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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거짓말쟁이의 삶은 편하던가요
작가 : 허혜민
작품등록일 : 2022.2.28

첫사랑, 아인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정신병원을 퇴원한 하나.
그녀는 아인을 찾기 위해 그를 닮은 Mr.피노키오를 만난다. 그녀는 Mr.피노키오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그와 함께 다니는데 그 과정에서 인생이 여전히 아름답다는 걸 깨달았다. 아인을 만났던 그때처럼. 하나는 그간 잃어버렸던 자기 자신을 되찾아 간다.

 
4.
작성일 : 22-02-28 17:37     조회 : 204     추천 : 0     분량 : 4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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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제 막 불이 켜진 클럽 안. Mr.피노키오는 왠 단발머리 여자와 함께 있다. 둘은 그다지 사이가 좋아 보이지 않았다. 윤석은 모든 게 혼란스러웠다. 도둑은 어떻게 블랙을 훔쳤을까. 블랙은 소수의 관계자가 아니면 들어갈 수도 없고 존재자체도 모를 곳에 보관했는데. 아무래도 내부에 배신자가 있는 것 같다. 윤석은 Mr.피노키오를 불렀다. 그는 윤석을 보고 잔뜩 긴장하며 그에게 왔다. 윤석이 험악한 얼굴로 물었다.

 

  “저기서 뭘 한 거지? 넌 VIP룸에 있어야 할 텐데?”

 

  Mr.피노키오는 우물쭈물 답했다.

 

  “고객이 주문한 술을 가져오기 위해 잠시 클럽에 내려왔습니다. 그러다 정전으로 인해 꼼짝 못하고 있었죠.”

  “갈색 모자를 쓴 남자가 나가던데, 그의 얼굴을 확인했나?”

  “아뇨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정신이 없었습니다.”

 

  윤석은 Mr.피노키오의 행동이 의심스러웠다. 원래도 겁이 많은 성격이긴 했으나 오늘따라 유난히 긴장한 것처럼 보였다. 검은 정장을 입은 가드들이 윤석에게 다가와 상황을 보고 했다.

 

  “범인은 갈색 모자를 쓴 남자로, 검은 항공점퍼와 청바지를 입었습니다. 키는 175cm정도로 돼 보입니다. 그는 클럽 후문으로 나가 도망쳤습니다.”

 

 윤석은 화가 치밀었다. 오늘처럼 중요한 날에 모든 것을 망쳤다.

 

 “한 팀은 국경검문소 쪽을 둘러보고 다른 팀은 크레스센트 주변을 확인을 하라고 해. 특히 클럽 근처를. 멀리가진 못했을 거다.”

 

 가드는 짧게 고개를 끄덕이고 인이어에 윤석이 한 말을 전했다. 가드들은 모두 클럽 밖으로 나갔다. 윤석은 Mr.피노키오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클럽 안에 배신자가 있는 것 같은데.”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아주 귀한 물건을 도둑 맞았거든. 그 물건은 소수의 관계자가 아니고선 들어갈 수 없는 곳에 보관했는데 말이야.”

 “그럼 그 소수의 관계자부터 조사해보는 건 어떤 가요.”

 

 윤석은 흐음. 하고 생각에 잠길 뿐 답하지 않았다. 윤석은 말했다.

 

 “일주일 내로 물건이 제자리에 돌아오지 않을 경우, 찾아 죽여야지.”

 

 윤석은 Mr.피노키오의 표정을 살폈다. 그는 그저 땅만 주시했다. 눈을 제외하곤 온통 가면에 가려져 있어 확인하기가 어려웠다. 그때 윤석의 핸드폰이 울렸다. 윤석은 전화를 받았다. 가드다. 가드는 범인을 잡았다며 현재 클럽 뒷문 쓰레기장에 있다고 했다. 윤석은 혼자 가려다 말고 Mr.피노키오에게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Mr.피노키오는 그를 따라갔다.

