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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The FAN
작가 : ForEST
작품등록일 : 2022.2.28

누구나 한번쯤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를 좋아한다. 어릴 때는 그것이 전부인냥 모든 것을 쏟아붓지만 나이가 들고, 현실에 부딪힐 수록 그건 인생의 작은 일부분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러면서도 문득 어릴 적 자신처럼 '내가 그와 연인이 된다면?'이라는 달콤한 상상을 하게 된다. 이 이야기는 그런 누구나의 달콤한 상상이 현실이 되었을 때 어떠한 일들이 일어나게 될 것인지에 대해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그 누구나를 보육교사인 누군가로 한정하며 종종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그들의 고충을 담아내고자 하는 의도도 지니고 있다.

 
나도 나를 모르겠어
작성일 : 22-02-28 02:37     조회 : 189     추천 : 0     분량 : 8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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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

 

 

  정신없었던 하루가 지나고 다음 날 아침, 이안은 오랜만에 느끼는 개운함과 함께 잠을 깨웠다. 크게 기지개를 켜며 방 안 가득 들어오는 햇살에 눈을 찌푸리기도 했다. 그리곤 주변을 두리번 두리번거리며 어제의 일을 기억해냈다. 왠지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오는 기분에 다시 한번 기지개를 켜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힘차게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간 이안은 식탁에 앉아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인물에게 흠칫 놀라고 말았다.

 

 

 “아, 안녕히 주무셨어요..?”

 

 

  이안의 인사에도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고 계속해서 이안을 노려만 보고 있는 인물, 바로 시아의 어머니 새은이었다.

 

 

  “와서 밥 먹어요. 난 별로 내키지 않지만 시아가 출근하면서 신신당부하고 가서 이렇게 챙겨주는 거예요.”

 

 

  톡톡 쏘는 말투로 말을 이어간 뒤 이안을 노려보던 눈빛을 거두고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새은. 얼마 뒤 출근 준비를 한 듯한 모습으로 방을 나와 쾅- 하고 문을 닫고는 나가버렸다.

  잠깐이었지만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만큼 압박감을 느낀 이안은 현관문이 닫히자마자 후.. 하고 깊은 숨을 내쉬었다.

 

 

  “나를 저렇게 홀대하는 여자는 저 분이 처음이야.”

 

 

  농담인 듯 진담인 한마디를 내뱉고는 식탁에 앉아 시아가 챙겨주라며 신신당부했던 음식을 눈 깜짝할 새 먹어 치웠다. 그리곤 쇼파에 앉아 뒹굴뒹굴하며 TV도 보고 낮잠을 자기도 하며 자유와 휴식을 느끼고 또 느꼈다.

 

 

 ***

 

 

 

  그렇게 꿀맛과도 하루를 보낸 이안은 이틀째 아침이 밝아오자 뭔지 모르게 다른 무언가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곤 어제 저녁, 시아와의 대화를 떠올렸다.

 

 .

 .

 .

 .

 .

 

 “나 궁금한 게 있는데..”

 “응? 궁금한 거? 뭔데요?”

 

 

  새은이 돌아오기 전 저녁이었다. 시아가 차려준 저녁밥을 먹고 마치 남매인 듯 나란히 앉아 TV를 보던 중 이안이 시아에게 말을 건넸다.

 

 

 “한 번도 이야기하지 않는 것 같아서.. 편지에도 적혀있지 않았고.. 물론 내가 묻지 않는 것도 있지만..”

 “뭐가 궁금하길래 이렇게 서두가 길어요?”

 

 

  무슨 어려운 질문을 하려고 하길래 저렇게 길게 말을 늘어놓는 걸까..? 이안이 할 질문이 무언지 궁금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난감한 질문은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하는 시아였다.

 

 

 “너.. 직업이 뭐야..?”

 “직업.. 이요..?”

 “응- 직업.”

 “풉..”

 

 

  생각보다 단순한 이안의 질문에 그만 풉..하고 웃음이 터져 나온 시아.

