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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The FAN
작가 : ForEST
작품등록일 : 2022.2.28

누구나 한번쯤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를 좋아한다. 어릴 때는 그것이 전부인냥 모든 것을 쏟아붓지만 나이가 들고, 현실에 부딪힐 수록 그건 인생의 작은 일부분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러면서도 문득 어릴 적 자신처럼 '내가 그와 연인이 된다면?'이라는 달콤한 상상을 하게 된다. 이 이야기는 그런 누구나의 달콤한 상상이 현실이 되었을 때 어떠한 일들이 일어나게 될 것인지에 대해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그 누구나를 보육교사인 누군가로 한정하며 종종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그들의 고충을 담아내고자 하는 의도도 지니고 있다.

 
아무래도.. 아무래도..
작성일 : 22-02-28 02:44     조회 : 170     추천 : 0     분량 : 1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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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쿵!’ 모든 아이들이 하원한 후, 조용하던 교실을 울리는 시끄러운 문소리. 그리고..

 

 

 “박시아! 박시아!!”

 

 

  지희가 소란스럽게 문을 열고 시아의 교실로 들어와 시아의 이름을 부르며 다짜고짜 핸드폰을 시아의 얼굴 앞에 내민다. 무슨 일인지 영문을 모르는 시아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지희의 얼굴을 바라볼 뿐이었다.

 

 

 “아니아니, 내 얼굴 보지 말고 핸드폰을 보라고!!”

 

 

  화장실 다녀온다고 한지 10초도 지나지 않아 다시 교실에 들어와서는 다짜고짜 핸드폰을 보라니.. 살짝 당황스럽기도 하고 어이가 없기도 한 시아였지만 지희의 말에 따라 핸드폰으로 시선을 돌렸다. 시아가 시선을 돌린 핸드폰에는..

 

 [배우 강이안, 가수 이슬하 열애 중!]

 [강이안♥이슬하는 사내 연애 중]

 [한강 데이트 중인 강이안♥이슬하]

 [강이안, 이슬하 열애 중? 소속사 확인 중]

 

 

 “이게 뭐..? 뭔데..?”

 “뭐긴 뭐야! 열애설이잖아! 강이안, 이슬하 열. 애. 중!”

 “아.. 열애 중.. 그래- 열애 중이네- ........ 응..? 열애 중?!!!!!!”

 “그래! 열애 중!!”

 “열애 주우웅?!!!!”

 

 

  이안와 슬하가 열애 중이란 기사를 본 뒤 다급하게 자신의 핸드폰을 찾는 시아, 그리고는 이안에게 전화를 건다. 하지만 이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몇 번이고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결국 이안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시아는 하루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슬하와 열애설이 난 이안. 물론 아직 어떠한 정확한 기사가 나오지도 않았고, 본인들도 입장 발표를 하지 않고 있는 터. 하지만 계속해서 추측성 기사들이 나오고, 두 사람의 모습이 함께 찍힌 일명 ‘한강 데이트’ 사진도 속속 올라오고 있었다.

 

 ‘뭐.. 내 남자친구인 것도 아니잖아..?’

 

  라고 생각하며 태연하게, 여느 연예인의 열애기사를 접하듯이 생각하려 했지만.. 이안은 시아에게 다른 존재였던 듯 자꾸만 초조해지고 불안해지는 마음을 걷잡을 수 없었다.

 

 

 “왜 전화는 안 받고 메시지는 왜 안 읽는 건데..”

 

 

  점점 더 불안해지는 마음과 함께 걱정스러운 마음도 커지는 시아.

 

 

 “너, 계속 이러고 있는 거 알아?”

 

 

  지희가 곁에 다가온 줄도 모르고 계속해서 핸드폰만 보고 있었던 시아는 지희의 물음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오빠는? 연락.. 안되는 거야..?”

 “..응..”

 “아무런 해명기사도 없는 걸 보니 맞는 가보지- 보통 아니면 바로 해명기사 올라오잖아-”

 “그럴..까..?”

 “그래- 맞는건가봐.. 둘이 사귀는 거.. 이안오빠도 드디어.. 연애를 하는구나..”

 “그러게..”

 “아.. 씁쓸.. 하다..”

 “......”

