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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The FAN
작가 : ForEST
작품등록일 : 2022.2.28

누구나 한번쯤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를 좋아한다. 어릴 때는 그것이 전부인냥 모든 것을 쏟아붓지만 나이가 들고, 현실에 부딪힐 수록 그건 인생의 작은 일부분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러면서도 문득 어릴 적 자신처럼 '내가 그와 연인이 된다면?'이라는 달콤한 상상을 하게 된다. 이 이야기는 그런 누구나의 달콤한 상상이 현실이 되었을 때 어떠한 일들이 일어나게 될 것인지에 대해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그 누구나를 보육교사인 누군가로 한정하며 종종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그들의 고충을 담아내고자 하는 의도도 지니고 있다.

 
그냥 너를 빼앗기기 싫어
작성일 : 22-02-28 02:43     조회 : 188     추천 : 0     분량 : 7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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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끔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자주, 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안부에서부터 소소한 일상의 대화들까지 나누는 사이가 된 시아와 이안, 그리고 그날도 이안의 오후 스케줄이 끝나고 다음 스케줄 장소로 이동하던 순간이었다. 조용하던 차에 울리는 이안의 휴대전화 진동소리. 전화를 건 상대는 다름 아닌 시아였다.

 

 

 “어? 이 시간에 무슨 일이야? 아직 근무시간 일 텐데? 무슨 일 있나..?...... 여보세요?”

 

 

  시아가 아직 일하고 있는 시간임을 아는 이안이기에 괜한 걱정이 밀려오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휴대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것은 시아의 목소리가 아닌 시끄럽게 돌아가는 청소기 소리 뿐이었다.

 

 

 “뭐야, 어린이집인 것 같은데.. 왜 전화를 걸어놓고는 아무 말도 안해.”

 

 

  라고 말하며 다시 휴대전화를 귀에 가져가 영수가 듣고 있다는 것도 잊은 채 큰 소리로 이야기하는 이안이었다.

 

 

 “여보세요! 박시아선생님! 전화를 걸었으면 말씀을 하셔야죠!”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여전히 없었다. 그리고는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듯 한 시아의 목소리가 휴대전화 넘어 들려올 뿐이었다.

 

 

 “하.. 그래서 결국.. 오늘이 그날이 된 거야..”

 

 

  라고 말하며 한숨을 푸욱 내쉬는 시아. 무슨 일인가 궁금해진 이안은 휴대전화의 볼륨을 최대로 올렸다.

 

 

 “그러길래 어머님이랑 왜 그런 딜을 했어. 물론 이안오빠를 집에 있게 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그래. 그게 중요하지. 그래. 맞아. 아 그래도! 누굴 만날 생각도 없지, 결혼 생각은 더더욱 없는 박시아가 선이라니..”

 

 

  ‘선’이라는 말에 두 눈이 커질대로 커진 이안.

 

 

 “누굴 만날 생각이 없진 않았다? 그냥 지금은.. 배우 ‘강이안’에게 집중하고 싶을 뿐.”

 

 

  하지만 그 뒤에 나온 시아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얼굴 가득 미소가 지어졌다.

 

 

 “뭔소리야- 정신차려! 강이안은 무슨.. 안되겠다. 너 그냥 오늘 선보러 나가!”

 

 

  그리고 시아가 아닌 다른 사람의 말에 금세 다시 인상이 찌푸려졌다.

 

 

 “하.. 진짜 싫다.. 너까지 왜 그러냐..”

 “왜 이러긴. 너야말로 알면서 왜 그러냐? 나도 이안오빠를 좋아하지만 현실은 현실이라고. 결혼은 안하더라도 연애는 해야지-”

 “그래.. 그래야지.. 그래야 하는데.. 근데.. 진짜 싫어..”

 

 

  ‘싫으면 안나가면 되지!’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꾹 참아내는 이안.

 

 

 “어머님도 딱 좋은 찬스를 잡으신 거네- 강이안의 숙식과 박시아의 선을 바꾸시다니.”

 “아.. 너 진짜..!”

 “어? 오빠한테 전화왔다! 어- 오빠~ 박시아! 나 먼저 간다- 선 잘 보고 오라구- 파이팅!”

