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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거짓말쟁이의 삶은 편하던가요
작가 : 허혜민
작품등록일 : 2022.2.28

첫사랑, 아인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정신병원을 퇴원한 하나.
그녀는 아인을 찾기 위해 그를 닮은 Mr.피노키오를 만난다. 그녀는 Mr.피노키오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그와 함께 다니는데 그 과정에서 인생이 여전히 아름답다는 걸 깨달았다. 아인을 만났던 그때처럼. 하나는 그간 잃어버렸던 자기 자신을 되찾아 간다.

 
3.
작성일 : 22-02-28 17:36     조회 : 217     추천 : 0     분량 : 1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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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럽이 오픈하기 전. 호텔 객실은 모두 체크아웃을 마친 상태다. 텅 비어있는 오라클 건물을 윤석은 섬세하게 체크하고 있다. 남색과 흰색이 적절하게 어우러진 캐주얼 정장을 입은 윤석은 시원한 옷과 다르게 매서운 표정이다. 어떠한 실수도 용납하기 않겠다는 얼굴. 윤석과 함께 걷던 관리인은 그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오늘은 특별한 날인만큼 깨끗하게 청소하라고 일러뒀습니다. 자 봐요. 먼지 한 톨 없어요.”

 

 윤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만족스러울만큼 깨끗했다. 윤석은 관리인에게 약간의 팁을 얹어준 후 퇴근하라고 했다. 윤석은 오라클 호텔 꼭대기 층으로 올라가 VIP룸을 확인했다. 기다란 테이블 위에 값비싼 보드카와 와인, 얼음통, 제떨이 등등 놓여 있다. 테이블 안 쪽으로는 미리 준비한 레베레티 제로가 투명한 병 안에 담겨 있다. 윤석은 통유리로 보이는 크레스센트를 내려다봤다. 그리고 윤석은 오라클 클럽 아래에 있는 파세드를 봤다. 파세드에는 필기체로 오라클이라고 적혔다. 오라클. 동생과 윤석의 꿈. 그들은 그저 재즈바를 열어 재즈를 연주하며 살고 싶었다. 문시티 사람이면 어떤가, 크레스센트면 어떠한가. 윤석과 그의 동생을 굴하지 않고 썬시티 만큼이나 우아한 클럽을 열 생각이었다. 그들은 어려서부터 온갖 고역을 겪으며 돈을 모았다. 썬시티 사람들이 원치 않은 일들, 이를테면 배설물을 처리 한다던가, 시체를 닦는다던가, 공사현장에서 막노동을 해야하는 것들을 가리지 않고 해냈다. 그렇게 썬시티 안에서 일을 하면서 그들의 건축양식과 생활방식을 그대로 가져와 클럽에 적용시켰다. 그들은 여느 문시티 사람보다 많은 자금을 모았다. 그 자금은 온통 클럽을 오픈하는데 쓰였다. 윤석은 늘 생각했다. 꼭 썬시티 사람만 품격있게 살아야 하는가. 윤석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문시티 사람도 얼마든지 멋지게 살 수 있다. 문화와 예술을 즐길 줄 아는 그런 사람. 동생은 그런 윤석을 늘 동경했고 불평없이 윤석과 함께 클럽 오픈을 도왔다. 그의 동생 또한 클럽에 애정을 가졌다. 생각해보면 몸은 고되도 나름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모든 문제는 정부로부터 시작된다. 클럽 오픈 몇 주부터 정부로부터 간섭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말도 안되는 이유들을 대며 공사를 중지하라는 명을 내렸다. 며칠 내로 중지하지 않을 경우 강제 철거하겠다는 으름장도 함께 받았다. 항의하기 위해 면담을 잡으려 해도 정부에서는 바쁘다는 이유로 면담을 예약하지 못하게 했다. 한 마디로 군말 없이 철거 하라는 뜻이다. 윤석과 동생은 포기할 수 없었다. 이 클럽을 위해 얼마나 많은 땀과 노력과 자금과 희망을 투자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끝낼 수는 없었다.

 

 “포기하지 않을 거야.”

 

 윤석은 투지를 갖고 말했다. 동생은 약간 지친 것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동생 또한 형을 따라갈 거라고 했다. 그들은 혹시 모를 경우를 대비에 클럽 내에서 잠복했다. 건물 앞엔 사람이 있다는 팻말이 놓고 그곳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동생은 점점 몸이 약해졌다. 윤석은 클럽만큼이나 동생을 아꼈는데, 동생이 걱정이 되어 이대로 포기하는 게 맞나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형의 마음을 알았는지 동생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형. 우리 포기하지 말자.”

