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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힐러였지만 지금은 요리사입니다
작가 : 파인블루
작품등록일 : 2022.2.28

S급 힐러였던 나는 은퇴하고 식당을 차렸다.
하지만 세상은 던전보다 더 무서운 곳.
제대로 쪽박찼다. 심기일전.
제 2의 고향 던전에 맛집을 차렸다.
메뉴 선정에 심혈을 기울였다.
'오묘한 맛, 기가 찬 맛, 환상의 맛, 지극한 맛, 커플전용, 내맘대로, 쿡스초이스'
내 요리를 너무도 좋아하는 몬스터 녀석들.
하루도 쉴 틈이 없다.
음식만 먹고 갈 일이지 아주 여기서 죽치는 녀석들.

"야. 그만 좀 와."
"형님! 제 고민 좀 들어주시죠."
'미친 거 아니야. 모솔인 나에게 왜 연애 상담을 하는데.'
"아이구. 그렇게 들이대면 안돼. 자.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문의: doldori9986@naver.com

 
15.
작성일 : 22-02-28 19:59     조회 : 206     추천 : 0     분량 : 50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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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다음에 또 와서는 안 된다. 오늘만 와야 한다. 내 요리에 반해서도 안 된다. 난 대박이 필요 없다. 오늘 팔 할당량을 전부 채웠다. 아니 넘쳤다. 이들만 가면 바로 퇴근이다.

 

 국물까지 흡입하는 고블린 병사들. 정말 먹성 하나는 끝내준다. 하긴 이 천국의 요리를 어디서 맛볼 수가 있을까. 너무 선하게 사는 것도 좋지 않다는데 이것도 운명인가 싶다.

 

 다들 잘 먹어서 기분은 좋았다. 이제 음식값만 받으면 된다. 얼마를 받을까 고민했지만, 그냥 10골드로 통일했다. 선심 한 번 썼다. 내 돈도 아니다.

 

 이 많은 고블린들이 너무 내 요리를 좋아하는데 딱 한 명, 눈물을 뚝뚝 흘리며 먹지 못하고 있었다.

 

 ‘뭐야! 내 요리에 감동했나? 그런 거 같지는 않은데….’

 

 매운 걸 못 먹는 걸까? 그것도 아니다. 이 라면은 고기가 왕창 들어갔기에 예전 빨간 라면에 비하면 순하다. 다른 고블린들이 걸신들린 거처럼 먹은 걸 보니 아니다 내 감은 뭔가 저 고블린이 불편한 게 있었다.

 

 “맛없나? 내가 먹을까?”

 

 식탐 많은 너구차 녀석, 눈치 하나 없다. 맛없는 게 아니다. 내 오랜 던전 생활로 보면 뭔가 다른 이유가 있다.

 

 “허허. 트란. 어서 들게나. 자네라도 힘을 내야 하지 않겠나?”

 “무슨 일인가. 트란이 왜 이 맛있는 요리를 못 먹고 있지?”

 “대장님. 그게 이 녀석 집사람 때문이지요.”

 “집사람이 왜? 얼마 전 아이를 순산하지 않았다 하지 않았나?”

 “아이는 건강하게 태어났습니다만 산모가 많이 아프다고 합니다. 아마 그거 때문에 저런 걸 겁니다. ”

 

 고블린 사회가 이렇게 끈끈하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도 있다. 독침이 주특기지만 다른 이종족에 비해 전투력은 형편없기에 뭉치지 않고서는 생존할 수 없다.

 

 다른 이종족도 고블린을 쉽게 공격하지 않는다. 인해전술 처럼 끝까지 악착같이 싸우는 녀석들, 화장실도 못가게 할만큼 죽는 순간까지 달라 붙어 싸운다.

 뭐라도 챙길게 잇으면 싸우겠지만 고블린 상대하다 골병만 들기에 이종족 누구도 고블린이랑 전쟁은 하지 않는다.