 “적당히 잘 시간 때우고 올게에에-”

 

 

  적당히 잘 시간을 때우고 온다는 시아의 말은 이미 이안에게 들리지 않았다. 다급히 영수를 부르며

 

 

 “오늘 마지막 스케줄이 뭐라고 했지?”

 “네?”

 “오늘 마지막 스케줄이 뭐냐고!”

 “광고 컨셉 중간 미팅이요! 지난 번에 광고회사 쪽이랑 형이랑 의견이 좀 안 맞아서 다시 회의하기로 했었잖아요-”

 “아아, 그거- 그거 그냥 광고회사에게 하자는 대로 한다고 해. 그렇게 하면 너 혼자 가도 되지? 나나 여기서 좀 내려줘.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 거기 가봐야 해-”

 

 

  정해져 있던 스케줄이 무엇인가를 확인하고는 영수에게 혼자 가라는 말을 한 뒤 서둘러 내려달라고 재촉하는 이안. 처음 보는 이안의 모습에 정말 급한 일이 생긴 거라 생각한 영수는 근처에 차를 세우고 이안을 내려줬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택시를 잡아 타고는 시아의 어린이집으로 향하는 이안. 택시기사가 이안을 알아본 듯 룸미러를 통해 힐끔힐끔 이안을 바라봤지만 그런 것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이안에게는 그저 오늘 시아가 선을 본다는 것 자체가 신경 쓰일 뿐이었다. 시아의 어린이집에 도착하자마자 자신의 차에 오르는 시아를 발견한 이안. 택시기사에게 시아의 차를 따라가 달라고 이야기했다. 고개를 갸우뚱- 하면서도 이안의 말대로 시아의 차를 따라가는 택시기사. 시아의 차를 따라가면서도 신호가 걸릴 때마다 이안의 얼굴을 룸미러를 통해 힐끔힐끔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저.. 혹시.. 지금 영화나 드라마 촬영하는 거예요?”

 “네?”

 

 

  택시기사의 예상치 못한 질문에 당황한 이안. 이윽고 자신이 모자나 마스크도 하지 않은 채 택시에 올라탔음을 깨닫게 되었고, 자신보다 더 당황한 듯 한 택시기사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아.. 그게요...”

 

 

  라고 말 끝을 흐리며 어떤 대답을 해야 하나 고민하는 이안.

 

 

 “아니, 보통 촬영할 때는 택시를 미리 섭외한다고 하던데.. 좀 더 그 뭐냐, 리얼한 상황을 연출하려고 섭외 없이 촬영을 하는가 봐요..?”

 

 

  생각보다 순진한 듯 한 택시기사의 반응에

 

 

 “아, 네네!! 맞아요!”

 

 

  라고 어색한 웃음과 함께 대답해버린 이안이었다.

 

 

 “그렇구만! 아, 이거 갑자기 떨리는데요?”

 

 

  라고 말하며 양 어깨를 으쓱거리며 긴장감을 떨쳐버리려는 듯 한 제스쳐를 취하는 택시기사. 이안의 그런 택시기사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오늘만큼은 그런 미안한 마음을 다 챙기기엔 부족했다. 그 후로 어디에 언제 자신의 택시가 TV에 나오는지에 관한 택시기사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이안의 입에서는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이안의 시선은 그저 시아의 차에 고정되어 있을 뿐이었다.

 

 

 “아.. 촬영에 엄청 집중하고 계시네.”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는 이안이 촬영에 집중하고 있는 거라 생각한 택시기사는 더 이상 질문을 하지 않고 마치 연기를 하듯 운전에 집중할 뿐이었다. 그리고 얼마 달리지 않아 시아의 차가 멈추자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차를 세웠다.

 

 

 “아저씨, 이거 아저씨 명함이죠? 하나 가져갈게요!”

 “네-!! 강이안씨! 팬이에요! 응원할게요! 화이팅!!”

 

 

  택시비를 지불하며 문에 끼워져 있던 명함을 가져가는 이안. 그런 이안의 등 뒤로 택시기사의 어떤 말이 들려왔지만 돌아보지 않고 가지고 있던 가방에서 모자를 꺼내 푹 눌러쓰고는 조용히 시아의 뒤를 따라갔다.

 

 

 “와.. 진짜 촬영이 맞는가보다..”

