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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The FAN
작가 : ForEST
작품등록일 : 2022.2.28

누구나 한번쯤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를 좋아한다. 어릴 때는 그것이 전부인냥 모든 것을 쏟아붓지만 나이가 들고, 현실에 부딪힐 수록 그건 인생의 작은 일부분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러면서도 문득 어릴 적 자신처럼 '내가 그와 연인이 된다면?'이라는 달콤한 상상을 하게 된다. 이 이야기는 그런 누구나의 달콤한 상상이 현실이 되었을 때 어떠한 일들이 일어나게 될 것인지에 대해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그 누구나를 보육교사인 누군가로 한정하며 종종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그들의 고충을 담아내고자 하는 의도도 지니고 있다.

 
너의 공간으로 들어가기
작성일 : 22-02-28 02:42     조회 : 173     추천 : 0     분량 : 13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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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

 

 

  이안과 시아의 일상은 평소와 다르지 않게 흘러갔다.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역할을 하며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며칠을 보낸 어느 날, 그날도 시아는 평소와 다름없이 퇴근 후 집으로 돌아와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렸다.

 

 

 “안녕!”

 

 

  자신을 향해 반갑게 인사한 누군가에 소스라치게 놀란 시아. 그날의 기억이 떠오르면서 움직일 수도 없어 가만히 눈만 껌벅거리고 있었다.

 

 

 “넌 어째 반응이 똑같냐?”

 

 

  라고 하며 시아의 어깨를 자신의 어깨로 툭-하고 건드려보는 이안.

 

 

 “또 휴가예요?”

 

 

  첫 반응은 그날과 같았지만 이내 평정심을 찾고는 이안을 바라보며 묻는 시아.

 

 

 “뭐?”

 

 

  두 사람의 눈이 허공에서 마주치고 이윽고 호탕하게 웃어버렸다.

 

  시아의 집으로 이동하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던 중 이안이 또다시 자신의 집에 온 이유가 궁금했던 시아였다.

 

 

 “어떻게 된 거예요?”

 “음.. 스케줄이 없어서?”

 “저기.. 혹시.. 배우에서 짤린 건 아니죠..?”

 “뭐?”

 

 

  크게 반문하며 웃어버리는 이안, 시아는 그 때문에 살짝 머쓱해지고 말았다.

 

 

 “이게 무슨 알바 이런 건 줄 아냐? 그냥 3일간 스케줄이 없는 것 뿐이라고!”

 “그럼 집에서 쉬지 왜 여기 왔어요?”

 “그, 그건..”

 “거참.. 이상한 사람이네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현관문을 여는 시아.

 

 

 “시아 왔..? 어!! 이안이 왔어?!!”

 

 

  아주 친근한 사이인냥 반갑게 이안을 맞아주는 새은. 시아는 어찌 말리겠냐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누가 이 집 자식인지 모르겠네, 정말.”

 “쟤 뭐라니?”

 

 

  시아를 못 마땅하다는 듯 한 번 흘기고는 이안에게 시선을 돌리는 새은.

 

 

 “이번에는 얼마나 있다 가게?”

 “3일이요!”“3일? 그렇게나 짧게..?”

 

 

  아쉬운지 울상을 하고선 이안을 바라보는 새은.

 

 

 “누가 보면 휴가 나온 아들인 줄-”

 

 

  시아의 말에는 신경도 안쓰고 서로만의 대화를 이어나가는 이안과 새은.

 

 

 “지난번에 어머님이 해주신 국수 진-짜! 맛있었는데.. 저 계속 그거 생각나서 이 집 저 집 다 다녔는데 그 맛이 안나더라구요-”

 “어쭈?”

 “아 그래? 내가 지금 당장 해줄까?”

 “정말요?”

 “가지가지 한다.”

 “어디서 모기가 윙윙 거린다니- 어디 보자, 우리 이안이가 먹고 싶어하는 국수를 만들어볼까?”

 “우리 이안이이-?”

 “어머님, 제가 뭐 도와드릴까요?”

 “아니야 아니야. 손님은 거기 앉아서 기다리시면 됩니다아-”

 “손님이라뇨-”

 “아, 그러게? 한 식구인가?”

 “그렇죠-?”

 “난리났네, 난리났어.”

 

 

  자신을 쏙 빼놓고 대화를 이어가는 이안과 새은. 마치 처음부터 시아는 이 자리에 없는 사람인 듯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가 싫지만은 않은지 피식피식 웃음을 터뜨리는 시아였다.

  시끌했던 저녁시간이 지나고, 이안은 익숙한 듯 시아의 방에 들어와 지난번과 조금은 달라진 벽면의 사진들을 감상했다.

 

 

 “뭘 그렇게 봐요?”

 “사진?”

 “잘 찍은 것도 아닌데 뭘 그렇게 열심히 봐요-”

 “잘 찍은 게 아니긴 하지-”

 “뭐요?”

