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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거짓말쟁이의 삶은 편하던가요
작가 : 허혜민
작품등록일 : 2022.2.28

첫사랑, 아인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정신병원을 퇴원한 하나.
그녀는 아인을 찾기 위해 그를 닮은 Mr.피노키오를 만난다. 그녀는 Mr.피노키오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그와 함께 다니는데 그 과정에서 인생이 여전히 아름답다는 걸 깨달았다. 아인을 만났던 그때처럼. 하나는 그간 잃어버렸던 자기 자신을 되찾아 간다.

 
6.
작성일 : 22-02-28 17:39     조회 : 211     추천 : 0     분량 : 7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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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하는 적색 포도주가 들어 잇는 와인 잔을 테이블 위에 내려놨다.

 

 “방금 한 말 진심이야?”

 

 윤석과 설하는 윤석의 사무실에 있다. 윤석은 1인용 소파에 앉아 부드럽게 잔을 흔들었다. 그의 여유로운 태도에 설하는 더욱 화가 돋았다.

 

 “묻잖아. 방금 한 말 진심이냐고.”

 “그래. 그럼 안 되나?”

 

 윤석은 설하에게 말했다. 윤석은 투명한 병 안에 들어 있는 검은 약을 꺼내었다. 그리고 집게 손가락으로 잡은 작은 알약을 보며 말했다.

 

 “한설하. 너야 썬시티 사람이니 문시티 사람들에겐 관심이 없겠지. 하지만 나는 아니야. 언젠가 이 약으로 자유를 얻을 거라고. 정부가 문시티에게 말도 안 되는 억압과 간섭을 한 게 어디 한 두 번이야? 그 따위 일 다시 또 못 겪어. 한설하 너에게 기회를 줄게. 치료제니 뭐니, 다 잊고 지금처럼 나와 함께 일을 하지? 정부는 점점 텅빈 집단이 될 뿐이야. 그들의 관리직도 그리고 곧 있으면 그들의 시민들 또한 내게 복종 할 테니.”

 “넌 정말 썬시티 시민들에게 관심이 없구나. 네 자유를 위해 그 사람들에게… 마약을 풀려는 거야? 썬시티 사람들에겐 선택권이 없다는 거 잘 알잖아.”

 “알지. 잘 알지. 그러니까 더더욱 해야지.”

 “블랙은 다른 마약에 비해 중독성과 자극성이 높아. 자주 복용할 경우 현실로 돌아올 수도 없다고. 그들이 불쌍하지도 않아?”

 

 윤석은 그거야 자기 알 바가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설하는 그 모습에 불화가 치밀어 올랐다. 설하가 그의 뺨을 내려치기 위해 손을 올렸다. 그러자 그의 주변을 에워싸던 경호원들이 총을 잡았다. 윤석은 재밌다는 듯 낮게 웃었다.

 

 “정부를 싫어한다는 사람이, 정부를 많이도 닮았네.”

 

 그리고 설하는 윤석에게 사직서를 내민 뒤 사무실을 나왔다.

 설하는 사무실을 나와 곧장 철민에게 연락을 했지만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철민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설하씨, 난 이제 문시티 사람이야. 윤석과 같은 생각이고. 앞으로 연락하지마.”

 

  설하는 한숨을 쉬었다. 설하는 메일함을 열었다. 아직까지도 재원에게 어떤 답장도 오지 않았다. 재원에게 무슨 일이 생긴걸까? 온통 엉망이다. 모든 게 엉망이라 문득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설하는 이클립스 장벽에 있는 국경 검문소로 향했다. 크레스센트 사람들은 모두 설하를 흘겨봤다. 그녀의 값비싼 물건을 어떻게 훔칠 수 있을까 때를 노리는 것 같았다. 그들과 괜히 시선을 마주쳐 봤자 좋은 거 없다. 제 아무리 설하가 썬시티 사람이라도 이곳은 크레스센트, 문시티 중 가장 악랄한 곳이기 때문이다. 설하는 시선을 내리며 묵묵히 썬시티를 향해 갔다. 설하는 분노를 삭히기 위해 부단히 애썼다. 하지만 윤석의 얼굴이 떠오르자 다시금 분노가 치밀었다.

 

 ‘치료제를 함께 만들자고 할 땐 언제고, 이렇데 통수를 치다니.’

