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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붉은실의 끝맺음
작가 : allzero
작품등록일 : 2022.2.23

1930년, 경성. 나라도 마음도 자유롭지 못하던 그 날의 어디선가 만나 아무도 모르게 붉은 실로 얽힌 이들의 이야기.

 
#18. 나를 위해 사는 것
작성일 : 22-02-27 19:55     조회 : 173     추천 : 0     분량 : 8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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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하람: 나 내일 일본으로 떠나.

 하람의 말에 신아가 눈을 크게 뜨며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고하람: 작은 할아버지가 일본에서 회사를 운영하고 계시는데 날 보내라고 하셨나 봐. 일을 가르쳐 주시겠다고. 만약 내일 일본으로 가면 다시 못 돌아올 수도 있어. 가기 전에 너랑 영민이 한테는 말해야 할 것 같아서 해월관으로 가던 길이였고.

 류신아: 그럼...이렇게 만나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

 고하람: 근데 신아야.

 하람이 마지막이라는 신아의 말을 단호하게 끊으며 말했다.

 고하람: 방금 네 말을 듣고 생각이 바뀌었어. 일본에 가라는 할아버지 말을 들으면서도 나는 내가 어쩌고 싶은지는 생각도 안하고 무조건 받아들여야 한다 고만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그렇게 살기 싫어졌어. 내가 어떻게 살고 싶어하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지금 부

  터 찾아볼게. 일본 유학은 내가 원하던 게 아니였으니까.

 신아는 알았을까. 자신이 별 뜻 없이 한 말이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만큼 전환점 같은 존재가 됐다는 걸. 신아의 말을 들었을 때 하람은 속에서 무언가 들끓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용기가 생겼다. 늘 망설이고 주저 했지만 이제는 만형 에게도 연진 에게도 당당하게 자신이 하고 싶은 걸 요구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 잔잔한 물결 소리, 간지럽게 불어오는 바람 냄새, 숲에서 들려오는 벌레 소리까지. 하람과 신아는 그때의 그 분위기와 서로에게 받았던 느낌을 잊을 수가 없었다.

 류신아: 좋네.

 신아가 하람 에게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고하람: 그럼 이제 가볼까?

 류신아: 어딜.....?

 고하람: 만나야 될 사람, 너 말고 한 사람 더 있어.

 -해월관-

 고하람: 아 근데 영민이 지금 자고 있는 거 아니야....?

 류신아: 두들겨 깨우면 되지.

 고하람: 아.

 영민을 만나기 위해 해월관으로 온 두 사람은 혹여 다른 사람들이 깨지는 않을까 목소리를 한껏 낮추고 조심스럽게 복도를 걸었다. 그때 두 사람의 뒤에서 인기척이 들리더니 커다란 그림자가 신아와 하람을 덥쳤다. 하람이 너무 놀란 나머지 다른 조직원들이고 뭐고 그 자리에서 냅다 소리를 지를 뻔한 걸 신아와 영민이 하람의 입을 틀어 막아 겨우 말렸다. 잠시만....영민..?

 고하람: 조영민?

 조영민: 너희 뭐냐? 왜 이 시간에 같....설마....

 하람과 신아의 말소리에 잠에서 깬 영민이 두 사람을 보며 말을 흐렸다.

 조영민: 너 임마! 신아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이 저녁에 여기까지 와서! 형님들이 아시면 아무리 너라고 가만 두실 것 같아??

 류신아: 아무 짓도 안 했는데?

 영민이 발끈하며 하람의 멱살을 잡고 얘기하자 신아 옆에서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조영민: 뭐?

 류신아: 안 했다고 아무것도. 아니 근데 애초에 혼자 뭔 생각을 하는 거야?!

 고하람: 영민아. 같은 남자로서 너의 그 생각 존중하지만, 난 그런 사람이 아니란다.

 두 사람의 말에 혼자 뻘쭘해진 상황이 되자 영민은 고개를 숙이고 말을 얼버무렸다.

 조영민: 뭐야.......그럼 이 시간에 둘 이서 뭐 하는데.

 고하람; 너한테 할 말 있어서. 일단 좀 들어가서 얘기하자.