 

 

  얄미운 이안의 말에 눈을 흘기며 그를 바라보려면 시아는 갑자기 진지해진 이안의 눈빛에 그만 움찔- 하고 만다.

 

 

 “뭐, 뭐예요- 그 눈빛은..”

 “나.. 하고 싶은 게 하나 있는데..”

 “하고 싶은 거..? 뭔데..요..?”

 “나.. 너네 어린이집 놀러 가면 안되냐?”

 “네?”

 

 

  조금은 어이없는 이안의 말에 시아는 멈칫-한다. 그리고는

 

 

 “저기요, 오빠님? 어린이집은 성인이 노는 곳이 아니거든요?”

 “어?”

 “7세 이하의 어린이들이 생활하는 곳이지, 오빠님처럼 다 큰 어른들이 노는 놀이동산이 아니란 말입니다.”

 

 

  틀리지 않은 시아의 말에 살짝 머쓱해진 이안은 머리를 긁적이다 다시 말을 꺼낸다.

 

 

 “그러니까.. 놀러 가는 게 아니라.. 그거 있잖아, 그거- 그.. 뭐라고 하지..? 아씨..”

 

 

  머리를 헝클어 놓으며 격하게 무언가를 생각해내는 이안.

 

 

 “봉사활동이요?”

 “어어!! 그거그거!! 그거 하러 가면 안돼?”

 “저희 어린이집은 봉사활동 같은 거 필요 없습니다-”

 

 

  무언가 자신의 뜻대로 잘 되지 않음이 느껴지는 이안.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장기를 발휘해 눈물로(?) 호소해보기로 했다.

 

 

 “내가 사실은.. 어린이집에 다녀보질 못했어.. 그래서 한 번쯤 가보고 싶었는데.. 직업이 이러니 선뜻 시도도 못해보고 그랬단 말이야..”

 

 

  이안의 눈물을 보고는 마음이 약해져 버린 시아. 하지만 연예인인 이안을 쉽사리 어린이집에 들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내 난감한 표정을 짓는 시아. 그런 시아를 놓치지 않은 이안은,

 

 

 “바깥에 나가서 하는 거 뭐 없어? 어린이집 안에 들어가기 그렇다면 바깥에 나가서 하는 거에라도.. 참여해보고 싶어..”

 

 

  나름 초롱초롱한 눈빛을 하고선 시아를 바라보는 이안. 그런 이안을 보고 골똘히 생각하는 시아. 무언가 생각이 난 듯 손바닥을 마주쳤다.

 

 

 “그럼, 마침 내일 외부활동 있는데.. 같이.. 갈래요..? 뭐 바깥은 괜찮겠죠..?”

 “정말? 어어!! 갈래갈래!!”

 “풉.. 그래요- 같이 가요-”

 “고마워!!!!!!”

 

 

  ‘고마워’라고 말하며 와락- 시아를 안아버린 이안. 얼마 지나지 않아 깜짝 놀라며 서로를 밀어냈다. 그리곤 어색한 웃음을 지어보았다.

 

 

 “시아야-!”

 

 

  때마침 시아를 부르는 새은의 목소리가 들리고,

 

 

 “어, 어- 엄마- 나 여기있어-”

 

 

  어색하게 대답하며 이안과 함께 있던 공간을 빠져나갔다. 시아가 방을 나간 후 깊게 숨을 몰아쉬는 이안.

 

 

 “후.. 이건 또 무슨..”

 

 

  고개를 내저으며 머리도 두드려보지만 알 수 없는 마음의 모습은 달라지지 않았다.

 

 

 ***

 

 

  다음 날 아침 일찌감치 일어나 모든 준비를 마친 이안이 쇼파에 앉아 시아의 준비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잔뜩 긴장한 듯 다리까지 떨며 기다리는 이안.

 

 

 “벌써 준비 다했어요? 나 아직 좀 남았는데..”

 “......”

 “뭐예요- 대답도 안하고..”

 “긴장되니까 자꾸 말 시키지마-”

 “네?”

 “긴장되니까 말 시키지 말라고-”

 “풉.. 뭐가 긴장된다고 그래요?”

 “아 몰라. 긴장돼. 나 오디션 때도 이렇게 안 떨었는데..”

 “우리 애들이 뭐 어떻게 한데요? 뭘 그렇게 긴장을 해요- 그냥 조카들 하고 놀아준다고 생각하면 되는건데..”

 “몰라몰라몰라- 빨리 준비나 해-”

 “나 준비 다 끝나긴 했는데..”

 “그래? 그럼 가자. 어머님, 다녀오겠습니다-”

 “어 그래- 다녀와-”

 “도대체 누가 누구 딸이고 아들인지..”

 “시끄러워! 어서 이안이 모시고 가기나 해!”

