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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The FAN
작가 : ForEST
작품등록일 : 2022.2.28

누구나 한번쯤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를 좋아한다. 어릴 때는 그것이 전부인냥 모든 것을 쏟아붓지만 나이가 들고, 현실에 부딪힐 수록 그건 인생의 작은 일부분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러면서도 문득 어릴 적 자신처럼 '내가 그와 연인이 된다면?'이라는 달콤한 상상을 하게 된다. 이 이야기는 그런 누구나의 달콤한 상상이 현실이 되었을 때 어떠한 일들이 일어나게 될 것인지에 대해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그 누구나를 보육교사인 누군가로 한정하며 종종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그들의 고충을 담아내고자 하는 의도도 지니고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
작성일 : 22-02-28 02:50     조회 : 181     추천 : 0     분량 : 9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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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빠!! 진짜진짜 고마워!!"

 “강이안! 역시 너 밖에 없다! 고마워!!”

 

 

  연신 이안에게 고맙다고 이야기하는 두 사람. 바로 은성과 슬하다. 이안이 슬하의 어머니, 청란에게 슬하와 시간을 보내겠다고 이야기 한 덕분에 은성과 슬하의 만남이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 하얀 거짓말로 인해 두 사람의 만남의 장소는 이안의 집이 되었지만 장소가 어디건 두 사람에게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두 사람이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의미였을 뿐.

 

 

 “두 사람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데 왜..”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 세 사람이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또 한 사람, 시아. 슬하와 친해지게 된 날 이후부터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계속 마음 아파하던 시아였기에 오늘의 이 만남이 더 애틋하게 느껴졌다. 한시도 서로에게서 눈을 떼지 않으려고 하는 두 사람. 이안과 시아는 그런 둘을 위해 자리를 비켜주기로 한다.

 

 

 “두 사람.. 저렇게 잘 어울리는데.. 진짜 서로 사랑하는데.. 왜 이렇게 만나고 왜 이런 아픔을 겪어야 할까요..?”

 

 

  입 안으로 머물던 이야기를 이안에게 하는 시아.

 

 

 “그러게.. 나도 그게 참.. 이해가 되지 않아.”

 

 

  이안 역시 씁쓸한 표정으로 시아의 물음에 대답한다. 그리곤 조용해진 방 안으로 은성과 슬하, 두 사람의 이야기가 문틈을 타고 스며들어온다.

 

 

 “왜 이렇게 살이 빠졌어..”

 “그래..? 나 그대론데..”

 “아니야- 살 빠졌어- 아주 미세하지만..! 내 눈엔 다 보여-”

 “뭐야-”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 하고 싶은 이야기, 메시지만으로는 다 할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주고받으며 그들만의 데이트를 즐기고 있는 은성과 슬하.

 

 

 “나.. 어제 현준이.. 보고왔어-”

 “현준..오빠..?”

 “응..”

 

 

  갑자기 표정이 무거워지는 은성을 발견한 슬하는 잡고 있던 은성의 손을 더 꼭 잡았다.

 

 

 “현준오빠.. 잘 있지..?”

 “잘 있더라구.. 그 어느 때보다 해맑게..”

 

 

  잠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는 은성. 그런 은성의 눈가가 붉어져 오고 있었다. 그를 알아챈 슬하의 눈가 또한 붉어지는 걸 막을 수 없었다.

 

 

 “나.. 현준이 보고 돌아오는 길에 계속 생각해봤어..”

 

 

  조금은 어렵게 자신의 생각을 슬하에게 이야기하는 은성.

 

 

 “만약에.. 만약에 있잖아- 나도 그렇게 세상에서 없어지면.. 그때는 너희 어머니, 우리 아버지.. 우리 둘 사이를 인정해주실까..?”

 

 

  은성의 생각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놀란 기색 없이 은성을 바라보는 슬하.

 

 

 “오빠가 그러면.. 나도 그렇게 할거야.. 오빠 따라서.. 그러면 우리 진짜.. 로미오와 줄리엣이 되는 거겠네..?”

 

 

  서로의 생각을 다 읽기라도 한 듯 슬픈 웃음을 짓는 두 사람.

 

 

 “둘 다 바보예요?!!!!!”

 

 

  벌컥, 문이 열리고 두 사람의 시선이 한 곳으로 향했다. 문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는 자신의 마음과 행동을 주체할 수 없어 결국 문을 열고 은성과 슬하에게 한 마디 쏟아내는 시아.

