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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하늘에서 떨어졌는데 과거로 돌아왔다
작가 : 시제
작품등록일 : 2021.12.29

음악으로 성공하겠다며 기타 하나 매고 서울로 올라온 당찬 남고딩 최영소! 혼자 살다보니 밤낮이 바뀌는 건 한 순간이다. 그 날도 여느 때처럼 새벽 내내 기타를 치다 쓰러지듯 침대에 누웠는데, 눈을 떠보니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지?’ 채 다 생각하기도 전에 엉덩이는 흙바닥에 내동댕이 쳐졌고 영소에게 손을 내밀어준 사람은 다름아닌 … 준호 형? 영소와 같은 밴드에서 베이스를 치는 준호가 곤룡포를 입고 영소에게 손을 내밀었다.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으나 정말 이곳이 과거, 조선이라는 걸 알게 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영소는 돌아갈 방법을 찾기 위해 궁 안에서 목숨을 걸고 뛰어다니지만 하필 영소가 하늘에서 떨어진 그 날, 궁녀 연쇄 살인 사건이 일어나면서 영소는 역사의 인물들과 아주 깊숙이 엮이게 되는데… 21세기 평범하디 평범한 남학생 최영소는 과연 현재로 돌아갈 수 있을까?

 
17화
작성일 : 22-02-28 16:11     조회 : 196     추천 : 0     분량 : 3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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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아주 짙은 달무리가 져 달이 자취를 감춘 새벽이었다. 아홉 개의 담으로 쌓인 구중 궁궐에서도 제일 안쪽에 위치한 내밀한 여인들의 처소, 후궁에서 요사스런 무언가가 아주 조심히, 그리고 조용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 무언가는 검은 복면을 하고서 담을 휙휙 넘으며 전각들을 건너 갔다. 이윽고 어느 처소에 다다르자, 그는 잠시 나무 뒤에 몸을 숨기더니 번을 서는 궁인들이 잠을 자는 숙직방으로 향했다.

 

 사대부가의 처녀였다가 왕의 여인이 되어 궐에 들어앉게 되면 그들은 집안에서 수족으로 부리던 노비들을 본방나인으로 데리고 들어올 수 있었다. 못해도 중인 이상 출신인 지밀부와 같은 일을 나눠하면서도 윗전이 제일 아끼는 처지이니 신분이 천하다 한들 그들은 특별한 위치의 궁인이라고 볼 수 있었다.

 

 소원 신씨의 본방 나인 앵두는 올해로 신씨 보다 한 살이 많아 젊은 여자였다. 친자매처럼 신씨와 자란 탓에 낯을 많이 가리고 말을 유창히 못하는 신씨 대신 그의 입과 귀가 되어 궁 생활을 도우는데 최선을 다했다. 그는 지밀나인들이 하는 번살이를 하지는 않았으나 밤 늦게까지 소원의 시중을 들었으므로 자기 숙소까지 가지 못하고 숙직방에 엎드려있었다.

 

 잠이 쏟아질락말락 그 경계에 머물던 앵두는 아득히 저 뒤에서 문이 드르륵 열리는 소리를 들었다. 그녀는 다른 궁녀가 잠을 청하려고 왔겠거니 싶어 그저 몸을 노곤히 지지며 눈을 감았다. 그런데 갑자기, 얼굴 위로 이질적인 어둠이 덧씌워졌다. 거친 사내의 손아귀가 앵두의 코와 입을 틀어막았다. 막혀오는 숨에 눈을 번쩍 떴으나 검은 복면이 씌워져 보이는 것은 하나도 없다. 앵두는 팔을 버둥거리며 사내에게서 벗어나려 하였으나 오히려 사내는 앵두의 허벅지를 잡고는 보쌈을 하듯 들쳐 매었다. 겁에 질린 앵두가 소리를 지르려 하자 남자는 그녀의 뒷목을 세게 내리쳐 잠시 기절을 시켰다. 몸은 시체처럼 축 늘어졌고, 정체 모를 사내는 수월히 숙직방을 빠져나가 후궁 뒷편 후원으로 향했다.

