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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개를 족쳐라
작가 : 날씨가덥네요
작품등록일 : 2021.12.29

조선 제일의 투견 판매처 경산.
노비 개똥은 오늘 이 지옥을 탈출하기로 결심한다.
개만도 못한 삶에서 벗어나기 위한 쫓고 쫓기는 숨막히는 추격극이 시작된다.

 
2-7. 행운.
작성일 : 22-02-28 01:06     조회 : 175     추천 : 0     분량 : 3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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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 죽은 건가?”

 

 권총을 든 손을 벌벌 떨며 오돈이 적이의 생사에 의문을 던졌다.

 

  모두가 정신이 멍해진 마당에, 다시 현실로 이성이 돌아온 이는 방석이었다.

 

  절망으로 울부짖었던 방금이 무색하게 방석은 돌변해서 오돈의 뒤편으로 휙 다가섰다.

 

  “뭐, 뭐야!”

 

  방석은 재빠르게 오돈의 오른 손목을 꽉 잡았고, 이미 힘이 풀릴대로 풀린 오돈은 손에 쥐고 있던 권총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어서 이거 주워!”

 

  방석이 고함쳤고, 근처에 있던 송이가 정신을 번쩍 차리며 떨어진 권총을 낚아챘다.

 

  “이, 이 망할 년아! 그게 얼마 어치인 줄은 알기나 해?”

 

  오돈이 분노했으나, 이미 오돈을 지켜줄 든든한 부하는 죽은 뒤였다.

 

  “이, 이게 뭐야?”

 

  생전 권총이란 무기를 처음 목격한 철수가 정신을 차리고 질문을 던졌다.

 

  “총이라는 거야. 예전에 한 번 외국인들이 경산에 들렀을 때 본 적이 있어. 방아쇠를 당기면 불이 뻗어나가는 무시무시한 무기라고 그랬던 것 같아.”

 

  방석이 마음을 진정시키며 답했다.

 

  팔꿈치로 오돈의 등을 꽉 눌렀고, 오돈은 옴짝달싹 못하는 꼴이 되었다.

 

 “아, 아프다고! 아프다고 하잖아! 이 천한 것들이 어딜! 헉!”

 

  오돈이 바닥에 엎드려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다가 순간 입을 다물었다.

 

  쓰러뜨린 줄로만 알았던 괴물이 다시 일어섰기 때문이었다.

 

  뚝뚝.

 

  탄알이 꿰뚫은 상처에서 피가 장대비처럼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도 놈은 불굴의 정신력으로 일어섰다.

 

  ‘이게 무슨 일이지? 몸이 말을 안 듣는데...’

 

  생기가 옅은 놈의 눈빛을 개똥이 읽었다.

 

  “이, 이걸 누르면 되는 거지?”

 

  되살아난 공포에 놀란 송이가 총구를 겨냥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이전처럼 탄알이 발사되는 일은 없었다.

 

  “젠장! 방금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 탄알이었던 말이야! 더는 없어! 이거 놔! 도, 도망칠 거야!”

 

  얼굴이 하얗게 질린 오돈이 발버둥을 쳤으나, 방석은 무게를 실어 그의 움직임을 막았다.

 

  “방정 떨지 마… 저런 상처로 일어선 것만 해도 용한 거야. 이미 죽는 놈이나 다름 없어.”

 

  제정신을 되찾은 방석은 현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

 

  적이의 옆구리에는 크게 구멍이 뚫려 있었고, 그 사이로는 끔찍하게 짓이겨진 내장이 보였다.

 

  ‘아아, 저것에 당한 건가? 이제는, 더 공격할 수 없나 보지?’

 

  용케 걸레가 된 몸으로 적이는 송이 쪽을 바라봤고, 그 손에 들린 권총을 알아차렸다.

 

  확실히 영리한 녀석이었다.

 

  ‘그건, 너도 마찬가지야.’

 

  개똥이 자세를 수그리고 적이와 눈을 마주쳤다.

 

  ‘그렇군. 몸이 움직여지지 않아. 이제 곧 있으면 죽겠군.’