 

 

  택시기사는 끝까지 촬영이라 생각하고는 다시 차를 움직였다.

 

 

  조용한 카페 안, 시아는 카페에 들어선 후 약속 상대를 찾아 이리저리 시선을 돌렸고, 마침내 한 곳에 시선을 고정시키고는 가볍게 목례를 했다. 그런 시아를 발견하고는 멀지 않은 곳에 자리 잡고 앉은 이안. 카페 안이 조용한 이유 때문인지 두 사람의 대화가 제법 잘 들려왔다.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 먼저 음료를 주문하고 다시 자리에 앉는 이안. 시아와 마주한 남자와 시아의 분위기가 나쁘지 않음을 느낀 이안은 더 귀를 쫑긋 세우며 둘 사이의 대화에 집중했다. 그리고 차 한 잔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둘의 분위기에 조금씩 초조해짐을 느낀다. 결국 이안은 시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어디야? 나 지금 송도에 왔는데 잠깐 볼 수 있어?]

 

  처음 만난 사람을 앞에 두고 메시지를 확인하고 보내는 건 예의가 아니라 생각한 시아가 메시지를 읽지 않자 다시 메시지를 보내는 이안이었다.

 

 [나 지금 송도에 왔는데.. 잠깐 못 봐?]

 

  이번에도 시아가 메시지를 읽지 않자 메시지를 읽을 때까지 보내자는 생각으로 계속해서 메시지를 보내는 이안.

 

 

 “급한 메시지인가봐요. 읽어보셔도 되요.”

 “아.. 아니예요-”

 “계속 오는 걸 보면 그게 아닌 거 같아요. 어서 읽어보세요.”

 “아, 그럼.. 잠시만요..”

 

 

  마주 앉은 상대에게 미안한 눈빛을 보내며 메시지를 확인하는 시아. 30통에 가까운 이안의 메시지에 평소 그러지 않던 사람이 무슨 일이 있나.. 생각하던 찰나,

 

 [나 지금.. 차도 없어.. 그냥 밖에 서 있어..]

 

  라는 이안의 마지막 메시지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짐을 챙기고는

 

 

 “민우씨..! 저.. 죄송해서 어쩌죠? 제가 정말 급한 일이 생겨서요. 저녁은 다음에 먹어요. 다음에 제가 진짜 맛있는 밥 사드릴게요! 정말 죄송해요!”

 

 

  라며 고개를 몇 번이고 숙이고 미안함을 표시한 뒤 급하게 카페를 벗어났다. 시아와 마주 앉은 상대, 민우는 당황스럽기도 하면서 정말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은 시아의 모습에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귀엽게 느껴지는 시아의 모습에 풋- 하고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멀어지는 시아의 등 뒤로 다음을 기약하는 말을 전했다.

 

 

 “다음에 진짜 맛있는 거 사셔야 해요!”

 

 

  얼굴 가득 걱정을 안고 차에 올라타는 시아. 곧바로 이안에게 전화를 걸었다. 일부러 전화를 받지 않는 이안. 사실 시아와 함께 있던 공간을 빠져나와 있는 힘을 다해 시아의 집 방향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그런 사실을 알리 없는 시아는 자신이 늦게 메시지를 확인하는 바람에 혹시 이안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걱정하며 계속해서 전화를 걸었다.

 

 

 “... 하.. 하.. 여보.. 하.. 세요.”

 

 

  한참을 뛰어서 숨이 가쁠대로 가쁜 목소리로 전화를 받은 이안.

 

 

 “오빠!! 어디예요!!”

 

 

  조금은 화가 난 듯, 걱정스러움이 가득한 시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움찔-하며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츠린 이안, 하지만 이내 평정심을 찾고 자신의 있는 장소를 이야기했다. 곧 가겠다고 말하며 급하게 전화를 끊은 시아는 자신이 있는 곳에서 5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를 가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시간이 1시간보다 길게 느껴졌다. 근처에 도착한 뒤 이안을 찾는 시아. 공원 끝 벤치에 앉아 있는 이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오빠!!”

 

 

  한참을 뛰어온 후라 그런지 아직 가쁜 숨은 진정이 되지 않고, 머리와 옷은 땀으로 가득한 이안의 모습에 놀란 시아는 급하게 이안의 이마에 손을 올려보기도 하고 몸 이곳저곳을 살피기도 했다.