 “아!! 엄마!!”

 “어여 갔다와-”

 

 

  출근 전 실랑이 아닌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시아와 새은, 하지만 그런 그 둘의 대화가 귀에 들어오지 않는 듯 신발을 신고 크게 숨을 내쉬고는 거울을 보고 모자를 고쳐 쓰며 자신의 모습을 체크하고 또 체크하는 이안이었다.

 

 

 “네.. 오빠 가요-”

 

 

  시아의 말을 듣지 못한 듯 계속해서 자신의 매무새를 정리하는 이안. 그런 이안을 위아래로 훑던 시아는

 

 

 “이 오빠는 또 왜 이래?”

 

 

  라고 말하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러고선 이안의 귀 가까이 대고 이야기했다.

 

 

 “나. 가. 요!”

 “어어어어- 가자가자-”

 

 

  깜짝 놀라며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현관문을 여는 이안이었다.

 

  시아의 어린이집 주차장에 도착한 시아와 이안.

 

 

 “도착하면 차에서 잠시 기다려요. 아마 10시 30분 쯤 나올건데, 전화할게요. 그때 나오면 되요. 그 전까진 절대 나오면 안되요- 알겠죠?”

 “알겠어, 알겠어.”

 “근데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하는데.. 괜찮겠어요?”

 “괜찮아, 괜찮아.”

 “차에 선팅이 잘 되어있어서 괜찮겠지만, 그래도 얼굴 들키지 않게 조심하구요.”

 “알겠어, 알겠어.”

 “그럼, 나 들어가요-”

 “어어-”

 

 

  이안을 차에 두고는 영 불안한 듯한 얼굴로 어린이집으로 향하는 시아. 계속 뒤를 돌아보며 차 안의 이안을 확인하는 시아였지만 이안은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긴장 반 설렘 반의 표정이었다.

 

 

 “안녕하세요-”

 

 

  어린이집 안으로 들어선 시아. 마주친 선생님들 마다 인사를 주고받았다. 교사실로 들어가 짐을 내려놓고 앞치마를 하고 교무실로 들어오는 시아.

 

 

 “왜 자꾸 뒤를 돌아보면서 와?”

 “응?”

 

 

  시아와 가장 친한 친구이자 같은 어린이집에서 일하는 지희가 시아를 보자마자 묻는다.

 

 

 “계속 차 있는 쪽 보면서 왔잖아. 혹시 누가 차 긁고 갔어?”

 “어? 아니아니- 그냥..”

 “그냥?”

 “그냥.. 오늘따라 내 차가 내 차가 아닌 것 같아서..”

 “뭐래?”

 

 

  시아의 말에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어버리는 지희.

 

 

 “그나저나 왜 이렇게 빨리 왔어? 1시간이나 일찍 왔네?”

 “어? 그냥- 아침에 일찍 눈이 떠져 버려서-”

 “맨날 이렇게 일찍 오고 늦게 가고 할 거면 그냥 정교사 하지 그러냐?”

 “나도 생각 안해본 건 아닌데..”

 “그런데?”

 “제일 중요한 이유에서 탈락!”

 “제일 중요한 이유?”

 “서류가.. 싫어-”

 “뭐어-?”

 

 

 지희의 대답에 어이가 없다는 듯 웃다가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시아.

 

 

 

 “그래.. 이 놈의 서류가 뭔지.. 어떨 때는 아이들 보는 시간보다 서류 보는 시간이 더 많다니까?”

 “맞어맞어맞어!”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지희. 시아와 지희는 서로 눈을 마주치며 크게 웃는다.

 

 

 “참참, 어제 그거 봤지?”

 “봤지봤지- 결국, 둘이 친남매였던거야-”

 “그러니까- 역시나 뻔한 스토리.”

 “그러니까- 근데 그 뻔한 스토리도 강이안이 출연하면~?”

 “뻔.하.지.않.다.는.거!”

 “그렇지, 그렇지!!”

 “아- 이안오빠-”

 “...... 풉..”

 “어? 너 왜 웃어?”

 “응? 아냐아냐-”

 “지금 우리 이안오빠를 비웃은 거야?”

 “비웃다니! 그럴리가!”

 “그럼 뭐야-”

 “갑자기 웃긴 게 생각나서 그래서 그래-”

 “거짓말-”

 “진짜야- ”

 

 

  ‘진짜야’라고 말하는 시아의 머릿속엔 일주일간 백수처럼 자신의 집에서 놀고 먹었던 이안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후비적 후비적’

 “누가 내 얘기하나..?”

 

 

  귀가 가려운 듯 귓속을 손가락으로 휘적거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린 이안이 있었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지만..

 

 

 

 ‘♩♪♫♬♩♪~’

 

 

  어딘가에서 울리는 벨소리. 가만히 손에 쥐어진 핸드폰만 보고 있던 이안은 깜짝 놀라며 통화버튼을 누른다.