 

 

 “그게 궁금해서 그렇게 주절.. 주절 말을 놓은 거예요?”

 “아, 아니.. 혹시.. 너한테 난감한 질문이 아닐까 싶어서..”

 “직업 묻는 게 왜 난감한 질문이에요?”

 “그.. 그런가..”

 “그건 그냥 물어봐도 되는 거예요-”

 “아니.. 그러니까.. 음.. 뭐라고 해야 하지.. 나는 사소하게는 이름, 나이에서부터 전화번호, 주소, 직업 등등등 이런 거에 대한 질문 받는 게 좀.. 그렇더라구..”

 “네..? 왜요..?”

 “가끔.. 매니저나 회사 식구들을 통하지 않고 내가 직접 일을 처리해야 하는 경우가 있거든.. 가령 내 개인적인 일로 고객센터 같은 곳에 전화를 한다거나.. 뭐 어디 예약을 한다거나.. 다 그렇지는 않은데 내 개인정보를 말해야 하는 상황에서 직업을 물으면.. 어떻게 대답해야 하나.. 난감하더라구.. 직업을 묻기 전까지 내 정체를 어떻게든 꽁꽁 숨겼었는데 그 질문에 대답하는 순간부터 남들과 같은 ‘사람으로서의 강이안’이 아닌 ‘배우 강이안’의 취급을 받기 시작하니까..”

 “아..”

 “그래서 조심스러웠어..”

 “아.. 그게 조심스러운 질문이구나..”

 “넌 아니야..?”

 “저는 뭐 그다지-”

 “아.. 그래?”

 “네.. 이런 걸 보니 오빠랑 나는 정말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 같네요..”

 “......”

 “... 내 직업은 어린이집 교사예요. 요즘 가장 핫한 직업이죠- 뉴스의 사회면 기사에서?”

 

 

  별로 어렵지 않게 자신의 직업이 이야기하는 시아. 이안은 그런 시아가 부럽다고 느껴졌고, 그 대답 뒤에 이어진 시아의 말에서 왠지 모를 한숨이 묻어나는 것 또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시아는 나란히 앉아 있는 자신과 이안이, 몸의 거리는 가깝지만 서로의 마음과 현재 처해있는 현실의 거리는 멀고도 멀다는 것을 느꼈다.

 

 .

 .

 .

 .

 .

 

 “어린이집이라..”

 

 

  갑자기 눈을 반짝이며 시아가 찍은 사진을 재빠르게 훑는 이안. 그 중 하나의 사진을 손가락으로 짚으며 뭔지 모를 미소를 반짝였다. 그리고는 자신의 차를 움직여 어디론가 향했다.

 

 

 “여기다!”

 

 

  어딘가에 도착한 이안은 차에서 내리지도 않고 가만히 한 곳만 응시했다. 이안이 미소를 반짝이며 향한 곳은 바로 시아가 일하고 있는 어린이집.

  오늘 아침, 전날보다 일찍 일어난 이안은 출근 준비를 마친 시아와 맞추쳤다. 그리고 오늘 시아가 숲체험을 하기 위해서 어린이집 주변 공원으로 간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시아의 어린이집 앞에서 시아가 나오기만을 기다리며 시계와 어린이집 현관을 계속 번갈아 가며 보는 이안.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어린이집 문이 열리고 시아와 시아의 친구이자 보조교사인 지희, 시아의 반 아이들이 나왔다. 이안은 아이들을 하나하나 챙기며 어린이집 근처 공원으로 이동하는 시아를 조심스럽게 뒤따르며 미행 아닌 미행을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아와 지희, 시아의 반 아이들이 공원에 도착했고, 숲체험 수업이 시작되었다. 30분간의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은 시아와 잠시 이야기를 나눈 후 너나 할 것 없이 공원을 자유롭게 다니며 노는 모습이었고, 시아는 그런 아이들 사이에서 함께 놀이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시아와 아이들을 공원의 한쪽 구석, 자신의 몸을 숨길 수 있는 공간에서 바라보고 또 바라보는 이안이었다. 그러던 중..

