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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하늘에서 떨어졌는데 과거로 돌아왔다
작가 : 시제
작품등록일 : 2021.12.29

음악으로 성공하겠다며 기타 하나 매고 서울로 올라온 당찬 남고딩 최영소! 혼자 살다보니 밤낮이 바뀌는 건 한 순간이다. 그 날도 여느 때처럼 새벽 내내 기타를 치다 쓰러지듯 침대에 누웠는데, 눈을 떠보니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지?’ 채 다 생각하기도 전에 엉덩이는 흙바닥에 내동댕이 쳐졌고 영소에게 손을 내밀어준 사람은 다름아닌 … 준호 형? 영소와 같은 밴드에서 베이스를 치는 준호가 곤룡포를 입고 영소에게 손을 내밀었다.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으나 정말 이곳이 과거, 조선이라는 걸 알게 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영소는 돌아갈 방법을 찾기 위해 궁 안에서 목숨을 걸고 뛰어다니지만 하필 영소가 하늘에서 떨어진 그 날, 궁녀 연쇄 살인 사건이 일어나면서 영소는 역사의 인물들과 아주 깊숙이 엮이게 되는데… 21세기 평범하디 평범한 남학생 최영소는 과연 현재로 돌아갈 수 있을까?

 
18화
작성일 : 22-02-28 17:24     조회 : 207     추천 : 0     분량 : 3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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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왕의 짙은 눈썹이 인상을 쓰며 병풍 문을 닫았다. 그리고 곧바로 내실의 문이 벌컥 열렸다. 옷도 완전히 차려입지 않은, 소원 신씨였다. 왕은 눈썹을 까닥이며 신경이 날카로워져 꾸짖듯이 말했다.

 

 "소원, 이렇게 불쑥 찾아오는 것은 법도에 어긋나다못해 엄벌에 처해질 수도 있음이거늘 무슨 짓인가!"

 

 "전하! 지난 밤, 지난 밤 제가 아끼던 본방 나인이 살해당했나이다!"

 

 소원이 납작 엎드려 사실을 자초지종을 고했다. 소원의 얼굴에 말라붙은 눈물 줄기 위로 다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녀는 정신 나간 사람처럼 왕 앞에 엎드려 간절히 빌었다.

 

 "저는 아무래도 상관없사옵니다, 그 아이가, 그 아이가 살해당했습니다. 제가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나이까!"

 

 소원은 이내 무슨 말을 하는지도 알아들을 수 없을 만큼 울음을 섞어 울분을 토해내었다. 왕이 눈썹을 찌푸렸다. 중전이 사건을 맡겠다한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그런데 궁인이 또 살해당한다고? 그것도 후궁을 지근에서 모시는 본방 나인이 말인가. 소원은 허겁지겁 무릎으로 왕 앞에 달려가 다리를 끌어 안으며 연신 손바닥을 비비고 빌었다.

 

 "아이고, 소원 마마님!"

 

 장 내관은 소원을 모시는 지밀 궁인을 데려와 소원을 끌어내려 애를 썼다. 그러나 반쯤 정신을 잃은 사람에게는 어디서 끌어올린 것인지 모를 힘이 발휘되는 법이다.

 

 "전하! 부디 범인을 찾아내어 억울함을 풀어주시옵소서! 전하, 제발 간청드리옵니다!"

 

 "...일단 마음을 추스리시오."

 

 왕은 자세를 낮추어 직접 소원의 팔을 풀어주고는 어깨를 토닥였다. 얼마나 아끼는 아이인지는 버선발로 튀어나와 더러워진 발을 보고도 알 수 있었다. 본방나인은 사가에서 데려오는 사람이니 어렸을 때부터 함께 자랐거나 친자매 같은 각별한 사이일 수도 있음이다. 자유로운 사가와 달리 궐은 숨막히는 예법과 견제하는 눈들이 많으니 방 안에서 눈물을 글썽이는 일이 잦았을 것이고, 본방 나인은 그의 곁에서 극진히 보필했을 테니 사이는 더욱 친밀해졌을 것이다. 왕은 소원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등을 천천히 쓸어주었다. 장 내관이 물을 떠오자 친히 그릇을 들고 소원의 입에 넘겨주기까지 했다. 이제 좀 눈물이 잦아진 소원은 따뜻한 왕의 얼굴을 보고 다시 눈물이 울컥 차올랐다.

 

 "이번 일의 진상 또한 꼭 밝히도록 할테니, 소원은 처소로 돌아가 심신을 다스리는 게 좋겠소."

 

 왕은 자리에서 일어나 곧바로 상참에 열겠다고 명했다. 아직 시간이 한참 남았으나 장 내관은 어명을 받들고 도승지에게 이를 전하기 위해 급하게 승정원으로 뛰었다. 소원 신씨는 비틀거리는 몸을 일으켜 대전을 나섰다.

 

 

 

 "밖에 게 있느냐!"

 

 "예, 전하. 하명하시옵소서."

 

 김 상궁이 자리를 뜬 장 내관 대신 왕의 말에 답했다.

 

 "대전 상궁은 어서 중전을 편전으로 모셔오거라. 사안이 급하니 서둘러라!"

 

 이 일의 진상을 밝히기 전에, 때마침 찾아온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는 왕이었다.

 

 

 

 

 

 혼란 속에 상참常參이 시작되었다. 왕의 명령에 의복만 갖춰입고 입궐한 대소신료들은 조회의 주요 안건이 된 궁인 살인 사건에 대해 입아프게 논하고 있었다. 내명부의 일이라며 조심스러워 했던 형조와 다른 신료들도 오늘은 달랐다. 이번에 발견된 시신은 우물에 메여 있는 것은 같았으나 확연히 다른 차이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왕은 신료들의 논의에 일절 말을 얹지 않은 채 듣고 있었다. 꼭 누군가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리는 모양새였다.