 “뭐 어차피.. 연예인이잖아- 우리와는 인연이 될 수 없는 사람들.. 그냥, 예쁘게 만나길 바래주자-”

 “그래.. 그래야지..”

 “어째.. 반응은 안그럴거 같다? 뭐.. 이슬하한테서 오빠 뺏기라도 할 거야?”

 “내가..? 그럴 능력이 있냐.. 얼굴도 밀리고.. 몸매도 밀리고.. 그리고 결정적으로 나는.. 그냥 오빠에게 ‘아는 사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잖아.. 그냥.. 그거에 만족해- 내가 언제 연예인이랑 지인이 되어보겠냐? 아.. 지인이 아닌가..? 그냥 연락처 아는 사람? 얼굴 아는 사람? 그게 또 어디야.. 그것도 대단한거지..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이 내 얼굴을 알고, 내 연락처를 알고, 가끔 연락도 주고 받는다는게..”

 “그건.. 그래.. 넌.. 성공한 팬이다..!”

 “그래..! 난 성공한 팬!! 성덕이다..!”

 

 

  어색하게 서로를 보며 웃어보는 시아와 지희. 그리고 여느 때와 다름없이 퇴근을 준비했다.

  그 어느 때보다 긴 집으로 향하는 시간. 어떻게 운전을 했는지도 모를 만큼 정신없이 집까지 달려온 시아. 현관 앞에서 익숙한 누군가의 실루엣을 마주하게 됐다.

 

 

 “오..빠..?”

 “어, 왔어..?”

 

 

  익숙한 손짓과 함께 시아를 반기는 이안. 옅은 미소를 띄고 있지만 평소보다 더 어둡고 지쳐 보이는 그 모습에 시아는 마음이 쿵.. 내려 앉았다.

 

 

 “나.. 이제.. 살 것 같아..”

 

 

  ‘이제 살 것 같다’고 말하며 그 자리에 주저앉는 이안. 이유를 알 수 없는 그의 행동이긴 했지만 시아는 그저 자신이 위로해주어야 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따뜻한 거 한 잔 줄까요?”

 

 

  집 안으로 들어온 시아와 이안. 시아의 물음에 이안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님은.. 아직 안오셨네..?”

 “응.. 오늘 조금 늦으신다고 했어요..”

 

 

  익숙한 듯 새은의 안부를 묻지만 여전히 그의 표정은 나아지질 않았다. 시아는 이안을 만나면 폭풍처럼 ‘열애설’에 관한 질문을 할 생각이었지만 그런 생각조차 다시 들지 않을 만큼 이안이 걱정되고 또 걱정됐다. 겉은 차가워 보여도 마음만큼 그 누구보다 여리고 따뜻한 사람. 그런 이안을 알기 때문에 시아는 지금 이안의 모든 모습이 조심스럽기만 했다. 시아가 타 준 따뜻한 페퍼민트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후..’하고 조용히 한숨을 내뱉는 이안. 시아는 가만히 이안이 무엇이라도 이야기해주길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전화.. 못 받아서 미안해.. 메시지도.. 답장 못 보내서 미안하고..”

 “..괜찮아요-”

 "일부러 그런거야.. 너한테는 거짓말 하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시아의 전화를 받지 않고, 메시지에 답장도 보내지 않았다는 이안, 그리고 시아에게 만큼은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는 이안. 그 말에 담긴 의미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자신이 타 준 따뜻한 차를 한 모금 마시며 아까보다 조금 더 평온해진 모습을 하고 있는 이안에게 시선을 빼앗겼다.

 

 

 “열애설 기사.. 많이 놀랐지..?”

 

 

  사실은 많이 놀랐었던 시아였지만, 이안에게는 티를 내고 싶지 않았다.

 

 

 “놀라긴요..! 오빠도 이제 연애하셔야죠- 그 상대가 ‘이슬하’라면.. 전 뭐.. 반대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긴 했었다. 이안이 누군가와 연애를 하고, 열애설이 난다면.. 그 상대가 ‘이슬하’라면.. 괜찮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이안을 좋아하며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된 이안과 같은 소속사의 가수 ‘이슬하’. 왠지 모르게 이안과 어울린다 생각하며 ‘그래, 이슬하라면..!’이라고 스스로에게 괜찮다는 주문을 걸어보기도 했었다.