 

 

 “아니, 부딪혀보지도 않고- 어떻게 그렇게 나약한 생각을 해요?”

 

 

  한 번도 서로의 마음에 대해 서로의 부모님에게 이야기하지 않았을리 없을 거라는 걸 잘 아는 시아였지만, 일단은 두 사람의 어리석은 생각을 막아보고 싶었다.

 

 

 “우리도 해봤어.. 다.. 다 해봤다고.. 그런데 안되잖아.. 안된다잖아..!! 우리가 만나는 건..”

 

 

  시아의 말에 변명 아닌 변명을 하는 은성, 그리고 그 옆에서 세상을 잃은 듯 울음을 토해내는 슬하. 하지만 시아는 여기서 물러설 수 없었다. 여기서 자신이 물러서면 정말 두 사람이 어떻게 될 것만 같았다.

 

 

 “안된다고 하면, 되게 만들어야죠..! 어쩔 수 없이 인정하게 만들라구요!”

 

 

  시아의 말뜻이 무엇인지 몰라 가만히 시아만을 보는 은성과 슬하, 그리고 이안.

 

 

 “스.캔.들! 스캔들 내요- 그리고 당당하게 인정해요!”

 “기사가 나가기 전에 소속사에서 다 막을거야.. 지난 번엔 어쩔 수 없이 못 막았지만.. 이번엔 무조건 막아.. 우리 엄마, 그리고 오빠네 아버님이라면 가능해..”

 “그래도 계속계속 시도해봐야죠!!”

 “......”

 “아, 오빠 뭐해요? 이럴 때 안나서고!”

 

 

  가만히 옆에 서 있던 이안을 닦달하는 시아.

 

 

 “으응..? 내가..?”

 “그래요! 굳이 연예부 기자한테 제보할 필요 있어요? 사회부 기자도 나쁘지 않지 않나요?”

 

 

  라고 말하고는 눈을 찡긋-했다. 시아가 하는 이야기가 무슨 뜻인지 잠시 생각하던 이안은 손을 탁!하고 쳤다,

 

 

 “맞네! 맞아-”

 

 

  그리고는 어디론가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어, 나야. 내가 좋은 기사거리 하나 주려고 하는데.. 이게 연예부 기사라서..”

 

 

  무지 좋은 기사거리 이지만 전화 받는 상대의 분야가 아님을 강조하는 이안. 하지만 그걸 들은 상대방은 이미 이안이 말한 기사거리에 관심을 가지고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한은성♥이슬하 열애중!]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로 3년이 넘게 좋은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고..

 

 

  인터넷 뉴스 1면을 장식한 은성과 슬하의 기사.. 이 기사가 터지자마자 두 사람의 핸드폰은 쉴새없이 울리기 시작했다. 방송국, 신문, 지인 등등 사실을 확인하려는 사람들과 축하해주는 사람들의 전화가 계속해서 울려왔다. 기자들의 전화를 받은 은성과 슬하는 사실임을 밝히며 ‘좋은 만남을 이어나갈 수 있게 해달라’로 부탁하기도 했다. 이안과 시아는 두 사람의 일이 왠지 잘 해결될 것 같은 예감에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밀려오는 전화로 인해 슬하와 은성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을 때 이안은 소속사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조용히 그 자리를 빠져나와 소속사로 향했다.

 

 

 “아악!!! 이게 무슨 일이야!!”

 

 

  사장실 밖까지 들려오는 청란의 목소리. 예상하지 못했던 일에 당황하고 화가 난 듯한 목소리였다.

 

 

 “사.. 사장님.. 진정하세요..”

 “내가 진정하게 생겼어? 어? 이안이랑 잘 만나고 있는 줄 알았더니 뭐? 한은성이랑 기사가 나? 그것도 또 열애 기사가? 거기다가 인정을 했어?”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다는 듯 말을 이어가는 청란.

 

 

 “그래서! 슬하는 연락이 됐어?”

 “아.. 그게요..”

 “그게 뭐!!!”

 “계속 통화 중이더라구요..”

 

 

  계속된 확인 전화와 축하 전화로 인해 불행 중 다행으로 소속사에서 오는 전화를 받을 수 없었던 슬하.

 

 

 “당장 찾아와! 당! 장!”

 “네..!!”

 

 

  사장의 방을 빠져 나오는 비서. 이안과 마주치더니 소스라치게 놀라는 모습이었다.

 

 

 “아.. 알려드릴까요..? 오셨다고..?”

