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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공포물
기현상 칼럼니스트
작가 : ILooK
작품등록일 : 2022.1.21

생방송 중 실종된 스트리머, 사랑에 온 몸과 마음을 불태우는 사람, 아름다운 형상과 함께 나타난 알 수 없는 전염병 그리고 갑작스레 아귀가 되어 나타난 조상까지. 이미 일어났으나 아직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

단편 형식의 짧은 호러 소설과 이를 마무리 짓는 칼럼 방식의 이야기입니다.

#공포 #미스테리 #괴이 #한국 #전설

ilook.at.the.light@gmail.com

 
4. 아귀: 개천에서 난 용
작성일 : 22-02-28 12:21     조회 : 213     추천 : 0     분량 : 4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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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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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으로 둘러싸인 그곳의 아침은 늘 도시보다 일렀다.

 

 해가 뜨기도 전, 뜨문뜨문 떨어져 있는 집의 불은 한둘씩 켜지고 재빠르지 않은 손길을 가진 이의 온기로 가득 찼다.

 

 여름이면 열어 놓은 문틈을 타고 집마다 밥 짓는 고소한 냄새가 새싹을 깨웠고, 겨울이면 모락모락 올라가는 연기가 시린 하늘을 데웠다.

 

 

 구부정하거나 구부정하지 않거나.

 

 시골 사람들은 노동으로 단련되었으나 노동으로 고단한 몸을 이끌고 마치 알을 낳기 위해 물살을 거스르는 연어 떼처럼 포장도 되지 않은 흙길을 따라 자신의 밭으로, 논으로 향하였다.

 

 

 이들의 하루는 단순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밥을 먹고 농사일을 한 뒤 다시 밥을 먹고 또 일하다 잠이 들었다.

 

 하루하루 나이 먹어가는 것도 모르고 같은 일만 반복하다 보면 아장아장 걸었던 자식은 도시로 떠났다.

 

 어느 가을, 유난히 장작을 많이 패 놓은 아랫집 할아버님이 세상을 떠나고 또 어느 가을에는 장독 가득 장을 만들어 둔 윗집 할머님이 세상을 떠나셨다.

 

 그렇게 마을은 텅 비어갔다.

 

 

 텅 빈 마을만큼 도시는 북적거렸다.

 

 갓 태어난 아이들은 ‘시골’이라는 단어를 책 속에서 외우고 어른들은 시골을 지우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해 도시를 늘려갔다.

 

 

 재개발

 

 

 작은 마을을 대상으로 하여 도시가 내세운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에 벌어졌던 학살극은 결국 마을을 처참하게 도륙 내어 그 살점을 도시 자신의 배에 덕지덕지 붙인 다음에야 만족하며 끝이 났다.

 

 그리하여 우리가 사는 이곳은 도시는 존재해도 시골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두 다 도시다. 지방도, 외곽도, 시골도 사라진 우리의 삶의 터전은 모두 도시가 되었다.

 

 

 이렇게 글을 쓰면 분명 ‘어? 아닌데? 시골 있는데? XX에도 산 중턱에 마을 있던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앞의 말을 뒤엎고, 나 역시 인정한다.

 

 내가 아는 ‘시골 마을’만 해도 최소 세 군데는 아직 존재한다.

 

 

 그렇다면 도시에 습격당한 시골과 마을 사이에서 이들은 어떻게 살아남았는가?

 

 전통과 문화를 중시하여 모습이라도 이어갈 수 있도록 사람들이 비호하는 것일까.

 

 아니면 어느 마음씨 좋은 부자가 마을 사람들을 위해 이익을 포기하며 유지하는 것일까.

 

 혹은 멸종 위기종처럼 정부가 나서 이들을 보호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해당 관계자가 있다면 이러한 추측에서 동심을 발견하고 조용히 입을 다물지도 모르겠다.

 

 끊임없이 사람이 몰리는 수도권은 이미 그 덩치를 몇십 년 새에 두 배 가까이 불리고 있었고, 다른 거대 도시 역시 주변 소규모 도시를 야금야금 잡아먹으며 입지를 다지고 있다.

 

 모든 것은 돈, 돈이다.

 

 집값을 올리기 위해, 수도권 혹은 대도시의 인프라와 혜택을 공유하기 위해 우리는 모두 수도권 시민이 되길 바란다.