 

  해적들의 발길질을 버텼고, 독사의 독을 이겨냈고, 마귀의 독한 훈련을 견딘 폭견의 최후는 폭죽처럼 짧고 강렬하게 끝이 났다.

 

  ‘죽기 전에 따로 할 말은 없나?’

 

  마지막 남은 온정일까?

 

  개똥은 녀석의 눈을 보고 유언을 물었다.

 

  ‘따로 할 말? 글쎄. 죽으면 어떻게 되는 거지?’

 

  ‘또 다른 삶으로 태어나겠지.’

 

  언젠가 얼핏 들었던 윤회에 관한 이야기를 떠올리며 개똥이 답했다.

 

  ‘또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건가?’

 

  ‘죄악이 많다면, 그럴 수도 없을 거야.’

 

  개똥의 눈빛을 읽은 적이가 잠시 쿨럭쿨럭 기침을 했다.

 

  기침을 할 때마다 피가 전방으로 튀겼다.

 

  웃고 있는 것이었다.

 

  피를 튀기며 놈은 웃고 있었다.

 

  ‘뭐가 웃기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개똥이 의문을 가졌다.

 

  ‘기뻐서 웃는 거다. 다시 태어나도 안 된다는 사실에 기뻐서.’

 

  몸은 죽었지만, 정신은 멀쩡한 것 같았다.

 

  마지막 순간, 녀석은 총명한 눈빛으로 고개를 하늘로 들었다.

 

  숨을 깊게 들이 마시더니 길고 청명한 소리를 내뿜었다.

 

  아우우. 아우우. 아우우.

 

  쏘아 올린 소리가 나무를 타고, 구름을 타고, 멀리멀리 뻗어 나갔다.

 

  정말 마지막이었다.

 

  놈은 옆으로 털썩 쓰러졌고, 그 생명을 다했다.

 

  전투를 갈망하며 그 어떤 개보다 파멸적인 삶을 견뎠던 개새끼는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개똥은 이마를 타고 떨어지는 땀을 닦아내며 숨을 골랐고, 그제야 다시금 동생들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송이야, 괜찮아? 철수는?”

 

  심한 꼴을 당할 뻔했던, 철수와 송이의 걱정이 앞섰다.

 

  송이는 옷이 찣어져 반쯤 벗겨진 꼴이었고, 철수는 몸다툼 때문에 얼굴에 시퍼렇게 멍이 들어 있었다.

 

  “나는 괜찮아. 그보다, 이거라도 입어.”

 

  철수가 씩씩하게 답변하며 자신이 겉에 걸쳤던 의복을 벗어 송이에 건넸다.

 

  “응, 고마워. 나도 괜찮아, 오빠.”

 

  송이가 그것을 고맙게 받아 들고, 씩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남은 건 방석이었다.

 

  “정신을 제대로 못 잡아서 미안해… 무슨 말을 지껄였는지도 잘 기억이 나지 않아… 미안해.”

 

  냉철한 방석답게 그는 그 자신의 죄를 뉘우치는 중이었다.

 

  “아, 아름다운 화해야… 그보다… 나를 좀 놔주면 안 될까? 응? 위기도 따지고 보자면 내 덕에 이겨낸 거잖아? 내가 생명의 은인

 인 거잖아? 응?”

 

  방석의 밑에서 쥐포가 된 오돈이 벌벌 떠는 목소리로 간곡했다.

 

  “이 개새끼! 형! 그대로 잡고 있어! 이 새끼 얼굴을 백 번 정도 밟으면 분이 풀릴 것 같거든?”

 

  오돈의 목소리도 듣기 싫은 철수가 이를 악물고 그 곁에 다가갔다.

 

  “아, 안 돼! 미, 미안해! 결, 결과적으로 아무 일도 없었잖아! 행, 행복한 결말 아닌가? 응?”

 

  어지간히 맞기 싫었는지 오돈이 사과의 말을 입에 담았다.

 

  다만, 그럼에도 철수는 멈출 생각이 없었다.

