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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황후귀환 : 미친 황후가 돌아왔다.
작가 : 회색수달
작품등록일 : 2022.2.27

"이젠 그만 나를 놓아줘." 버둥 거리는 내 발을 보며 평생을 함께한 남편이 한 말은 자기를 놓아달라는 것이었다. 그것으로 모자라 그는 나를 죽였다. 다시 깨어나 보니 어느 영애의 몸. 신이 내 마지막 기도를 들어준 것이 분명하다. 난 새로 얻게 된 이 삶으로 나를 죽인 이들에게 복수할 것이다.

 
19. 우아하지만 확고하고, 부드럽지만 단호한
작성일 : 22-02-27 22:15     조회 : 223     추천 : 0     분량 : 4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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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렌의 표정은 여유롭기 그지 없었다.

 

 당장에라도 달려들 것 같은 뱅을 보면서도 엘렌의 입 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자리했다.

 

 당황스러운 것은 아델린이었다.

 

 그 여유로운 표정은 뱅의 화를 돋웠다.

 

 그 누구도 뱅 앞에서 저렇게 여유로운 표정을 한 적은 없었다.

 

 속으로는 욕해도 막상 겉으로는 다들 그의 눈치를 보고, 그의 말을 따랐기에 뱅은 흡사 자기가 시아르댕의 주인이라도 된 것처럼 행동했다.

 

 그것이 제가 가진 권위처럼 말이다.

 

 그런 뱅에게 고개를 숙이기는 커녕 여유 가득한 모습을 보이는 엘렌은, 그야말로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과 다름 없었다.

 

 뱅의 눈에서 불꽃이 튀어 올랐다.

 

 눈이 휘둥그레진 아델린이 얼른 엘렌을 끌어당겼다.

 

 하지만 이끌린 것은 아델린이었다.

 

 엘렌은 손을 들어 아델린의 팔뚝을 토닥거리며 진정시켰다.

 

 뱅에게 조금도 밀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묘한 기운이 감도는 사이에서 역시 팔은 안으로 굽는 법이었다.

 

 아델린도 덩달아 엘렌처럼 뱅을 쳐다봤다.

 

 저에게 수그러드는 아델린을 보며 한쪽 입술을 빼뚜름하게 올리던 뱅의 화가 머리 끝까지 차올랐다.

 

 뱅이 순식간에 눈빛을 달리하더니 큰 소리를 냈다.

 

 “이봐! 아델린! 엘렌!”

 

 “뱅, 무슨 일이죠?”

 

 “무슨 일이죠? 지금 그런 소리가 나와? 당장 이리로 오지 못해?”

 

 뱅이 발을 쾅쾅 구르며 소리쳤지만, 엘렌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그와 확연히 차이가 나는 차분한 어조와 부드러운 눈빛을 띈 채 뱅에게 맞서고 있었다.

 전에 볼 수 없는

 

 우아했지만 확고했고, 부드러웠지만 단호했다.

 

 전에는 결코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색다른 두려운 마음이 아델린을 감쌌다.

 

 하지만 엘렌에게 붙잡혀 옴짝달싹 할 수 없었다.

 

 “왜 이리 늦은 거야? 또 밖에서 농땡이 피우다 온 거지? 내가 모를 줄 알아?”

 

 “뱅. 목소리를 낮추는 것이 좋겠어요. 마구간의 말들이 놀라거든요.”

 

 여전히 부드러운 목소리를 한 엘렌의 말은 사실이었다.

 

 옆에 있던 블랭스가 뜨거운 콧김을 내뿜으며 앞발을 들썩거리더니 이내 엉덩이를 씰룩 거렸다.

 

 콧잔등에는 굵은 주름까지 생기며 눈을 부릅뜨는 것이 당장이라도 뱅을 향해 돌진 할 것 같았다.

 

 안 그래도 뱅과 엘렌 사이에서 난감했는데, 블랭스까지 보태는 형국에 아델린은 울고 싶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엘렌은 달랐다.

 

 오히려 여유롭게 블랭스를 달래기 시작했다.

 

 흥분한 블랭스의 콧잔등을 부드럽게 매만지더니 작게 속삭였다.

 

 눈 앞에서 길길이 날뛰는 뱅이 있는데도 아랑곳 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보란듯이 블랭스의 콧잔등에 이마를 대고 가볍게 고개를 저어 댔다.

 

 바로 옆에 있던 아델린은 분명히 들을 수 있었다.

 

 엘렌이 하는 말을.

 

 “괜찮아, 블랭스. 곧 진정 될거야. 쉬- 착하지?”

 

 차차 진정한 블랭스가 천천히 숨을 쉬며 엘렌과 눈을 맞춰왔다.

 

 블랭스의 눈이 얼마나 맑고 순종적이었는지, 아델린도 저도 모르게 그와 같은 눈을 하고있었다.