 

 클럽의 후문. 좁은 골목엔 쓰레기통이 종류별로 놓여 있다. 범인은 그곳에서 팔과 다리가 포박된 상태로 엎드려 있다. 범인 주의로 검은 정장을 입은 가드와 흰색 가운을 입은 철민, 그리고 팔뚝이 사람 몸통 만한 덩치가 있다. 윤석과 Mr.피노키오는 그들에게 다가갔다. 윤석이 바닥에 얼굴을 박고 엎드려 있는 범인을 내려다 본 후 가드에게 물었다

 

 “물건은?”

 “없습니다.”

 

 윤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그가 직접 남자의 몸을 뒤졌다. 담배 곽, 볼펜, 오라클 클럽 의 내부를 인쇄한 종이, 썬시티 경찰 신분증, 그리고 붉고 투명한 약이 담긴 봉지…. 그에겐 정말로 블랙이 없었다. 윤석은 남자의 머리를 잡아 올렸다.

 

 “약은 어딨지?”

 “글쎄. 난 모르겠네?”

 

 남자는 태평하게 어깨를 으쓱할 뿐이다. 윤석은 다른 것을 물었다.

 

 “OC층엔 어떻게 들어간 거지?”

 “그것도 난 잘 모르겠네. 미안해서 어쩌지?”

 “정부에서 시킨 일인가?”

 

 남자는 윤석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썬시티 사람에게 그딴 마약을 먹이려 해? 넌 네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지. 그냥 지금 이대로 지내. 괜히 썬시티 시민을 건드리지 말고. 그들이 혼란스러워 하면 정부는 지금보다 더 강하게 두 도시를 통제하려 할 테니까.”

 

 윤석은 남자의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했다. 풀썩 하고 남자는 바닥으로 쓰러졌다. 윤석은 자리에서 일어나 덩치에서 손을 내밀었다. 덩치는 잠시 놀란 뒤 말했다.

 

 “대표님 일주일이 조금 넘으면 정부와 약속한 시간이 끝납니다. 일을 크게 키우시면 괜히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윤석은 손을 내민 상태로 그저 덩치를 바라봤다. 어쩔 수 없이 덩치는 총을 꺼내 윤석 손 위에 얹었다. 덩치의 행동에 덩치 옆에 있던 철민이 불안하게 윤석을 살폈다. 윤석은 총을 남자의 머리에 겨누며 물었다.

 

 “마지막으로 묻겠다. 검붉은색의 약은 어디있지?”

 

 남자는 죽음이 다가온 걸 느꼈는지 허탈하게 웃다가 말했다.

 

 “일식이 찾아올 때, 세상은 혼란으로 뒤덮일 것이다.”

 

 그것이 남자의 마지막 말이었다. 윤석은 총으로 남자의 머리에 구멍을 냈고 남자는 바닥에 피를 흥건하게 흘렸다. 검붉은 피는 바닥을 따라 흘러 흘러 Mr.피노키오의 발에 다다랐다. Mr.피노키오는 썬시티 경찰의 죽음을 보고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윤석은 총을 한 번 툭 털고는 다시 덩치에게 줬다. 그 장면을 보던 철민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대, 대표님? 이거 정말 괜찮은 거예요? 다른 사람도 아닌 썬시티 경찰이라고요! 정부가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마담과의 계약도 엉망이 됐겠다. 새로운 마케팅이 필요했던 참이다. 정부가 움직여준다면 썬시티 시민들에게 오라클 클럽을 알리는 것도 한 순간이겠군.”

 “지금 마케팅이 문제예요? 모두 구속되게 생겼는데?”

 “고위직 관리인 몇과 경찰을 매수를 했다. 정부가 클럽을 조사 하라고 지시 해도 그들은 정부에게 어떤 것도 보고하지 않을 거야.”

 “고, 고위직 관리인을 매수했다고요?”

 

 파랗게 질린 철민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 정도면 정부의 힘도 많이 약해졌네요. 정말로, 정말로 복수에 성공하시겠어요.”

 

 윤석은 레베레티 제로와 무척이나 비슷한 붉고 투명한 약을 철민에게 줬다. 철민은 약을 보고 식겁했다

 

 “이건…. 설마.”

 “아마 맞을 거다. 설하가 곧 치료제가 도착한다고 했으니.”

 “이걸 어쩌죠?”

 “일단 가지고 있어. 나중에 지시를 내리지.”