 

 

 “오빠, 나오세요. 안들키게. 조심히!!”

 “어어, 나.. 나갈게-”

 

 

  아직도 긴장이 안풀렸는지 말을 더듬으며 차에서 나온 이안.

 

 

 ‘내일 아이들한테는 우연히 만난 사람인 걸로 해둘게요. 혹시 집에 가서 이야기하면 오빠도 나도 곤란해질 수 있으니까. 내가 아이들 데리고 출발하면 조심히 뒤따라 와줘요. 우리가 먼저 도착하면 조금만 기다렸다가 제가 있는 쪽으로 오시면 돼요. 그럼 아이들한테 인사시켜줄게요. 그리고 나서는 아이들과 자유롭게 놀아주세요..’

 

 

  전날, 시아가 일러둔 당부사항을 기억하면서 조심히, 천천히 시아와 시아의 반 아이들을 따라갔다. 간간히 뒤를 돌아보며 장난치는 아이들 때문에 흠칫 놀라며 몸을 숨기기도 하면서.. 다행히 아이들에게 들키지 않고 목적지까지 도착한 이안. 잠시 숨을 고른 후 시아와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안녕?”

 “어? 안녕하세요-”

 

 

  마치 오늘 처음 마주친 사람들처럼, 우연히 마주친 사람들처럼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이안과 시아. 반면 단번에 이안을 알아본 지희는 놀란 눈과 입을 두 손으로 막았다. 지희의 표정을 읽은 시아,

 

 

 “야!”

 “강이안이다..”

 

 

  다리가 풀린 듯 주저앉아버리는 지희.

 

 

 “야! 정신 차려!!”

 

 

  시아는 황급히 지희 앞에 앉으며 앞뒤로 흔들었다.

 

 

 “강이안이다.. 강이안이다.. 강이안.. 강이안이다.. 강이안..”

 

 

  계속 초점 잃은 눈으로 이안의 이름을 부르는 지희. 시아는 도리질을 하며 지희를 일으켜 세워 근처 벤치에 앉힌다.

 

 

 “선생님- 지희선생님 왜 그래요?”

 “으응..?”

 “지희선생님 어디 아프세요?”

 “119 불러야 해요?”

 

 

  지희의 행동으로 인해 웅성거리기 시작하는 아이들, 이안은 지희도 지희였지만 아이들의 모습에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해사랑을 부르면~?”

 “네네! 선생님!”

 “자, 해사랑- 지희선생님이 갑자기 놀랄 일이 생기셨데- 그래서 그러신 거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잠시 이렇게 쉬시면 나아지실 거야-”

 

 

  시아의 말에 안심한 듯한 표정을 짓는 아이들, 이내 그 관심이 이안에게로 돌아간다.

 

 

 “이 아저씨는 누구예요?”

 “선생님 남자친구예요?”

 

 

  이런저런 아이들의 질문들이 쏟아지고.. 이안은 적잖게 당황했지만 시아는 으레 있는 일이라는 듯 자연스럽게 질문에 대답했다.

 

 

 “선생님 친구예요. 남자친구는 아니구-”

 “우와- 선생님 친구래-”

 “몇 살이예요?”

 “우리 선생님보다 나이 많아요?”

 “우리 아빠보다 나이 많아요?”

 “어디 살아요?”

 “키는 왜 그렇게 커요?”

 “왜 모자 썼어요?”

 “근데 아저씨.. 좀 무섭게 생겼어요..”

 

 

  봇물처럼 쏟아지는 아이들의 질문에 뚜렷한 대답도 못하고 땀만 삐질삐질 흘리고 있는 이안. 거기다가 자신을 무섭다고 말하는 아이까지.. 시아는 그런 이안의 모습이 낯설기도 하면서 웃기기도 했다.

 

 

 “자, 해사랑- 어른을 보면 뭐 먼저 해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시아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큰소리로 인사하는 아이들.

 

 

 “어, 어, 안녕?”

 “우와- 목소리 멋지다-”

 

 

  수줍은 듯 온몸을 비비꼬며 말하는 한 여자아이의 말에 이안도 긴장을 풀며 미소를 지었다. 인사가 끝나자마자 다시 질문공세를 벌이는 아이들.

 

 

 “아저씨 몇 살이예요?”

 

 

  ‘아저씨’라는 말에 이안의 눈썹이 움찔-

 

 

 “아저씨라니- ‘오빠’라고 해봐- 오빠-”

 “우리 선생님보다 나이 많은 거 아니에요? 그럼 오빠 아닌데?”

 

 

  허를 찌르는 듯한 한 아이의 말에 이안은 어떤 대답도 못하고 ‘헉..’거리고 있고 시아는 그런 상황이 재미있다는 듯 큰 소리로 웃었다. 이안은 그런 시아가 얄미운 듯 째려보지만 쉬지 않고 쏟아지는 아이들의 질문에 그마저도 오래 하지 못했다.

