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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붉은실의 끝맺음
작가 : allzero
작품등록일 : 2022.2.23

1930년, 경성. 나라도 마음도 자유롭지 못하던 그 날의 어디선가 만나 아무도 모르게 붉은 실로 얽힌 이들의 이야기.

 
#21. 마주 본 현실
작성일 : 22-02-28 15:36     조회 : 171     추천 : 0     분량 : 5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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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하람: 아버지가 신아와 영 형님을 어떻게 아세요....?

 불안했다. 불안해 미칠 것 같았다. 어떤 대답이라도 듣고 싶었다. 너무 빨리 뛰는 심장에 속이 울렁거릴 지경이였다. 하지만 그건 연진도 마찬가지였다. 하람 에게 이 얘기를 하게 될 거 라고는 살면서 예상도, 상상도 해 본 적이 없었기에 어디서 부터 어디 까지를 얘기해줘야 하는지, 모든 일들을 솔직하게 다 말해줘도 되는 건지....짧은 시간 동안 머릿속에 수백 수천 가지의 생각이 들었지만...그렇지만 하람이 이 일로 상처를 받는데도 어쩔 수 없었다. 하람이 신아를 만나고 해월관 조직원들과 얽힌 이상 언젠가 생길 일이였으니까...

 고연진: 하........

 연진이 하람을 노려보던 눈빛에 힘을 풀고는 깊게 한숨을 쉬었다. 입술 마저 떨리는 연진의 모습에 지금이 연진이 얼마나 긴장하고 망설이고 있는 지가 느껴졌다.

 고연진: 친구였다. 나랑 영이.....신아라는 아이의 아버지였던 승준이 까지.....

 연진의 눈빛은 이내 체념으로 물들어갔다.

 고연진: 넌 나를 너무 많이 닮았어. 자유롭고 구속 당하는 걸 싫어하고 근데 남들 눈치는 많이 보는....그래서 나도 집안 뜻에 숨이 막히고 징글징글 할 때가 많았다. 매일같이 아버지랑 싸우고 또 싸우고 그러다 결국 참지 못하고 터진 날에는 오늘 네가 나에게 했던

  말 그대로 집을 뛰쳐나왔었다. 큰소리치고 나왔지만 아버지 그늘에만 살면서 어려움 없이 자랐던 나한테 세상은 너무 잔혹하고 잔인했어. 솔직히 겁도 많이 나고 또 무서웠지....어떻게 버텨야 하나 막막하던 그때 나한테 손을 내밀어 준 게 영과 승준이였어. 난 그

  아이들의 손을 잡았고 같이 조직을 만들고 맹새했지. 나라를 위해 살자고.

 연진의 표정이 잠시 편안해졌다. 친구들을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리는 게 얼마 만이였지.... 그동안은 생각이 나도 억지로 기억을 피하고 막기에 급급했었는데.....막상 이렇게 옛날 일을 떠올리고 보니 연진은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그 시절 자신이 얼마나 행복했었는지를.

 고하람: 하지만....신아의 아버지는 이미 예전에 돌아가셨다 들었는데요.

 연진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하람이 의아해 하며 되물었다.

 고연진: 그랬지....근데..... 왜 승준이가 죽었는지는 궁금하지 않았어...? 왜 내가 영이랑 승준이랑 사이가 틀어졌는지는....... 궁금하지 않았어............?

 연진의 말에 처음으로 하람이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봤다. 궁금하지 않아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게 아니었다. 단지 다른 일들에 비해 작은 일이라고 생각했기에 깊게 고민해 본 적이 없었던 거다. 모두를 둘러싸고 있는 가장 밑바닥에 있는 제일 먼저 풀어야 하는 일인지도 모르고. 연진의 말을 듣고는 짧은 시간 동안 빠르게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에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했다. 하지만 하람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결국 그 생각들의 끝에는 연진이 있을 거라는 걸. 막상 그 생각이 연진 에게 닿았을 때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저 불안하기만 했고 그 불안함을 연진 에게 들킬 뿐이였다.

 고연진: ......... 그 모든 이유가 나야. 내가 조직을 배신해서 우리 사이가 틀어졌고 내가 조직을 배신해서.............승준이가 죽었어. 나 때문에........

 설마 하던 하람의 표정을 보고 모든 걸 스스로 인정한 연진은 반쯤 풀린 눈으로 목소리에는 어떤 힘도 들어가 있지 않았다.

 고연진: 그러니까 하람아.....멀어져야 한다. 넌 그 아이들과 가까이 지내면 안돼....!! 집안 뜻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그건 그렇게 해주마. 하지만 해월관 만큼은 다시 발 걸음 하지도 말고 조직원들과도 두 번 다시 얽히지 마.

