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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거짓말쟁이의 삶은 편하던가요
작가 : 허혜민
작품등록일 : 2022.2.28

첫사랑, 아인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정신병원을 퇴원한 하나.
그녀는 아인을 찾기 위해 그를 닮은 Mr.피노키오를 만난다. 그녀는 Mr.피노키오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그와 함께 다니는데 그 과정에서 인생이 여전히 아름답다는 걸 깨달았다. 아인을 만났던 그때처럼. 하나는 그간 잃어버렸던 자기 자신을 되찾아 간다.

 
02. diary
작성일 : 22-02-28 17:35     조회 : 211     추천 : 0     분량 : 3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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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똑똑”

 

 하고 창문에서 노크소리가 들리던 밤. 그날을 나는 기억해. 나는 커튼을 젖혀 창문을 열었고 테라스엔 네가 서 있었어. 예쁜 분홍색 칵테일을 들고서 말야. 너는 환하게 웃으며 내게 술을 건넸지.

 

 “매일 나를 보던데, 너도 내 술을 마셔보고 싶은 거지?”

 

 내가 궁금했던 건 술이 아닌 아인, 너었어. 하지만 나는 너의 말에 수긍하며 분홍색 칵테일을 마셔도 되는 지 물었지.

 

 “그럼. 너를 위해 만든 건데.”

 

 그게 너의 대답이었어.

 

 네가 준 술은 분홍빛이 층층이 나누어진 술이야. 마실 수록 단맛이 느껴지는 술이야. 마지막에는 푸근하면서도 달콤한 향이, 난생 처음으로 맡아본 독특한 향이 나는 술이었어. 그 향을 대체 무어라 설명할 수 있을까? 내가 알고 있는 단어로는 부족해. 그래서 나는 그냥 그 향을 그저 느끼기로 했어. 나는 네게 술의 이름이 뭔지를 물었어. 너는 미소를 지으며 답했어

 

 “핑크스완.”

 

 너는 비어버린 술잔을 테라스 바닥에 놓은 뒤 내게 손을 뻗었지.

 

 “나가자. 보여주고 싶은 게 있어.”

 “안 돼. 엄마가 알면 크게 화내실 거야.”

 “그럼 들키지 않게 다녀 와야겠네.”

 

 너는 별 탈 없을 거라는 듯 내 걱정을 덜어주려 했지만 그럼에도 나는 방에서 꼼짝하지 않았지. 너는 모를 거야. 넓은 방 밖을 나가는 것이 내게 얼마나 두려운 일인지를. 나는 엄마와 함께가 아니고선 밖을 나가본 적이 없거든. 너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내게 물었어.

 

 “바깥이 두려운 거야?”

 

 나는 고개 저어 대답했지.

 

 “집이 두려운 거야.”

 “혼나게 돼도 괜찮아. 함께 있어줄게.”

 

 네가 그 말을 하자, 갑자기 술기운이 확 오르더라. 얼굴이 뜨거워지는 걸 느꼈어. 아인. 그때 너는 얼굴이 붉어진 나를 보며 재밌다는 듯 웃었지. 네 웃음에 나는 긴장감이 조금이나마 풀렸던 거 같아. 아마 그래서 평소라면 절대로 하지 않은 일을 저지른 건지도 몰라. 나는 함께 있어준다는 네 말을 믿고 바깥으로 나간 거야! 그것도 캄캄한 밤에.

 우리는 함께 밤거리를 걸었어. 나는 어둠에 잠긴 마을이 이렇게 아름다운지를 몰랐어. 하늘엔 별들이 총총이 반짝였고 가로등 불빛이 거리를 비추었지. 아직 잠들지 않은 집과 거리를 헤매는 고양이, 그리고 내 옆에서 나란히 걷는 네가 나를 설레게 만들었던 거 같아. 늘 족쇄를 차고 있는 기분이었는데 그 날만큼은 몸도 마음도 가벼웠어.

 너는 계속 걸었어. 숲을 향해, 마을 끝을 향해. 우리는 커다란 장벽 앞에 도착했어. 장벽의 장엄한 크기에 압도된 게 아직도 떠올라. 너는 사다리가 놓인 나무로 가더니 사다리를 타고 나무 줄기에 앉더라. 그리고 내게도 올라오라고 했지. 보여주고 싶은 것이 바로 여기 있다면서.

 나는 너를 따라 두꺼운 가지에 앉아 장벽 넘어의 세계를 바라봤어. 너는 주머니에서 망원경을 꺼내 내게 건넸고 나는 그것으로 우거진 숲 너머엔 작은 마을을 봤어. 그건 썬시티의 마을과 다른 분위기였어. 뭐든 게 통제되어 있는 썬시티와 다르게 그곳은 자유로워 보였지. 사람들은 마을 중앙에서 불을 지펴 그 주변을 에워싸 춤을 췄어. 그 춤 또한 발레와 달랐어. 그들의 스텝은 엉망이고 움직임이 둔한 사람도 있었고, 다른 사람과 호흡도 잘 맞지 않았지만 그들은 모두 환하게 웃고 있었어. 그래. 아인, 네 미소처럼 환한 웃음이였어. 어떠한 가식도 계산도 없는 미소. 그건 확실히 억지로 발레를 춰야 하는 나와 다른 사람들이었지. 너는 그 마을을 가리키며 내게 말했어.