 “아닙니다- 바쁘신 거 같으니 일 보세요-”

 

 

  사실 청란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더 궁금했던 이안은, 비서를 내보내고 청란의 반응을 더 살피고 싶었다.

 

 

 “안돼, 안돼.. 은성이 걔가 어떤 놈 자식인데..! 그런 자식한테 우리 슬하를 뺏길 순 없지..”

 

 

  두 사람의 열애 기사를 보고 더욱 두 사람을 떼어 놓아야겠다고 생각한 청란. 사무실 밖에서 이안이 듣고 있는 줄은 꿈에도 모르고 그동안 감춰왔던 자신의 이야기를 혼잣말로 이어갔다.

 

 

 “우리 연주가 그 놈 때문에 그렇게 됐는데.. 그런 놈한테 우리 슬하까지 뺏길 순 없어.. 그 놈, 그 민교라는 놈 때문에 우리 연주가.. 그렇게 됐는데.. 어떻게 우리 슬하까지..”

 

 

  ‘민교’라면 은성의 아버지 이름. 이안은 슬하의 어머니, 청란과 은성의 아버지, 민교에게 어떤 사연이 있음을 알 수 있었고, 그 사연이 무엇인지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은성과 슬하가 마음껏 서로 사랑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이런 생각까지 마친 이안은 ‘벌컥’ 청란의 사무실 문을 열었고, 평소와 다르게 노크도 없이 사무실로 들어온 이안 때문에 당황한 청란은 행여 자신의 이야기를 이안이 들었을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ㄴ.. 너.. 노트도 없이 들어..”

 “노트 없이 들어온 건 죄송해요. 그런데 아까 혼잣말로 말씀하시던 거, 무슨 말인지 알아야 겠어요. 그래서 실례를 무릅쓰고 들어왔어요.”

 “무.. 무슨..?”

 “아까 혼잣말로 말씀하시던 거 있잖아요, 은성이 아버님 때문에 연주라는 분이 그렇게 됐다는 거요.”

 “...너.. 엿듣기까지 했니?”

 “일부러 엿들은 건 아니었지만, 일단 그것도 죄송해요. 하지만 은성이와 슬하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어요.”

 “설마.. 은성이 그 자식하고 슬하.. 너가 도와준거야..?”

 “네. 제가 그랬어요. 이제까지 슬하와 만나겠다고 하고 사실은 은성와 슬하를 만나게 해줬었어요.”

 “너 이 자식..! 어떻게 너가 나한테 이럴 수 있지?”

 “죄송해요. 오늘 일도 그렇고 이전 일도 그렇고. 백 번 천 번 죄송하다 말씀 드려도 모자라다는 거 알아요. 하지만 은성이랑 슬하, 둘이 정말 사랑하는데 주변 사람들 반대 때문에 만나지 못하고 있는 게 너무 안쓰럽고 안타까워서 그랬어요. 그리고 아시잖아요. 저 슬하한테 마음 없는 거, 그리고 슬하도 저한테 마음 없는 거. 그거 알면서도 사장님이 계속 슬하랑 저를 붙여놓으신 거잖아요. 은성이랑 슬하 만나지 못하게 하려고..”

 “...너..!”

 

 

  청란은 이안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었다. 이안의 입에서 나온 모든 말이 다 맞는 말이었기 때문에.

 

 

 “두 사람 사이, 왜 그렇게 반대하고 갈라놓으려고 하시는 거예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단순히 은성이랑 슬하, 두 사람만의 문제 때문에 그렇게 하는 건 아닌 거 같고, 대체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는 거죠?”

 

 

  평소와 다르게 조금은 당돌하게 청란의 앞에서 말을 이어가는 이안.

 

 

 “너가 상관할 문제 아니야.”

 “아니요, 상관해야겠어요. 그동안 저를 괴롭게 만든 문제이기도 했으니까요. 사장님은 사장님 욕심으로 은성이와 슬하를 갈라놓으려고 하셨고, 그 욕심으로 저와 슬하를 만나게 하려고 하셨잖아요.”

 “... 아니야..!! 다.. 다 슬하를 위해서 그런거야..!!!”

 “슬하를 위해서 그런 거라니요? 이게 슬하를 위한 거예요? 사랑하는 사람이랑 만나지 못하게 하고 억지로 떼어놓으려고 하는게요? 아니요- 절대 아니에요!”

 “뭐가 아니야!! 네가 뭘 안다고 그래? 어?”