 

 

 “진심.. 이야..?”

 

 

  예상치 못한 시아의 대답에 살짝 놀란 듯, 당황한 듯 반응을 보이는 이안.

 

 

 “솔-직히! 아까 지희가 오빠 열애설 기사 보여줬을 때는 정말 세상이 노래지고 파래지고 막 그랬었는데.. 지금은 뭐- 다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있어요!”

 “정말로..?”

 “그럼요- 내가 오빠 ‘찐팬’이잖아요- 오빠가 좋으면 다 좋은 거죠-”

 

 

  눈동자가 흔들리면서도 굳은 결심을 한 듯 대답하는 시아가 왠지 귀엽게 느껴지는 이안.

 

 

 “이러면.. 내가 하루종일 싸운 보람이 없잖아-”

 “싸워요? 누구랑? 하루종일?”

 “그래- 하루종일 누구랑 싸웠다-”

 “누구랑 싸웠어요?? 그것도 하루종일?? 어디 봐봐요- 어디 다친 데는 없어요???”

 

 

  ‘다친 곳’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안의 몸 이곳저곳을 살피는 시아. 이안은 그런 시아를 보며 그만 ‘풋-’하고 웃고 만다.

 

 

 “아. 왜 웃어요- 하루종일 누구랑 싸운 게 무슨 자랑이에요? 다친 데 진짜 없어요?”

 “너는 싸웠다 그러면 무슨 몸으로만 싸운 줄 아니?”

 “응..? 그럼..?”

 “몸으로 싸운게 아니라, 이 정신으로 싸웠다고..!”

 “정..신..?”

 “그래, 정.신!”

 “무슨 말이에요, 그게-”

 “으이구.. 나.. 이슬하랑 아무 사이도 아니야-”

 “아.. 아무 사이도 아니구나.. 그렇구나........... 네..? 아무 사이도.. 아니라구요..?!!”

 “그래, 아-무 사이도 아.니.야-”

 “그럼..? 그 열애설 기사는 뭐예요..?”

 “뭐 기자들이 건수 잡았다 싶어서 기사 낸 거겠지-”

 “그래도 아니 뗀 굴뚝에 연기가 날까..?”

 “그 ‘아니 뗀 굴뚝’ 말이야, 그 굴뚝 안에 나랑 이슬하만 있었던 게 아닌데 말이야.. 나머지 한 사람은 왜 쏙- 빼먹고 이슬하랑 나만 엮어서 기사를 낸 건가 몰라..”

 “나머지.. 한 사람..? 그게 누군데요-”

 “그것까진 말하기 좀 그렇고- 무튼..! 열애는 사실이 아니다- 지금 해명기사 떴을거야- 확인해봐.”

 “진짜.. 요..?”

 

 

  아직은 의심이 남은 눈초리를 하고는 휴대전화를 열어 연예면 뉴스를 확인하는 시아. 이안의 말처럼 정말 이안과 슬하의 열애설에 관한 해명기사 - ‘둘은 연인 사이가 아니다’라는 기사가 떠 있었다.

 

 

 “진짜.. 네..?”

 “그럼, 진짜지- 가짜야?”

 “그러네.. 근데, 나머지 한 명이 한은성이었어요..? 지난 번에 이슬하랑 열애설 난 그 한은성?”

 “뭐야, 은성이가 같이 있었던 사람이란 게 기사에 떴어?”

 “여기 봐봐요- 이렇게 떴잖아요-”

 

 

  시아가 보여준 기사에는 시아의 말대로 이안, 슬하와 더불어 한강에 같이 있었던 인물이 이안의 친구 ‘한은성’이라고 적혀있었다.

 

 

 “이것까지 말하지는 말지..”

 

 

  읊조리 듯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는 이안.

 

 

 “네..?”

 “아, 아니야. 아무 것도.. 쨋든! 난 지금 열애 중이 아니다-”

 

 

  열애 중이 아니라며 ‘X' 표시를 하며 자신의 결백함을 주장하는 이안. 하지만,

 

 

 “뭐.. 이슬하랑은 아니어도 또 다른 누군가랑은 하고 있을 수도 있죠-”

 

 

  연예인의 말은 곧 죽어도 다 못 믿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이야기하는 시아에게 이안은 제대로 한 방 먹었다는 표정이었다.

