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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하늘에서 떨어졌는데 과거로 돌아왔다
작가 : 시제
작품등록일 : 2021.12.29

음악으로 성공하겠다며 기타 하나 매고 서울로 올라온 당찬 남고딩 최영소! 혼자 살다보니 밤낮이 바뀌는 건 한 순간이다. 그 날도 여느 때처럼 새벽 내내 기타를 치다 쓰러지듯 침대에 누웠는데, 눈을 떠보니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지?’ 채 다 생각하기도 전에 엉덩이는 흙바닥에 내동댕이 쳐졌고 영소에게 손을 내밀어준 사람은 다름아닌 … 준호 형? 영소와 같은 밴드에서 베이스를 치는 준호가 곤룡포를 입고 영소에게 손을 내밀었다.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으나 정말 이곳이 과거, 조선이라는 걸 알게 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영소는 돌아갈 방법을 찾기 위해 궁 안에서 목숨을 걸고 뛰어다니지만 하필 영소가 하늘에서 떨어진 그 날, 궁녀 연쇄 살인 사건이 일어나면서 영소는 역사의 인물들과 아주 깊숙이 엮이게 되는데… 21세기 평범하디 평범한 남학생 최영소는 과연 현재로 돌아갈 수 있을까?

 
19화
작성일 : 22-02-28 18:37     조회 : 196     추천 : 0     분량 : 4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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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

 

 

 

 상참이 끝난 후 중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조전으로 향했다. 아비를 볼 낯도, 전하를 뵙고 싶은 마음도 오늘은 들지 않았다. 상참 내내 오른 편에서 저를 응시하는 유 대감의 눈이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대체 궐 안에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 라면서 호통을 치는 소리가 듣지 않아도 생생하게 귀를 울렸다.

 

 중전은 대조전의 내실 안에 들어가 옷고름에 붙어 묵직하게 소리를 내는 노리개를 단번에 튿어내어 병풍을 향해 던졌다. 보석이 잘게 박힌 장신구가 시끄럽게 바닥으로 떨어졌다. 분을 이기지 않고 중전은 검지 손가락에 끼어진 쌍가락지를 사납게 빼어 바닥에 내리꽂았다. 튀어오른 옥가락지는 서안에 놓인 면경에 부딪혀 긴 금을 내었다. 따라 들어온 윤상궁은 엉망이 된 방 안을 서둘러 치우며 중전을 방석에 앉혔다.

 

 "마노라, 고정하시옵소서. 이럴 때일수록 심기를 굳건히 하셔야 하옵니다."

 

 "난 잘못한 게 없다. 지금 그 자리에 앉게 해드린 이가 누군데!"

 

 중전은 오늘 당한 수모를 곱씹으며 서안을 내리쳤다. 윤 상궁은 괜한 화풀이 대상이 되지 않으려 전전긍긍하면서도 옥체가 해가 갈까 두려워 쩔쩔 매던 중이었다. 방 밖에서 한 나인 하나가 윤 상궁을 조용히 불렀다. 윤 상궁은 중전의 땀을 닦아드리다 말고 은밀히 장지문 밖으로 나섰다.

 

 "윤 상궁 마마님께로 비자(婢子, 무수리)가 서신을 전해주었습니다."

 

 궁녀는 고운 비단보로 장식된 서신을 건네주고는 쌩 사라졌다. 윤 상궁에게 서신을 보낼 사람이라곤 나이가 지긋하신 어머니와, 늦도록 새장가를 들지 못한 오라비, 그리고 과년한 조카 한명 뿐이다. 윤 상궁의 녹봉으로 겨우 입에 풀칠하는 없는 형편에 고작 서신 하나 보내겠다고 이런 질 좋은 비단을 사용할 리 없었다. 윤 상궁은 서신을 펼쳐보다 익숙한 인장을 발견하고는 그대로 내실 안에 허겁지겁 들어갔다.

 

 "중전마마! 이것 좀 보소서."

 

 "무엇이길래 그리 호들갑인게야."

 

 윤 상궁이 서신을 펼쳐 중전에게 내어드렸다. 중전은 대수롭지 않게 그 내용을 확인하다 흠칫 놀라 굳었다. '君祕訪' 세글자가 빨간 글씨로 적혀 있었다. 그 아래 작게 찍힌 인장은 좌의정의 인장이다. 윤 상궁에게 보낸 서신에 좌의정의 인장이 찍혀있다라, 중전은 아버지가 은밀히 밀서를 보냈음을 알게 되었다. 모두가 후궁전을 주시하고 있으니 들키지 않으려면 믿을 만한 지밀 궁인을 통해 전달하는 것이 낫겠다 판단하신 계략이리라.