 

 그렇다. 그들에겐 이것 말고는 생계를 이을 무엇도 없었다.

 다음 날 동생이 열이 많이 났기에 윤석은 약국에서 감기약을 샀다. 그리고 곧장 클럽으로 돌아갔는데 포크레인이 클럽을 붕괘하고 있었다. 윤석은 포크레인 조종기사에게 가 이게 무슨 짓이냐고 따지니, 기사는 시에서 시킨 일이라고 했다. 벽돌이 무너져 내렸고 간판 또한 바닥으로 수직낙하했다. 윤석은 서둘러 클럽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하지만 벽돌 때문에 입구가 막혔다. 윤석은 벽돌 사이의 빈 공간을 통해 보았다. 힘 없이 서 있는 그의 동생을. 그리고 형을 향해 미소짓던 동생의 얼굴을. 포크레인이 한 번 더 건물을 내리치자 벽돌이 우수수 떨어졌다. 윤석은 소리쳤다.

 

 “윤후야!”

 

 건물이 무너지면서 먼지 연기가 자욱하게 퍼졌다. 작업자가 윤석을 끌어당기며 위험하다고 했다. 윤석은 어떻게든 동생, 윤후를 구하려 했지만 건물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졌고 사람들은 윤석을 끌었다.

 

 정부의 강제철거로 인해 사람 한 명이 죽었다는 게 삽시간에 소문이 퍼졌다. 정부도 이 사건으로 시위나 테러와 같은 일이 일어날까 걱정이 되었는지 윤후의 사체를 찾는 것을 적극 도왔고, 또한 윤석에게 막대한 피해보상금과 특혜를 주었다. 앞으로 3년 간 어떠한 일이 있어도 그의 가게에 간섭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윤후의 사체는 찾지 못했다. 다만 다량으로 묻은 그의 혈흔만 발견했을 뿐. 윤석은 어쩌면 윤후가 살아있지 않을까 희망을 가져봤지만 몇 달이 지나고 몇 년이 지나도 윤후에 관한 소식을 접하지 못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정부가 그들의 클럽 오픈을 막은 이유는 단순히 썬시티의 위상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바로 옆 문시티에 세련된 클럽이 생긴다면 앞으로도 비슷한 가게들이 많이 생길 터고, 그러면 썬시티의 특별한 행복이 없어질 거라는 게 그들 생각이었다. 썬시티의 그깟 위상 때문에 윤석의 클럽과 동생은 거품처럼 사라졌다.

 윤석은 정부가 증오스러웠다. 윤석은 정부에게 항의하기 위해 몰래 썬시티로 침입했다. 그러다 바에서 두 의사의 대화를 엿듣게 됐다. 치료제 어쩌고 판매 어쩌고 하며 그들은 의견이 충돌하고 있었다. 윤석은 그들의 대화를 좀 더 주의깊게 들었다. 그들은 감정을 되살리는 약을 만드는 것을 실험하고 있었고, 거의 완성되어 가는 약을 어떻게 판매해야 할 지 상의하는 중이었다. 한 사람은 정부에서 절대 허가가 떨어지지 않을 뿐더러 약과 실험 자료를 모두 빼앗길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니 문시티의 암흑시장에서 판매를 하자고 제안했다. 다른 의사는 정부를 굳게 믿는 것처럼 보였다. 정부에게 논문을 보여주고 약이 일으킬 장기적인 효과를 객관적으로 보고하면 정부 또한 반대하지 않으리라 했다. 둘은 그렇게 결론을 내지 못하고 바에서 나왔다. 윤석은 절호의 찬스라고 생각했다. 보아하니 약에 대한 수요성은 보장이 되어 있었다. 그들은 썬시티에서 이름 난 정신병원 정신과 의사와 약사였고 그렇기에 썬시티 시민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정확히 간파했다.

 윤석은 정부에 복수를 하기 위해선 힘을 키워야했다. 또한 정부가 애지중지 하는 썬시티 시민들이 필요했다. 어쩌면 감정을 되살린다는 그 약이, 윤석의 복수를 도울 지도 몰랐다.