  한편 이안의 ‘열애’에 관한 의문은 해결했지만, 그날 한강에 함께 있었다는 이안과 슬하, 은성에 대한 의문은 다 가시지 않는 시아였다.

 

 

 ***

 

 

 “으구.. 한동안 잠잠하다.. 했더니.. 또 터졌네..”

 

 

  촬영을 마치고 영수에게 다가간 이안은 핸드폰을 보며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리는 그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뭐야? 무슨 일인데 그래?”

 

 

  영수는 자신의 핸드폰을 이안에게 내밀며

 

 

 “아니, 어린이집에서 또 학대사건이 일어났다나 봐요- 이 기사 봐봐요-”

 

 

  영수가 내민 휴대전화에는 한 어린이집에서 일어난 학대사건을 다룬 기사가 나와 있었다. 그 기사에는 한 어린이집 교사가 가르치고 있는 아이의 허벅지를 손으로 때려 멍이 들게 했다는 내용과 함께 어린이집 교사 즉, 보육교사의 자질을 논하는 내용들이 적나라하게 적혀있었다.

 

 

 “어떻게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사람이 애 허벅지를 멍이 들 만큼 때리나요? 애들이 때릴 데가 어디 있다고..”

 

 

  영수는 연신 어린이집 교사를 책망하는 말들을 이어나갔고, 이안은 그 일을 하고 있는 시아가 떠올라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아, 참- 그 사람도 어린이집 선생님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그 인천에 산다는 형 아는 동생 분?”

 “응, 그렇지..”

 “그 분은.. 이런 사람들하고는 다르죠?”

 “그, 그럼..!”

 “세상에 참.. 좋은 어린이집 선생님들도 많은데.. 이런 몇몇 사람들 때문에 통째로 욕을 먹는 것 같아요.”

 “그러게..”

 

 

  이안이 본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아의 모습은 자신의 어렸을 적 항상 로망으로 가지고 있던 ‘어린이집 선생님’의 모습이었는데 세상에는 그런 모습과 거리가 먼 사람들도 있다고 생각하니 씁쓸해지는 마음을 어쩔 수 없었다. 그런 사람들 때문에 시아가 함께 눈초리를 받아야 한다는 것도 영 마음이 쓰이지 않을 수 없었다.

 

  집으로 돌아온 이안은 쇼파에 지친 몸을 잠시 기대고는 TV를 켰다. 마침 나오는 뉴스에는 자신이 아까 본 기사의 내용이 나오고 있었다.

 

 

 [다음 뉴스입니다. 한동안 잠잠하던 아동학대사건이 또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아동학대가 일어난 곳은 어린이집인데요,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을 가르치는 어린이집 교사가 왜 자꾸 이런 일을 벌이는지 모르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한수현 기자가 준비했습니다.”

 “인천 송도에 위치한 한 어린이집, 이곳에서는 오늘 보육교사가 아동의 허벅지를 때려 멍이 들게 만든 사건이 일어났었습니다. 귀가 후 몸을 씻기던 아동의 어머님이 발견을 했다고 하는데요, 아동은 ‘선생님이 그랬다.’라고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아동의 부모는 그 즉시 어린이집으로 가 CCTV를 확인했다고 하는데 아이와 교사가 모두 책상에 앉아 있는 상태에서 발생한 상황이라 정확한 학대 장면은 포착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해당 사건이 일어났다고 아이가 진술하는 시점에서 아동이 깜짝 놀라며 교사를 바라보는 장면과 그 후에 아동이 계속해서 울었던 점, 그리고 학대를 당한 시점에 대한 아동의 진술이 자세하고 일관된다는 점에서 아동학대가 맞는 것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합니다. 경찰은 확실한 조사를 위해 해당 보육교사 신모씨를 불러 조사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안은 인천에 나와 있다는 기자의 말에 ‘설마’하는 마음으로 뉴스에 집중했고, 블러 처리가 되어있기는 했지만 카메라가 비추는 곳은 시아가 일하고 있는 바로 그 어린이집이었다. 서둘러 시아에게 전화를 건 이안. 하지만 몇 번이고 전화를 걸어도 시아는 받지 않았다. 이안은 계속해서 전화를 걸며 시아가 일하고 있는 어린이집으로 출발했다.