 

 

 “흠흠- 그래, 아저씨 접수- 이 아저씨는 너네 선생님보다 두 살 많은 32살이야.”

 “우리 아빠 보다 어리네-”

 “우리 엄마 보다도 어려-”

 “근데 TV에 나오는 오빠랑 닮았다.”

 

 

  한 아이의 말에 또 한 번 움찔. 이번엔 시아도 함께 움찔할 수 밖에 없었다.

 

 

 “아니야- 그 오빠보다 잘생겼어-”

 “나도 그 오빠 누군지 알아- 우리 엄마가 보는 드라마에 나왔어.”

 “우리 엄마도 그 오빠 좋아해.”

 "어? 우리 엄마돈데- 맨날 ‘이안오빠- 이안오빠-’이래."

 “우리 엄마도-”

 

  아이들의 말에 왠지 어깨가 우쭐해지는 이안. 아마도 아이들은 자기 엄마들이 좋아하는 ‘이안’과 자신의 눈앞에 있는 ‘이안’을 동일인물이라 생각하지 못하는 듯 했다.

 

 

 “아저씨는 이름이 뭐예요? 나는 안도경인데..”

 “이 아저씨는..”

 “서하민이야. 이 아저씨 이름은.”

 “아- 서하민-”

 

 

  행여나 이안이 자신의 이름을 이야기할까 불안했던 시아가 이안을 대신해 대답했고 시아의 말에 이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격한 긍정의 표현을 했다.

 

 

 “해사랑, 우리 지금부터 놀이할 건데요- 해사랑이 놀이하면서 지켜야 할 약속 다시 한 번 생각해볼까?”

 “네!! 선생님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가지 않기! 꽃잎과 나뭇잎이 가족과 헤어지지 않게 하기! 벌레들 괴롭히지 않기!”

 “자, 지금부터 놀이 시작!”

 

 

  시아와의 약속의 이야기하는 아이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이안. 정확히 그의 시선은 시아를 향해 있었다. ‘놀이 시작’이라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각자 놀이를 시작하는 아이들. 이안은 그런 아이들 속으로 들어가 함께 놀이를 시작했다. 시아는 정말 봉사활동을 온 듯 아이들과 열심히 놀아주는 이안의 모습에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는 지희에게 다가갔다.

 

 

 “야-”

 “......”

 

 

  여전히 눈동자에 초점이 없는 지희. 시아는 그런 지희의 손등을 아프지 않을 만큼 꼬집었다.

 

 

 “아!!”

 “아프게 안 꼬집었거든?”

 “아프거든?”

 “풉..”

 “나.. 나 지금 꿈꾸는 거 아니지? 아니아니- 그보다 저 사람.. 강이안 맞지? 응? 응?”

 

 

  자신이 본 사람이 강이안이 맞기를 바라는 간절한 눈빛으로 두 손을 모으고 시아를 보는 지희. 지희의 눈빛이 부담스러운 듯 손을 올려 지희의 얼굴을 가볍게 밀어내는 시아였다.

 

 

 “맞아-”

 “아악!! 강..!!”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지르려는 지희. 시아는 급하게 일어나 지희의 입을 막았다.

 

 

 “야야- 조용히 해!!”

 “아아- 왜 이래!”

 “저 사람이 강이안이라는 거 우리 둘 밖에 모르거든?”

 “아, 그래..? 안돼, 안돼지- 우리 이안오빠 피곤해질라-”

 “후.....”

 “그런데-!”

 “그런데?”

 “이안오빠가 왜 여기 있어? 어떻게?”

 “응?”

 “내가 정신줄을 놓고 있었어도 아까 너랑 이안오빠랑 아이들이랑 하는 얘기를 다 듣긴 했는데- 너랑 이안오빠 왠지 아는 사이인 것 같던데? 아니야?”

 “아.. 그랬어..?”

 “너- 솔직히 얘기해- 어떻게 된 거야?”

 

 

  지희의 눈을 피하며 어색하게 아이들을 보며 웃는 시아.

 

 

 “얘 봐라? 지금 누굴 속여? 어? 어? 그러고 보니 너 아침에 이안오빠 드라마 얘기할 때도 이상했어- 이안오빠 이야기하면서 한 번도 비웃듯이 웃었던 박시아가 아닌데 말이야- 오늘은 그렇게 웃었단 말이지-”

 “아니야- 내가 언제 비웃듯이 웃었다고 그래-”

 “맞거든-? 내가 너 몇 년 친군데 네가 어떤 의미로 웃었는지 모를까-”

 “진짜 아닌데..”