 

  발을 높이 들어올리고 힘껏 오돈의 아래턱을 찼고, 새하얀 치아 하나가 구강에서 튀어나왔다.

 

  “아, 아파! 아프다고! 내, 내 이빨!”

 

  “한 번 더 차줄까?”

 

  오돈이 눈물을 흘리며 경악했고, 철수는 아직 분이 다 삭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쯤 해. 어차피 뭣도 없는 놈이야. 부하도 없고, 무기도 가지고 있지 않아. 지금은… 이곳을 벗어나는 게 급선무야… 마지막에 저 녀석이 소리친 까닭은 이 상황을 알리기 위함이니까.”

 

  개똥이 괜한 시간 낭비를 막아서며 입을 열었다.

 

  개똥의 능력은 어디까지나 짐승의 눈빛을 읽는 것이었다.

 

  그들의 소리가 가지는 의미를 알 수는 없었다.

 

  어쨌든 적이는 그 마지막 순간에 말도 안 되는 힘을 발휘해 울음을 전파했고, 알리고 싶은 정보를 전달했다.

 

  방금 전은 말도 안 되는 행운이 따랐지만, 다음 번 또한 행운이 따를 것이란 보장은 없었다.

 

  “형 말이 맞아… 이번에는 실수 없이 움직이면 될 거야. 어차피 이 놈은 힘이 잃었어. 내가 굳이 잡고 있을 필요도 없는 것 같네.”

 

  방석이 개똥의 의견에 동조하며 힘을 풀었다.

 

  대자연과 하나가 될 뻔했던 오돈이 신음을 내며 일어섰다.

 

  “망, 망할… 내 이빨… 가만두지 않겠어… 내가 본가로 돌아가면… 네놈들 목에 현상금을 걸겠어!”

 

  부어오른 턱을 감싸며 오돈이 저주를 퍼부었지만, 아이들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경산을 나갈 수 있다면 그렇게 해 봐. 이 험한 산맥을 산나물 구별도 못 할 양반이 어찌 헤쳐나갈 수 있겠어?”

 

  사실을 적시하며 송이가 복장을 다듬었다.

 

  철수가 겉에 걸치고 있던 넉넉한 겉옷을 본인의 체구에 맞도록 접고 묶어서 찢어진 본래의 옷을 보완했다.

 

  “끽해야 멧돼지 밥이나 되지 않겠어? 어서 가자, 형.”

 

  철수가 한 수 거들었고, 방석과 개똥은 서로 약간 서먹한 채로 짐을 들었다.

 

  “대나무 숲을 완전히 나가기 전에 죽창을 만들기 위한 재료는 좀 챙겨서 가자.”

 

  “응, 나도 동감이야.”

 

  개똥과 방석은 탈출을 위한 최선의 수를 염두하고 있었고, 이미 모든 것을 잃어버린 오돈은 안중에도 없었다.

 

  대략적인 계획이 세워지자 마자 아이들은 발을 움직였고, 서서히 오돈의 곁에서 멀어졌다.

 

  그 뒷모습을 바라만 보던 오돈은 덜컥 겁이 났다.

 

  아이들의 말대로 지금 이 상태로 이곳에 혼자 있으면, 멧돼지 밥 외에 될 것이 없었다.

 

  “잠, 잠깐! 가, 같이 가는 것을 허락하도록 하지! 만약 무사히 나를 이 산 바깥까지 안내한다면, 쌀 열 가마 씩을 하사하도록 하겠다! 응? 내, 내 덕에 이긴 거잖아? 내가 행운의 부적 같은 존재 아닌가? 응?”

 

  조금 추한 태도였지만, 생존을 위해서는 체면도 버려지는 것이다.

 

  오돈은 납작 엎드린 자세로 아이들의 꽁무니를 쫓았고, 아이들은 어떠한 응답도 없이 발을 바삐했다.

 

  경산을 떠난 지 이틀이 되는 날.

 

  아이들은 첫 번째 불개의 습격을 뜻밖의 행운으로 이겨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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