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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하늘에서 떨어졌는데 과거로 돌아왔다
작가 : 시제
작품등록일 : 2021.12.29

음악으로 성공하겠다며 기타 하나 매고 서울로 올라온 당찬 남고딩 최영소! 혼자 살다보니 밤낮이 바뀌는 건 한 순간이다. 그 날도 여느 때처럼 새벽 내내 기타를 치다 쓰러지듯 침대에 누웠는데, 눈을 떠보니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지?’ 채 다 생각하기도 전에 엉덩이는 흙바닥에 내동댕이 쳐졌고 영소에게 손을 내밀어준 사람은 다름아닌 … 준호 형? 영소와 같은 밴드에서 베이스를 치는 준호가 곤룡포를 입고 영소에게 손을 내밀었다.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으나 정말 이곳이 과거, 조선이라는 걸 알게 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영소는 돌아갈 방법을 찾기 위해 궁 안에서 목숨을 걸고 뛰어다니지만 하필 영소가 하늘에서 떨어진 그 날, 궁녀 연쇄 살인 사건이 일어나면서 영소는 역사의 인물들과 아주 깊숙이 엮이게 되는데… 21세기 평범하디 평범한 남학생 최영소는 과연 현재로 돌아갈 수 있을까?

 
14화
작성일 : 22-02-28 00:34     조회 : 189     추천 : 0     분량 : 4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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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하."

 

 "왜 아직 안 갔소?"

 

 중전은 왕이 다니는 길목에서 주상이 오시기를 기다렸다. 조금 희미하게 화색을 띄우며 중전이 왕에게 다가갔으나 돌아오는 왕의 대답은 쌀쌀맞기 그지 없었다. 중전은 순식간에 겪은 수치에 미소를 거두었다. 왕은 중전의 얼굴을 구경하며 이제야 본색을 드러내냐며 당치도 않게 비웃었다. 눈 하나 깜짝 하지 않고 중전이 되받아쳤다.

 

 "보는 눈이 많은데, 말씀을 가리시지요."

 

 중전은 왕에게 한발자국 다가가 작게 속삭였다. 두 분 전하를 따르는 궁인들 모두가 두어 걸음 뒤로 물러나 고개를 돌렸다. 다정한 국왕 부부의 모습이 실상은 피튀기는 전쟁터라는 것을 그들 또한 모르지 않았으나 상전의 은밀한 사정을 숨겨야 하는 것이 궁인들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전하께서 일 년동안 정궁의 문안도 받지 않고 홀대하였다 소문이 나면, 피차 상황이 나빠지는 건 우리 둘 다 같으니."

 

 "..."

 

 중전의 고혹적인 숨소리가 왕의 귓가에 어른거렸다 사라졌다. 짙은 눈매가 왕을 뚫어져라 바라보다, 굳어버린 몸을 발견하고는 피식 웃으며 떨어졌다. 은은한 장미향이 코 끝에 한동안 머물었다. 왕은 입 안의 살을 질근질근 깨물다 중전의 허리춤을 바싹 끌어당겼다. 낯 뜨거운 자세에 당황한 중전이 주상의 손을 밀어내려하자, 왕은 힘을 더욱 주며 중전의 귀에 속삭였다.

 

  "중전께선 그까짓 궁인들 몇 사라졌다고 신경이나 쓰실 위인이 아니신데, 편전에 나오면서까지 수사권을 달라 청한다? 무언가 이상하지 않소?"

 

 "…제게 다른 의도가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럼, 없나?"

 

 왕의 눈에선 마치 불꽃이 일었다. 아까 편전에서 나오기 직전, 좌의정과 중전이 서로 눈을 맞추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 왕이 내전 출입을 금한다 한들 중전과 좌상의 권세에는 변함이 없음을 신료들 앞에서 대놓고 자랑을 하였으니 왕의 체면이 아주 말이 아니었던 것이다. 범인을 색출하는 것처럼 무섭고 냉혹한 눈이 중전의 눈, 코, 입, 그리고 목줄기를 샅샅이 훑었다. 그러나 중전도 그 기세에 지지 않으려 눈을 부릅떴다. 뒷목을 타고 흐르는 긴장의 실체를 들키지 않기 위해 숨을 작게 내쉬었다.

 

 "나는 그대가 어떤 사람인지 아주 잘 알잖아. 가고자 하는 길에 방해가 된다면 그게 누구든 등에 칼을 꽂을 자라는 걸."