 

 멍한 아델린의 손이 어느새 블랭스의 콧잔등에 올라갔다.

 

 엘렌이었다.

 

 어색한 손길에 블랭스가 고개를 흔들려고 하자 엘렌이 다시 블랭스를 붙잡고 속삭이기 시작했다.

 

 “너의 주인이자 파트너야. 앞으로는 아델린이 널 돌봐줄거야.”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는 엘렌이었지만, 아델린은 저도 모르게 맞장구를 쳤다.

 

 “응, 맞아. 내가 널 돌봐줄게 블랭스.”

 

 아델린은 조금 전 엘렌이 했던 것처럼 블랭스의 콧잔등을 쓰다듬으며 작게 속삭였다.

 

 그리고는 엘렌이 알려주는 대로 블랭스의 눈을 마주하며 교감을 시도했다.

 

 블랭스가 천천히 진정하기 시작했다.

 

 이 모습을 본 뱅의 속은 완전히 뒤집어졌다.

 

 “야! 엘레오노르! 아델린! 지금 당장…!”

 

 “이보게 뱅.”

 

 뱅의 뒤에서 낮지만 묵직한 소리가 들려왔다.

 

 총감독이었다.

 

 엘렌과 아델린에게 제 화부터 쏟아 내느라 뒤에 있던 총감독의 존재를 잊어버린 것이 분명했다.

 

 총감독은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이라고 했다.

 

 하지만 엘렌이 보인 모습에, 그를 따른 아델린 때문에 화를 내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한가득 몰려왔다.

 

 아델린이 몸을 낮춰야 하나 고민하는 찰나였다.

 

 그보다 먼저 몸이 낮아진 사람은 뱅이었다.

 

 순식간에 총감독에게 굽신거리기 시작했다.

 

 “감독님! 엘레오노르와 아델린이 워낙 버릇이 없어놔서…”

 

 “엘레오노르의 말대로 목소리를 낮추는 것이 좋겠네.”

 

 총감독의 눈길이 마구간을 한바퀴 휘감았다.

 

 말들이 초조해하며 안절부절 못하는 것이 아델린의 눈에도 들어오는데, 총감독의 눈에 들어오지 않을 리 없었다.

 

 “자네는 역시 말과는 친하지 않은가 보군.”

 

 “아, 아닙니다. 그저, 저 녀석들이 시간 아까운 줄 모르는 것 같기에 야단을 치려던 것 뿐입니다. 제가 이 시아르댕을 얼마나 좋아하고, 이 곳의 말을 얼마나 좋아하는 뎁쇼.”

 

 채 허리를 펴지 못한 모습에서 손바닥을 싹싹 비빈 뱅이 누런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말들을 향해 히죽 웃어 보이기 까지 하자 곁에 서 있던 일꾼들이 못 볼 것을 봤다는 양 얼른 고개를 돌려버렸다.

 

 뱅이 아부를 떨거나 말거나 총 감독의 눈은 오로지 엘렌을 향해 있었다.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는 것이 더 적절한 말일 것도 같았다.

 

 “엘레오노르, 말을 아주 잘 아는 것 같군.

 

 총감독이 뱅을 스쳐 엘렌에게 다가왔다.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어깨를 편 엘렌과 달리 아델린은 침을 꿀꺽 삼켰다.

 

 “승마를 해 본 적이 있나?”

 

 “아니…에엑!”

 

 무의식 중에 엘렌을 대신해 입을 열던 아델린이 꽥 비명을 질렀다.

 

 엘렌이 앞으로 나아가며 아델린의 발을 콱 밟은 탓이었다.

 

 “없습니다.”

 

 아델린을 향해 싱긋 웃어 보인 엘렌이 대답했다.

 

 그 미소는 섬뜩한 경고 같았다.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승마를 해 본적은 없지만, 말에 대한 관심이 많아 다양한 책을 읽고 어깨 너머로 배웠을 뿐입니다.”

 

 “그래?”

 

 “네. 아버지께서 종종 말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시고 보여주셨거든요. 그래서 저도 아델린도 말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렇군.”

 

 엘렌의 대답을 미심쩍어 하던 총감독이 마지막에 덧붙인 이야기에 아델린을 돌아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눈물이 고여 글썽 거리는 눈을 한 아델린이 그저 블랭스만 꼭 붙잡고는 고개를 주억거리고 있었다.

 

 “이 시아르댕에 이런 고급 인력이 있는 줄 몰랐군. 그런데 이렇게 함부로 쓰고 있다니.”

 

 이 상황을 잘 이용하고 싶었는데 마침 도와주는 사람이 나타났다.

 

 그 사람은 의외로 뱅이었다.

 

 뱅의 표정은 당황으로 물들어 있었지만 입 발린 소리만큼은 멈추지 않았다.