 

 종족번식이 사명이라고 할만큼 정말 셀 수 없이 많은 종족이 고블린이다.

 어떻게 보면 이 사회도 참 균형 잡힌 사회다.

 마족이라고 불리는 최강족도 용족이라 불리는 드래곤도 일당백의 실력이지만 그만큼 숫자는 많지 않기에 어느 한 종족이 세상을 지배하지는 않고 있다.

 

 “...트란. 힘을 내라. 내가 부족장님에게 좋은 치료 약을 달라고 할 테니….”

 “...감사합니다. 이미 부족장님께서 내려주신 좋은 약을 써봤지만 차도가 전혀 없어요. 며칠째 아무것도 못 먹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걱정을 끼쳐드려서….”

 “허허.”

 

 현대와 비교해 고블린이 사는 곳은 위생이 열악하다. 물론 던전이라는 게 위생이나 환경이 열악할 수밖에 없지만 사랑도 할만큼 하고 아이 못 낳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의료체계는 인간보다 못하다. 기껏해야 주술사나 대대손손 내려오는 치료술로 치료하는 게 한계다.

 차원 상점에서 파는 고가의 치료제는 일반 고블린이 살 수 없다. 진짜 눈 돌아갈 정도로 비싸다.

 

 “주인장. 부탁 하나 하지.”

 “말해봐.”

 “혹시 출장도 가능한가?”

 “출장?”

 “그렇다. 우리 부하의 부인이 아프다는데 이 맛있는 요리를 먹으면 혹시 기력을 찾을 수 있을 거 같다. 출장비는 따로 지급하겠다.”

 

 출장이라…. 귀찮다. 하기 싫다. 가난한 고블린에게 비싼 돈을 받는 것도 힘들다. 뻔히 고블린 부족의 사는 모습을 알고 있다.

 

 고블린은 진짜 인해전술이라 할 만큼 숫자가 많다. 전투력은 바닥이다. 각성자들이 제일 먼저 성장을 위해 싸우고 죽이는 게 고블린이다.

 불쌍한 종족. 만만한 종족, 난 감동했다.

 

 “알았다.”

 

 오늘은 힘들고 내일 가능하다고 얘길 하고 식대부터 받기로 했다.

 또 사기치면 쓸어버릴 생각이었다.

 

 “이정도면 충분할 거라 생각한다.”

 

 꽤 큼지막하고 순도 높은 마석이다. 저번에 엑기스를 쏙 뺀 가짜 마석이 아니다. 이런 건 이빨로 안 물어도 알 수 있다.

 그냥 팁이라 생각하고 다 받을 수도 있었지만 내 양심이 허락지 않았다.

 졸병의 부인 거랑 출장비 합쳐도 남는다. 거슬려 줘야 한다.

 

 “자. 거스름돈.”

 “지금 날 놀리는 건가? 이건 아무 쓸데없는 돌이다. 마력이 전혀 담겨 있지 않은 돌이야.”

 “이상하네. 난 이거 네 부하한테 밥값으로 돈을 받았거든.”

 “밥값? 무슨 소리냐. 우리 고블린은 그런 사기 치지 않는다. ”

 “저기 저 녀석이 이거 밥값이라고 주던데. ”

 “뭐라고?”

 

 중대장의 시선이 사기 친 녀석에게 향했다. 땀을 뻘뻘 흘리며 당황하는 녀석.

 

 “카품! 이 말이 사실이냐?”

 “그 그게….”

 “내가 사과하겠다. 사죄의 의미로 거스름돈은 받지 않겠다. 우리 고블린은 명예를 중시하는 부족이다.”

 “사과를 받아들이지.”

 “카품! 네 이녀석! 우리 고블린의 명예를 실추시키다니 넌 3개월 감봉이다.”

 “대 대장님. 제발 그 명령만은 거두어 주십시오. 집에 병석에 누워계신 노모가 계시고 먹여 살릴 처자식이 셋이나 됩니다.”