 

 

 “누, 누구야!!!”

 

 

  나름 숨어있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어깨에 닿는 손길에 소스라치게 놀란 이안. 놀라서 돌아본 곳엔 시아의 반 아이로 추정되는 남자아이 하나가 서 있다. 이안의 그런 반응에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 듯한 남자아이. 이안은 그런 아이의 모습을 조금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다 이내 정신을 차리고 다시 한번 물었다.

 

 

 “너 누구야?”

 

 

  어차피 물어보나마나 시아의 반 아이일 것을 같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딱히 떠오르는 말이 없었던 이안은 결국 뻔하디 뻔한 질문을 한 번 더 했다.

 

 

 “임정민”

 

 

  아무런 감정 없이 자신의 이름 세 글자만 이야기하곤 자신의 관심사로 보이는 것에 시선을 돌리는 임정민이란 아이. 어린아이지만 왠지 모르게 진 것 같은 기분에 씩씩거리며 아이의 뒤통수를 노려보는 이안이었다. 왠지 어린이집에서의 시아에 대해 묻고 싶은 마음도 생겼지만 더 이상 말을 걸어봤자 자신이 손해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그만 관심을 끄고는 본래 자신의 관심사에 시선을 돌렸다. 아이들의 말에 하나하나 반응해주며 시시각각 변하는 시아의 표정, 그 표정에 피식피식 웃음이 나오는 자신이 이상함을 느끼면서도 시선을 떼지 못하고 바라보고 있던 이안이었는데..

 

 

  “우리 선생님 보지마.”

 

 

  이번엔 자신을 노려보며 이야기하는 아이의 말에 그만 욱- 하는 마음이 생겼다.

 

 

 “야!! 너 뭐야!! 내가 뭘 보건 말건 네가 무슨 상관인데? 조막만한 게 아까부터 왜 난리야!”

 

 

  이안의 버럭거림에도 눈 한 번 깜짝거리지 않고 계속해서 이안을 노려보는 아이.

 

 

 “해사랑반 모여라-”

 

 

  그러다 시아의 목소리가 들리자 갑자기 표정을 바꾸고는 그 자리에서 빙글- 돌아 시아가 있는 곳으로 갔다.

 

 

 “아 저 자식 뭐야. 사람 말에 제대로 대꾸도 안하고..”

 

 

  흥분한 이안과는 달리 별다른 반응 없이 자신이 할 말만 하고 사라진 ‘정민’이라는 아이. 이안은 그 아이의 행동이 불쾌하기도 했지만, 아직 어려서 그런 걸 거라 생각하며 다시 시아의 집으로 돌아갔다.

 

 

 ***

 

 

  다음날, 침대에 앉아 ‘오늘도 공원에 가려나..’라고 생각한 이안은 결심이 선 듯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갈아입었다. 동일한 시간, 동일한 장소에서 시아가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이안, 오늘도 똑같이 아이들과 공원에 가기 위해 시아가 어린이집을 나섰고 이안의 미행 아닌 미행도 시작됐다. 그리고 똑같은 장소에 자리를 잡은 이안은 히죽거리며 시아와 아이들을 보고 또 보았다.

 

 

  “어? 너는?”

 

 

  데자뷔처럼 어제의 그 정민이라는 아이와 마주친 이안. 아이의 이름이 뭔지는 알았지만 아이의 입에서 다른 이야기들을 듣고 싶다고 생각한 이안은 정민이란 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너.. 이름이 뭐라 그랬지?”

 

 

  나름 다정하게 말을 건넨다고 건넨 이안.

 

 

 “임정민.”

 

 

  이번에도 이름에 대한 대답은 쉽게 나왔다. 그리고 이어진 아이의 말..

 

 

 “우리 선생님 보지마.”