 

 “제가 말 관리 전문가가 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의 했지만, 엘렌은 동생 아델린과 함께 하고 싶다면서 거부했습니다.”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더 좋은 곳으로 간다는데 싫다고 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다들 가고 싶어도 뱅의 훼방 때문에 오히려 시아르댕을 나간 사람이 한 둘이 아니었다.

 

 각자가 돌봐야 하는 말 옆에 찰싹 붙어 있던 사람들이 귀를 쫑긋 세우다 못해 엘렌과 총감독을 향해 고개를 쭉 빼내밀었다.

 

 “그래? 그렇다면 잘됐군. 뱅 자네가 그리 추천 한다니. 엘레오노르, 자네는 이제부터 신입들이 하는 일을 할 것이 아니라 말 전문 관리자의 일을 돕는 것이 좋겠군.”

 

 * * *

 

 좋은 일은 엘렌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델린도 블랭스의 마구간 안에 들어와 있었다.

 

 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제는 건초더미를 나르고 물통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블랭스를 돌보게 된 것이었다.

 

 모두 엘렌이 총감독에게 특별히 부탁했기에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었다.

 

 “총감독님. 제 능력을 알아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저도 한가지 제안 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알랭은 아직 말을 돌보는 솜씨가 미흡하니 블랭스와 더 친해지고, 잘 돌볼 수 있는 아델린이 함께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갑작스러운 알렌의 말에 총감독이 당황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렇다고 그냥 물러설 엘렌이 아니었다.

 

 기어코 그에게 쐐기를 박았다.

 

 “이 시아르댕에서 아델린만큼 블랭스와 교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아까 편자를 교체 후 확인할 때도 대부분 아델린이 승마장의 말에게 있어 사람과의 교감만큼 중요한 것은 없죠.”

 

 총감독이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고, 아델린은 그렇게 알랭과 함께 블랭스를 돌보게 된 것이었다.

 

 “아, 엘렌 진짜 부럽다. 그렇지 않아 아델린?”

 

 “응. 당연히 부럽지.”

 

 조금 전 일을 떠올리며 아델린이 싱긋 웃었다.

 

 “아델린. 만약에 말이야. 만약에 엘렌이 없었다면, 그 자리에 아델린이 갔겠지?”

 

 주위를 둘러본 알랭이 은근히 목소리를 낮췄다.

 

 그리고는 은밀하게 아델린 곁에 서서 속삭였다.

 

 “아니.”

 

 하지만 아델린의 대답은 단호했다.

 

 “만약 나였으면, 엘렌처럼 대범하게 행동하지 못했을 거야. 엘렌이니까 그 자리에 갈 수 있는 거야.”

 

 ‘그리고 나도.’

 

 마음으로 말을 덧붙인 아델린이 엘렌이 한 것 처럼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어깨를 쭉 폈다.

 

 그리고 그녀가 한 말을 떠올렸다.

 

 “아델린, 네 말을 잘 돌봐야 해. 그래야 좋은 기사가 될 수 있어.”

 

 * * *

 

 총감독을 따라 온 곳에 한 무더기의 사람들이 있었다.

 

 말을 담당하는 전문 관리사들이었다.

 

 몸에 착 달라붙는 슈트와 말을 교육할 때 사용하는 채찍을 들고 있는 것으로 봐서는, 그들은 말의 건강과 안위 뿐만 아니라 교육도 담당하는 것처럼 보였다.

 

 역시, 내가 생각했던 그대로군.

 

 마음으로 히죽 웃는데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소문 들었네. 자네가 그 소문의 주인공이 엘레오노르군.”

 

 “소문이요? 어머! 제 소문이 벌써 여기까지 났나요? 이러다 시아르댕의 경주마보다 제가 더 유명해 지는 것 아닌가요?”

 

 깜짝 놀란 표정을 한 채 너스레를 떠는 내 모습에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다들 막내의 어리광으로 생각하며 귀엽게 받아들이는 것인지 호탕하게 웃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일하게 된 엘레오노르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자세를 바로 하고 왼쪽 가슴에 손을 올려 씩씩하게 인사를 해 보였다.

 

 혹시 이들 중 기사 출신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내 모습에도 그저 귀엽다는 듯이 보고 있는 것으로 봐서는 기사 출신은 없어 보였다.

 

 있었다면, 무릎만 꿇지 않았지 기사들이 인사하는 방식을 그대로 하는 나를 보며 저런 표정을 짓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기사 출신이 없는 것은 오히려 다행이었다.

 

 늘 붙어있던 아델린도 이젠 블랭스에게 붙어 있어야 했다.

 

 이보다 더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앞으로 직접 만나게 될 더 많은 말과 그 후의 계획에 대한 생각으로 얼굴에 떠오르는 커다란 미소를 참아내느라 안간힘을 쓰는 중이었다.

 

 “엘레오노르?”

 

 누군가 내 이름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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