 

 "지금 당장 태우도록 해."

 

 윤 상궁은 방 안의 화로에 불씨를 지펴 불길을 살랐다. 그리곤 그 안에 고운 비단을 넣어 까맣게 재가 될 때까지 완전히 태웠다. 중전은 사그라드는 비단을 보며 그 세글자를 계속 떠올렸다. '왕이 숨긴 것을 찾으라.' 왕이 숨긴 것이라니, 궐의 안주인인 저 모르게 왕께서 숨기시는 것이 있단 말인가? 중전의 고민이 길어졌다. 윤 상궁은 상전의 시름 앞에서 근심을 내비쳤다. 영민하고 어진 중전마마를 홀대하시는 전하가 야속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심신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백화차를 손수 달여 중전에게 건넸다. 중전은 김이 피어오르는 차가 전부 식어 표면이 잠잠해질 때까지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왕이 숨긴 것이 무엇인지를, 그리고 어떻게 그걸 찾아야 할지를 말이다.

 

 

 

 

 

 *

 

 

 

 대전에 어색한 기운이 감돌았다. 영소는 오늘따라 매우 조용했다. 우현은 칼을 꽉 쥐면서 흘끔 영소를 보았다. 서안 앞에 앉은 영소는 그저 묵묵하게 서책을 한장씩 한장씩 넘기는 중이다. 다 읽을 수도 없으면서 집중하는 척은 왜 그리 잘하는지, 우현은 껄끄러운 목구멍으로 헛기침을 했다.

 

 

 

 어제 그렇게 영소의 멱살을 잡아 흔든 뒤 어명을 무시하고 대전 밖에서 전하를 기다리는 동안, 우현은 점점 분노를 가라앉히고 이성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영소가 의심스럽다는 것은 부인하지 못할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에게 해명의 기회를 주지도 않고 무력으로 제압한 것은 섣부른 행동이었다. 얼마 후에는 영소가 숨을 켁켁 거리며 오해라고 버둥거렸던 것이 떠올라 양심을 쿡쿡 찌르며 괴롭혀대었다. 결국 우현은 왕이 오자마자 도망치듯 자리를 떠났다.

 

 혹시 영소가 왕에게 고했다면, 오늘은 대전에 남아있지 않아도 될거라 생각했던 우현은 다짜고짜 승정원으로 향하는 장 내관을 보다가 의문을 품었다. 그러고는 곧장 편전으로 향하시는 왕을 마주했다. 우현이 긴장을 하며 전하께 문안을 올리자, 왕은 우현의 예상 외의 반응을 했다. 아이가 밖에 나가고 싶어하면, 옆에서 잘 보필해 같이 있으라는 명을 전달한 후 바람처럼 편전으로 사라진 것이다. 검을 쥔 우현의 손에 다시 땀방울이 맺혔다.

 

 

 

 그리고 지금 이런 어색한 상황이 도래한 것이었다. 영소는 어제 일로 인해 마음이 많이 짓눌렸는지 한 시진이 지나도록 아무런 말이 없었다. 장 내관이라도 오면 좋으련만 그는 아예 왕의 옆에 있기로 작정을 했는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우현은 그가 먼저 물꼬를 터 다시 이야기를 해야 하나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사람 때문에 애간장을 녹이는 게 정녕 얼마만인지 모를 정도로 우현은 어색하게 뚝딱거렸다.

 

 한편 영소는 우현을 피말릴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다만, 어제 우현에게 붙잡힌 오른쪽 어깨가 그의 얼굴을 볼 때마다 좀 욱신거릴 뿐이었다. 혹시 몰라 화가 풀리지 않았을까봐 최대한 기척을 죽이면서 눈밖에 거슬리지 않으려 읽을 수도 없는 한자 책을 뒤적거리고 있는 것 뿐이었다. 그러나 영소도 슬슬 좀이 쑤시기 시작할 참이다.

