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방 안. 넓은 창가. 쉬폰 재질의 부드러운 커튼. 커튼 사이로 보이는 너.
나는 늘 방안에서 홀로 발레 연습을 하고, 너는 늘 거리에 나와 가판대에서 술을 팔았지. 우리는 종종 커다란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시선을 교환해. 바람결에 커튼이 흩날리고, 바람결에 네 검은 머리카락도 흩날릴 때면, 나는 왜인지 가슴이 두근거려. 나는 네가 궁금해. 까만 눈동자 속에 어떤 영혼이 있는지가 궁금해. 너는 키가 큰 편도 아니고, 잘생긴 얼굴도 아니지만 늘 자신감이 넘쳤고, 그 모습에 남녀노소 상관없이 모두가 너를 좋아했어. 너는 자유로워 보여. 살짝 그을린 피부가 이곳 썬시티와 잘 어울려. 태양처럼 빛나는 너가 부러워.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언제나 자존감이 낮은 여자일 뿐이니까.
나는 늘 그렇듯 학교도 가지 않고 방안에서 홀로 발레 연습을 하고 너는 늘 그렇듯 거리로 나와 가판대에서 술을 팔았지. 그러고나서는 창문 사이로 나를 바라보는 네가 보여. 너도 내가 궁금한 걸까? 아인. 넌 어떤 사람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