 

 그리고 윤석은 덩치와 가드에게 말했다.

 

 “덩치, 너는 약을 찾아 와. 당신은 시체를 바다에 버리고 여기 깨끗이 청소해.”

 “네.”

 

 둘은 모두 대답한 후 즉각 움직였다. 윤석은 Mr.피노키오에게 다가갔다. Mr.피노키오는 그의 신발 언저리에 묻은 피를 보며 겁에 질려 있다. 윤석은 그런 Mr.피노키오에게 다시 한 번 얘기했다.

 

 “일주일 내로 잃어버린 물건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배신자를 찾아 죽일 생각이야.”

 

 그리고 윤석은 자리에서 사라졌다. Mr.피노키오는 멍하니 죽은 남자의 사체를 바라볼 뿐이다.

 

 *

 

  Mr.피노키오는 허겁지겁 클럽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곧장 바닥에 떨어진 물건들을 확인했다. 그러나 대리석 바닥 위엔 어떤 쓰레기도 물건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 Mr.피노키오는 바 테이블에 있는 여 바텐더에게 다가갔다. 여 바텐더가 방긋 웃으며 인사했다.

 

 “Mr.피노키오씨 오랜만이네요.”

 “네. 그런데 혹시 후문 출구 쪽에서 떨어진 물건을 보지 못했나요? 아니면 물건을 줍는 사람이라도 좋습니다.”

 “물건이요? 글쎄요….”

 

 바텐더는 곰곰히 생각하다가 말했다.

 

 “하나씨가 후문 출구 쪽에 서 있긴 했었죠.”

 “하나… 씨요?”

 “검은 색 단발 머리 여자 분이요. 그 분은 외에 다른 사람은…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들 뿐이네요. 그런데 그 분들은 곧장 출구 밖으로 나가셔서 물건을 줍진 않았을 거예요.”

 “그렇군요.”

 “어떤 물건을 잃어 버렸는데요? 찾는 걸 도와드릴까요?”

 

 Mr.피노키오는 손사래를 하며 거절했다.

 

 “괜찮습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Mr.피노키오는 클럽을 나왔다. 단발머리 여자라…. 그러고 보니 정전이 났을 때 단발 머리 여자와 썬시티 경찰이 부딪히긴 했었다. 아마 그때 서로의 물건이 뒤바뀐 것일 거다. 하필이면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여자에게 약이 있다니. 그녀는 자기 정체를 궁금해 했다. 그리고 그는 절대로 정체를 밝히고 싶지 않았다. 그녀에게서 무사히 약을 되찾을 수 있을까? 안 되도 되게 만들어야 했다. 그게 Mr.피노키오가 살 구멍이니까.

 Mr.피노키오는 경찰이 죽는 모습이 다시금 떠올랐다. 살아있던 눈동자가 금세 생명의 빛이 꺼지고 그의 몸 주변으로 붉은 피가 끈적하게 흐르는 그 장면을 떠올렸다. Mr.피노키오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죽음이란 정말 두려운 것이었다. Mr.피노키오는 그저 오라클 클럽을 떠나고 싶었을 뿐이다. 윤석의 족쇄에서 풀려나 클럽도, 크레스센트도 떠나서 멀리 도망치고 싶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일이 꼬일 줄이야. 경찰은 그에게 일이 아주 쉽다고 했다. OC층으로 가는 암호를 알려주고 마지막에 경비로 닫혀진 문을 열어주면 그만이라고 했다. 정전도 날 것이고 또 모든 시스템이 멈춰 Mr.피노키오가 그를 도운 걸 아무도 모를 거라 했다. 그런데 왠 단발 머리 여자가 나타나서 물건도 뒤바뀌고 적절한 타이밍에 도망을 치지도 못했다. 결국 윤석의 눈에 띄게 됐으니…, 약을 돌려 놓지 않으면 그는 경찰처럼 그렇게 생명을 잃을 것이다. Mr.피노키오는 죽고 싶지 않았다. 그는 블랙을 원래 자리에 돌려 놓은 후 그대로 달아날 작정이다. 그러기 위해서 일단 하나를 찾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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