 

 

 “오빠!! 어디 아파요?!! 땀은 왜 이렇게 많이 흘려요! 숨은 또 왜 이렇게 가쁘게 쉬구요! 무슨 일 있었어요? 네?”

 

 

  자신이 대답할 겨를도 주지 않고 질문을 몰아치는 시아 때문에 피식- 웃음이 나올 뻔도 했지만, 꾹꾹 눌러 담으며 자신의 대답은 시아의 질문이 다 쏟아지고 난 다음에 하기로 생각했다.

 

 

 “혹시.. 누가 오빠 알아보고 쫓아왔어요? 혹시 사생팬이? 그래서 도망가다가 여기까지 온 거예요? 그 먼 거리를? 도대체 얼마나 끈질기게 쫓아왔길래..”

 

 

  자신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는데 눈물까지 그렁그렁하며 자신의 생각이 맞다고 여기는 시아에게 어떠한 반박도 할 수 없던 이안은 이 상황이 너무 웃겨 고개를 떨구고 숨죽여 웃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런 이안의 행동도 자신이 당한 상황이 너무 무섭고 힘들어서 눈물을 참고 있는거라 생각한 시아는 조심스럽게 이안의 등을 토닥인다.

  한참을 그렇게 있었을까 가쁘게 쉬던 숨도, 그보다 더 가쁘게 찾아오던 웃음도, 땀도 어느 정도 이안의 몸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이안은 조심스럽게 시아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고마워..”

 

 

  사실 이안이 고마워한 이유는 맞선남과 더 이상 있지 않고 자신에게 달려와 준 것에 대한 고마움이었지만 시아는 이안이 자신이 필요할 때 한걸음에 달려와 위로해준 것 때문에 고마워한 것이라 생각했다.

 

 

 “고맙긴요.. 당연한 건데요..!”

 

 

  ‘당연하다’는 시아의 말이 자신이 생각하는 ‘당연함’과는 다르다는 느낌에 왠지 마음 한켠이 아려오는 이안이었다. 그리고 또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서로 아무런 대화가 오고 가지 않던 그 적막함을 깨는 이안.

 

 

 “어? 여기서 너네 집이 보이네?”

 “당연하죠- 여기가 우리 집 바로 앞에 있는 바로 그 공원이에요-”

 “아- 그 공원? 그래- 그러고 보니 그러네-”

 “......”

 “여기서 이렇게 너네 집 보니까 그때 생각난다..”

 “응? 언제요?”

 “내가 처음 너네 집에 가던 날.. 그 날..”

 “아.. 그 날..”

 “......”

 “기억나죠.”

 

 

  갑자기 시아를 처음 만난 ‘그 날’을 기억에서 꺼내는 이안, 시아도 어느새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는 ‘그 날’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 날.. 나 휴가받은 거라고 했잖아.. 그 휴가.. 왜 받은건지.. 내가 이야기 했던가..?”

 “아니요..”

 “그 날 그 휴가.. 왜 받은지 알아..?”

 

 

  혹시 자신의 비밀스러운 부분을 시아가 알지에 관해 궁금하기도 했고, 오늘은 왠지 그 날 그 휴가의 이유를 시아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해서 천천히 운을 띄우는 이안이었다.

 

 

 “음.. 글쎄요.. 왜 일까요?”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느껴지는 이안의 모습에 ‘왜 일까요’라고 물으며 조심스럽게 이안의 이야기를 기다리는 시아.

 

 

