을 다해 젖먹던 힘까지 써가며 말을 재촉하여 도망쳤다. 위나라군이 잡을만 하면 멀어지고 멀어질만 하면 가까워졌다. 관구검이 낌새를 이상히 여겨 주위를 돌아보았지만 평야지대에서 매복할 곳은 없었다. 쫓다 보니 어느새 안시성도 멀어져 졸본에 가까워졌다. 왕기가 조언했다.

  “주군. 저들이 필시 다른 본진과 합류하려는 것이 분명합니다. 어찌하시겠습니까.”

  관구검은 코웃음을 쳤다.

  “그렇다면 더욱이 준비할 시간을 주면 안되지 않겠느냐.”

  “제 생각도 같습니다. 하지만 도무지 잡히질 않는군요.”

  “동이족놈들 밥먹고 말만 탄다고 하더니 정말이로군.”

  관구검은 투덜대면서도 군을 재촉해 고구려군을 쫓게 했다.

  “안시성이 멀어졌다! 이제 모두 더 빠르게 달려라! 쉬지 않는다!”

  유옥구가 군을 향해 외쳤다. 군사들과 말들은 몸에 육수 빼듯 땀을 흘리며 끊임없이 달렸다. 유옥구는 실은 처음부터 도망칠 생각이었다. 꽁무니를 빼서 적이 방심할 만큼 설렁설렁 싸울 생각이었지만 생각보다 고전한 것이 매우 의외여서 자존심이 무척 상했다. 얕잡아보다 목이 날아갔을 수도 있을까봐 간담이 서늘했지만 결코 티를 낼 수 없었다.

  유옥구는 적을 알리는 파발과 계책을 알리는 파발을 서로 다르게 두 사람을 보냈었다. 왕이 급보를 받는다면 필시 중부의 군을 이끌고 올 것이고, 시일이 조금 더 있는다면 북부, 남부, 동부에서 최소병력을 제외한 지원군을 보낼 터였다. 합류하여 역전을 이뤄낸다면 고구려가 다시 그 대군과 기세를 몰아 위나라의 국경을 넘기에도 충분했다. 분명 왕 위궁이라면 대군이 모였을 때 호기롭게 중국의 하북지방을 모조리 점령할 생각이리라고 예상했다. 한편 파발을 받은 왕은 국내성에서 출병하여 1만의 군을 끌고 졸본으로 향했다.

 

  왕 위궁이 졸본의 비류수에 도착하자 유옥구가 나와 절을 하며 맞이했다.

  “폐하, 신이 부덕하여 저들의 진군을 늦게 알았으니 저의 죄입니다.”

  위궁은 손을 저었다.

  “되었다. 득래의 말이 마음에 걸리었는데 일이 이렇게 되었구나. 허나 이렇게 큰 명분과 큰 대군을 모았으니 오히려 하늘이 돌보아주시는 것이 아니겠더냐. 곧 북부와 남부도 합류할 것이다.”

  “예, 폐하. 적이 10리안 안에 있으니 곧 당도할 것입니다.”

  “알았다. 모든 기병에 이르라. 일시에 쓸어내릴 것이다.”

  위궁이 모든 군마를 앞세워 열을 세우니 그 수가 무려 1만필이었다. 말까지 갑주를 찬 개마무사들이 전열에 서고 가볍게 무장한 병사들이 후열에 섰다. 그 뒤로는 보병들이 모두 칼을 차고 맥궁으로 무장하여 시위를 당길 준비를 하였다. 그을리는 햇빛에 기다리는 병사들의 턱밑으로 땀이 떨어졌다.

  해가 자리를 벗어날 만큼 시간이 지나자 위나라군이 평야에 모습을 드러냈다. 고구려의 대군을 발견한 위나라군은 기병과 보병의 간격을 맞추기 위해 천천히 이동했다. 예상외로 규모가 커진 대군에 왕기가 걱정하자 관구검이 호기롭게 말했다.

  “태부께서도 말씀하시지 않았더냐. 사내는 싸워야 할 때 싸워야 사내다. 전군은 죽음을 각오하고 가라. 그리하면 살 것이다.”

  이에 용기를 얻은 왕기가 전군에 외쳤다.

  “전군, 방진!”