 

 

 “아.. 제발.. 전화 좀 받으라고..!!”

 

 

  간절한 이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시아는 전화를 받지 않았고, 그러는 사이 이안은 시아의 어린이집 앞에 도착해있었다. 이미 많은 기자들이 어린이집 앞에 진을 치고 있었고, 환하게 불이 켜져 있는 어린이집과 근처에 세워져 있는 시아의 차가 시아가 아직 어린이집 안에 있음을 알려주었다. 한 번만 더 전화를 걸어보고 안받으면 기자가 있던 말던 어린이집 안으로 들어가겠다고 결심한 이안은 간절한 마음을 더 담아 다시 한 번 시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

 “...시아야..!”

 

 

  드디어 전화를 받은 시아였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휴대전화만 들고 있었다.

 

 

 “너, 괜찮은거야?”

 “......”

 “너 괜찮은지, 아닌지만 알려줘..!”

 “......난.. 괜찮아, 오빠..”

 

 

  괜찮다는 시아의 말에 한시름 놓은 이안이었지만, 말과는 다르게 한숨과 슬픔이 묻어나오는 시아의 목소리에 안심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마음과는 다르게 그 어떤 위로의 말도 쉽게 나오지 않는 이안이었다.

 

 

 “......”

 “......”

 

 

  얼마간의 침묵이 흐른 뒤, 먼저 입을 연 건 시아였다.

 

 

 “...오빠.. 나 이 일 하지 말까..?”

 

 

  항상 자신이 하던 일에 자부심을 느끼던 시아에게서 절대 들을 수 없을 것만 같던 말이 들려왔다. 그리고 그 말이 현재 시아에게 말할 수 없는 큰 시련이 다가왔음도 알게 해주었다.

 

 

 “...나.. 너무 힘들어..”

 

 

  시아의 마지막 말을 들은 이안은 가만히 차에 앉아 있을 수 없었다. 하지만 아직 어린이집 앞에서 떠날 줄 모르는 기자들을 뚫고 안으로 들어갈 수도 없었다. 몇 번이고 차 문 손잡이를 잡았다 놓았다를 반복하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던 자신을 원망하던 순간이었다.

 

 

 “어! 나온다, 나온다!”

 

 

  한 기자의 말을 뒤로 수많은 플래시와 함께 원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어린이집에서 나왔고, 근처에 세워져 있던 차로 이동하는 내내 모든 기자의 시선과 카메라는 원장을 향해 있었다. ‘지금이다’ 싶은 마음에 서둘러 차에서 내려 어린이집 안으로 들어가려는 이안. 다행히 현관문이 잠겨있지 않았고, 어렵지 않게 어린이집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시아의 방에서 본 반명패를 기억해내며 시아의 교실을 찾는 이안. 2층으로 올라서자마자 사진으로만 보던 시아의 반명패가 눈에 들어왔고, 곧장 그곳으로 들어갔다.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한 쪽 구석에서 쪼그리고 앉아 머리를 무릎 사이에 묻고 있는 시아의 모습이 보였다.

 

 

 “박.. 시아..”

 

 

  조심스럽게 시아의 이름을 부르는 이안. 그리고 고개를 든 시아의 모습에 단걸음에 다가가 그녀를 안아주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더 크게 울기 시작하는 시아. 이안은 기사에서 접한 인물이 시아가 아니라는 것에 안도하며 참았던 눈물을 다 토해내는 듯 울고 있는 시아를 토닥이고 또 토닥여주었다.

  한참동안 그렇게 이안의 품에서 울던 시아가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오늘.. 옆 반 선생님 한 분이 연차를 쓰셔서 지희가 잠시 도와주러 갔었어요.. 마침 간식시간이어서 간식을 먹이고 있는데 한 아이가 얼굴이 너무 안좋더래요..”

 

 

  시아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같은 반에서 일하는, 시아 덕분에 이안과도 몇 번 얼굴을 보았던 지희. 뉴스에 나온 그 인물이 바로 지희였다. 울먹거리며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시아.