 

 

 그렇다면 정말 이상한 일이다.

 

 외딴곳에 떨어진 장소도 아니고, 주요 도시 인근에 있는 작은 마을은 대체 어떻게 그 명맥을 유지하는 걸까.

 

 

 답은 간단하다.

 

 현재 유지 중인 마을 혹은 시골의 공통점을 찾아보면 된다.

 

 우선 내가 아는 세 개의 마을에는 음식물 쓰레기 센터, 화력 발전소 그리고 대규모 물류센터가 있다.

 

 그 외에도 질병 연구센터, 정신병원과 기업에서 운영하는 축사 등이 모두 마을에서 운영되고 있다.

 

 

 동화나 인류애처럼 보이는 현상의 기저에는 결국 피할 수 없는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다.

 

 

 어차피 깨진 동심이라면 조금 더 확실하게 그 파편까지 깨부수어보자.

 

 몇 년 전, 대한민국과 전 세계를 열광시켰던 한 인물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천이안. 자그마한 시골 마을 출신으로 고물상을 운영하던 부모님 밑에서 가난하고 힘들게 자란 남자였다.

 

 교육은 국가에서 제공하는 최소한의 기본 교육밖에 받지 못했고, 먹고 살기 위해 온종일 고물과 씨름하는 일상을 보내던 그가 유명해진 건 친환경 음식물 쓰레기 처리 기술을 독자적으로 발명했기 때문이다.

 

 

 이 기술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그가 희대의 사기꾼이라 주장하는 사람부터 반대로 희대의 발명가이며 천재라고 주장하는 이들까지.

 

 아쉽게도 사실을 밝혀줄 이는 더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니 밝혀진 사실만 나열해 보자.

 

 

 첫째. 그는 정부와 SHC의 기술력 시험에서 통과했다.

 

 

 사실 이 부분이 가장 의아하다.

 

 핵심 기술의 노출 및 연구 자료 없이 천이안 사장의 사업은 어떻게 유지가 된 것일까.

 

 당시 기술 검증단의 말에 의하면 천이안 사장은 음식물 쓰레기 더미에 어떤 투명한 용액을 쏟아부은 다음 컨테이너의 문을 닫고 그저 기다렸다고 한다.

 

 그리고 몇 시간이 지난 뒤, 음식물 쓰레기는 감쪽같이 모습을 감추었다.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수백 킬로그램의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방식은 현재까지 불가능하다.

 

 기술 검증단은 몇 달에 걸쳐 그가 음식물 쓰레기 빼돌리는 수법을 쓰지는 않는지, 혹은 바닥을 통한 통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철저한 검증을 했으나 어떤 것도 찾아내지 못했다.

 

 

 둘째. 용액은 사람이 마실 수 있을 정도로 친환경적이다.

 

 

 위에 언급한 것처럼 천이안 사장은 용액의 안정성을 입증하기 위해 스스로 마신 뒤 주기적인 건강검진 결과를 대중에 공개했다.

 

 또한 당시 용액을 빼돌려 대중에 공개했던 김 모 씨에 의하면 해당 성분은 H2O, 즉 물이었다.

 

 이에 대해 천이안 사장은 딱히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았다.

 

 

 셋째. 그가 처리한 음식물 쓰레기는 그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가 사기꾼이라면 아마 마법사거나 대량의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을 정도의 땅을 가지고 있는 거부일지도 모르겠다.

 

 하늘 음식물 쓰레기 센터부터 시작해 SHC SKY 음식물 쓰레기 센터를 운영한 20년 동안 국내외로 그의 회사가 처리한 음식물 쓰레기만 10,000t이 넘으며, 단 한 번도 들어온 쓰레기를 외부로 이동한 흔적이 발견된 적은 없었다.

 

 

 천이안 사장은 그가 사망한 이후, 현재까지도 밝혀지지 않은 많은 비밀을 간직한 사람이다.

 

 관련 지식은커녕 고등 교육도 받지 못한 그가 어떻게 음식물 쓰레기 처리 기술을 개발하였으며 또 그의 성공 과정에서 의심쩍은 부분이 많았는데도 불구하고 그 일이 성공 가도의 장애물이 되지 않은 것 역시 마찬가지였다.