 

 윤석은 모른다. 썬시티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그들이 비록 재수가 없긴 해도 그들 나름대로 충분히 괴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 사람들도 매체들도 모두 불행은 문시티 안에 행복은 썬시티 안에 있다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현실은 행복과 불행이 한데 모여 있고, 선과 악이 한데 모였다. 그것을 과연 분리할 수 있을까. 그것을 분리하고도 나라는 사람이 건재할 수 있을까. 설하는 지그시 눈을 감고 지난날을 회상했다. 억눌렀던 분노부터 잠시나마 해방했던 그 날의 기억을. 불켜진 부모의 방 문틈 사이로 들렸던 엄마의 흐느끼는 소리도 함께 떠올렸다.

 

 “제발, 제발 우리 설하를 내쫓지 말아주세요.”

 “누군가는 가야 합니다.”

 “그럼 저를 보내요.”

 

 엄마를 따라 설하의 눈에서도 눈물이 흐르던 밤이었다. 시에서 사람들이 설하의 집에 들어와 설하의 부모를 데려갔다. 사람들은 사고뭉치 설하가 결국 큰 사건을 쳤구나 하며 혀를 찼다. 설하는 그저 학교가 싫었을 뿐이다. 설하는 그저 공부 말고 놀고 싶었을 뿐이다. 설하는 그저 설하 감정에 몸을 맡기고 싶었을 뿐이다. 그게 이리도 잘못한 일인가? 그날 설하는 겁에 질려 도망치 듯 집 밖으로 나왔다. 세상은 추웠는데 두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은 따뜻한 걸로 기억했다. 설하는 눈물을 흘리며 습관적으로 미소를 지었고 그런 괴상망측한 상태로 노턴 약을 샀다. 설하는 두 세알을 한 번에 복용했다. 삼십분 정도 지나자 모든 감정이 사라졌다. 설하 안에 아무것도 남지 않았고 그래서 고통스러울 것도 없었다. 설하가 다시 집으로 들어가자 부모는 없었다. 사람들 말로 이미 추방됐다고 했다. 어떤 이들은 아예 섬 밖으로 나갔다고 했다.

 그 시기 설하의 뇌리에선 자꾸만 폭력적인 상상이 떠올랐다. 지구가 폭발했으면 좋겠다는 생각, 사람들이 모두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 그리고 사람들에게 크게 외치고 싶은 상상.

 

 “사람이 실수 좀 할 수 있잖아!”

 

 그러다 다시 지칠 때면 노턴 약을 복용했고 그러면 모든 감정이 다시 또 사라졌다. 그녀 안에 무의미만 남았다. 삶. 그것은 무엇이기에 행복을 위한 선택이 아닌, 더 큰 불행을 피하기 위한 선택들 뿐인가. 설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썬시티의 가장 유명한 정신과 병원을 찾아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재원에게 잊지 못할 말을 들었다.

 

 “설하씨 마음 속에 아주 중요한 것이 억눌러 있습니다.”

 “그게 뭔데요.”

 “어린 한설하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머리로는 이해하지 못했으나 설하의 마음 어딘가가 톡하고 건드려졌다. 그 후로도 설하는 재원을 찾아갔다. 텅 빈 마음은 서서히 알 수 없는 뭔가로 채워졌다. 그리고 설하는 점차 회복했다.

 회상을 마친 설하는 고개를 돌려 높이 치솟은 오라클 클럽을 바라봤다. 한 때는 저 클럽에서 썬시티 사람들의 자유를 꿈꿨다. 억압으로부터의 자유. 그러나 현재는 그 자유를 윤석이 독점하려 했다. 그렇게는 안됐다. 설하는 썬시티 시민들을 구해줘야 했다. 그들을 구하면서 설하의 죄책감을 씻고 싶었다. 부모를 썬시티에서 쫓겨나게 만든 장본인, 한설하도 살아 갈 가치가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

 설하는 검문소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검사를 받았다. 여권도 보여주고 지문 인식도 하고 보안검색대를 지났다. 설하는 썬시티 입구 앞에서 끓어오르는 화를 억눌렀다. 그리고 방긋 웃으며 썬시티 안으로 들어갔다.