  옆 반 아이의 얼굴이 너무 좋지 않아 책상에 앉아 이야기하던 중 우연히 지희의 손이 아이의 허벅지를 스치게 되었고, 아이는 깜짝 놀라며 지희의 얼굴을 보았다고 했다. 무언가 일이 있었음을 직감하게 된 지희가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지만 아이는 계속해서 울기만 할 뿐 끝내 대답하지 않았고, 이후 1시간 후쯤 아이의 부모가 와서 아이를 데려갔다고 했다. 모든 정황에서 뭔가 이상함을 느낀 이안은 조심스럽게

 

 

 “혹시 그거.. 그 애 부모가 그런 거 아니야..?”

 “우리도 그런 생각을 해보긴 했었어요.. 그런데 아이의 부모가 먼저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가 일어났다고 신고하는 바람에 결국 일이 이렇게..”

 

 

  지희와 시아, 그리고 어린이집 내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추측을 했지만 아이의 부모가 먼저 아동학대로 신고하는 바람에 결국 이 사태까지 오고 말았다는 것.

 

 

 “그럼 이거 누명 쓴 거 아니야? 지희는 분명 때린 게 아니라는 거잖아. 그럼 정황상 그 부모가 그런 거네.”

 “지희는 분명 아니라고 했었고, CCTV를 확인했을 때도 딱히 그런 의심할 상황은 없어 보였어요.”

 “그럼 아니라고, CCTV 확인해보지 않으셨냐고 그러지-”

 “그랬었죠- 그런데 이 CCTV라는게 해석하는 것마다 조금씩 차이가 나기도 하는 거라..”

 “......”

 “......”

 

 

  잠시 생각을 하던 이안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 부모가 그런거네.”

 “......”

 “나 참.. 어이가 없다 진짜..”

 “......”

 “무슨 부모가 그래? 어떻게 자기 자식을 자기 손으로 때려놓고, 그걸 어떻게 어린이집 선생님한테 뒤집어씌우지? 어떻게 그게 부모야-”

 “......”

 “후.. 이거 확실히 누명인 거잖아. 그럼 분명히 방법이 있을거야. 생각해보자.”

 “무슨 방법이 있어요.. 이미 아동학대로 신고된 상태고, 지희도 경찰 조사받고 있고.. CCTV 상으로는 이미 지희가 아동학대범인데.. 무슨 수로 누명을 벗어요..”

 “......”

 “......”

 “그래!!”

 

 

  갑자기 어디론가 전화를 거는 이안. 시아는 어리둥절한 듯 이안을 바라봤다. 그러자 이안은 자신만 믿으라는 듯이 윙크를 하며 전화를 받은 상대와 대화를 시작했다.

 

 

 “그래, 그 사건 말이야. 근데 그 사건이 좀 미심쩍은 데가 있잖아. 그래서 조금만 알아보면 확실하게 맞는지 아닌지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이거 만약에 아동학대의 가해자가 선생이 아니라 부모면 너한테도 엄청난 특종 아니겠어?”

 

 

  아무래도 대화 상대는 기자인 것으로 보였고, 그 기자에게 지희가 범인이 아님을 밝혀낼 수 있을 방법을 제시하는 듯 했다.

 

 

 “제발..”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듯 두 손을 모으는 시아. 이안은 그런 시아를 보며 자신이 생각해낸 방법이 시아에게 도움이 되길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랐다.

 

 

 ***

 

 

  다음 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전날 통화했던 기자에게 전화를 거는 이안.

 

 

 “어 그래. 어떻게 됐어?”

 “보통 부모가 평소 그 아이를 학대했었으면 그 집 주변 주민이 알거든. 그래서 내가 그 집으로 찾아가 봤는데 거기가 입주한지 몇 주 안 된 아파트라서 그 아이 옆집에는 사람이 안 살더라고. 이전에 어디에 살았는지 아는 사람도 없고.. 그래서 ‘아, 이거 힘들겠는데’ 하고 나오려고 했지. 근데 마침 지나가던 사람이 있는거야. 말을 걸려고 보니까 통화 중이더라고. 그래서 그냥 지나가려고 했는데 그 통화 내용이.. 진짜- 특종감이었어.”

 “특종감?”

 “어, 완전 특종감. 그 전화하는 사람이 그 애 엄마인 거 같던데, 이렇게 얘기하더라고.”