 

 

  어제와 똑같은 아이의 말, 그 말에 그만 인상이 찌푸려졌다.

 

 

 “내가 궁금해서 보는 건데 왜 보지 말라는 건데!”

 

 

  이안의 짜증스러운 말에도 어제처럼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 정민이란 아이. 자신과 눈을 마주치며 이야기했다고 생각했는데 가만히 보니 정확하게 이안과 눈을 마주치고 있지는 않았다. 뭔가 이상함을 느낀 이안. 아이가 계속해서 이야기 하고 있는 ‘선생님’에 관한 질문을 꺼내봤다.

 

 

 “너.. 선생님 좋아해?”

 “응!”

 

 

  이름을 물었을 때처럼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하는 아이.

 

 

 “선생님 이름이 뭔지 알아?”

 “박시아.”

 

 

  시아에 관한 질문을 하니 얼굴 표정부터 달라지며 잠시 잠깐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하는 정민이란 아이. 아이의 순수한 마음이 느껴져 그만 미소가 새어 나왔다.

 

 

 “선생님이랑 나랑, 친구야. 친구.”

 “친구.”

 “그래, 친구.”

 “친구..”

 

 

  친구란 단어를 반복하며 끄덕거리는 정민이란 아이가 순간 귀엽다 느낀 이안은 아이의 머리에 손을 올리곤 머리카락을 흩뜨려 놓았다. 이안의 그런 행동에도 크게 반응을 보이지 않는 정민. 이내 어제 자신이 보던 꽃에 관심을 돌렸다. 쪼그리고 앉아 가만히 꽃만 바라보는 정민의 옆에 같이 쪼그리고 앉는 이안. 이안이 어떤 행동을 하던지 정민은 크게 관여하지 않는 눈치였다.

 

 

 “근데.. 너만 왜 여기 있어?”

 “......”

 

 

  다른 아이들은 공원을 자유롭게 다니며 서로 어울려 놀고 있는데 혼자만 이곳으로 와 쪼그리고 앉아 꽃만 보는 정민이 조금은 이상하다 생각한 이안이 정민에게 물었다. 하지만 역시나 정민은 대답하지 않았다.

 

 

 “뭐.. 대답하기 싫음 말고..”

 “......”

 

 

  잠시의 정적을 깬 건 또다시 이안이었다.

 

 

 “근데.. 너 혼자만 여기 있어도 돼? 선생님이 너 찾아다니지 않아?”

 “......”

 

 

  이번에도 대답은 커녕 눈길조차 주지 않는 정민.

 

 

 “됐다. 말아라. 내가 뭘 바란거냐..”

 “......”

 “......”

 “선생님은 알아.”

 “어?”

 

 

  갑자기 자신의 질문에 대한 대답인 듯한 말을 꺼낸 정민. 그 대답에 놀란 이안이었다.

 

 

 “선생님은 알아.”

 

 

  또다시 똑같은 말만 하는 정민. 그 순간,

 

 

 “해사랑반 모여라-”

 

 

  어제와 똑같은 시아의 말이 들린다. 시아의 부름에 어제처럼 표정이 바뀌어서는 시아가 있는 곳으로 가는 정민. 그제야 정민의 말이 이해가 되는 이안이었다.

 

  다시 시아의 집에 도착한 이안은 자신이 지내고 있는 방 벽에 붙여진 사진들 중 시아가 정민과 함께 찍은 사진을 한참이고 바라봤다. 그 찰나, 시아가 집에 돌아왔다.

 

 

 “왔어?”

 “아 깜짝이야! 뭐, 뭐예요? 왜 이래요, 갑자기?”

 

 

  현관 앞까지 나와 시아를 맞이하는 이안. 갑작스러운 이안의 반응에 놀란 시아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안을 바라봤다.

 

 

 “그냥! 반가워서!”

 “뭐지..? 뭔가 이상한데..”

 “이상하긴 뭐가 이상하다고..”

 “아닌데.. 이상한데..”