 “뭐, 그래- 그거까지는 뭐라 캐묻지 않을게- 근데 이 상황은 설명 좀 해줘야 하지 않을까, 친구?”

 

 

  난감한 듯 다리를 떨며 나오지 않던 버릇-손톱 물어뜯기 까지 나오고 있는 시아. 그런 시아를 위아래로 훑는 지희.

 

 

 “이거봐- 평소 안하던 버릇까지 나오고- 이거이거 나한테 엄청난 걸 숨기고 있는거야-”

 “후우.. 알겠어- 내가 신지희를 어떻게 속이겠냐? 이야기할게..”

 

 

  이안과 있었던 모든 일을 지희에게 이야기하는 시아. 이야기를 듣는 지희의 눈은 계속 커지고 있었다.

 

 

 “이렇게 된 거야-”

 “어머나.. 세상에.. 세상에.. 어떻게 그런 일이 있냐?”

 

 

  지희에게 모든 이야기를 한 후 속이 후련하다는 듯 크게 숨을 내뱉는 시아.

 

 

 “지금 드라마 찍는 거 아니지? 어떻게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

 “그러니까.. 나도 신기해하고 있어-”

 “진짜.. 신기하다, 신기해- 어떻게.. 어떻게 강이안이 바로 내 앞에 있냐구우!!”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짧게 흔들며 감격스러움을 표현하는 지희. 그런 지희가 귀여운 듯 작은 웃음을 터뜨린 시아였다.

 

 

 

  아이들과 한참의 시간을 보내던 이안의 눈에 들어온 한 아이. 오늘도 아이들과 조금은 떨어진 곳에서 자신만의 놀이에 빠져있는 정민이었다. 천천히 정민이 있는 곳으로 향하는 이안. 그런 이안의 행동에 시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선뜻 이안을 말리지도 못하고 가만히 이안의 행동을 지켜보는 시아. 이윽고 정민의 앞에 멈춰선 이안이었다.

 

 

 “안녕?”

 “......”

 “......”

 “안녕-”

 

 

  낯선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걸거나 호감을 표현하는 것은 물론, 인사조차 하지 않는 정민이 이안에게 인사를 했다는 것에 놀람을 금치 못하는 시아. 자신의 인사를 정민이 받아준 것에 신이 난 표정으로 이런저런 말을 건네는 이안. 하지만 정민은 그 이상의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 날 저녁, 집으로 돌아온 시아는 바로 이안이 있는 방으로 갔다.

 

 ‘똑똑-’

 

 “네- 들어오세요-”

 “뭐.. 하고 있었어요?”

 “어- 왔어? 그냥.. 사진 구경?”

 “낮에는 어땠어요?”

 “낮에? 아~ 애들하고 논 거?”

 “네.”

 “재밌던데? 애들이 한 질문들이 좀.. 당황스럽긴 했지만?”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늘상 그래요- 궁금한 게 많아지더라구요.”

 “그런 것 같았어. 암튼, 재미있었다! 덕분에.”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근데, 왜 이렇게 조심스럽게 들어온 거야? 무슨.. 할 말 있어?”

 “아.. 저기 그게..”

 “뭔데?”

 “음.. 그러니까..”

 “......”

 “아까 거기서요, 다른 아이들이랑 조금 떨어진 곳에서 놀고 있던 아이.. 그러니까 정민이한테 인사.. 했었잖아요-”

 “그랬었지? 근데 그게 왜?”

 “아니.. 정민이가.. 낯선 사람이 하는 인사는 절대 받아주지 않거든요..”

 

 

  낯선 사람이 하는 인사를 절대 받아주지 않는다는 시아의 말에 그만 움찔- 해버린 이안. 흔들리는 눈동자를 감추기 위해 재빨리 시선을 돌렸다.

 

 

 “아.. 그래..?”

 

 

  어색하게 대답해버린 이안. 그런 이안의 행동이 조금은 이상하게 느낀 시아.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1년 넘게 정민이를 봐왔지만,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신기하더라구요.”

 “그.. 그거야 뭐.. 내가 호.. 호감형이니까 그랬겠.. 지..”

 “아.. 그랬구나..”

 

 

  계속해서 시아의 눈을 피하며 대답하는 이안. 이번에는 마른침까지 삼켜가며 자신이 긴장했음을 표현하고 말았다. 어느 순간 자신을 흘겨보는 시아의 시선과 마주친 이안. 오래 마주치지 못하고 바로 시선을 돌렸다.

 

 

 “나한테 뭐 숨기는 거 있죠?”

 “숨기는 거 라니.. 어, 어.. 없어-”

 “오빠 행동이 그게 아닌데요?”

 “아.. 아니라니까-”

 “사실대로 말해요-”

 “사실대로 말할 게 있어야 하지..”