 윤석 또한 그들을 따라 바에 나왔다. 두 의사가 헤어지는 지점에서 윤석은 의사 중 한 명에게 말을 걸었다. 난 문시티 클럽의 대표가 될 사람이며, 정부에게서 3년간 어떠한 간섭도 받지 않겠다는 조약을 받았다고. 그러니 자기의 동료가 되어 클럽에서 약을 팔라고 제안했다. 의사는 갈등하는가 싶더니 곧바로 승낙했다. 그렇게 그들은 아직 미완성인 레베레티 제로를 클럽 안에서 팔았고 그로인해 윤석이 새로 지은 클럽, 오라클 클럽의 가치는 급격하게 성장했다. 심지어 어느 날 바텐더로 고용된 Mr.피노키오는 독특한 향이 나는 술로 유명해져 오라클 클럽의 인기는 더욱 높아졌다. 하지만 정부를 상대하기엔 아직도 멀었다. 윤석은 자켓 안 주머니에서 검붉은 알약 하나를 꺼냈다.

 

 “이젠 이 약에 기대를 걸어야겠어.”

 

 윤석이 낮게 중얼거릴 때, 설하에게서 연락이 왔다. 윤석은 전화를 받았다.

 

 “요. 대표님 잘 지내고 있어?”

 “그래. 고객은?”

 “잘 모시고 있지.”

 “크레스센트는 마음에 들어 했나?”

 “전혀. 그래서 곧장 오라클 클럽으로 돌아갈 생각이야.”

 “그렇다면 슬슬 맞이할 준비를 해야겠군.”

 “응. 그보다 윤석…. 실험은 그만둔 거 확실하지?”

 “…그래.”

 “오늘 재원의 심부름꾼을 만났어. 약속대로 내일 레베레티 완성품도 받기로 했으니까 곧 판매를 시작할 수 있을 거야. 그러니까 실험을 하지 말아줘. 그런 거 없이도 오라클 클럽은 계속 성장할 수 있잖아.”

 “…그래 알겠어. 모쪼록 클럽에 도착하는 대로 다시 연락 줘. 오늘 만나는 고객, 큰손인만큼 꼭 잡아야 돼.”

 “잘 알고 있지. 그럼 이따 봐.”

 

 윤석은 전화를 끊었다. 윤석은 옷 매무새를 다듬고 귀한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로비로 내려갔다. 마담. 그녀는 썬시티 인사계에서 가장 발이 넓은 여자다. 마담과의 계약건만 따낸다면 그의 승리나 다름없다. 오늘은 아주 중요한 날인 만큼 어떠한 작은 사건도 일어나서는 안 됐다. 윤석은 장벽 너머 썬시티를 바라봤다. 윤석은 자켓 안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어 불을 지폈다. 윤석은 증오 섞인 표정으로 낮게 말했다.

 

 “늘 자기들만 잘난 줄 알지. 검은 시장 없이는 살아갈 수도 없으면서.”

 

 *

 

 “설하씨 음식이 너무 짠데. 정말 먹을 곳이 이 가게 밖에 없어?”

 “설하씨, 다리가 아픈데 탈 것 없어?”

 “설하씨. 설하씨는 어떻게 이런 곳에서 일을 하지? 여긴 너무 더럽잖아!”

 

 마담의 까다로운 성깔을 맞추고 있는 설하. 마담의 계약을 따내기 위해 필사적이다. 재원은 설하에게 심부름꾼을 보내 치료제를 전달해준다고 했다. 그리고 그 심부름꾼을 크레스센트 역에서 만났다. 연약하게 생겼는데 그러면서도 꽤나 고집있어 보였다. 그녀는 오라클 클럽을 간다고 했다. 어쩌면 오늘 클럽 안에서 또 한 번 만날지도 몰랐다. 휴림정신병원을 나온 여자라. 아마 역사상 하나가 처음일 것이다. 설하는 재원이 재밌는 사람을 보냈다고 생각했다. 설하는 재원을 떠올렸다. 메일엔 꼭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았다. 그 이후 재원에게 메일을 몇 번이나 더 보냈지만 답장이 오지 않았다. 그는 종종 자기 세계 안으로 들어가버리면 주변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니까. 설하는 재원이 또 조용히 혼자의 시간을 즐기는 것이라 생각했다.

 재원은 설하의 구원자다. 썬시티에서 점점 감정도 주체성도 잃어가고 있을 때 재원을 만났다. 재원에게 상담을 받으면 설하는 잃어가던 자신을 되찾을 수 있었다. 재원은 그녀의 구원자다. 그리고 또…. 설하는 재원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의 덥수룩한 머리카락을, 그의 마른 몸매를, 그리고 그의 촌스러운 흰 뿔테 안경을. 설하는 얼굴을 붉혔다. 재원은 너무 잘생겼다. 어쩌면 이번 일이 잘 마무리 되면 재원을 만날지도 몰랐다. 하나도 병원을 나왔는데 재원 또한 못할 것 없을 거다. 만약 재원을 다시 보게 된다면 그때는 설하의 마음을 고백하리라 생각했다. 설하는 혼자만의 생각에 잠겨 행복에 겨워했다. 마담을 포함한 그녀의 고객들이 클럽으로 이동하는 차내에서 갑자기 얼굴이 붉히며 행복해 하는 설하를 이상하게 바라봤다.

