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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이계 생존귀환계획
작가 : 이그니시스
작품등록일 : 2016.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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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법사의 소환실험으로 인해 판타지 세계로 강제 소환당한 고3 박세인.
대마법사가 원래 세상으로 보내주길 기다리던 중
실수로 마법 아이템을 잘못 건드리고…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서 눈을 뜬다.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우선은 식당 아르바이트 부터?
대마법사를 찾아가기 위한 평범한 고등학생의 눈물겹고 살벌한 '이계생존 귀환계획'!!

 
제 15 화
작성일 : 16-07-14 14:27     조회 : 653     추천 : 0     분량 : 6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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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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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해진 6번 산책로를 따라서 호숫가 전체를 도는 산책로로 들어간다. 그곳에는 공터가 하나 있고, 그곳이 나의 목적이지이다.

 그곳에는 대체 언제 일어나는지 모를 소녀 하나가 부드럽고 날렵하게 춤을 추고 있을 것이다.

 그 동작은 매번 볼 때마다 다른 동작이지만, 그 우아함과 유려함은 언제나 같다. 아르사하 레비디안 아르포오유다.

 다른 세계에서 여성과 남성의 신체적 차이를 새삼 느끼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만큼 아르사하의 몸짓은 감탄스러웠다.

 아침마다 그녀에게 인사를 건네기 전 매일 그녀가 춤을 추거나 몸을 푸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절대 남자로서 표현해낼 수 없는 영역이라고 느끼게 된다.

 가끔이지만,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그녀의 동작을 실로 아름다워 저도 모르게 넋을 읽고 보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되도록 그 경지에 가닿고 싶다는 게 나의 솔직한 심정이며, 배우는 입장인 만큼 조금이라고 흉내 내려고 애쓴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좌절한다.

 아르사하는 훌륭한 교본이고 표본이었다. 다만 그녀는 여자일 뿐이고, 내가 보는 표본은 언제나 여성성이 깃든 동작들이라서 흉내 내려고 해도 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말하면 누군가가 ‘아아, 이 녀석 본격적으로 춤에 빠져들었구나.’하고 생각할지도 모르겠군.

 근데 어쩌나? 신력강림무는 나의 취미가 되었다.

 신력강림무는 신선하고 충격적이며 무엇보다 재미도 있었다. 한 번 춤을 추고 나면 가슴이 상쾌해지는 기분이 든다.

 항상 조금만 더 하고 싶다는 욕심이 든다. 지금보다 더 잘 하고 싶다. 그래서 욕심을 내어 파고들고, 이렇게 골몰히 생각도 하는 것이다.

 자아, 이제 곧 6번 산책로가 끝난다.

 저 앞의 코너만 돌면 오늘도 아르사하가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은 안개도 그리 짙은 편이 아니니 더 확실하게 볼 수 있겠다. 뜻밖의 행운인데?

 그렇게 생각한 것도 잠시.

 코너를 돌았을 때 나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

 “어머, 일찍 오셨네요. 세이르.”

 “아, 예에… 대족장님.”

 아르사하는 어깨에 두꺼운 천을 두른 채 쓰러진 통나무 위에 걸터앉아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컵이 들려있었고, 발치에는 아직 꺼지지 않은 모닥불 위에 주전자가 얹혀 있었다.

 평소와는 좀 다른데?

 내가 잠시 주춤하고 있을 때 그녀는 자신의 옆자리를 두들기며 말했다. 딱 한사람 이 앉을 만한 크기의 천이 펼쳐져 있었다.

 “이쪽에 앉아요. 오늘 아침은 다른 때보다 추운 것 같죠? 차 한 잔 드실래요?”

 “아, 네. 감사합니다.”

 나는 그녀가 권하는 대로 그녀의 옆에-되도록 적당한 거리를 두고-앉았다.

 그러고 보니 나무 타는 냄새 외에도 독특한 향이 느껴진다 싶었는데 차 때문이었구나.

 아르사하는 작대기를 사용해 모닥불에서 주전자를 내렸다. 그리고 따로 준비해둔 컵에다 김이 무럭무럭 솟고 있는 진갈색의 액체를 부었다.

 조금 끈적거리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먹는 건가?

 “갈엽초(褐葉草) 차예요. 이미 탕이 되어버린 것 같지만….”

 “감사합니다.”

 갈엽초가 뭔지는 모르지만, 그녀의 말 대로 이건 차가 아니라 탕이다.