 “사장님에 관한 사정은 모르겠죠. 하지만 은성이와 슬하의 사정은 누구보다 잘 알아요. 그 두 사람이 서로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리고 그 사랑을 이루기 위해 서로 얼마나 많이 노력하고, 좌절하고, 아파하는지.. 그 좌절과 아픔이 단순히 두 사람 사이에서 일어난 갈등 때문이 아니라는 게 제일 큰 문제 아닌가요?”

 

 

  이안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못하고 그저 분에 가득 찬 눈빛으로 이안을 쳐다보기만 하는 청란.

 

 

 “두 사람이 뭘 그렇게 잘못했죠? 서로 사랑한 게 그렇게 잘못이고 죄인가요?”

 “... 그래..!! 그 둘은 서로 사랑한 것 자체가 잘못이고 죄야..!!”

 “그게 무슨 말이에요? 사랑한 거 자체가 잘못이고 죄라니요? 그게 어떻게 잘못이고 죄죠?”

 “그 둘은 절대 만나면 안 되는 사이니까, 그러니까 잘못이고 죄라는 거야.”

 “허.. 그런 거에요? 그래서 그 죗값을 치르려는 거군요-”

 “그게 무슨 뜻이야..? 죗값을 치르려 한다니..”

 “말 그대로에요. 은성이랑 슬하, 그 죗값 치르려고 하고 있어요.”

 “그게 무슨 뜻이냐고!!!!!!!”

 “은성이랑 슬하, 해서는 안 될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구요!! 그렇게 하면 자신의 부모님들이 자신들을 인정해주지 않을까라고 말하면서요!!”

 “그게 무슨.. 말이야.. 해서는 안 될 생각이라니..”

 “로미오와 줄리엣.. 아시죠? 집 안의 반대로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결국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

 “설마.. 설마..”

 “설마 아니에요. 사실이예요..”

 “...아니.. 아닐거야.. 우리 슬하가 나를 두고 그런 생각을 할 리 없어..”

 “그렇게 누구보다 사장님 생각하고 걱정하는 슬하, 사장님이 그렇게 만드셨어요. 해서는 안 될 생각까지 하게 만드셨다고요!”

 “슬하야.. 슬하야..”

 

 

  이안의 말에 충격을 받은 청란은 곧장 슬하에게 가려고 한다. 그리고 이안은 그런 청란을 붙잡았다.

 

 

 “이거 놔!!!!! 나 우리 슬하한테 가야해!”

 

 

  이안이 잡은 팔을 빼고 사무실을 나가려는 청란, 하지만 이안은 청란을 놓아줄 생각이 없는 듯 잡고 있던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이거 놓으라니까!!!!!”

 

 

  결국 이안에게 손을 올리려고 하는 청란. 하지만 자신을 바라보는 이안의 눈빛에 멈칫, 하고 말았다.

 

 

 “나보고 어쩌라는건데!!!!!”

 

 

  쇼파에 털썩 주저앉으며 눈물을 터트리는 청란.

 

 

 “그러니까, 말씀해주세요. 어째서 은성이와 슬하의 사이를 그렇게 반대하시는 건지. 꼭 그래야만 하는 이유가 뭔지..”

 

 

  이안의 이야기에도 청란의 눈물은 멈출 줄을 몰랐고, 오열에 가까운 울음을 이어가는 청란이었다.

 

 

  “두 사람, 저렇게 놔두실 건 아니잖아요- 이번에는 제가 이야기해서 해서는 안 될 생각이 생각으로 멈췄지만 다음에는 어떻게 될지 몰라요-”

 

 

  이안의 설득 아닌 설득에도 청란의 입에서는 오열 섞인 울음만 터져 나올 뿐, 이안이 기다리는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사장님.. 슬하를 생각해주세요.. 두 사람이 아니라 슬하를 생각해주시라고요. 슬하.. 사장님 하나 뿐인 딸이잖아요..”

 

 

  이안의 오랜 설득 끝에 천천히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청란.