 

 “문시티. 장벽 너머의 세계를 문시티라고 해.”

 

 그리고 너는 내게 물었어.

 

 “너는 꿈이 있니?”

 

 난 없다고 했지. 그러자 넌 그런 인생도 멋진 거라고 했어. 자유롭고 뭔가에 얽혀 있지 않으니까라고. 하지만 나는 속으로 너의 말을 부정했지. 이건 멋진 게 아니라 그저 삶에 아무런 의지가 없는 거라서. 그리고 넌 별처럼 총총하게 빛나는 눈동자로 문시티를 바라봤지.

 

 “내겐 꿈이 있어. 바로 저 장벽 너머의 세계로 가는 거야. 매체도 사람들도 모두 행복은 썬시티에, 불행은 문시티에 있다지만 난 그 말을 믿지 못하겠어. 하나야 너도 보이지 저 사람들의 미소가, 춤이,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그들의 모든 건 진실 됐어. 하지만 썬시티는 아니야. 적어도 내가 봤을 땐 그래.”

 

 난 네 말을 이해했어. 난 단 한번도 행복을 느껴본 적이 없어. 하지만 내가 발레 공연을 마칠 때면 사람들은 내게 나와 같은 표정없는 얼굴로 박수를 보냈고, 그 모습을 기자들이 촬영하고 신문과 티비에 나올 때 쯤이면 나는 무척이나 행복한 사람으로 포장되어 있지. 신동 발레리나. 천재 발레리나. 미래가 창창한, 모든 여자들이 부러워하는 그러한 발레리나. 정작 내 인생은 방에 갇혀 있을 뿐인데 말이야. 너는 말을 이었어.

 

 “난 진실을 확인하고 싶어. 하나야 세상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어. 사람들은 자기 감정을 지우면서까지 세상에 속해 있으려고 해. 그렇다면 다 지워버리고 나면 그들의 인생은 대체 뭐지? 남들이 제 아무리 썬시티가 행복하다고 떠든다 한들 자기 자신이 그것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면 그 행복의 의미는 대체 뭘까? 하나야 정부를 믿으면 안돼. 정부가 관리하는 매체를 모두 믿어선 안 돼. 그들은 뭔가를 숨기고 있어. 우리가 살고 있는 섬엔 원래 저 장벽 따위는 없었데. 문시티와 썬시티로 나눠져 있지도 않았고. 정부가 만든 거야. 인위적으로! 난 장벽 너머의 세계로 넘어갈 거야.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 어떤 곳인지 직접 확인할 거야.”

 “한 번 썬시티 밖으로 나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해.”

 “괜찮아. 나 역시 다시는 돌아올 생각이 없으니까.”

 “만약…, 정부의 말대로 문시티는 정말 불행만 있는 곳이면 어떡하려고?”

 

 넌 미소를 지었어. 늘 그렇듯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난 나를 믿어. 내 감정을 믿고 생각을 믿고, 내가 보고 들은 것을 믿어. 갈 거야. 혹여나 정부가 옳다고 해도, 내 뜻대로 사는 인생이니 후횐 없을 거야.”

 

 난 너를 응원해주지 않았어. 못했어. 네가 만약 정말로 썬시티로 떠나게 되면 나는 다시 또 혼자가 될 테니까. 춤추는 인형으로 내 삶을 끝내고 싶지 않았어. 그 유일한 희망이 너라고 생각했고. 너는 내 불안을 눈치챘는지 내 손을 잡아 줬어. 우리는 밤하늘에 떠 있는 달과 별 그리고 그 아래에 잠들어 있는 문시티를 봤어.

 

 “떠나기 전까지, 매일 너를 보러 갈게.”

 

 집으로 돌아온 나는 예상대로 엄마에게 크게 혼이 났어. 그리고 너는 약속대로 그 순간을 나와 함께 있어줬지. 나는 그렇게까지 혼나 본 적이 없지만 그래도 너를 따라간 것을 후회하지 않았어. 혼나도 좋을 만큼 멋진 밤이었으니까.

 함께 있어준다는 너는 밤마다 내 방에 찾아왔고 말수 적고 표정없는 나는 내 안에서 새로이 싹트는 감정을 느꼈어. 너의 술에서 나는 향처럼, 나는 그 감정을 무어라 불러야 할 지를 모르겠더라. 그건 푸근하면서도 따뜻한 그런 감정이라고 밖에 설명을 못하겠어. 그 감정이 싫진 않았어. 오히려 좋은 쪽에 가깝지. 나는 여우고, 너는 나의 어린왕자야. 나는 너에게 서서히 길들여갔어. 아무 의미없던 창문과 칵테일과 검은 눈동자는 이제는 내게 아주 중요한 것들이 된 거야. 난 그게 싫지 않더라. 오히려 좋은 쪽에 가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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