 “그냥 반가워서 그런 거라니까!”

 “아닌 것 같은데..”

 “맞는 것 같은데-”

 “나한테 또 뭐 물어볼 거 있어요?”

 “아.. 아니야..!! 그냥 반가워서 그런거야..!”

 “아닌 것 같은데.. 수상해.. 용건이 뭔데요? 어설프게 수 쓰지 말고 이야기해봐요-”

 “... 그냥.. 사진 구경하다가 궁금한 게 있어서..”

 “궁금한 거요?”

 “응..”

 “뭔데요?”

 “저기 저 사진 있잖아.. 저 사진에 있는 남자 애..”

 “누구..? 아.. 이 아이요?”

 “응-”

 “아는.. 아이예요..?”

 “아니 그건 아닌데..”

 “아.. 원래 아이들 사진 같은 거 이렇게 다른 사람한테 보여주면 안 되는데..”

 “응? 왜?”

 “오빠에게도 초상권이 있듯이 아이들에게도 초상권이 있거든요. 그래서 아이들 사진 핸드폰에 저장하는 것도 이렇게 인화해서 다른 사람한테 보여주는 것도 안 되는 건데..”

 “아.. 그래?”

 “네.. 그런데 여기는 어차피 저만 쓰는 방이라서 인화해서 붙여놓은 건데 예상치 못하게 오빠가 오는 바람에..”

 “아.. 그렇구나..”

 “네..”

 “그래서 다른 아이들 사진은 없었구나..”

 “네..”

 “내가 미안한 일을 했네..”

 “아니예요, 괜찮아요- 제 잘못이죠, 뭐..”

 “......”

 “그런데 뭐가 궁금했어요?”

 “아.. 그게..”

 “괜찮아요, 물어봐도 돼요-”

 “저기 저 애는 왜.. 사진 찍는데 다른 데를 보고 있어?””

 “아.. 그게..”

 

 

  잠시 대답을 망설이는 시아.

 

 

 “대답하기 곤란하면 안해도 돼-”

 “음.. 어차피 정민이는 방송에도 한 번 나왔으니 괜찮을 것 같아요.”

 “이 아이가 방송에 나왔었어?”

 “올해 초 쯤? 다큐프로그램에 나왔었어요-”

 “그랬구나.. 몰랐네..”

 “정민이가 다른 애들보다 조금 더 관심이 필요한 아이거든요..”

 

  시아의 말뜻을 바로 이해하지 못하고 갸우뚱거리는 이안.

 

 

 “정민이가.. 자폐성향이 좀 있어요.. 그래서 눈맞춤 이런 게 잘 안돼요..”

 “아..”

 “그래서 사진을 찍을 때도 카메라를 똑바로 보고 찍는 걸 어려워해요.”

 “......”

 “정민이가 꼭 자폐성향이 있어서는 아니지만 정민이에게는 눈길도 많이 가고 손길도 많이 가요.. 친해지는데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거든요.. 누군가에게 쉽게 마음을 주지 않는 아이라서요. 그래도 지금은 저를 잘 따라줘요. 처음에는 단어로 말하는 것도 어려웠는데 지금은 말도 많이 늘었구요. 저랑은 어느 정도 눈도 마주치고 등원하면 먼저 다가와서 인사하기도 해요. 자폐아이들에게는 그런 행동들이 나타나는 게 어려운 일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참 고마운 아이예요.”

 

 

  정민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슬프고도 따뜻한, 그리고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는 시아. 이안은 그런 시아에게서 한동안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러다 순간적으로 돌려진 시아의 눈과 마주하게 되고..

 

 

 “아.. 저 빠.. 빨리 씻고 저 저녁 머.. 억자..”

 

 

  어색해진 분위기를 회피하려 이안은 말을 돌렸고, 오히려 시아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그래요-”

 

 

 라며 방을 빠져나갔다.

 

 

 “후.. 뭐냐.. 미쳤나봐..”