 

 

 미스터리한 사람이었기에 대중이 그의 성공에 열광적이었던 것일까.

 

 아니면 이미 잊힌 속담이라고 생각했던 ‘개천에서 용이 난’ 사례이기 때문에?

 

 

 일부는 맞을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사회에서 계층이동은 거의 불가능하며, 최하위 계층에서 상위까지 자력으로 올라가는 것은 아예 불가능하다는 연구결과와 통계가 나왔다.

 

 그런 상황에서 가장 낮은 경제 능력을 갖추고 있던 천이안 사장이 몇 년 사이에 상위 계층으로 훌쩍 뛰어올라 그곳에서도 만만찮은 저력을 발휘했으니 그를 지켜보는 사람에게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 주었을 것이다.

 

 

 다만 우리는 조금 더 속담을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언뜻 ‘용’에 초점을 맞춘 듯 보이지만 언론을 보면 조금 사정이 다른 듯하다.

 

 천이안 사장과 그의 사업에 관련한 기사 제목에서 가장 많이 쓰인 단어는 ‘시골’, ‘음식물 쓰레기’ 그리고 ‘자수성가’였다.

 

 즉, 시골이나 외진 동네에 있는 혐오 시설에 관해 긍정적인 효과를 넣기 위해 개인의 노력과 성공을 연결 지은 것이다.

 

 

 그렇다면 왜 언론은 이러한 작업을 해야만 했나?

 

 도시는 넓어져 가고 점차 인프라가 닿는 지역의 땅은 좁아져만 간다.

 

 현재도 마찬가지지만 집값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람들은 필요한 인프라가 인접하기를 바라면서도 동시에 모든 혐오 시설은 멀리 떨어져 있길 바란다.

 

 

 우리 집 마당에는 안 된다(Not In My Back Yard)

 

 

 님비 현상이다.

 

 사실 님비 현상은 아주 오래된 사회적 현상이다.

 

 예를 들어 현재는 우리 집 앞마당으로(‘Please in my front yard’), 즉 현재 핌피현상에 속한 복지시설 및 수감소 역시 과거에는 ‘교도소’라 불리며 대표적인 혐오 시설이었다.

 

 

 혐오 시설은 사실 꼭 필요한 시설이다.

 

 음식물 처리장, 재활용센터, 화력 및 풍력 발전소, 축사 및 동물 관련 시설, 정신병원과 특수교육지원센터 등 하나하나 따져보면 우리의 삶과 밀접한 시설들로, 하나라도 사라지면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과 달리 님비 현상은 심화하여 이제는 ‘우리 동네’ 이야기로 그치지 않는다.

 

 우리 군, 우리 구 그리고 우리 시.

 

 심지어 ‘우리 시’ 인근 지역까지 혐오 시설이 들어오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내 동네’가 점차 늘어나 결국 옆 동네가 내 동네가 되고 내 동네가 옆 동네가 되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혐오 시설이라 불리는 필요 시설은 결국 갈 곳을 잃었다.

 

 이에 사람들이 내놓은 대책은 여전히 사람이 살아 교통 인프라는 살아있으면서 도시 사람들이 반대하지 않는 ‘시골’ 혹은 ‘마을’에 이 시설을 설치하는 것이었다.

 

 줄어드는 인구와 일자리를 한 번에 충당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주장하며.

 

 

 하지만 여전히 살아남은 다수의 마을 사람들은 도시가 떠넘기는 혐오 시설을 거부했고, 또 거부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반전시킬 좋은 소재가 나타난 것이다.

 

 

 용이 나기 위해서는 개천이 필요하다!

 

 

 계층을 뛰어넘은 천이안 사장이 ‘마을’ 출신이기에, 그곳에서 음식물 쓰레기 센터를 할 수 있었기에 용이 되었다며 모든 언론이 강조했다.

 

 천편일률적으로 주장하는 목소리가 마치 짠 것처럼 들린다면 너무 음모론적인 생각일 것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골은, 마을은 어떤 의미일까.

 

 

 과거 교과서에 나오듯 조부모님이 반갑게 맞아주는 그런 장소일까, 아니면 혐오 시설을 떠넘길 좋은 장소일 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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