 

 “설하 씨 감기야?”

 

 마담이 부채로 자기 입을 막으며 노려봤다. 마담의 말에 설하가 창피해하며 고개 숙여 변명했다.

 

 “아닙니다. 마담.”

 

 그 이후 그들은 다시 조용히 창문을 바라봤다. 곧 택시가 클럽 앞에 도착했다. 설하는 고객들과 함께 택시에 내렸다. MD 몇 명이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고객들에게 길을 안내했다. 마담도 그들과 함께 가려던 걸 설하가 막았다.

 

 “마담. 마담은 VVIP고객이기에 대표님이 직접 안내하실 겁니다.”

 

 마담은 특별 취급을 해주는 것을 좋아했고 설하의 말은 효과가 있었다. 마담은 고개를 쳐들고 도취감에 취한 미소를 지었다.

 

 “대표는 어딨죠?”

 “오라클 건물 안 로비에 있습니다. 저를 따라오시죠.”

 

 설하가 길을 안내했고 마담은 커다란 엉덩이를 씰룩 거리며 오라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로비 입구엔 캐주얼 정장을 입은 윤석이 서 있었다. 마담은 그를 보고 설하에게 속삭였다.

 

 “대표가 젊네요?”

 “네. 어릴 적부터 클럽을 오픈하기 위해 열심히 살았다고 해요.”

 “문시티에서 보기 드문 사람이네요. 문시티 사람들은 보통 멍청하잖아?”

 “하하. 네 맞습니다.”

 

 마담이 오라클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윤석이 허리를 숙여 마담의 손에 입을 맞추어 미소를 지었다.

 

 “오라클 클럽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마담은 남자를 밝혔다. 이 또한 설하와 윤석의 계산된 행동이었다. 마담은 부채를 부치며 말했다.

 

 “이 클럽은 매너가 좋네요. 마음에 들어요.”

 “오라클이 마담 마음에 드셨다니 기쁩니다. 자, 먼저 클럽 안을 관광한 뒤 곧장 VIP룸으로 이동하겠습니다. 저를 따라오시죠.”

 

 설하와 윤석 마담은 가드들과 함께 오라클 클럽으로 내려갔다. 클럽 안에선 재즈 음악이 흘렀다. 사람들은 모두 가면을 쓴 채 우아하게 몸을 흔들며 춤을 췄다. 윤석은 스테이지에 있는 가면 쓴 이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곳의 손님은 90%가 썬시티 시민입니다. 그러니 문시티의 다른 가게에서 느꼈던 불편함이 덜 하실 겁니다. 또한 저희 오라클 클럽의 철학은 “우아함은 비밀스러움에서 나온다.”입니다. 클럽의 모든 손님들의 신원을 철저하게 비밀로 처리하며 앞으로 마담이 오라클에서 즐기실 때 하실 모든 행동, 기록 또한 가까운 관계자조차 알 수 없게 가려집니다. 그러니 부담을 느끼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리고 윤석은 클럽의 안쪽에 있는 바를 가리켰다.

 

 “저기는 바 테이블 입니다. 종종 문시티 사람도 이곳을 방문하는데 그럴 경우, 대다수가 저기 바 테이블로 갑니다. 아마 가격대가 비교적 저렴한 곳이 저곳이기 때문인 듯 합니다. 하지만 마담은 Mr.피노키오라는 특별 바텐더가 대기하고 있으니 저곳엔 갈 일이 없을 겁니다.”

 

 마담은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을 둘러봤다. 크레스센트를 돌아다닐 때와는 확연히 다른 표정이다. 오라클은 마담에 마음에 들었다. 설하는 윤석의 영업에 감탄했다. 저 까칠한 여자도 윤석 앞에서는 얌전해지는 군? 설하는 일이 잘 풀리고 있어 만족스러웠다. 윤석은 금색 테두리로 치장된 엘리베이터의 문을 열고 손으로 마담에게 엘리베이터를 타라고 안내했다.

 

 “마담, VIP룸으로 이동하겠습니다.”