 

 결국 영소가 한숨을 푹 쉬며 책을 툭, 덮었다. 우현은 별것도 아닌 움직임에 눈에 띄게 움찔거리며 영소를 주시했다. 영소는 흘끔 우현의 쪽을 보다가 눈이 마주치자 소스라치게 놀라며 다시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맹수를 발견한 뒤 한껏 예민해지는 토끼같은 영소의 반응에 우현의 양심이 또 한번 쿡쿡 찔린다. 우현은 어쩔 줄 몰라 손을 꼼지락 거리며 부산스럽게 굴었다.

 

 

 

 '뭐지? 화가 이제 다 풀렸나?'

 

 고개를 돌린 영소는 조금 유해진 것 같은 우현의 분위기에 볼을 긁적였다. 어제는 불같이 화를 내서 잡아먹을 듯이 굴던 사람이 제 눈치를 보는 것 같아져 영소도 기분이 묘해졌다. 하여튼 지금 분위기로서는 나가자고 말을 해도 자연스러울 것 같아 영소는 슬슬 말을 걸 준비를 했다. 어차피 왕의 허락도 받았겠다! 자유가 코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우현이 무서워서 말을 못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

 

 "저기, 내금위장님."

 

 "왜."

 

 우현은 습관처럼 퉁명스럽게 튀어나오는 자신의 입을 한 대 패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영소는 개의치 않아 보였다.

 

 "저 도서관 같은 데를 가보고 싶은데요. 데려다주실 수 있나요?"

 

 "..."

 

 우현은 약간 실망한 눈치로 영소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영소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입가에 미소를 걸쳐보였다. 어제처럼 또 그가 돌변할지 모른다는 무서운 생각이 쥐꼬리만큼 남아있긴 한지라, 영소는 서둘러 뒤에 말을 더 붙였다.

 

 "전하께서 내금위장님이랑 같이 나가면 괜찮다고 하셨거든요."

 

 "..."

 

 우현은 아무런 대꾸없이 영소의 말을 듣다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갑자기 크게 움직인 우현 때문에 영소가 화들짝 놀라 어깨를 움츠렸다. 영소는 식은 땀을 흘리며 전하께서 허락하셨다니까요...라고 여러 번 반복했다. 그리고 우현이 영소에게 성큼 성큼 다가와 거의 코 앞까지 당도한 그 순간, 영소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벌컥, 소리가 들렸다. 응?

 

 영소가 실눈을 뜨고 앞을 보았다. 아무도 없다. 그제야 영소는 우현이 자신을 지나쳐 병풍의 문을 열었다는 걸 깨닫고 뒤를 돌았다. 우현은 뭘 보고 있냐는 듯 이미 비밀 통로안으로 들어가 영소를 기다리고 있었다. 방금 대단한 착각을 한 것 같아 급격히 부끄러워진 영소가 입술을 꾹 말아물고는 우현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낮이라 방 안은 환했거늘 비밀 통로 안은 아주 작은 창문 밖에 없어 충분히 환한 빛이 들어오지 않아 어두웠다. 우현은 병풍 문을 잘 닫고는 왼쪽으로 길을 잡으며 먼저 앞장섰다.

 

 

 

 대전의 측면에서 비밀통로를 빠져나온 우현은 잠시 망을 보다가 아무도 지나가지 않는 틈을 타 영소에게 신호를 보냈다. 마치 스파이 작전을 하는 것마냥 벽에 붙어 조용히 지나다니니 스릴이 넘치고 재미있었다. 우현은 입술을 씰룩이며 이 상황을 설레여하는 영소에게 타박을 하고 싶은 것을 꾹 참았다.

 

 우현과 영소는 이윽고 왕실 서고書庫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서고는 딱 두 가지 였는데, 하나는 동궁전에 딸린 서고와 왕만 드나들 수 있는 서고 이렇게 두 군데였다. 다른 서고들은 관료들이 사용할 수 있는 곳이기에 영소를 데리고 가기에는 위험했다. 동궁은 이곳에서 대전에서 조금 떨어져있었지만, 그곳이 텅 비어있었으므로 우현은 그곳으로 영소를 데려갔다.

 

 육중한 나무 문을 열고 들어가자, 쾌쾌한 책의 냄새가 하나 둘씩 잠에서 깨어난다. 책들이 햇빛과 바람에 바래지 않도록 천장에 작은 창문이 길게 뚫려 있었는데, 그 사이로 은은한 빛이 흘러들어와 아늑하게 서고 안을 비추었다. 영소는 포근하고 따듯한 분위기에 감탄하며 이곳 저곳을 구경했다.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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