 씁쓸하면서도 달착지근한 것이, 으음… 쌍화탕하고 비슷하네? 혹시 쌍화탕과 같은 효능을 가지고 있나? 설마 그럴 리가.

 “피로회복에 좋아요. 기운 없을 때 마셔도 괜찮고요.”

 …역시 쌍화탕이었어.

 나는 갈엽초 차를 조금씩 입에 가져가 홀짝거리면서 탁탁 튀어오르는 모닥불을 보았다.

 아르사하는 오늘따라 묘하게 조용했다.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 때문일까. 나 또한 뭔가 말을 꺼내기가 어색해져서 그냥 말없이 차만 홀짝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어제만 해도 간단하게 몸을 푼 다음에 곧바로 그녀가 시키는 동작을 연습했는데… 쓰러진 나무에 앉아 이렇게 사이좋게 차를 나눠 마시고 있자니, 심각한 이야기가 나올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건 왜지?

 내가 네 번째인가 다섯 번째로 컵을 입에 가져갈 때, 그녀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세이르.”

 “예. 대족장님.”

 “요즘 많이 피곤하시죠? 이른 아침마다 나와서….”

 “에, 뭐… 그렇게 힘든 건 아닙니다. 하면 할수록 점점 상쾌해지니 다행이지요. 저보다는 대족장님이 꽤 피곤하신 듯 보이는데요?”

 “그런가요?”

 그녀는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실 넘겨짚은 생각이지만, 이상하지 않은가? 매일 같이 추던 춤은 어디로 가고 모닥불 모포를 두르고 있으니 피곤해 보이는 건 당연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솔직하게 말했다.

 “예. 평소라면 모닥불도 피우지 않고, 운동 삼아 춤을 추고 계실 테니까요. 게다가 이 갈엽초 차가 피로회복에 좋다고 하셨죠? 피곤하기 때문에 이 차를 마시고 계시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피곤하시다면 돌아가 쉬시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그래도 오늘의 교습이 중단될 일은 없을 것이다.

 정말 피곤했다면 단지 말만 하고 돌아가거나, 혹은 사람을 보내 이야기를 전했을 것이다.

 이렇게 몸을 따스하게 만들면서 기다리고 있었다는 뜻은 오늘도 가르치겠다는 뜻이나 다름없지.

 나의 예상대로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괜찮아요. 오늘은 단지…. 아니, 아니에요. 다 마셨으면 시작하도록 하죠. 동작은 다 익히셨으니까 오늘은 지시만 할게요. 괜찮겠지요?”

 “예. 괜찮습니다.”

 나는 잔에 남아있는 나머지 찻물을 비우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확실히 몸이 좀 따스해지는 것 같다.

 모닥불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신력강림무는 1식(式)부터 10식까지 총 열개의 동작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르사하는 이 동작들이 각각 대자연의 어떠한 법칙을 대변한다고 했는데, 그 부분은 자세히 듣지 않았다. 미안하지만 그 때 좀 피곤해서 반쯤 졸았거든.

 아무튼 그 옆 개의 동작을 앞에서부터 두 개씩 묶어보면 총 다섯 개의 덩어리가 나온다. 이것을 부(部)라고 부른다. 다섯 개의 부에서 식을 하나씩 꺼내 총 다섯 동작의 춤을 추는 것으로 하나의 무간(舞間)을 형성한다.

 신력강림무는 이 무간을 연결해나가는 춤이다. 참고로 이거 조합의 양이 장난이 아니다.

 예를 들어 다섯 개의 동전을 늘어놓는다고 치자. 그리고 동전에다 1번부터 5번까지의 숫자를 붙이자.

 동전 하나는 각각의 부를 상징하며, 동전의 앞뒷면은 한 부에 속한 두 개의 식을 뜻한다. 그리고 동전을 늘어놓은 상태가 바로 무간이다.

 당연하지만 한 동전에 있는 앞뒷면이 동시에 나올 수는 없다. 앞뒤앞뒤앞, 앞앞뒤뒤앞 하는 식으로 동전은 한 면만 보이게 될 테니까.

 이제 여기서 동전을 마음대로 뒤집고, 동전의 순서를 바꾸고, 동전의 개수를 조절할 수 있다고 해 보자.

 동전의 숫자는 54321이든 34521이든 상관없다. 앞 뒤 역시 관계없다.

 자, 이제 생각해 보자. 동전의 배열에서 생길 수 있는 조합의 개수는 모두 몇 개인가?

 솔직하게 말하자면 난 세려다가 포기했다.