 “문시티치곤 제법이네요.”

 

 마담은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엘리베이터는 소리 없이 조용하게 올라갔다. 마담 옆에 윤석이 서 있고 그들 앞으로 설하가 섰다. 설하의 핸드폰이 정신없이 울렸다. 설하는 전화를 끊었는데 자꾸만 울렸다. 결국 설하는 핸드폰을 무음으로 돌리며 마담에게 사과했다.

 

 “마담, 시끄럽게 해 죄송합니다. 잠시 연락을 확인하겠습니다.”

 “괜찮아요.”

 

 설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자 메세지 창을 켰다. 클럽 관계자로부터 문자가 수십통이나 왔다. 설하는 천천히 문자를 읽었다. 윤석은 마담을 보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윤석의 손이 마담의 손과 살포시 닿았다. 윤석은 마담과 조금 더 가까이 섰다. 마담은 살짝 당황한 것 같지만 싫은 기색은 아니었다. 마담은 괜히 불평했다.

 

 “여긴 왜 이렇게 더워.”

 

 윤석은 자세를 낮추어 마담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마담. 최근에 들어온 신상품이 있는데 품질이 아주 좋다고 합니다. 특별히 마담께 샘플을 드릴 수 있는데… 어떠신 지요?”

 “샘플? 어떤 샘플?”

 

 윤석은 정장 안 주머니에서 검붉은 약을 꺼냈다. 마담은 그것을 보며 말했다.

 

 “이것도 레베레티인가요?”

 “아니요. 그건 전혀 다른 상품입니다. 하지만 마담이 지금 껏 드신 레베레티 제로보다 훨씬 더 마담을 즐겁게 해드릴 겁니다.”

 “흐음.”

 

 마담은 미소를 지었다.

 

 “좋네요.”

 

 설하는 심각한 얼굴로 문자를 확인하다가 윤석을 향해 고개를 휙 돌렸다. 마담이 화들짝 놀랐다. 설하는 마담과 윤석을 번갈아 봤다. 둘이 뭘 한 거지? 그러다 설하는 정신을 차리고클럽의 관계자로부터 온 메세지를 윤석에게 알렸다.

 

 “대표님. 핸드폰 좀 확인해주시겠어요? 관계자들이 대표님을 급하게 찾네요.”

 

 윤석은 설하의 진지한 얼굴에 급하게 핸드폰을 열었다. 문자 메세지 창엔

 

 “블랙을 도둑 맞았습니다.”

 

 라고 와 있다. 윤석의 얼굴이 심각하게 굳었다. 그런 윤석을 보고 설하도 윤석의 핸드폰 창을 봤다. 블랙이 도둑 맞았다고? 블랙이라 어떤 물건을 지칭하는 말 같은데 설하는 블랙이라는 단어 자체를 처음 들었다.

 

 “블랙이 뭐야?”

 

 설하의 물음에 윤석은 핸드폰 화면을 껐다.

 

 “그런 게 있어.”

 

 설하가 윤석을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봤다. 마담은 둘만 대화를 나누자 소외된 기분이 들었는지 다시 또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둘이 뭐해? 특별 고객이라면서 날 무시하는 거야?”

 “죄송합니다.”

 

 윤석과 설하가 동시에 사과했다. 그때 엘리베이터가 덜컥 하면서 흔들리더니 조명도 꺼지고 움직이도 않았다. 마담은 겁에 질린 채로 설하의 팔을 잡고 말했다.

 

 “설하 씨. 지금 이거 뭐야? 우리 여기에 갇힌 거야!?”

 

 마담은 거의 히스테리가 올 것 같았다. 설하는 마담을 진정시켰다.

 

 “어서 상황을 해결하겠습니다.”

 

 설하는 통제실에도 전화를 해보고 엘리베이터 관리자와 경비원에게도 연락을 돌렸다. 보아하니 누군가 고의로 전원이 연결된 선을 자른 것 같다. 마담은 잠시도 참지 못하고 아예 바닥에 주저 앉아 불평했다. 엘리베이터 안은 에어컨도 꺼진 상태라 마담의 몸이 축축하게 젖어가고 있었다.

 

 “이딴 곳에 대체 언제까지 갇혀 있어야 되는데!”

 

 윤석은 그런 마담을 한심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봤다. 윤석은 아마 캄캄해서 자신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을 거라 생각한 모양이다. 마담은 그런 윤석의 표정을 보고 더욱 기분이 상한 것 같았다. 윤석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마담을 달래기 위해 몸을 낮췄다.