 갑자기 진지해진 하람의 표정과 말투를 보며 흠칫 놀란 영민이 말없이 두 사람을 자신의 방으로 안내했다.

 조영민: 뭔데 할 말이?

 고하람: 나 집 나왔어.

 영민, 신아: 어?!

 하람의 말에 신아 까지 당황하며 목소리를 키웠다. 신아가 생각했던 말은 이런 게 아니였는데...신아는 하람이 자신한테 얘기해줬던 것처럼 또 하나의 새로운 꿈이 생긴 사실을 영민에게 전한다는 줄로만 알았는데.... 하람의 입에서 나온 말은 신아의 생각과는 조금도 접점이 없는 헛소리였다.

 고하람: 뭐야, 신아 너는 왜 놀라?

 류신아: 아니 너 나한테도 집 나왔다는 얘긴 안 했잖아. 그냥 용기가 생겼다고 그랬지. 그럼 영민이는 왜 만나러 오자고 한 거야?

 고하람: 당연히 재워 달라 고지.

 조영민: 네가 재워 달라고 하면 내가 재워 줄줄 알았냐? 나 누구랑 같이 못 자. 밤에 예민해서. 그리고 집 나왔다는 건 또 뭔 소리야. 뒤늦은 반항이면 적당히 하다 들어가. 애도 아니고.

 고하람: 나 지금 이대로 집 들어가면 내일은 일본 가는 배에 타고 있어야 해. 너희 다시 못 본다고!

 하람의 말에 영민이 말문이 막힌 듯 눈에 힘이 들어간 채로 갑자기 침대에서 일어나 문을 걸어 잠그고 방에 있는 창문도 닫고는 하람의 어깨를 잡고 다급하게 얘기했다.

 조영민: 옷은 내 거 입으면 되고, 침대는 대충 반반 나눠 쓰고 형님들은 신아가 설득하면 되고 또.....

 류신아: 뭐하냐 너.

 조영민: 어? 대책 생각.....

 류신아: 일단 진정하고 앉아.

 당황하며 하람을 붙잡고 서 있었던 영민을 신아가 진정 시켰다.

 조영민: 갑자기 일본은 왜 간다는 거야? 그냥 여행이야?! 언제 오는데? 아님 설마 그냥 눌러사는 거야??

 고하람: 일본에서 작은 할아버지가 회사를 운영하고 계셔. 일을 가르쳐 주신다고 날 일본에 보내라고 하셨다나봐. 근데 난 가기 싫어. 신아 말 듣고 깨달았거든. 지금까지 살면서 단 한번도 날 위한 어떤 선택도 해본 적이 없었다는 걸. 그래서 이번에는 내가 원하는 대로

  할 거야.

 류신아: 근데 그렇다고 무턱대고 집을 나온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잖아. 차라리 말씀을 드리는

 고하람: 말씀 드리면, 사람들 손에 끌려서 배 타게 될걸? 그건 더 싫어. 일단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상황 피하기 그리고 전략 세우기. 내일까지만 있을께. 내일 네 생일이잖아. 네 생일은 직접 축하해주고 싶어 신아야.

 진지하게 말하던 하람이 이내 신아를 보며 웃음을 보여줬다. 하람의 저 어린애 같은 웃음을 보면 어떤 거라도 마지못해 양보하게 되는 게 있다. 웃는 얼굴에 싫은 소리를 못 하겠달까.

 조영민: 내일 어른들 만나면 설득 할 자신은 있고?

 고하람: 자신은 없지만 그래도 신아 말처럼 언제까지 피해 다닐 수는 없잖아. 내 의견 솔직하게 말씀드리고 집에서 제대로 쫒겨나든 의절을 당하든 뭐라도 해야지. 아 나 쫒겨나면 해월관에 취직 좀 시켜주라. 내가 이래 봬도 몸 쓰는 일, 머리 쓰는 일 둘 다 꽤 해!!

 하람의 특유의 장난스러운 어투에 신아와 영민도 덩달아 웃음을 보였다.

 조영민: 그런 걸 우리가 정 하냐. 영 형님이 정하시지.