 

 왕은 칼에 힘주어 어금니를 물었다. 허리를 잡지 않은 다른 손은 중전의 어깨를 마치 부러뜨릴 것처럼 꽉 잡았다. 중전이 단발마의 신음을 내며 어깨를 뒤틀었지만, 되려 더욱 구속되어 버렸다. 왕의 악에 받힌 목소리가 깊은 단전에서부터 올라와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거렸다.

 

 "난 그대에게 칼을 쥐어주지 않을 거야. 그러니 부디 그만 나서길 바란다."

 

 왕은 던지듯 중전을 밀어내었다. 중전의 뒷덜미가 모욕감에 붉게 물들었다. 궁인들이 뒤를 돌아 있어 이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짐짓 상처받은 눈으로 왕을 올려다보자, 왕은 그만 눈을 피하고 말았다. 감정을 주체할 수 없어 너무 과하게 힘을 준 것은 아닐까. 그러나 이제 두 사람 사이에는 가벼운 사과도, 두터운 신뢰도 찾아볼 수가 없을 만큼 골이 깊어졌다.

 

 

 

 중전은 코 끝이 찡해지는 것을 참았다. 너무 한 것 아니냐는 눈으로 애처롭게 쳐다보았으나 왕은 반응이 없었다. 그저 눈을 돌릴 뿐. 도무지 이 깊고 넓은 골의 시작을 찾을 수가 없다. 중전은 감내할 수 있었다. 국모의 자리가 평범한 필부필녀가 아님은 잘 알았다. 아내를 넘어 정치적인 입지가 되어주리라 다짐했다. 그래서 이토록 억울했다. 한순간에 차갑게 변해버린 왕은 자신의 어떤 말도 들으려 하지 않았다. 다가오면 칼을 겨누고 밀어내었고 철저하게 외면했다. 소용 임씨가 딸을 낳은 것도 그 때였다. 중전의 문안도, 합궁도 전부 거절하겠다 선언해놓고는 말이 나오지 않게 다른 후궁에게 후계를 볼 작정이었던 것이었다. 언젠간 달라지시리라 생각하고 의연하게 버티고 있던 중전에게도 차마 견딜 수 없던 시간이 있었다.

 

 내전 출입을 금한 일도 그랬다. 영민한 왕이 모르고 벌인 일은 아니었다. 국구의 내전 출입을 막았다는 것은 곧 중전의 힘을 처단하겠다는 뜻, 심중의 숨은 의도가 어찌되었든 결과는 그리 흐를 것이었다. 일등 공신에 왕의 든든한 뒷배가 되어줄 좌상과 그의 권세가 내팽겨쳐지는 쪽으로. 이 상황이 오래되면, 좌상은 가만 있지 않을 것이다. 지난 변란에서 세자를 모시며 전투를 누볐던 사람이다. 권력의 욕심이 끝도 없는 사람이다. 그런 욕심을 이용해 왕이 된 사람은 바로 주상이었다. 그리고 그런 주상을 만든 사람은...

 

 "앞으로 대전에서 문안 인사 올리겠사옵니다."

 

 중전은 생각을 멈추고 체념하듯 말했다. 제발 한번은 양보 좀 해주시라 간절한 염원이 담겼다.

 

 "받지 않을 것이오."

 

 "전하! 이제 그만,"

 

 중전은 인상을 쓰며 고개를 떨구었다. 왕이 자신을 믿든 말든 그녀는 해야 할 일이 있다. 가고자 하는 길이 있다. 중전은 당의 속에 보이지 않는 손으로 주먹을 쥐며 뒷말을 삼켰다. 오늘은 왕을 알현하고, 편전에서나마 아버님을 뵈었으니 나름의 성공이다. 더 상처받기 전에 피하는 것이 좋으리라.

 

 "이만 물러나겠나이다."

 

 "다음 피해자가 나오기 전까지 범인을 잡는다면 중전의 문안을 받는 것은 물론 국구의 내전 출입도 허락해주겠소."

 

 중전이 큰 눈을 동그랗게 뜨며 왕을 올려다 보았다. 혹시 자신의 뜻을 조금이나마 알아채신 것일까 일말의 기대감이 섞였다.

 

 "내가 보기엔, 안될 것 같소만."

 

 그러나 기대는 처참히 무너져버렸다. 왕은 싸늘한 표정으로 중전을 먼저 지나쳤다. 중전은 그만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마음 속 한구석이 매우 공허했다.