 

 

  기자가 들려준 피해 아이 엄마의 말은 이랬다.

 

 “마침 그 애 허벅지에 어린이집 선생이 손을 올리는 바람에 그 선생이 범인이 됐지. 뭐, 물론 내가 단단히 일러둬서 별 탈은 없었겠지만 그래도 찝찝한 상황이 될 뻔 했는데 다행이라 생각해. 그런데 하나 아쉬운 건 그걸 빌미로 어린이집에서 돈 좀 뜯어내려고 했는데 그 원장이 어찌나 갑갑한 사람이던지- 자기는 자기가 고용한 선생을 믿는대. 절대 그럴 사람 아니라고 하더라? 그래서 어떻게 했냐고? 경찰에 신고했지, 뭐. 그 선생이랑 원장이랑 경찰서 불려가고 난리가 났다고 하던데 조만간 문 닫을거야.”

 

 

 “이렇게 말하는데.. 와.. 진짜 소름..”

 “와.. 미친 거 아니냐?”

 “미친거지.. 지가 애 때려놓고는 선생한테 뒤집어씌우고 돈 달라고 하고.. 세상이 왜 이런가 모르겠다-”

 “근데 그게 들은 거 가지고는 증거가 안 되잖아?”

 “내가 기자 하루 이틀 하냐? 당연히 녹음했지. 내가 지금 경찰서 앞에서 뉴스 생방 대기하고 있는데, 지금 막 그 애 데려다가 조사 다시 하고 몸도 검사했데. 부모가 학대했던 게 맞다더라고. 그 애가 진술 번복했고, 몸에서도 학대의 흔적들이 더 나왔나봐.”

 “와.. 진짜 인간이 아니다..”

 “그러니까- 야야, 나 지금 생방 들어간다! 뉴스 봐!”

 

 

  전화를 끊고 TV를 켜는 이안.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어제 저희가 보도해드렸던 인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의 가해자가 어린이집 교사가 아닌 피해 아동의 부모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 충격적인 소식 김민수 기자를 통해 들어보시죠.

  어제 인천의 한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가 아동의 허벅지를 때려 멍이 들게 한 사건이 발생했었습니다. 당시 CCTV를 통해 해당 보육교사의 학대가 맞는 것으로 확인되어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었는데요, 아동의 허벅지에 멍이 생길 만큼의 학대를 가한 대상이 어린이집 교사가 아닌 아이의 부모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아이의 부모는 평소 아이가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종종 학대를 가해왔던 사실이 경찰 조사로 드러났습니다. 아이는 부모가 자신을 더 학대할 것이 두려워 초기 조사에서 거짓으로 자백을 했던 사실도 알려져 충격과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는데요, 이에 더해 이 아이의 부모는 어린이집을 상대로 합의금을 받아내려 했던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시아의 어린이집 관련 뉴스가 끝나갈 무렵 울리는 이안의 핸드폰 벨소리.

 

 

 “오빠!! 고마워요!!!!!!!!!!!!!!!!!!!!!!!!!”

 

 

  전화를 받자마자 들리는 시아의 목소리. 말 그대로 고막이 터질 듯 큰 소리였지만, 이안은 그저 입안 가득 웃음을 머금고 있을 뿐이었다.

 

  그 날 저녁,

 

 ‘띵동-’

 

 

 “네, 누구세요-”

 

 

  조용하던 이안의 집에 울리는 초인종 소리. 인터폰에는 시아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서둘러 문을 연 이안.

 

 

 “오빠!”

 

 

  문이 열리자마자 시아는 이안을 ‘와락-’ 껴안았고,

 

 

 “진짜진짜 고마워요! 진짜진짜진짜!”

 

 

  이안의 귓가에 계속해서 고맙다고 이야기하는 시아. 이안은 그런 시아의 모습이 어리둥절하면서도 피식피식 웃음이 새어 나올 만큼 좋기도 했다.

 

 

 “나 갈게요!”

 

 

  함박웃음과 함께 이안의 집을 나서는 시아. 시아가 나가고 난 후 닫혀있는 문을 보며..

 

 

 “아무래도.. 아무래도..”

 

 

  고개를 끄덕이다 다시 가로 저으며 ‘아무래도’를 반복하는 이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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