 

 ‘또 사기를 치는군. 뭔 소설이나 던전이나 인간 세상이나 다 똑같아. 항상 노모와 처자식을 방패로 삼고 있어. 신선한 핑계가 필요해. 쯧쯧’

 

 “아빠, 거짓말은 아니야.”

 

 역시 내 딸이다. 내 마음을 쏙쏙 안다.

 이 착한 마음씨는 눈물을 글썽이는 녀석을 지나칠 수 없었다.

 

 “월급은 중요하니 다른 벌을 내리는 게 좋겠군. 가족들이 굶으면 되겠소?”

 “주인장의 얼굴을 봐서 3개월간 야간 보초 추가 근무를 명하겠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다시 한번 중대장으로서 사과하겠다.”

 “잊었으니 신경 쓰지 마.”

 “주인장 출장은 언제 가능하지?”

 “오늘은 늦고 내일 시간을 내보지.”

 

 그렇게 돈은 제대로 받고 출장 예약까지 하고 나서야 고블린 무리들이 식당을 빠져나갔다.

 

 조금 전까지 바글바글했던 식당이 텅텅 빈다.

 아주 좋다. 오늘은 일찍 마감이다.

 원래 맛집은 재료가 소진되거나 하루 판매량을 정해놓는다.

 오늘 더 팔아서는 안 된다.

 너무 많이 일했다. 오늘 정도 반의 반만 판매하는 게 내 장사철학이다.

 

 “문 닫자.”

 “벌써? 아빠 아직 문을 닫을 시간 한참 남았는데….”

 “우리 딸이 너무 고생했잖아. 무리할 필요 없지.”

 “잠깐.”

 

 너구차 녀석. 갑자기 뭔가 불만스러운 표정.

 

 “급여는 그대로지?”

 “급여?”

 “요즈음 악덕 업주들이 많다. 손님이 적다고 일찍 일을 끝내면서 일당을 줄이는 경우가 빈번하다.”

 

 ‘도대체 이 녀석 정체가 뭐야.’

 

 아주 괘씸한 녀석.

 

 “숙박비 받는다. 자꾸 태클 걸면.”

 “......”

 

 갑자기 뭔가 좋지 않은 기분이 든다. 내 오랜 던전 생활의 경험이 위험신호를 알려온다. 이건 백 퍼센트 확실하다.

 좋은 예감은 한 번도 들어맞지 않았지만, 불길한 예감은 들어맞는다.

 

 ‘뭐지?’

 

 하지만 잠시뿐이었다. 초긍정 정신을 가진 난 바로 잊어버렸다.

 다음날 고블린 던전을 갈 준비를 했다.

 

 ‘어디 보자. 라면은 충분하고 고기도 좀 넣어야지. 미역도 좀 넣고.’

 

 그래도 산모가 아프다는데 라면만 줄 수는 없었다. 나도 모르게 천사가 되었다. 원래 힐러였던 나는 이렇게 베품에 인색하지 않다. 물론 돈은 잘 챙겼다. 마석도 악착같이 모았다.

 

 -음 마!

 

 부르지도 않은 파카우가 나타났다. 이번엔 두 마리다.

 

 “내가 불렀다. 걸어가기에는 너무 멀다.”

 “알았어. 넌 여기서 식당이나 지켜.”

 

 그렇지 않아도 부를 생각이었다.

 

 트롤 남매는 놔두고 나와 세나만 가려 했지만 너구차 이 녀석 아주 제 맘대로다. 끝까지 거머리처럼 따라붙는다.

 

 “나도 간다. 이 마차 내가 준비했다. 자격이 있다.”

 “돈 내!”

 “싫다. 수고비는 안 받겠다.”

 

 떨친다고 떨어질 녀석이 아니다. 그냥 태우기로 했다. 트롤 남매를 데리고 가지 못한 이유는 이종족을 꺼려한다. 나는 초청받았으니 상관없고 딸은 동반자다. 너구차 이 녀석이 걱정이기는 한데 고블린에게 맞아 죽을 거 같지는 않다.