 여하튼 평소의 춤 수련이란, 바로 기본 동작을 정확하게 구사하며, 잘 연결하고, 말끔하게 매듭짓는 숙련도를 기르는 것이다.

 아르사하는 앉은 채로 지시를 내렸다.

 “준비 되었으면 기본자세부터. 좋아요. 시작 순서는 2, 3, 6, 8, 9식이에요.”

 그녀의 지시에 따라 나는 몸을 움직였다.

 팔이 원을 그리고, 허리가 움직이면서 다리가 땅을 박차기도 한다. 시선의 방향도 시시각각 바뀌어 팔 끝을, 다리 끝을 향했다가 저 멀리를 보기도 한다.

 도끼를 내리치는 동작은 2식이었다.

 2식만 보면 뭔가를 들고 내려치는 단일동작이었지만, 이것이 다른 식과 연계될 경우에는 어디가 시작이고 끝인지 모르게끔 부드럽게 연결해야 한다.

 이것이 신력강림무의 핵심이다. 같은 동작이 반복되고 있더라도 그것이 부드럽게 연결되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하나의 무간이 끝날 때가 되면 그녀는 새로운 무간을 지정했다.

 난 그럴 때마다 동작순서를 머릿속에 그린 뒤, 몸으로 표현했다. 내가 춤에 자질이 없다는 사실은 이럴 때 여실히 드러난다.

 아르사하가 계속해서 내 단점을 짚어내고 있었으니까.

 “좀 더 허리를 틀어요. 왜 그렇게 뻑뻑해요?”

 “팔이 직선으로 뻗어지고 있어요. 몇 번을 말해야 하죠?”

 “다리의 방향이 틀렸대도요. 좀 고쳐요.”

 “시선이 다른 곳을 보고 있어요. 무슨 딴생각을 하는 거예요?”

 “그때 팔은 다리와 반대방향이에요. 왼쪽 오른쪽도 구분 못하나요? 단일 동작은 잘 하잖아요?”

 내가 연결동작에 자질이 없다는 건 알겠다. 단일 동작은 깔끔하다 못해 완벽해서 아르사하가 관심을 가질 정도였으니까.

 처음 수련을 시작했을 때도 그녀는 그 부분만 고치면 된다고 했었다. 단점을 지적해 주는 거야 일상적인 일이었다.

 근데 오늘따라 좀 이상했다. 뒤에 붙는 한 마디가 불필요하게 날이 서있다. 그것도 한 두 번이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매번 지적을 할마다 날을 세웠다.

 실수한 사람도 그것을 여러 번 계속해서 지적당하면 화를 내는 법이다. 내가 지금까지 쌓아온 실수를 생각하자면 차마 면목이 없어서 반론하지 않을 뿐이었다.

 그렇지만 오늘은 없던 면목이 생기는 날임이 틀림없었다. 그녀의 말이 점점 그 강도를 더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팔로 곡선 그리는 게 그렇게나 어려운 일이에요? 귀 막혔어요?”

 “맙소사. 아예 춤을 새로 만드시네요. 뭐하세요?”

 “대립되는 동작은 한 무간에 넣지 말라고 했잖아요. 그렇게 몸상하고 싶어요?”

 “다리를 좀 더 들어요. 허수아비에요?”

 “허리 각도가 틀렸어요. 사람 말 좀 들어요. 대체 왜 그래요?”

 “그러니까…. 차라리 말을 말죠.”

 열 번째의 무간을 끝내고서 열한 번째의 무간으로 돌입할 때, 나의 인내심은 슬슬 바닥나고 있었다.

 대략 서른에서 마흔 개의 동작을 했는데, 그 동안 반수 이상 저런 소리를 듣고 있자니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다.

 마침내 그녀가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

 “팔 방향이 또 반대잖아요. 머리가 있으면 기억을 좀 해요.”

 젠장, 더 이상 못 참겠군.

 나는 그대로 동작을 중단했고, 아예 춤을 멈추었다. 그녀는 고개를 갸웃했다.

 “왜 멈추는 거죠? 그렇게 힘들어요? 평소에 반 밖에 안 되는데?”

 눈꼬리가 치켜 올라가 있고, 입매는 살짝 뒤틀려 있었다. 평소에 보던 아르사하가 아니었다.

 나는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긴 한데, 평소에 두 배쯤 되는 그 말들은 대체 뭡니까?”

 “늘 하던 말이잖아요? 갑자기 왜 그러세요?”