 고하람:............조직원...들이라뇨.....

 초점 없는 하람의 눈에서 이내 눈물이 쏟아졌다. 코 끝이 찡해지고 앞이 흐릿해지고 눈물이 나올 거라는 그런 뻔한 신호도 없이 그냥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떨어지고 계속 떨어졌다. 멈출 기색을 보이지 않고 계속 떨어지는 눈물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던 하람은 머리까지 띵해졌다.

 고연진: 해월관 직원들. 그들이 해월관을 연다 싶고 하는 일이야 뻔하것 아니겠냐. 애초에 영 이가 경성으로 온 것 부터가 이상했어. 지금은 네가 누구인지 우리 집안에 대해서 제대로 알 지를 못하니 당장이야 친구고 동생처럼 대해준 다지만 결국에는 다 알게 될 거다.

  그 사실을 알고 모두가 상처 받기 전에 네가 먼저 떠나. 그리고 다 잊어라. 내가 그랬던 것 처럼......

 죄책감이고 하람의 충격이고 이미 저질러진 일, 연진은 하람을 도망 시키는 게 제일 중요했다. 안 보고 생각도 안 하고 살면 괜찮아 질 거라고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잠깐만 그러고 살면 모든 게 다 제자리로 돌아 갈 거라고 생각한 연진은 하람이 흘리고 있는 눈물은 신경도 쓰지 않고 자신의 말을 몰아붙였다. 여전히 초점 잃은 눈으로 어떤 대꾸도 하지 않고 어떤 말도 듣지 못하는 하람을 보며 연진이 한숨을 쉬었다.

 고연진: 일단 너한테도......생각 정리 할 시간이 필요 할 테니...오늘은 방으로 돌아가 쉬고 내일 다시 얘기하자.....하지만 하람아....이건 알아 다오.

 연진의 말에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겨우 고개를 올려 연진을 쳐다보는 하람이다.

 고연진: 모든 건.....널 위해 한 선택이였다.

 하람은 방으로 들어와 연진의 마지막 말을 곱씹으며 생각을 했다. 왜 조직을 배신했냐고 왜 신아의 아버지를 죽게 만들었냐고 왜 자신을 친구들에게 가지도 못하게 만들었냐고 묻고 따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분명 그 이유에는 만형과 자신이 있었을테니까. 어떠한 생각도 들지 않고 눈물만 흐를 뿐이였다. 하람은 연진이 원망스럽다가도 모든 게 자신 때문이였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정말이지......살기가 싫었다. 이 모든 게 자신 때문에 생긴 일이란다. 자신이 태어났기에.....아직 까지도 자신이 살아있기에....생긴 일. 신아와 영민에게는 어떻게 이 사실을 전해야 할까.....이 사실을 알고도 자신을 여전히 친구로 생각해 줄까.....

 같은 시간, 신아 역시 영에게 비슷한 질문을 하고 있었다.

 류신아: 정말...그런 거예요?

 거짓말을 할 까도 생각했다. 하람이가 신아와 아는 사이만 아니였다면 눈치 보지 않고 속 시원하게 다 말 해줬을텐데 지금 자신이 솔직하게 모든 걸 말한다면 분명 신아는 하람이 때문에 상처를 받을 거다. 하람이 이 사건에 연류 되어있다는 사실에.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앞에서 저렇게 간절한 표정을 짓고 있는 신아 에게 거짓말을 할 수는 없었다.

 허 영: 일단 앉아.....앉아서 얘기해.....

 한숨을 깊게 내쉬고는 중앙에 있는 책상을 손으로 가리키며 앉으라는 영에 말에 신아가 뒤를 돌아 눈물을 닦고는 마음을 추스르고 자리에 앉았다.

 허 영: 신아야...

 류신아: 거짓말 말고 전부 다 솔직하게 말해주세요. 나중에 해야 하면 후회는 제가 할게요.

 영의 말을 끊으며 말하는 신아의 단호함에 영이 숨을 삼켰다.

 허 영: 알았어.....대신... 약속 하나만 해줘. 얘기 다 듣고 나서도 아무도 원망하지 않겠다고. 이 일에 잘못한 사람은 아무도 없어. 승준이도..... 그렇게 생각 할 거야......

 류신아: 약속........할 께요.

 사실 사건의 전말을 다 듣고도 누군 가를 탓하지 않을 수 있다는 자신은 없었다. 하지만 약속을 하지 않으면 절대로 말해주지 않을 것 같은 영의 태도에 신아는 어쩔 수없이 떠밀리듯 말을 했다. 신아를 보며 어렵게 입을 떼는 영. 몇 분이 흘렀을까...밖에서는 두 사람의 마음을 달래듯 굵은 비가 떨어지고 있었다. 하나, 둘 잔잔히 오던 비 소리가 둔탁하게 변하더니 거세지는 신아의 심장 소리를 이내 감추어주었다.