 

 설하는 마당에게 문자를 보냈었다. 설하는 더 이상 윤석과 같은 계열이 아니고, 설하에겐 레베레티 제로보다 품질 좋은 약이 들어올 거라 했다. 그러니 계약에 대해 다시 얘기를 나주자고 보냈었다. 그에 대한 답장이 왔다.

 

 “좋아요. 마지막 기회이니 잘 설득해 봐요.”

 

 설하는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지만 이것 밖에 기회가 없었다. 마담을 꼭 잡아야 했다.

 

 *

 하나는 Mr.피노키오를 만났다. Mr.피노키오는 하나를 보고 놀라며 말했다.

 

 “전보다 많이 달라지셨네요. 특히 패션이.”

 “크레스센트에 적응 중입니다.”

 “그렇군요. 모쪼록 앞으로 저희가 해야 될 일을 설명하겠습니다.”

 

  Mr.피노키오는 노트를 펼쳤다. 종이 위에 Mr.피노키오가 어설프게 그린 오라클 클럽의 도면이 있다. 하나는 Mr.피노키오의 그림을 보며 말했다.

 

 “그림 솜씨가… 훌륭하시네요.”

 “알아보면 됐습니다.”

 

 오라클 건물은 1층인 로비를 중심으로 아래엔 클럽이, 위로는 호텔이 있다. 그런데 Mr.피노키오가 그린 도면에는 지하 1층인 오라클 클럽보다 더 깊숙한 곳에 또 다른 공간이 있다. 하나는 그곳을 가리키며 물었다.

 

 “여긴 어디죠? 본 적이 없는데.”

 “OC층입니다. 오라클 실험실이 있는 곳이기도 하고요.”

 “뭐하는 곳이죠?”

 “사실 정확한 건 잘 모릅니다. 저는 단지 이곳으로 내려가 손님들의 명단과 손님들에게 약을 받을 뿐이니까요.”

 “약은 이곳에 두면 되는 건가요?”

 “문을 열면 실험실이 있습니다. 그곳에 두면 됩니다.”

 “그렇군요. 그래서 계획은?”

 

 Mr.노키오는 노트를 넘겼다. Mr.피노키오의 계획이 도표처럼 그림으로 그려져 있다. 하나는 삐뚤빼뚤한 그림에 피식 웃음이 났지만 Mr.피노키오는 진지하게 말했다.

 

 “하나씨가 해야 될 일을 먼저 설명해 드리죠. 하나씨는 오라클 호텔의 가장 꼭대기 층, 가장 끝 방을 예약하시면 됩니다. 저는 술과 약으로 가득찬 카트를 끌고 손님들의 방을 들를 겁니다. 손님들에게 물건을 두면 둘수록 카트 안은 빌 거예요. 그렇게 마지막으로 텅 빈 카트로 하나씨가 예약한 방으로 가, 하나씨를 카트 안으로 태울 겁니다. 카트는 하얀 천으로 덮여 있기 때문에 그곳에 숨으실 수 있어요.”

 “그게 끝인 가요?”

 “네. OC층엔 제게 임무를 주는 남자가 있는데, 그 남자는 설하씨에게 부탁할 생각입니다. 설하씨는 부전공이 경호보안과이기도 하니까요.”

 

 하나는 크레르센트에서 설하를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아주 간단한 동작으로도 그녀의 팔을 풀었던 설하. 그녀의 고객도 설하의 부전공이 경호보안과라고 했었다. Mr.피노키오는 이어서 말했다.

 

 “계획은 오라클 클럽의 대표, 최윤석이 체포된 이후에 시행할 겁니다.”

 “대표가 체포되나요?”

 “내부적인 일이라 말할 수 없습니다.”

 

 하나는 머뭇거리며 말했다.

 

 “그럼 이제 저희는 헤어지면 되겠네요?”

 “아뇨 아직 할 일이 남았습니다.”

 

 그리고 Mr.피노키오는 하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크레스센트 잘 모르시죠? 오늘 가이드 해드릴게요.”

 “왜 제게 친절을 베푸는거죠?”

 “이유가 있습니다. 언젠가 말해드릴게요.”