 

 “마담. 현재 직원들에게 연락을 취한 상태이니 금방 복구가 될 겁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마담은 윤석을 경멸의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이딴 것도 클럽이라고.”

 

 마담의 말에 윤석의 얼굴이 굳어졌다. 설하는 살벌해진 두 사람 사이에 끼어 분위기를 중재시켰다.

 

 “마담. 직원이 문제 원인을 해결했다고 합니다. 곧 복구가 될 것 같습니다.”

 “흥.”

 

 마담은 고개를 휙 돌렸다. 마담은 고개를 치켜 들고 부채질을 했다. 윤석은 마담이 아닌 바닥을 노려봤다. 그 나름대로 분노를 삭히는 것 같았다. 엘리베이터는 정말로 금방 복구 됐다. 불이 들어오고 덜컥 덜컥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다시 움직이자 마담은 곧바로 1층 버튼을 눌렀다.

 

 “예약은 취소해요. 수수료는 얼마든지 줄 테니까.”

 “호텔에 좋은 물건들을 많이 준비해뒀는데 그냥 가실 생각인가요?”

 

 설하가 되물었지만 마담은 단단히 화가 난 것 같았다.

 

 “문시티가 그럼 그렇지. 다신 이곳에 올 생각이 없으니 그런 줄 아세요.”

 

 엘리베이터는 올라가다 말고 멈추더니 아래를 향해 내려갔다. 곧 띵- 하는 도착 소리와 함께 1층에서 문이 열렸다. 마담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려 하자 윤석의 마담의 어깨를 붙잡았다. 마담은 그가 애걸복걸이라도 할 거라 생각했지만 그 반대였다. 윤석은 마담에게 낮게 읊조렸다.

 

 “감정불능이 니들의 고질병이지. 약 없이는 제대로 살지도 못하면서. 잘가라. 영원히 정부의 꼭두각시로 지낼 자신이 있다면.”

 

 마담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윤석의 협박에도 마담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마담은 윤석에게 경고했다.

 

 “정부가 가만있지 않을 거야. 네가 실수 하기를 기다리고 있거든. 레베레티 제로도, 신상품도 그리고 네 자신도 잘 숨기라고. 쥐새끼처럼.”

 

 마담은 몸을 휙 돌려 오라클 건물을 나왔다. 설하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윤석을 봤지만 윤석은 설하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윤석은 다시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그리고 그들은 클럽으로 내려갔다. 클럽은 아직 어둠에 잠겼다. 그곳에서 보이는 거라곤 사람들의 실루엣 정도다. 밴드는 연주를 멈추었고 고요 속에서 사람들이 공포에 떠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는 누군가의 발을 밟았고 누군가는 어둠을 두려워했다. 바로 옆 윤석은 일을 망쳐 단단히 화가 난 것 같다. 설하는 한 번 더 윤석에게 물었다.

 

 “블랙이 뭐야? 뭘 도둑 맞은 거야?”

 

 윤석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 무엇도 알려주지 않을 심산이다. 설하는 윤석에게 따지듯 물었다.

 

 “블랙이 뭐냐고! 최윤석 너 설마 실험을 재개한 건 아니겠지?”

 

 그때 끼익 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문에서 옅은 빛이 샜다. 그 빛을 통해 Mr.피노키오와 하나 그리고 갈색 모자를 쓴 남자를 볼 수 있었다. 윤석은 의아하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Mr.피노키오가 왜 저기에…?”

 

 놀란 건 설하도 마찬가지다. 재원의 심부름꾼이 저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갈색 모자를 쓴 남자는 급하게 땅에서 무얼 줍더니 출구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곧 클럽에도 불이 들어왔다. 사람들은 갑자기 찾아온 빛에 눈살을 찌푸렸다. 설하는 윤석의 눈을 바라봤다. 윤석은 끝까지 설하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이로써 그가 실험을 재개했다는 게 확실해졌다.

 

 “배신자.”

 

 설하는 윤석의 어깨를 치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설하는 분한 마음이 솟아올랐다. 윤석은 설하를 이용했다. 마담을 데려오라고 한 것도 신마약을 썬시티 사람들에게 흘릴 작정인 것이다. 신마약. 그게 어떤 약인 줄 알고. 설하는 절대로 윤석의 뜻대로 두지 않을 생각이다. 하지만 설하 혼자서 기업이나 다름 없는 오라클 클럽을 어떻게 상대하지? 설하는 분노와 혼란 속에서 갈 길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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