 “사실대로 말하면 용서해줄게요-”

 “사실대로 말할 게 없다니까 그러네-”

 “아.. 그래요..? 그래요- 명색이 연예인인데.. 뭐 사람 뒤 따라 와서 몰래 보거나 그러진 않았겠죠- 그쵸?”

 

 

  마치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한 시아의 말에 결국 이안은..

 

 

 ‘딸꾹.. 딸꾹..’

 

 

  얼마나 놀랐는지 딸꾹질까지 하고 말았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한심한 눈빛으로 이안을 바라보다 이내 이안의 등을 아플 만큼 내려쳤다.

 

 

 “아아!!”

 “오빠가 무슨 스토커예요? 궁금하면 오늘처럼 이야기하고 와서 보면 되지, 왜 사람 뒤를 밟아요?”

 “아, 아니.. 그게 아니라..”

 “나는 정민이 아니었으면 평생 모를 뻔했네. 그래- 정민이가 처음 본 사람한테 그렇게 인사할 리가 없지.. 두 번을 봐도 인사할까 말까 인데..”

 

 

  말끝을 흐리며 두 눈동자가 커져서는 또다시 이안을 째려보는 시아.

 

 

 “설마.. 한 번이 아니었어요?”

 

 

  ‘딱 들켰다.’를 온 얼굴로 표현하며 슬금슬금 시아에게서 멀어지는 이안. 결국..

 

 

 “아!!!!!!”

 

 

  시아에게 한 대 더 맞고 말았다. 그렇게 하고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여전히 씩씩거리는 시아. 이안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후..”

 “......”

 “자, 어떻게 된 건지 이야기해봐요-”

 “그게.. 그러니까 말이야..”

 

 

  모든 사실을 숨김없이 시아에게 이야기하는 이안. 모든 이야기를 듣고 이안의 등을 향해 한 번 더 손바닥을 올리는 시아였지만.. 평범한 사람들의 생활이 얼마나 궁금하고, 보고 싶었으면 저런 행동을 했을까 싶은 측은한 생각에 이번 한 번은 이해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내가 이번 한 번만 봐주는 거예요. 다시 한번 이런 행동하면..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예요.”

 “고마워! 정말정말정말- 고마워! 그리고..”

 “그리고?”

 “미안해..”

 

 

  진심으로 미안해하는 이안을 보며 남아있던 분마저 사그라짐을 느낀 시아였다.

 

 

 “미안한 거 알면 됐네요-”

 

 

  어색하게 시아를 보며 웃는 이안, 그런 이안을 보며 시아도 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하나는 칭찬해줄게요-”

 “어? 칭찬?”

 “네-”

 “무슨..?”

 “아까 정민이한테 인사할 때요- 재촉하지 않고 정민이가 인사를 받아줄 때까지 기다려준 거-”

 “아.. 그거?”

 “네, 정민이한테는 그게 중요하고 필요하거든요. 기다려주는 거.”

 “사실.. 너한테 정민이 얘기 듣고 찾아봤었어. 정민이가 나온 방송이랑 정민이가 가지고 있는 장애에 대해서.. 거기에 나왔더라고. 기다려주는 게 중요하다고..”

 “오- 찾아보기까지 했어요?”

 “응.. 궁금하기도 하고, 혹시나 만나게 되면 어떻게 행동해줘야 할지 알고 싶었거든..”

 “오- 기특기특! 기특합니다! 이런 걸 보니 ‘인간 강이안’도 나쁘진 않은데요?”

 “뭐..?”

 “농담이예요, 농담.”

 

 

  얼굴 가득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보는 시아에게 순간 다른 감정이 들었다는 건 이안만의 비밀이었다. 화제를 돌리고 싶었다. 시아가 아이들과 함께 있는 것을 보며 궁금했던 점을 물어보며 순간적으로 자신이 느낀 감정을 잊어보고자 하는 이안이었다.

 

 

 “근데 있잖아..”

 “네-”

 “나 궁금한 게 있어.”

 “뭔데요?”

 “내가 정민이가 어떤 아이인지 궁금해서 이것저것 찾아봤다 그랬잖아. 그러다 알게 된 건데, 정민이 같은 아이들을 ‘장애아’라고 부르는 게 맞지? 장애아이들은 원래 특수교사? 같은 전문 선생님이 맡아야 하는 걸로 봤는데 정민이는 왜 너가 맡는거야? 너도 특수교사 뭐 그런거야?”

 “아.. 그건 아니예요.”

 “그럼?”