 

 그렇게 Mr.피노키오와 하나는 크레스센트를 둘러봤다. 혼자 걸을 땐 그저 더러운 거리로 밖에 안 보였는데 Mr.피노키오와 유명 가게들과 관광지를 둘러보니 새삼 이곳도 이곳 나름의 멋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확실히 이곳만의 분위기가 있다. 반항적이고 충동적이지만 또 그만큼 강렬하고 자유롭다. 하나는 Mr.피노키오와 보내는 시간이 나름 즐거웠다. 또 그때마다 Mr.피노키오의 가면을 벗길 수 있는 기회가 많았지만 하나는 그러지 않았다. 그러고 싶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그들은 낡은 건물 앞에 도착했다. 금이 간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고, 벽돌과 쇠파이는 부식이 심했다. 벽면엔 붉은 페인트로 온통 “공가” “철거” “X”와 같은 낙서들이 도배됐다. 곧 건물을 부술 예정인 것 같다. Mr.피노키오는 주변을 살피더니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하나도 그를 따라갔다.

 그들은 페건물 옥상으로 올라갔다. Mr.피노키오는 두 팔을 벌려 바람을 만끽했다. 그들의 머리 위로 기차가 철컥철컥 소리를 내며 지나갔다. 하나가 화들짝 놀라자 Mr.피노키오가 웃었다.

 

 “여긴 제 안식처예요. 오라클 클럽 다음으로 높은 건물이고요. 곧 철거할테지만요.”

 “멋지네요. 여기도.”

 

 하나가 말했다. Mr.피노키오는 옥상 담벼락으로 가 그곳에 몸을 기댔다.

 

 “여긴 폐건물이라 사람들이 오지 않아요. 저는 이곳에 있을 때면 종종 가면을 벗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체 가면은 왜 쓰고 다니는 거죠?”

 “숨기고 싶으니까요.”

 “뭐를요?”

 “뭐든?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그러고 싶어요. 또 그러면서 언제든 가면을 벗을 수 있는 곳을 찾죠.”

 

 하나도 담벼락에 기댔다. 크레스센트의 구름은 온통 흐렸지만 이클립스 장벽 너머 썬시티는 맑았다. Mr.피노키오의 안식처는 정말 높았다. 썬시티가 보일 정도니. Mr.피노키오는 멍하니 하늘을 보며 말했다. 하늘엔 비행기가 비행운을 남기며 구름 속으로 들어갔다. 태양은 어느 덧 뉘엿뉘엿 지고 있다.

 

 “저는 언젠가 이곳을 떠날 생각입니다. 떠난 곳에서는 가면을 벗고 자유롭게 살아갈 생각예요.”

 

 떠난다라…. Mr.피노키오와의 만남은 마치 아인의 데쟈부 같다. 하나는 물었다.

 

 “왜 여기서는 그러지 않는 거죠.”

 “여기서는 힘들더군요. 거짓말쟁이로 살다보니 거짓말 없이는 그 어떤 것도 하기가 두렵거든요.”

 “왜 여태 떠나지 않았나요.”

 “저는 오라클 클럽에 발이 묶였어요. 저는 원래 바에서 일을 했는데 제 소문을 듣고 오라클 클럽이 저를 스카웃했습니다. 저는 바텐더니까, 술만 만들면 될 줄 알았지만 제게 알 수 없는 약을 주면서 이 약을 함께 타서 제조하라고 했습니다. 전 세상 일은 잘 몰라요. 그래서 대표가 시키는 대로 했죠. 차후에 알게 된 것이 그 약이 바로 레베레티 제로였습니다. 사람들은 레베레티 제로를 제 술과 함께 즐기는 걸 좋아했고, 윤석은 너도 한 배를 탔다며, 클럽을 나갈 경우 살려두지 않을 거라 했습니다. 그렇게 모든 걸 포기하고 있을 때 썬시티 경찰이 제게 제안을 하나 했어요. 자기를 도와주면 저 또한 이곳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요.”

 “아.”

 

 하나는 그제야 Mr.피노키오가 갈색 모자를 쓴 남자를 도운 것이 이해가 됐다. Mr.피노키오는 씁쓸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비록 그가 죽어 일이 꼬였지만요. 블랙을 두고서 저는 떠날 겁니다. 윤석이 저를 잡으러 온다 해도 그가 잡지 못할 곳으로 멀리 떠날 거예요. 그리고 그곳에서는 저답게 살아갈 수 있겠죠.”