 “나한테는 정말 소중한 친구가 둘이 있어. 한 명은 고등학교 때 만났는데 서로 만나서 이야기하다 보니까 둘 다 배우가 꿈인 거야. 서로 꿈이 같은 걸 알고 정말 빨리 가까워졌지. 같이 연기 연습도 하고, 오디션도 보러 다니고.. 그랬었어.. 그렇게 같은 꿈을 키웠는데.. 정말 기적처럼 둘 다 배우로 데뷔하게 된 거야. 그것도 한 드라마에서. 둘 다 단역이고 대사도 한 줄 정도 밖에 안됐지만 그 한 줄을 위해 우린 정말 열심히 연습했어. 그런데 있잖아. 이게 운명의 장난인건지, 뭔지.. 내가 맡은 배역이 반응이 너무 좋아서 단역이 아닌 조연이 되어 버린 거 있지- 한 회 한 회 분량이 조금씩 늘어났고, 인지도도 올라가면서 바로 다음 작품에서 주연을 맡게 된 거야. 그런데 그 친구가 맡았던 배역은 있잖아.. 다 편집되서 TV에 나오지도 않고.. 마치 처음부터 없던 배역처럼 그렇게 되어버린 거 있지..? 그런데 거기서 끝나지 않더라구.. 다른 드라마에 오디션을 봐도 안 되거나.. 되더라도 단역이거나.. 단역이어도 열심히 해보자고 해서 죽어라 연습해서 찍으면 또 편집 당하고..... 이게 정말 힘든 게 친구가 그렇게 잘 풀리지 않는 것도 가슴 아픈데.. 내가 쉽게 위로를 해줄 수가 없었다는 거야. 같이 꿈을 키우고 같이 준비했는데.. 나만 잘 되고 그 친구는 잘 안되고.. 내가 하는 위로가 그 친구한테 진짜 위로로 다가오겠나.. 이런 생각이 드는거지.. ‘힘내, 잘 될 거야.’라고 나는 진심을 담해 말해봤지만.. 돌아오는 그 친구의 반응은 너무 냉담했거든..”

 

 

  그동안 담아왔던 자신의 이야기들을 하나 둘 시아에게 꺼내어놓는 이안. 그 누구 앞에서도 쉽게 꺼낼 수 없었던 자신의 마음과 이야기였다. 시아는 그런 이안의 이야기를 말없이 가만히 들어줄 뿐이었다.

 

 

  “그런데 있잖아.. 하루는 그런 그 친구가 갑자기..”

 

 

  ‘갑자기’라는 말을 뒤로 아무런 말도 이어가지 못하는 이안. 보이지는 않지만 그의 눈가가 조금씩 젖어옴을 느낀 시아는 가만히 그의 눈물이 멈추기를, 다시 이야기를 이어나가기를 기다릴 뿐이었다.

 

 

 “갑자기.. 그래.. 어쩌면 갑자기가 아니었지.. 그 전부터 나한테 계속 신호를 보내고 있었는데.. 내가 못 알아챈 거지.. 바보같이.. 스케줄 끝나고 집에 가고 있는데.. 그 친구 아버님께 연락이 온거야.. 수면제를 먹었다더라고.. 그것도 아주 많이.. 다행히 어머님께서 발견해서 목숨을 건졌다는데.. 살아있는 애 같지가 않다고..”

 

 

  끊길 듯 끊기지 않을 듯..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이안의 어깨가 그 어느 때보다 젖어 보였다. 무서운 꿈에 시달리다 깬 듯 한껏 몸을 움츠리며 있는 이안이 안쓰러웠지만.. 그 어느 때보다 조심스러워 섣불리 위로도 건넬 수 없는 시아였다.

  한동안 말을 이어나가지 못하던 이안은,

 

 

 “그래서.. 내가 방송을 하기 정말 힘든 상태가 됐던 거야.. 그걸 안 회사에서 휴가를 준 거 였어.. 휴가를 받기 전까지 매일매일.. 그 친구를 찾아갔었는데.. 내 얼굴을 보려고도 안하더라고.. 아마 내가 미워서 그랬겠지.. 많이.. 많이..”

 

 

  불현듯 시아의 머릿속으로 지나가는 기사가 하나 있었다. 한 무명의 배우가 자살을 기도했다는.. 그게 이안의 친구일 줄은 꿈에도 알지 못했다. 그저 누군가의 이야기일 뿐이라고 생각했고, 안타깝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실제 그들의 사이에서는 이러한 일들이 이렇게 일어나고, 그것으로 인해 아파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그것이 그들의 현실인 점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이안이 들을 수 없을 만큼 작은 탄식 섞인 한숨을 내뱉는 시아. 그리고 자신이 어떠한 위로도 쉽사리 건넬 수 없음에 미안한 마음을 담아 어느새 몸이 흔들릴 정도로 흐느끼는 이안을 조심스럽게 토닥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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