 고하람: 아이 그러니까. 너희들이 형님한테 말 좀 잘 해줭. 응? 영민 형님~ 신아 누님~

 그날 밤, 어두운 밤 하늘을 밝게 비추는 건 별과 달만이 아니였다. 세 사람의 웃음 소리와 웃는 얼굴, 서로를 향해 짙어져 가는 우정이 어두웠던 마음에 등불이 키듯 다같이 있는 영민의 방안을 환하게 비추었다.

 -다음날-

 허 영: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일까......

 송재희: 글쎄요.....

 박중현: 왜 하람이가....여기 있는 거야......?

 영과 재희, 중현은 영민의 침대에서 배게를 안고 자고 있는 하람과 그런 하람한테 밀려 바닥에 떨어져서 불편한 듯 미간을 찡그리면서 자는 영민을 보며 도통 상황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고하람: 야 조영민~! 미안하다니까 진짜.

 조영민: 차가운 바닥에서 자서 허리가 아직도 뻐근하다고. 넌 내 침대에서 잘 잤냐?!

 고하람: 어..엉..ㅎㅎ 네 침대 진짜 좋더라. 그냥 맨날 네 방 와서 잘 까봐.

 조영민: 그럼 난 맨날 바닥에서 자라는 거야?? 아오 이걸 진짜.

 하람과 영민은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에서 욱신각신 싸우며 어젯밤 있었던 일을 얘기하고 있었다.

 고하람: 어?신아! 잘 잤어?

 류신아: 응. 너희 어제 늦게 자는 것 같더라?

 고하람: 남자들끼리 진솔한 얘기를 나눴지.

 하람이 장난스럽게 영민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얘기했다.

 류신아: 가자. 형님들 기다리셔.

 신아는 부쩍 가까워진 영민과 하람을 보며 피식 웃음을 보이고는 로비에서 두 사람을 기다리는 조직원들에게로 향했다.

 서희석: 집을 나왔다고?!

 송재희: 갑자기 왜??

 로비에 모인 조직원들이 집을 나왔다는 하람의 말을 듣고는 다들 제법 놀란 듯 목소리를 키웠다.

 고하람: 집에서 일본으로 유학을 가라고 하셨는데.....전 가고 싶지 않아요.

 허 영: 그렇다고 무턱대고 나오면 뭐가 해결돼?

 고하람: 알아요.....이러는 거 그냥 상황을 피하는 것밖에 더 된다는 거. 그래서 오늘까지만 버티고 들어 갈려고요. 가서 제대로 제 의견 말씀드릴 거예요. 그러니까 딱 오늘 하루만 해월관에서 일하게 해주세요....!

 하람이 조직원들 앞에서 고개를 숙이며 간절하게 부탁했다. 혹시나 반대를 하면 어쩌나 하는 마음으로 안절부절하는 하람을 보며 조직원들 모두가 서로의 눈치를 보다 이내 한숨을 쉬며 웃어보였다.

 김무성: 하루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요?

 영을 보며 허락을 구하는 무성의 말에 고개를 숙이며 눈치를 보고 있던 하람이 고래를 들어 무성을 처다 봤다.

 송재희: 에이 그래요. 하람이 싹싹 하니 일도 빨리 배울 것 같은데.

 류신아: 일손은 많으면 좋잖아요.

 재희와 신아 또한 웃으며 무성의 말을 거들자 영이 한숨을 내쉬었다.

 허 영: 하...대신 오늘 하루 만이야. 내일은 집에 들어가서 어른들이랑 얘기해.

 고하람: 넵!! 감사합니다. 형님들!!

 그렇게 하람은 하루 동안 해월관에서 일을 하게 됐다. 처음에는 해균의 손에 이끌려 술통을 나르고 재희의 옆에서 술의 종류와 보관하는 방법을 배웠다. 그 후에는 영민과 함께 테이블 정리를 하고 희석에게 약품 정리하는 방법까지 배우고 나니 벌써 해가 지고 있었다.

 박중현: 야 너는 또 뭘 만들고 있냐....

 송재희: 저번에 이은 내 신작. 우리 신아 생일인데 내가 실력 발휘 좀 했지.

 고하람: 오~ 저번에 만드신 술도 진짜 맛있었는데, 좋겠다 신아. 아 혹시.....저도 생일 되면 술 한 잔 만들어 주시나요?!