 

 

 

 창덕궁의 후원은 나무가 많고 산자락과 거의 바로 맞닿아있어 전각이 있는 구역을 제외하고는 험하고 외진 곳이 많았다. 앵두를 들쳐 멘 남자는 끊없이 후원의 안쪽으로 들어갔다. 전각을 지나고 또 지나고, 울창한 나무를 지나고, 그러다가 불빛이 한자락도 보이지 않을 으슥한 곳에 앵두를 던지듯 내려놓았다. 앵두는 돌담 같은 것에 허리를 부딪히며 희미하게 정신을 되찾았다. 여전히 앞은 보이지 않았으며, 맨발로 끌려나와 발에 닿는 촉감은 거칠고 차가운 흙바닥이다. 앵두는 공포에 오들오들 떨면서도 저를 이곳까지 끌고 온 정체 모를 사내에게 물었다.

 

 "누, 누구요! 왜 나를 여기까지 끌고 온 것이요!"

 

 "..."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앵두의 머리채를 쥐더니 목에다가 두꺼운 포승줄 같은 것을 동여매었다. 앵두는 되도 않는 힘으로 남자를 손으로 밀쳐내다 문득 떠올렸다. 어제 하루 내내 궁궐에서 떠돌았던 궁녀 순임과 다른 두 명의 궁녀들의 자결 사건에 대하여 말이다. 앵두는 본인이 직접 소원 신씨에게 그 소문을 전해드리고는 쓸데없는 망상들이라며 일축했던 것을 기억했다. 오늘 이렇게 자신이 당할 줄 알았더라면 결코 입을 놀리지 않을 터였다. 앵두는 스스로의 입을 자책하며 그 세 궁녀들에게 조의를 표했다. 혹시 입을 잘못 놀린 벌을 받는가 싶어서. 앵두는 꼭 살고 싶었다. 악에 받힌 앵두가 완연한 힘으로 손을 희둘렀다. 방심하고 있던 사내는 그만 앵두가 휘두른 손톱에 목줄기를 긁혔다.

 

 "아악-!"

 

 사내는 아픈 듯 인상을 찌푸리더니, 눈에 광기가 돌면서 앵두의 뺨을 세게 내려쳤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앵두의 입술이 터지며 몸은 옆으로 넘어갔다. 몸이 두레박 같은 것에 부딪히며 불편하게 어그러졌다. 잠깐만, 두레박?앵두는 그제야 자신의 등 뒤에 있는 것이 돌담이 아니라 우물임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우물가라면...

 

 거기까지 생각을 마치자 사내는 두 손의 반항을 못하도록 손목을 밧줄로 얽어묵었다. 앵두가 얼마 남지 않은 힘으로 온 몸을 비틀며 반항하였으나, 곧 사내는 치마를 들춰 앵두의 가녀린 발목도 교차시켜 밧줄로 묶었다. 더이상 반항할 여지가 사라지니 앵두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가쁜 숨소리를 내며 최악의 죽음을 떠올리는 것 뿐이었다.

 

 

 

 잠시후 비단이 스치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리며 사내의 뒤로 누군가가 또 다가왔다. 손톱에 긁여 목에 피를 본 남자가 허리를 굽실거리며 그를 맞이했다. 귀한 사람이라는 걸 알리듯 그가 한걸음씩 앵두에게 다가올 때마다 은은한 장미향이 코끝을 감미롭게 했다. 이내 그는 익숙하고 수려한 목소리로 말했다.

 

 "소원 신씨의 처소 궁인이 맞으렷다?"

 

 "예. 나으리."