  왕기의 호령에 창과 방패를 든 5천명의 보병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네모난 진영을 100개가 넘도록 갖추어 방패를 앞세우고 창을 세웠다. 그 뒤로는 6천명의 궁수들이 자기 몸통만한 활의 시위를 당겼다. 양 옆으로 각각 2천명의 기병들이 평야를 에워쌓아 적진의 옆을 노릴 요량으로 말을 달려 먼 거리에서 대기하였다.

  와아아아아아! 요란한 나팔소리, 뿔소리, 함성소리, 말굽소리가 뒤섞이며 고구려의 1만 기병들이 달려들었다. 그 기세가 어찌나 맹렬했던지 대지가 지진이 난 것처럼 울렁이며 비류수 땅의 기운을 압도하였다. 흙먼지를 내뿜으며 내달리는 갑주를 찬 말들의 발길질에 위나라의 보병들은 덜컥 겁이 나며 움츠러들었다.

  쾅! 고구려의 기병들이 위나라의 보병들을 짓뭉갰다. 매서운 발길질에 막아둔 방패가 뒤집히고 날카로운 창에 머리가 찢어졌다. 두려움에 몸을 돌린 보병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충격에 몸이 뒤틀려 옆자리의 방어를 붕괴하고 또 그 붕괴된 병사가 그 옆자리를 붕괴하여 연쇄적으로 뭉개졌다. 위나라의 궁수들이 활을 쏘아도 고구려의 기병들은 마치 비를 피하듯이 무시하며 달려들었다. 동시다발적으로 고구려군이 멀리서 쏘아대는 화살비는 방향이 위나라의 양측 기병대를 향해있었다. 위나라의 기병대는 달려 들려다가도 쏟아지는 화살에 엉거주춤하며 사상자만 내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갈피를 못잡다가 말머리를 돌려 도망치고 말았다. 관구검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은 기분에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주군! 우선 군을 무르시지요! 기세에 밀렸습니다! 여기서 몰살당할 순 없습니다!”

  왕기가 관구검의 어깨를 뒤흔들며 정신 차리게 하였다. 관구검은 정신을 번뜩 차리고는 퇴각을 명했다.

  “전군, 퇴각! 모두 물을 건너라!”

  관구검은 먼저 후열에서 자신이 먼저 비류수의 낮은 강을 건너며 군을 후퇴시켰다. 왕기와 문흠의 지시로 기병대가 고구려의 기병대를 덮쳐 전열을 흩뜨려놓으니 살아남은 보병들이 허겁지겁 무사히 강을 건널 수 있었다. 비록 낮다고는 하나 물살에 갑주를 찬 고구려의 군마가 휘청이며 따라가지 못하자 소득을 세웠다고 생각한 왕 위궁이 피해를 염려하여 군을 물렀다. 고구려군이 더 이상 따라가지 않고 위나라군이 강을 건너 도피하자 소각상태를 이루었다. 비류수에는 손으로 세지 못할 정도로 3천구가 넘는 시체가 쌓였다. 위나라군은 진도 치지 않고 강 건너 고구려군을 경계하다가 그 뒤로 군을 돌려 후퇴하였다. 그 곳에는 골짜기가 있었다.

  “북부와 남부군이 어디까지 왔는지 알아 보거라.”

  왕 위궁은 쉼 없이 달려오고 싸워낸 군을 쉴 수 있게 하기 위해 영채를 쳐 놓고 정탐꾼들을 불러내었다. 본인 또한 국내성에서부터 강행군을 하였기에 피로가 누적된 상태였다. 위궁은 군사들을 위로하기 위해 군량 중에서 마른 고기를 잔뜩 푹 삶아 승전보와 축제를 같이 하게끔 배려하였다. 전투에서 이미 승기를 잡았으니 급할 것이 없다는 판단이었다.

  “폐하의 용단과 용맹은 동명성왕과 비견될 만 합니다. 승전을 축하드립니다.”

  위궁의 막사에서 장수들이 모여 왕을 축하하였다.

  “이것이 실제로 싸워낸 군사들의 덕이지, 내 탓이더냐. 경들은 그런 소리 하지 말라.”