 

 Mr.피노키오는 자신은 아인이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그는 아인을 닮았다. 떠난다니. 하나는 저도 모르게 Mr.피노키오의 손을 잡고 말했다.

 

 “떠나지 마요.”

 

 하나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Mr.피노키오는 당황했다. 하나도 자신의 행동이 이상했다는 걸 깨닫고 잡고 있던 그의 손을 놓았다. 하나는 변명하는 것처럼 작게 중얼거렸다.

 

 “Mr.피노키오가 아인을 너무 닮아서 그래요.”

 “아인을 찾는다고 했죠? 그가 대체 누구길래 이토록 열심히죠?”

 “그는 제 첫사랑예요.”

 

 Mr.피노키오는 그제야 이해가 된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역시. 첫사랑은 언제나 복잡한 감정을 남긴다니까.”

 “당신에게도 그런 사람이 있나요?”

 

 하나는 내심 떠보듯 물었다. Mr.피노키오는 말을 버벅거리며 대답했다.

 

 “어, 없습니다.”

 

 Mr.피노키오는 서둘러 말을 돌렸다.

 

 “설하씨 말대로 썬시티 시민들도 참 안타까워요. 썬시티에선 감정을 지우고, 잃어버린 감정을 다시 또 문시티에서 찾으니 말예요. 심지어 그들이 복용하는 약은 실패작이잖아요. 부작용이 있음에도 살기 위해 찾을 수밖에 없는 거죠. 설하씨 말대로 윤석의 뜻대로 돼 세상에 혼란이 찾아온다면 어떨 거 같나요?”

 

 하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세상 일 어떻게 되든 관심없습니다.”

 “무관심하네요.”

 “곧 죽을 생각이니 그래요. 아인을 찾은 후 죽을 겁니다.”

 

 Mr.피노키오는 잠시 놀란 뒤 말했다.

 

 “어떤 마음인지 이해합니다. 하지만 저 노을을 봐요.”

 

 Mr.피노키오는 붉게 타오르는 노을을 가리켰다. 태양은 썬시티 너머에 걸쳐 분홍색으로 주황색으로 그리고 붉은 색으로 타올랐다.

 

 “아름답지 않나요? 별과 달과 노을은 어디서든 바라볼 수 있어요. 어디든 아름다움이 있다면 어디든 행복 또한 있을 겁니다. 그러니 그 놈의 아인을 찾을 시간에 세상 좀 감상해 보세요.”

 

 하나는 붉게 타오르는 하늘을 바라봤다. 시간이 지나가 어느 새 붉은 노을은 사라지고 밤이 찾아왔다. 하나는 아인을 만난 이후 처음으로, 다시 또 살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다. 비록 세상이 엉망진창일지라도 어디든 아름다움이 있으리라. 그렇다면 하나 또한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

 덩치는 하나의 행방을 찾기 위해 크레스센트 곳곳을 다녔다. 사람들에게 물어 물어 썬시티 여자로 추정되는 단발머리 여자가 초록 눈의 부동산을 방문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하지만 정작 브리스는 그런 여자가 온 적 없다며 덩치에게 무엇도 알려주지 않았다. 덩치는 본능적으로 단발 머리 여자가 이 근방 어딘가에서 지내리라 생각했다. 덩치는 거리의 사람들에게 CCTV에서 출력한 하나의 사진을 보여주며 이 여자를 보게 되거든 그녀에 대한 어떤 정보라도 좋으니 알아내라고 했다. 그리고 덩치는 그들에게 약간의 동전 몇 푼을 쥐여줬다. 정보의 가치가 높을수록 더 많이 주겠다고 했다. 사람들은 너도 나도 적극적으로 알겠다며 덩치를 돕겠다고 했다. 그렇게 며칠이 흘러 덩치는 하나의 생활 패턴을 파악했다. 그녀는 부동산과 정민네 고기국수 가게와 무너질 것 같은 폐건물을 자주 다녔다. Mr.피노키오와 함께. 덩치는 아무래도 Mr.피노키오가 수상쩍었다. 그는 왜 블랙을 가지고 있는 단발머리 여자와 함께 다니는가. 그러면서 왜 블랙을 가져오지 않는 거지? 모쪼록 덩치는 내일 하나를 만날 작정이다. 그리고 그녀에게서 블랙을 되찾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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