 

 "마노라, 괜찮으시옵니까?"

 

 "..."

 

 윤상궁이 허겁지겁 뛰어와 중전을 부축했다. 걸으실 수 있겠냐는 말에 정신없이 한 걸음을 내딛었다. 저 멀리 붉은 곤룡포가 보인다. 어쩐지 다시는 가까워질 수 없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

 

 

 

 

 

 좌상의 집, 사랑방에는 밤늦게까지 손님이 들끓었다. 좌상의 아들인 병조참의가 문 밖까지 손님들을 배웅하고 나서야 좌상은 소복을 입은 채로 아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병조참의는 영 아쉬운 듯 못내 눈을 삐죽 뜨며 아버님을 타박하였다.

 

 "아버지, 이제 그만 사랑방에 나와 사람들 좀 만나주시지오. 좌상 대감 뵙겠다 찾아온 분들이 저를 보고 실망하는 눈이 얼마나 가슴 아픈지, 아버님은 아십니까?"

 

 "못난 아비 둔 덕에 아드님께서 고생이 많구나."

 

 붙임성이 좋고 호탕한 기질의 병조참의는 사람들을 대하고 구슬리는데 능했다. 그런 기질은 아버지를 닮은 것이니 왜 좌상네 집 사랑방이 유독 넓직한지는 안 보아도 뻔한 일이다.

 

 아들은 아버지를 상석에 앉히고 매화주 한 잔을 올렸다. 올 봄 처음으로 맺힌 매화를 따다가 담근 풋술이다. 유 대감은 마다하지 않으며 한모금으로 입술을 축였다. 몇 잔 더 올린 후, 병조참의가 은근히 말문을 틔웠다.

 

 "언제까지 함구하실 겁니까."

 

 상참에서 참여하지 않는 좌의정의 모습에 대해 이런저런 뒷말이 나오고 있음을 염두한 말이었다.

 

 "..."

 

 "중전마마께서 편전에 드신 걸 보니, 얼마 지나지 않아 전하께서도 마음을 바꾸실 것입니다."

 

 "과연 그럴까. 나는 좀 다른 생각이 드는구나."

 

 오늘 왕은 중궁전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평소라면 내명부의 일은 내명부 법도에 따라 알아서 처리하라 유보하였을 왕이, 중전에 대한 신뢰만큼은 있었던 왕이 조금 달랐다. 지난번 중전을 알현했을 때에도 두분 사이에 별다른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왜, 깊은 적대감이 느껴졌던 걸까?

 

 "전하께서는 동태가 어떠시냐?"

 

 "평소처럼 일만 하십니다. 조회가 없으니 관청 곳곳을 둘러보시며 직접 정무를 돌보시더이다. 상참에 들지 않는 하급 관리들은 전하의 용안을 직접 뵈었다며 분위기가 더 좋아진 편이고요."

 

 "...혹시 일부러 그러시는 걸까."

 

 좌상의 머릿속에서 '만에하나'라는 가정이 붙었다. 만에하나 그간 좌상이 보았던 것이 거짓이었다면, 만에하나 중전과 왕의 사이가 정말 안좋은거라면, 그래서 일부러 중전이 편전에 나와 아버님 보란듯이 발언을 했던 것이라면? 좌상의 속내가 어떠한지 떠보기 위해서, 혹은 좌상이 이런 일을 겪어도 허튼 마음을 갖지 않도록 중궁이 일부러 그리 나선 것이라면? 말의 아귀가 딱 맞아 떨어지고 있었다. 좌상의 감은 한번도 허투른 적이 없다.

 

 "예?"

 

 병조참의는 아직 아버지처럼 속내를 굴리고 감추는 데는 미숙했다. 유 대감은 손을 뻗어 아들의 볼을 툭툭 애정어리게 쓰다듬었다. 그리곤 인상을 쓰는 건지 만족스럽게 웃는 건지 모를 미묘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래도 중전마마께 밀서를 보내야겠구나. 왕께서 꽁꽁 숨기려 드는 보물이 무엇인지 알아내려면 서두르시라고 말이다."

 

 "아, 예. 아버님께서 일러주시면 제가 써서 보낼까요?"

 

 "아니, 내가 직접 쓰고 밀하지."

 

 유 대감은 단칼에 아들의 호의를 자르고 도포 자락을 펄럭이며 홀로 서재로 들어갔다. 그는 누구도 믿지 않는다. 그것이 아들이든, 딸이었던 중전이든 말이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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