 

 

 “나한테는 ‘송연주’라는 소중한 친구가 있었어. 무척이나 착했고, 예뻤고.. 그런 친구.. 연주랑 나는 어릴 때부터 한 동네에서 자랐었고, 거의 자매나 다름없는 그런 친구였어.. 내가 가수가 된다고 했을 때 유일하게 반대하지 않았던 사람이었고, 가수가 되었을 때 가장 기뻐해줬던 친구였어.. 그리고 내가 힘들 때 그 누구보다 마음을 다해 위로해준 친구였고.. 하루는 연주가 촬영장에 너무 가보고 싶다고 하는거야. 나도 한 번쯤은 연주와 함께 촬영장에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던 찰나에 연주가 그런 말을 했고, 난 기쁜 마음으로 함께 가자고 했지.. 그래.. 어쩌면 불행은 거기서부터 시작이 되었는지도 몰라.. 그때 내 매니저를 하고 있었던 그 사람.. 그래.. 그때만 해도 민교오빠라고 불렀었지.. 그 사람을.. 만난 거니까..”

 

 

  그동안 미처 몰랐던, 청란의 입에서 처음으로 듣는 민교와의 관계, 그리고 청란의 친구라는 연주라는 사람.

 

 

 “그 사람은 연주를 보고 첫눈에 반했다고 하더라고.. 연주도 싫은 눈치는 아니었고.. 나 또한 그 두 사람이 참 잘 어울린다 생각했지.. 그래서 두 사람이 잘 되도록 다리를 연결해 준거야.. 물론 내가 다리를 연결해줄 필요도 없을 만큼 두 사람은 급속도로 가까워지긴 했지만.. 내 촬영에 연주가 동행하는 일이 많아졌고, 내가 촬영하고 있는 사이에 두 사람은 사랑을 키워 나갔어.. 난 그 두 사람이 그렇게 영원히 행복할 거라 생각했지.. 그런데 그 행복이 깨지는 일이 생긴거야..”

 

 

  불행이 시작된 그 날이 기억나는 듯 눈빛이 바뀌어버린 청란.

 

 

 “사업가로서 큰 꿈을 꾸고 있던 그 사람은 어느 날 갑자기 유학을 다녀오겠다고 하더라고,. 그러면서 연주한테 기다려달라고 이야기했고, 연주는 기다리겠다고 이야기했대.. 그런데 1년, 2년, 5년이 지나도록 그 사람이 돌아오지 않는거야. 4년까지는 편지든 전화든 연락이 됐었는데 5년째 부터는 연락도 되지 않고 아무런 소식도 들을 수 없었지. 난 연주한테 그만 포기하고 잊으라고 했지만, 연주는 그 사람이 꼭 돌아올 거라면서 기다리겠다고 고집을 부렸어.. 그런 시간이 6년으로 접어들던 어느 날, 어떤 TV 프로그램에 그 사람이 나온거야. 미국에서 성공한 한국인 매니저먼트 사업가라고.. 그러면서 그들의 가족도 함께 나왔지. 한국인 부인과 이제 막 태어난 걸로 보이는 아이, 은성이와 함께.. 그 프로그램을 본 연주는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고, 그대로 쓰러져 버린거야. 원래도 몸이 약했던 아이인데 그 일로 인해서 원인 모를 병까지 얻은거지.. 그리고 그렇게 1년도 되지 않아서..”

 

 

  더 이상 말을 잊지 못하는 청란. 이안은 왜 그토록 청란이 은성과 슬하를 반대했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일 때문에 그토록 사랑하는 은성과 슬하를 반대하는 건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 생각했다.

 

 

 “사장님의 그 마음.. 조금은 이해가 가요.. 하지만.. 사장님과 사장님 친구분, 그리고 한민교 사장님의 일은 거기서 끝을 내셔야죠.. 왜 은성이와 슬하까지 그 일에 끌어들이려고 하세요.. 두 사람이 무슨 잘못이 있어요.. 사장님 친구분과 한민교 사장님의 일이 그 두 사람보다 중요해요? 세상에 전부라 여겨졌던 것도 시간이 지나고 변화가 생기면 그만큼이 되지 않기도 해요. 지금은 사장님 친구분과 한민교 사장님의 일이 전부라고 여겨져서 두 사람을 갈라놓는게 최선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게 아니게 될 수도 있어요. 그러다가 은성이와 슬하, 두 사람이 정말 잘못된 선택이라도 하면 어떻게 하실 거예요? 그런 일이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어요. 이미 거기까지 생각한 은성이와 슬하라고요..”

 

 

  이안의 말에 굳건한 마음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하는 듯 눈빛이 흔들리는 청란. 그때 누군가 사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 사람은 바로 은성의 아버지, 청란이 그토록 증오하고 증오하는 사람, 한민교였다.