 허 영: 신아야....

 영의 말을 다 들은 신아는 누가 봐도 제정신이 아니였다. 축 처진 어깨, 충혈된 눈. 영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계속해서 신아를 불렀지만 신아는 듣지 못했다. 바로 앞에 있는 영의 말도 안 들릴 정도로 수많은 생각들이 신아의 귀를 막고 있었다. 신아가 자리에서 스르륵 일어나 터벅터벅 문 쪽으로 걸어갔다. 옆에서 작은 바람이라도 불면 픽 하고 쓰러질 정도로 신아의 발 걸음에는 힘이 없었다.

 허 영: 신아야.....!!

 영의 부름을 뒤로 하고 지하 창고 문을 열자 그 너머에는 영민이 있었다. 혼자서 총기 점검을 하고 있을 신아를 도우러 내려왔다 우연히 영과 신아의 대화 내용을 들어버린 영민도 충격을 받은 건 매한가지였다. 승준의 얘기라면 영민도 어렸을 때 어렴풋이 신아와 영 에게

 건네 들은 적이 있었다. 가끔 승준에 대해 궁금했던 적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그 얘기를 신아나 영 에게 묻는 건 못 할 짓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영민도 딱히 옛날 일을 들춘 적은 없었지만 이런 사연이 있는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놀란 영민을 뒤로 하고 신아가 거리로 뛰쳐나갔다. 밖에는 아직 비가 거세게 내리고 있었다.

 허 영: 신아야!! 류신아!!!!

 내리는 비 사이를 뚫고 거침없이 어딘 가로 걸어가는 신아를 영이 뒤에서 붙잡았다.

 허 영: 어딜 가는 거야.

 류신아: 놔요. 이거.

 신아가 영의 손을 뿌리치자 아예 신아의 앞으로 가 길을 막는 영이다.

 허 영: 어디가냐고!!

 류신아: 그 사람 때문에 죽은 거라면서요. 우리 아버지......!! 그 사람 때문에 죽은거라면서.....

 허 영: 하람이 때문이였어........

 독기 가득한 눈빛으로 영에게 쏘아 대는 신아를 보며 영이 힘없이 대답했다.

 허 영: 하람이 때문이였다고,,,,,,연진이가 우릴 배신한 이유.....남들보다 잘 살려고 큰 소리 치면서 살려고 우릴 버린 게 아니라...........!!! 하람이.... 때문에.......자기 자식 지키겠다고 나라도 친구도 다 등 졌던 거야..........나라고 연진이를 그냥 놔두는 게 쉬웠을

  것 같아....?! 그러니까 신아야.........제발 진정 좀 해.....

 영이 힘없이 신아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 결국 영은 처음부터 연진을 이해하고 있었다. 승준 에게 느끼는 죄책감이 너무 커서 그 감정에 뭍 혀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거 뿐이였다. 신아에 어깨에 기대 아이처럼 흐느끼는 영을 보며 빗물인지 눈물인지 알 수 없는 액체가 신아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지하 창고 안에서는 소리 내 울 힘도 없어서 그러지 못했는데 지금은 속이 꽉 막힌 듯 답답했다. 그렇게 한참을 서로에게 기대 가려주고 가려지며 눈물을 쏟아냈다. 해월관으로 돌아와서도 답답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 아무도 없는 방안에 홀로 누워 생각에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길게 늘어졌다. 건물들 사이에서 하람을 처음 만났을 때, 하람이 자신에게 손수건을 둘러줬을 때, 해월관에서 하람을 다시 만났을 때, 친구가....됐을 때.....신아 에게 하람은 알게 된 순간부터 매일매일 솔직했고, 밝았고, 따뜻하고....정이 많은...그래서 미워할 수가 없는 아이였다. 그런 아이를 지키기 위해 한 연진의 선택도 이해하라고 하면 아주 못 할 것도 없을 것 같았다. 하람에 대해서는 잘 알았지만 연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하지만 간간히 짧게 말해주는 영의 말과 연진을 떠올리며 했던 표정들을 떠올리면 분명 이유 없이 그런 짓을 할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영의 말대로 승준의 죽음에는 잘못을 한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신아는 그래서 더 괴로웠다. 부모가 죽었는데도 원망할 누군 가가 없다. 차라리 누군 가가 잘못한 일이라면 그 사람을 탓하며 살면 그만 인데 탓할 사람도 원망할 사람도 없는 그 원통함도 결국은 신아의 몫이였다. 차라리 지금 승준이 곁에 있었다면 신아의 곁에 있었다면...........승준은 모두에게 뭐라고 말해줬을까..............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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