 

 -음 마!

 

 선불이란 소리다. 저번에 준 금액 그대로 녀석의 가방에 골드를 꽂아 넣었다.

 

 -음 마!

 

 더 달라는 소리, 트롤과 고블린 던전 거리상 별 차이가 없다.

 

 “아빠! 둘이니까 두 배 주래.”

 

 ‘아니 혼자 충분한데 자기 맘대로 짝을 데려온 거까지 내야 해. 이건 아니지.’

 

 하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 파카우 연인들, 결국 눈물을 머금고 두 배 금액을 지불하고 나서야 출발한다.

 

 파카우가 이끄는 마차가 서서히 고블린 던전으로 향해간다.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멈춘다. 뭔 애정 표현을 그리 오래 하는지 눈꼴 사납다. 비록 마차 안에 있어도 다 보인다.

 

 겨우 시간에 맞춰 고블린 던전 입구에 도착했다.

 

 “얘기는 들었습니다. 안내하겠습니다.”

 

 고블린 졸병이 이끄는 곳에 가니 역시 빈민가다. 트롤 빈민가처럼 아주 나쁘지는 않지만 역시 잘사는 동네는 아니다.

 고기 냄새나 밥 짓는 소리만 봐도 알 수 있다.

 

 “오셨습니까?”

 “그래. 어디야?”

 

 하대 아닌 하대지만 난 평생 존댓말을 써본 적이 없다. 어차피 인간과 고블린의 소통은 순수한 언어라기보다는 느낌에 가깝다.

 

 “제 부인입니다.”

 “안녕하세요?”

 “누워있어. 음식이 다 되면 부를 테니까.”

 

 산모의 영양실조가 심각하다. 거의 못 먹은 상태, 다행히 아기는 괜찮아 보인다. 고블린 사회가 의외로 단결력이 강하다. 고아가 되더라도 동네 주민들이 합심해서 기른다. 어찌 보면 독립적인 트롤 부족과 부족사회라 느껴지는 고블린 부족은 사는 모양도 다르다.

 

 그래서 고블린 부족이 약하지만 멸망하지 않는다. 가장 숫자가 많은 게 고블린이다. 인해전술과 생존 전술은 타 종족과 비교해 앞서 있다.

 

 어떻게 보면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데 고블린 부족이다.

 

 ‘라면으로는 부족해. 고기를 좀 잘게 썰어 넣고 미역도 왕창 많이 넣자. 거기에 낙지도 좀 넣고….’

 

 몸에 좋다는 건 다 투하했다. 아무래도 산모이니까 큼지막하게 고기를 먹기에는 힘들기에 갈아 넣었다. 자부한다. 이 요리 하나만큼은 백만 불 요리 뒤지지 않는다고….

 

 음식 냄새가 나자 고블린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고블린이든 인간이든 맛있는 건 귀신같이 안다.

 하지만 줄 수는 없다. 우선 산모부터 먹여야 했다.

 언뜻 보기에도 정말 많이 아파 보인다.

 힐러로서 경험은 거의 반의사가 다 됐다. 얼굴색만 봐도 얼마나 아픈지 알 수 있다.

 

 원래는 그냥 남편에게 가져가서 먹이라고 하려고 했다. 무슨 바람인지 아니 뭔가 낌새랄까 불안한 느낌이 있어 음식을 들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여보. 조금이라도 먹자.”

 

 잉꼬부부인가. 누워있는 부인을 부축한다.

 

 ‘포크는 힘들겠어.’

 

 거의 뼈만 남은 고블린 부인, 아공간에서 수저 하나를 꺼냈다.

 

 “이걸로 먹여.”

 “감사합니다.”

 

 내 요리 때문일까 아니면 남편의 정성스런 병간호 덕분일까. 한입 한입 먹기 시작했다. 계속 두고 볼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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