 

 

  자신의 머리를 주먹으로 두드리는 이안이었다.

 

  새은이 돌아오기 전 마주 앉아 저녁을 먹게 된 이안과 시아.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이안은 이내 숟가락을 탁-하고 내려놓더니 의아하다는 듯 시아에게 말을 건넸다.

 

 

 “근데..”

 “또 뭐가 궁금한데요?”

 “너 내 팬이라고 안했냐?”

 “그렇죠-”

 “내 팬이라는 거 맞아?”

 “그럼요- 내가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을 이렇게 우리 집에 재워요?”

 “그건 그런데..”

 “근데 그건 왜 갑자기 물어요? 당연한 사실을?”

 “그.. 그게..”

 “그게?”

 “그게.. 그러니까..”

 “그게 그러니까?”

 “네가 나를..”

 “내가 오빠를?”

 “조.. 좋아하는 사람처럼 안대하니까 그렇지!!”

 “뭐라구요-? 풉..”

 

 

  풉.. 하고 웃음을 흘리더니 이내 크게 웃어버리는 시아.

 

 

 “왜 웃어? 나는 지금 진지한데!”

 

 

  두 눈을 번뜩이며 말하는 이안에게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큰 소리로 웃는 시아였다.

 

 

 “웃지 말라고! 너도 생각을 좀 해봐- 나를 좋아하는 팬이라고 했어. 그런데 말투나 행동 뭐 이런 게 좋아하는 사람을 대하는 것 같지가 않잖아? 그냥 동네 아는 오빠? 친구? 그 정도로 대하는 것 같고 막.. 그러고 보니까 오빠라고 부르는 것도 몇 번 없었네? 너 뭐냐, 도대체!!”

 “밥 먹는 내내 그걸 고민하고 있었던 거예요? 얘가 나를 좋아한다고 했는데.. 왜 좋아하는 사람을 대하는 것 같지 않을까.. 이런 생각?”

 “그.. 그래!!”

 

 

  다시 한 번 집이 떠나가라 크게 웃어 재끼는 시아. 이안은 그런 시아를 노려보기만 했다.

 

 

 “아 웃겨- 오랜만에 신나게 웃었네. 좋아하는 사람처럼 대하지 않는 게 아니라.. 뭐라고 해야하지..? 음..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TV에서 보던 ‘배우 강이안’이란 느낌이 안든다고 할까요? 오빠 말대로 진짜 동네 오빠? 그런 느낌이 들어서.. ‘배우 강이안’은 좋아해요. 여전히, 계속계속. 다만 ‘인간 강이안’은.. 음.. 잘 모르겠네요-”

 

 

  말을 마치며 눈을 찡긋거리는 시아. 왠지 모르게 서운하기도 하고 분하기도 하고.. 뭔지 모를 아쉬움에 휩싸인 이안은 그만 숟가락을 탁! 소리가 나도록 내려놓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쿵쿵 거리며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밥 안 먹어요?”

 “......”

 “오빠!! 오빠!!”

 “......”

 “..내가 뭘 잘못했나..”

 

 

  이안의 그런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는 시아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남은 밥을 먹기 시작했다. 방으로 들어온 이안은

 

 

 “이럴 땐 또 오빠라고 부르냐..”

 

 

  서운함이 묻어난 한마디를 하곤 침대 위로 누워버렸다.

 

 

 “후.. 휴가도 끝나가는데..”

 

 

  월, 화, 수.. 시아의 집에서 지낸지도 벌써 사흘이 흘러가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이안의 휴가도 끝나갔다. 다시 복잡한 일상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니 머리가 아파오는 것도 같았다. 시간이 지나가는 것이 아쉽고, 왜인지 모르지만 자신의 집보다 더 편하게 느껴지는 시아의 집을 떠나야 한다는 것 또한 아쉬웠다. 베개를 들어 얼굴을 파묻고는 그 어떤 생각도 하고 싶지 않은 듯 도리질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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