 

 "중전마마 입시요-!"

 

 내관의 말이 끝나자 중전이 편전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어제의 흠모와 신의의 눈빛이 아닌, 허망함과 심각한 눈들이 중전의 걷는 길로 가득 쏟아져 내렸다. 중전은 태연하게 왕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인사를 올렸다.

 

 "문안인사 올리옵니다, 전하. 간 밤 평안하셨나이까."

 

 "간밤에 또 궁인 하나가 죽어나갔는데, 평안치 않더이다."

 

 "...!"

 

 중전의 올곧은 눈이 흔들렸다. 고개를 들어 왕의 얼굴을 바라보자, 그는 싸늘하고 비열하게 웃으며 말했다.

 

 "형참刑參은 나와 사건에 대해 보고하라."

 

 "지난 밤 후궁 후원의 쓰지 않는 우물가에서 목을 메단 시신이 발견되었나이다. 그는 소원 신씨의 본방 나인으로 어젯밤 처소로 돌아가지 않고 숙직방에서 잠이 들었다 하옵니다.변을 당한 세 궁인들처럼 금색 밧줄에 메달린 채였사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목 뿐만 아니라 팔목과 발목에 밧줄이 단단히 감겨있었사옵니다. 얼굴에 큰 타박상이 있는 것으로 보아 누군가에게 밧줄로 싸매여 우물가로 끌려간 뒤 저항을 한 것 같사옵니다."

 

 "...설마."

 

 중전이 덜덜 떨리는 손으로 입을 막았다. 왕은 어좌의 팔걸이를 손가락으로 툭툭 치며 난감해보이는 중전을 내려다보았다.

 

 "살인의 정황이 확실하군."

 

 "송구하옵게도, 그러하옵니다."

 

 형조참판의 말이 끝나자 편전은 신료들의 놀람으로 소란스러워졌다. 다들 지엄한 궁안에서 살인이 일어났다는 것에 적잖이 놀란 듯 했다. 왕은 서안을 주먹으로 내리치며 신료들을 집중시켰다. 도승지를 비롯해 좌상, 그리고 중전의 시선이 왕을 향했다.

 

 "사건이 내명부에서 조용히 처리될 선을 넘어 매우 커졌소. 중전은 이만 수사에 손을 떼고 물러나는 것이 좋을 듯한데. 중전의 생각은 어떻소?"

 

 어제, 칼을 쥐어주지 않을 거라던 왕의 말이 떠올라 중전은 붉은 연지를 바른 입술을 깨물었다. 마지못해 중전이 고개를 조아렸다.

 

 "신첩이 도리에 맞지 않는 일을 해결하겠다 청해 어심을 흩트린 것 같사옵니다. 전하께서 원하시는 대로 소첩 따르겠사옵니다."

 

 왕은 만족한다는 듯 웃었다. 중전의 기분은 진창에 빠져 매우 더러워진 채이나, 왕의 기분은 유쾌해보였다. 공평하게 있을 수 없는 시소에 탄 것처럼 둘은 계속 어긋나기만 한다.

 

 "수사를 형조에게 맡기고 범인이 잡히면 과인이 직접 친국을 하여 엄히 다스릴 것이오. 수사관은 과인이 따로 청렴한 이를 골라 앉힐 것이니 다들 그리 아시오."

 

 왕은 상참을 파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장 내관은 도승지의 뒤에서 조용히 전하께서 부르신다는 말을 남기고 왕을 뒤를 쫓아 사라졌다. 아직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은 중전과 웅성거리는 관리들을 쭉 둘러보던 도승지는 의미모를 미소를 입가에 띄우고는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

 

 

 

 왕은 작은 외전에 딸린 큰 연못에 있었다. 이곳은 신료들이 자주 지나다니는 길목으로서 보는 눈이 많았으나 달리 말한다면 독대를 의심하지 못할 공개적인 장소로서 위장을 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도승지는 승정원에 가는 길에 전하를 만난 것처럼 위장하여 전하께 예를 갖추었다.

 

 "주상 전하를 뵈옵니다."

 

 "그대에게 수사권을 일임하고 싶네."

 

 도승지는 깜짝 놀라 더욱 허리를 조아렸다. 예의상 차리는 말로 은근한 거절을 돌려말했다.

 

 "허나 형조에도 좋은 관리들이 많사옵니다. 어찌 소인에게 그런 중책을 맡기시옵니까."

 

 "그대는 유일하게 내 편에 남을 사람이니까. 그것이 자의가 아닐지라도."

 

 "..."

 

 왕이 뼈있는 말을 했다. 도승지는 얼굴이 굳으려는 것을 멈추고, 밝게 웃었다.

 

 "소인의 충심을 그리 평해주시니 감읍할 따름이옵니다."

 

 "..."

 

 이번에는 왕이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도승지는 굽혔던 무릎을 펴고 인사를 올렸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목단향이 피어오른다.

 

 "목단향..."

 

 왕이 혼잣말로 웅얼거렸다. 어렸을 적 아버지보다 더 잘 따랐던 형님에게서 났던 향이다. 도승지는 왕의 혼잣말을 듣지 못해 감히 다시 청했으나 왕은 별 말이 아니라며 일축했다.

 

 "되었다. 그럼 그리 알고 물러가도 좋다."

 

 "예, 전하. 성심을 다하겠사옵니다."

 

 도승지는 유유히 승정원으로 향했다. 왕은 그의 너른 등이 전각 너머로 사라질 때까지 연못에 서서 그를 보았다. 필시 오늘 밤은 등이 시릴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마치 잘 갈은 칼날 여럿이 등을 겨눌 때처럼.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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