 

 

  “...하.. 우리.. 큰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사무실 밖에서 모든 이야기를 들은 듯 눈가가 붉어진 채 청란을 보고 마주 앉는 민교. 그가 처음으로 꺼낸 말은 ‘오해가 있었다’라는 말이었다. 그리고 그에게 있었던 지난 날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3년.. 그 3년까지 정말 힘들었어.. 유학이라고는 했지만 언어도 잘 통하지 않는 나라에서 무언가를 배운다는 게 쉽지 않았거든.. 그래도 연주의 편지와 목소리를 들으며 힘을 냈었지. 그렇게 또 한 해를 보내고 있던 어느 날, 거짓말처럼 유명 기획사에서 함께 일해보자는 제의가 온 거야. 두 번 다시 올 수 없을 기회라고 생각하고 난 그 제의를 받아들였지. 거기서 은성이의 엄마를 만난거야.. 물론 나는 연주가 있었기 때문에 은성이 엄마한테는 관심조차 없었어. 그저 일을 배우는 것에만 몰두할 뿐이었지. 하루는 기획사 사장의 생일파티가 있다고 해서 참석을 했었어. 은성이 엄마도 당연히 참석을 했었고. 밤새도록 기억이 나지 않을만큼 취하도록 마셨는데.. 아침에 깨고 보니 은성이 엄마가 내 옆에서 자고 있더라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 다 알 수 있을 만큼, 나와 은성이 엄마의 모습은 그랬어.. 그렇게 은성이가 생기게 됐고, 어쩔 수 없이 은성이 엄마와 결혼을 한 거야.. 하지만 그 일을 연주에게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어.. 기다려달라고 했는데.. 어떻게 이야기를 해.. 그렇게.. 그렇게.. 결국 시간은 흐른거지..”

 “... 거짓말.. 거짓말 하지마..!!!!! 그걸 어떻게 증명할 수 있지? 어? 어떻게 증명할 수 있냐고..!!!!!”

 

 

  민교의 입에서 나온 말들이 모두 거짓말이라며 귀를 막아버리는 청란.

 

 

 “내가 다.. 잘못한거야.. 잘못한 게 맞아.. 연주한테 미안하다고 이야기 했었어야 했는데.. 더 이상 기다리지 말라고 말했어야 했는데.. 연주가 그렇게 됐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 했어.. 난.. 잘 살고 있는 줄로만 알았어.. 다른 남자 만나서 행복하게.. 연주는.. 내가 아니어도.. 그럴 줄 알았어..”

 

 

  오늘, 청란의 입에서 처음 자신의 첫사랑 연주가 자신으로 인해 먼저 세상을 떠났음을 알게 된 민교는 변명 아닌 변명을 하느라 참아왔던 눈물을 쏟아냈다. 그런 민교의 눈물을 보며 그의 모든 말이 진심임을 알게 된 청란은 그렇게 또 한참을 울고 또 울었다.

 

 

 “내가 허락해도.. 너가 허락하지 않을 것 같아서.. 둘 다 허락해서 결혼을 한다 해도 우리 은성이가 행복하지 못할 것 같아서.. 그래서 반대했어.. 은성이와 슬하의 관계를.. 내 의지로 세상을 본 아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내 아들이니까.. 그리고 나도.. 슬하를 보면 너는 물론이고 연주 생각이 더 날 것 같아서 자신이 없기도 했었고.. 슬하가 많이 닮았더라고.. 연주를..”

 

 

  청란만큼이나 자신 또한 은성과 슬하를 반대했던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는 민교.

 

 

 “우리 슬하.. 많이 닮았어.. 연주랑.. 처음 태어날 때부터 그랬어. 꼭.. 연주가 세상에 다시 태어난 것처럼..”

 

 

  그제야 청란과 민교, 두 사람은 서로를 보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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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라이벌? NO! 친구! 2022 / 2 / 28 175 0 4549   
8 정말 모르겠어 2022 / 2 / 28 170 0 4504   
7 아무래도.. 아무래도.. 2022 / 2 / 28 171 0 11029   
6 그냥 너를 빼앗기기 싫어 2022 / 2 / 28 188 0 7650   
5 너의 공간으로 들어가기 2022 / 2 / 28 174 0 13498   
4 다시 일상으로 2022 / 2 / 28 179 0 3390   
3 첫 데이트(?) 2022 / 2 / 28 194 0 4446   
2 나도 나를 모르겠어 2022 / 2 / 28 190 0 8341   
1 어느 날 갑자기 2022 / 2 / 28 285 0 6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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