  위궁은 내심 기뻐도 짐짓 손사래 하자 장수들은 위궁이 성군이라며 되려 추켜세우기 바빴다. 축하연 중에 미리 정탐을 보낸 사람들이 돌아왔다. 왕이 먼저 전보에 있어서는 시일이나 상황을 고르지 말라 하였기에 정탐꾼들은 거리낌 없이 들어와 왕에게 고했다.

  “남부 3천군은 이곳 비류수 근처 양맥성 부근까지 도달했습네다.”

  “북부 4천군은 골짜기로 들어오려다 위나라군을 보고 군을 멈춰 섰다고 합네다.”

  위궁은 매우 기뻐했다.

  “하늘이 돕는구나. 적이 스스로 사지로 들어섰고, 때마침 지원군들이 그 주변을 에워싸고 있으니 저놈들은 살아날 길이 없을 게다. 지금 즉시 다시 돌아가서 남부는 양맥 골짜기의 위로 올라가 활과 투석으로만 무장하여 위나라군을 보는 즉시 쏘라고 하고, 북부는 골짜기의 퇴로를 막아 우리가 위나라군과 싸우는 대로 저들의 뒤를 섬멸하라고 하라.”

  위궁은 날이 밝는 대로 바로 군을 움직일 것이니 군사들에게 부득이 선잠을 자되 영채를 치울 준비를 하라 일렀다.

  한편 골짜기에 영채를 자리 잡은 관구검과 위나라군은 퇴로에도 고구려군이 있는 것을 알고 있어 전전긍긍하였다. 관구검은 안절부절못하며 거닐다가 불현듯 사마의가 건넨 주머니를 열어보았다. 관구검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더니 즉시 왕기를 불러 무언가를 제작하게 하였다. 또한 이곳에서 싸울 것은 못되니 제작만 해두되 퇴각할 때 반드시 챙길 것을 당부하였다.

  날이 밝자 고구려군은 재빠르게 영채를 거두고 목재로 간략하게 다리를 세워 천천히 군을 양맥 골짜기로 이동했다. 고구려군이 한참을 이동하고 있을 때 골짜기에서 위나라의 기병 수천명이 튀어나오며 싸움을 걸었다. 그와 동시에 위나라의 보병들도 기병들의 뒤로 쏜살같이 달려나가며 방패를 앞세우고 궁수들이 뛰면서 화살을 퍼부었다.

  고구려와 위나라의 군사들이 비류수 강가에서 맞붙자 골짜기의 위에서 대기하고 있던 고구려의 남부군이 일제히 화살을 퍼부었다. 하늘을 까맣게 덮는 화살들이 위나라군을 내리꽂으니 살아서 골짜기를 나오는 병사들이 많지 않았다. 또한 골짜기의 뒷길에서는 고구려의 북부군이 말을 타고 달리며 위나라군을 쫓아왔다.

  위나라군은 굴하지 않고 퇴로를 만들며 군을 빼내는 데에 목숨을 걸고 달려들었다. 사지로 내몰려 움직이지 않으면 몰살당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오히려 위나라군의 사기를 기운차게 만들었다. 위나라군이 군마와 방패로 적이 다가서지 못하게 만들고 되려 비류수로 화살을 쏟아내니 고구려군도 쉽사리 접근하기 어려웠다. 위궁이 후열을 돌아 골짜기를 살펴보니 살아있는 이가 아무도 없고 시체만이 가득하였다. 그는 결국 고구려군이 모두 모였으니 이제 그만 되었다고 생각하여 군을 물렀다. 골짜기에는 위나라군의 시체만 3천구가 넘게 땅을 가득 메웠다. 위나라군은 잔존한 군을 모두 빼내자 양맥의 평야로 이동하여 진을 치고 나무를 뾰족하게 깎아 벽을 세웠다.

  위궁은 중부, 남부, 북부의 군을 모두 모아 그 자신도 비류수의 강가에 진을 쳤다. 지금까지의 사상자가 천명쯤이고 한 곳에 모인 고구려군의 숫자가 2만명이었다. 짐짓 세어보기를 남아있는 위나라군의 숫자가 1만명이 채 안되어 보이니 위궁은 승리감에 취해 절로 신이 났다. 위궁은 위나라군을 언제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여 휴식을 제대로 준 적이 없는 군사들이 휴식을 충분히 할 수 있게끔 명했다. 고구려군은 사흘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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