 “정민이가 원래 장애아이들만 있는 전문어린이집에 있었는데 부모님들께서 비장애아이들이 있는 어린이집에 보내고 싶으셨대요. 전문어린이집 보다는 비장애아이들이 있는 어린이집에서 지내다 보면 언어적인 부분이나 사회성 부분에서 조금 더 나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크셨다나 봐요. 그런 와중에 정민이네 집 근처인 저희 어린이집에 자리가 났고, 그래서 입학시키시게 된 거죠. 저희 어린이집에도 특수교사 선생님이 계시는데 그 선생님이 맡으실 수 있는 아이가 3명 뿐이라 원래라면 특수교사 선생님들 한 명 더 채용해서 정민이도 통합반 그러니까 장애아이들만 있는 반에 넣어야 하는 게 맞는데 요즘 특수교사 선생님 구하기가 정말 어렵거든요. 그래서 일단 저희 반에 있으면서 특수교사 선생님이 구해지기까지 기다려보자 했는데 그게 결국 이 날까지 오게 된 거죠.”

 “그 부모님도 참 그렇다. 그러면 그냥 통합반에 자리가 남아있는 곳으로 가시지.. 왜 끝까지 너네 어린이집을 고집했데?”

 “안그래도 저희 원장님께서도 정민이 부모님께 통합반이 있는 다른 어린이집으로 입소시키시는게 낫지 않겠냐고 여러 차례 말씀드리고, 설득해보셨는데 정민이 부모님께서는 저희 어린이집이 엄청 마음에 드셨나봐요. 그래서 결국..”

 “그런데 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전문어린이집인가? 거기가 더 낫지 않아? 말 그대도 전문일 거 아니야.”

 “음.. 부모님들 생각은 다른 경우가 많아요. 아이들이 얼마만큼의 발달을 보이고 있느냐에 따라 다르긴 한데 전문어린이집은 아무래도 한정적인 곳이라고 생각하시고, 내 아이가 발전하려면 비장애아이들이 있는 어린이집이 더 나을 거라는 생각들을 많이 하시더라구요. 저도 처음에는 오빠랑 같은 생각을 했거든요.. 그런데 정민이를 보면서 그런 부모님들의 의견에 어느 정도 동감하는 부분이 생겼어요.”

 “왜? 정민이가 많이 달라져서?”

 “네, 맞아요. 정민이가 정말 많이 달라졌거든요. 처음에는 친구들이 가까이 오는 것도 싫어하더니 이제는 친구들이 노는 거에 관심도 보이고, 먼저 다가와서 말 걸어주는 친구들을 피하지도 않고 간단하게 대답도 해주고.. 그러면서 당연히 언어도 늘었구요. 그래서 부모님들이 생각하는 게 다 틀리진 않구나.. 라는 걸 알게 됐죠. 물론 아이들마다 다르긴 해요. 특수교사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 들어보니 비장애 아이들이 다니는 어린이집을 다니더라도 그 모습들이 변하지 않는 친구들이 많다고 하더라구요. 그 아이의 발달이 어디까지 이를 수 있는지, 그리고 부모님이 얼마나 뒤에서 지지해주시는지, 주변 환경이 어떠한지 등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들 하나봐요. 참.. 어렵죠?”

 “그러게.. 그러네.. 근데 왜 하필 너네 반이야?”

 “아.. 그게.. 제가 중, 고등학교 때 장애인 시설이나 이런 곳에 봉사를 좀 많이 다녔거든요. 그리고 이 일을 시작한 뒤로 줄곧 제가 맡았던 반에 통합반 친구들이 있기도 했구요. 이력서에도 그걸 써놓았더니 저희 반에 넣자고 하시더라구요.. 제가 뭐 힘이 있나요.. 알겠다고 했죠..”

 “많이 힘들지 않아?”

 “처음에는 진짜 많이 힘들었죠. 그래도 다행히 정민이가 착석, 그러니까 수업시간에 자리에서 일어서거나 교실을 돌아다니지도 않아서 얼마나 다행이였는지 몰라요. 솔직히 장애 아이들 중에 착석이 잘 되지 않아서 한 학기 동안 그 착석 연습만 하는 친구들도 있거든요. 그 부분에 있어서는 정민이에게 정말 고마워하고 있어요.”

 “그렇구나.. 너 진짜.. 대단하다.. 멋있어..!”

 

 

  ‘멋있어’라고 말하며 엄지를 치켜 올리는 이안 때문에 살짝 부끄러워진 시아. 방금 전의 이안처럼 화제를 전환하고자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참, 나 오전에 무슨 일 있었는지 알아요?”

 “무슨 일?”

 

 

  자신이 아침에 지희와 주고받았던 대화를 이안에게 이야기하는 시아. 이야기를 모두 들은 이안은,

 

 

 “너.. 나를 좋아하긴 하는구나..?”

 

 

  이안의 말에 이번에는 얼굴을 발갛게 달아오른 시아. ‘아차!’ 싶은 순간이었다.

 

 

 “하, 할 일이.. 이, 있었네..?”

 

 

  라고 말하며 급하게 이안과의 같은 공간을 벗어났다. 방문을 닫고 난 후 빨개진 얼굴을 부비며 큰 숨을 몰아 내쉬는 시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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