 

 애석하게도 앵두를 살려주려 온 사람은 아니었다. 오히려 앵두를 죽이라 사주한 사람이지. 곧 피할길이 없어져 벼랑 끝에 내몰린 앵두는 바닥에 납작 엎드리면서 우짖듯 빌었다.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저는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 힘도 없습니다. 제가 없으면 우리 아씨는, 우리 소원 마마님은 어찌 살아가신답니까. 부디 자비를 베풀어주세요, 나으리."

 

 가벼운 발걸음이 부스럭 거리며 앵두의 얼굴 앞에 조용히 앉았다. 그가 손을 들어 복면 쓴 그녀의 얼굴을 부드럽고 야살스럽게 쓰다듬었다.

 

 "그대에게는 미안하게 되었소, 중전께 수사권이 넘어가지만 않았어도 더 이상의 시신은 나타나지 않았을 텐데. 날 원망하지 말고, 이 궐의 주인을 원망하시오."

 

 다정하고 동정심어린 목소리와 달리 내용은 끔찍했다. 머리 뒷통수를 징으로 얻어맞은 듯 울렸다. 설마 정말 죽음일까, 싶었던 순간 목에 걸려있던 밧줄이 강하게 조여졌다.

 

 앵두가 마지막 들은 목소리만은 참으로 따뜻하면서도 차가웠다.

 

 

 

 

 

 *

 

 

 

 

 

 상쾌한 아침이다. 영소는 찌뿌둥한 몸을 일으켜 허리를 요리조리 돌리는 스트레칭을 했다. 왕은 영소가 하는 양을 보면서 우습다며 하하, 웃었다. 해가 지면 잘 준비를 하고 해가 뜨면 곧바로 일어나는 조선 시대 시간표에 맞춰 살다보니 저절로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기분이 들었다. 밥 때도 제 때에 맞추어 건강하게 차려 먹으니 이대로라면 준호 형이 항상 잔소리하던 바른 생활을 실천하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로 느껴졌다.

 

 "어제 기억하느냐?"

 

 "뭘요?"

 

 의대를 갖춰입은 왕은 연고를 걷어낸 영소의 턱을 살피며 넌지시 물었다. 영소가 기억이 안 나 되묻자 왕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지난 밤 잠들기 전 했던 말을 되풀이해주었다. 내금위장을 대동하는 한 밖에 조심히 대전 밖을 나가도 된다는 허락을 전해듣자, 영소는 지난 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기뻐 놀라 펄쩍 뛰었다.

 

 "정말요? 진짜 나가도 돼요?"

 

 "왕은 거짓말 하지 않는다."

 

 오, 방금 굉장히 준호 형 같았어. 준호의 입버릇이 난 거짓말을 하지 않아, 였음을 떠올리며 영소가 히죽 웃었다. 아무래도 좋았다. 이틀만에 방 밖으로 나갈 수 있다니 생각만 해도 설레었다. 비록 우현을 대동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지만 상관없었다. 아니, 상관이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어제 우현과 그리 사납게 대치를 하였으니 말이다. 영소는 턱에 든 멍을 살살 쓸면서 과연 오해가 바로잡힐 수 있는지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왕은 생각에 빠진 영소의 손을 내리고는 덧날 수 있으니 만지지 말라 다정히 말씀했다.

 

 

 

 "전하! 전하-, 여기 계시옵니까!"

 

 갑자기 방 밖이 소란스러워졌다. 단전에서부터 쥐어짜듯 고함을 지르는 여인의 목소리였다. 왕과 영소는 깜짝 놀라 문을 바라보았다. 장 내관이 이러지마시라 만류하는듯한 소리가 들렸으나 그말인즉슨 방 바로 앞까지 그가 왔다는 뜻이다. 영소가 영문을 파악하기도 전에 왕은 영소의 몸을 병풍 뒤 비밀 통로로 밀어넣었다. 왕이 다급한 표정으로 영소에게 신신당부했다.

 

 "내가 나오라 할 때까지 여기 가만히 있거라."

 

 어딘가 초조하고 무서워하는 표정이었으므로 영소는 미약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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