 “제가 할 말입니다. 아니, 갑자기 왜 그렇게 속을 긁어대시는 겁니까?”

 늘 하던 말이었으면 말을 안 하지.

 나는 호흡을 정리하면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썹이 서서히 치켜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차갑기 그지없는 어조로 말했다.

 “제대로 하시고서 그런 소리를 하세요.”

 “제대로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노력하는 사람에게 하실 말씀입니까?”

 “노력하는 사람치고는 진도가 왜 그래요? 왜 그렇게 느린 건데요?”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가슴 속에서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오르는 것 같았다. 지금 뭐라고 했습니까?

 “처음 가르칠 때에 천천히 배워도 좋다고 한 사람이 누굽니까? 이제 와서 갑자기 그렇게 말씀하시깁니까? 정말 당황스럽군요.”

 “당황이요? 이쪽도 마찬가지에요. 무슨 사람 몸이 그렇게 뻑뻑해요? 톱니바퀴로 움직이는 거면 기름이라도 칠하겠지만, 사람 몸이 그러니 도리가 없네요. 언제까지 실수하면서 춤추실 거예요?”

 “대족장님은 실수 같은 거 안하셨습니까? 그러면서 배웠습니까?”

 “적어도 당신만큼은 아니에요. 정말이지, 한심하군요.”

 그녀는 팔짱을 끼며 피식 웃었다. 그 모습은 매우 당당했으며, 동시에 사람을 깔보는 사람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순간 내 정신은 싸늘하게 식었다.

 사람마다 다른 자질이 있고, 다른 적성이 있다. 그 기준을 몽땅 자기에게 맞추고서는 다른 사람을 한심하다고 여기는 그 꼬락서니는 대체 뭐라고 봐야 하지?

 가슴 속에서는 뜨거운 불길이 치솟고 있었지만, 머릿속은 드라이아이스라도 한 가득 쟁여놓은 듯이 차갑기 그지없었다.

 순간적으로 감정이 역전했다. 나는 이 감정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순간적이었지만, 나는 그녀를 경멸하고 싶었다.

 나는 입술을 비틀어 올리며 말했다.

 “아, 그러십니까? 기대에 못 미쳐서 죄송하군요.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해 정말로 죄송합니다, 대족장님. 어차피 있지도 않았던 것 같지만요.”

 “지금 비꼬는 거예요?!”

 그녀는 단박에 날 쏘아보았다.

 나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는 듯, 의도적으로 부정의 표정을 지었다. 물론 상대가 충분히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의 과장하는 걸 잊지 않았다.

 나는 유들유들하게 말했다.

 “아뇨. 무슨 그런 말씀을. 단지 제 배움이 부족하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표정은 전혀 그런 게 아니네요. 뭘 잘했다고 지금 대드시는 거죠?”

 ‘…대든다고?’

 순간 가슴의 불길이 머릿속을 몽땅 태워버릴 것 같았지만, 침착하게 그것을 억눌렀다.

 지금 상황에서 소리 질러 화를 내봤자 나만 우스운 꼴이 되고 만다.

 시키는 대로 다 했더니 맘에 안 든다고 뭐라 그러시는 대족장님 덕분에 이미 화가 날 대로 난 상태라서 대드는 게 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나는 고개를 젓고는 말했다.

 “제가 잘한 것이요? 없습니다. 그렇지만 갑작스럽게 그런 소리를 들어야 한다니 별로 좋은 기분도 아니네요. 평소에 하지 못했던 말을 이참에 다 털어놓으시는 겁니까? 뭐, 이전부터 엉망이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보시기에 오늘은 더 그렇다는 겁니까? 결국 아무리 해도 나아질 수 없다는 뜻입니까?”

 “알면서 왜 말해요? 알고 있으면 얼른 한 동작이라도 더 춰요. 그래야 엉망인 꼴도 조금이나마 나아질 테니까요. 대체 뭐가 잘났다고 저리 당당한지….”

 들으라고 한 말인지 모르지만, 그녀가 중얼거리듯 내뱉은 말은 내 귀에 똑똑하게 들렸다. 게다가 저 표정은… 사람을 비참하게 만드는 비웃음이었다.

 내가 대체 무슨 잘못을 했기에 비웃음을 사야 하는가?

 어이없이 망가진 물건, 썩어버린 폐기물, 되살릴 길 없는 폐기물, 잘못 밟아버린 오물을 바라보는 눈.

 그것으로 내 가치는 순식간에 전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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