 서희석: 이야 하람이 술 진짜 쎄구나? 저번에도 거의 끝까지 버티고. 재희 술 마시고 버티는 사람 별로 없는데.

 조영민: 그래서 저번에 집까지 제가 업어다 놨죠.

 하루 장사가 끝나고 조직원들은 홀에서 신아의 생일 파티 준비를 하고 있었다.

 고하람: 업어다 놓기는, 내가 내 발로 뛰어갔지.

 송재희: 역시 하람. 입이 고급져~ 네 생일에는 또 근사한 걸로 하나 만들어줄게. 오늘은 신아한테 양보하자.

 고하람: 헤헤. 넹!!

 재희가 하람의 머리를 마구 쓰다듬으며 아이를 달래듯 말을 길게 늘어뜨리며 말했다. 조직원들은 홀에서 술을 옮기고 테이블을 정리하고 음식들을 나르며 신아의 생일 파티 준비를 했다.

 서희석: 해균이가 미리 다 옮겨 나서 금방 끝나겠다.

 고하람: 이걸 해균 형님 혼자 옮겨 놓으신 거예요?

 박중현: 걔 원래 운동한다고 가구 들어다 옮기고 짐 가지고 나왔다가 다시 가져다 놓고 그래.

 중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해균이 족히 6명은 앉을 수 있는 긴 의자를 어깨에 들춰 맨 채로 뒷문으로 들어왔다.

 태해균: 다 같이 앉을 때는 이 의자가 더 나을 것 같아서.

 박중현: 봤지? 저런 애 라니까.

 자신이 할 말만 짧고 굵게 전하고는 의자를 내려놓고 다시 홀에 있는 테이블을 들어다 옮기는 해균이다. 가끔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정도로 말이 별로 없지만, 해균의 표정을 잘 살피면 소통이 안 될 것도 없었다. 말이 없는 대신 표정에 모든 기분과 생각이 바로 드러나는 해균은 기쁠 때 웃고 슬플 때 울고 짜쯩날 때는 인상을 찡그리는 말 그대로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단순한 사내였다. 그런 성격 때문인가 조직원들은 조직의 막내인 신아와 영민 보다도 해균에게 더 많이 장난을 쳤었다. 농담으로 한 말도 혼자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엉뚱하게 답을 내미는 해균이 조직원들 눈에는 그저 귀엽기만 했다. 한편 자신의 방 침대에 누워 천장을 보고 있던 신아는 오늘 따라 유독 조용한 조직원들의 낌새에 방문을 열어 밖을 나왔다. 불이 나갔나....불이 다 꺼져 있는 복도는 유난히 조용하고 서늘했다. 딱히 어두운 곳을 무서워하지 않는 신아는 거침없이 복도를 지나 계단으로 내려갔다. 홀에 다 도착할 때 까지도 조직원들 중 아무도 마주치지 않은 것에 이상함을 느끼고 있던 신아의 머리 위로 조명이 하나 둘 켜졌다.

 홀에 꾸며져 있는 음식들과 술들 그리고 그 위에 걸려져 있는 현수막. 현수막 위에는 HAPPY BIRTH DAY 신아 라고 적혀 있었다. 해월관을 운영하며 생일 파티, 기념 파티. 온갖 파티를 준비해보고 셋팅해 본 짬이 있었기에 신아의 깜짝 생일 파티 준비도 어렵지 않게 준비할 수 있었다.

 재희, 중현: 신~~아야!!

 허 영: 신아야~!!!

 김무성: 신아야.

 태해균: 신아.

 서희석 신아야~

 조영민: 야 류신아!

 고하람: 신아야.

 조직원 일동, 하람: 생일 축하해!

 뒤를 돌아보니 가족 같은 조직원들이 자신의 생일을 축하해 주고 있었다. 자신의 사람들이 눈 앞에 있다. 순간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한 사람, 한 사람. 얼굴을 살피니 모두가 자신을 보고 웃고 있었다. 신아도 그런 조직원들을 보며 웃음을 보여줬다. 아주 환하게. 아주 아주 예쁘게.

 류신아: 고마워요, 다들

 신아의 웃음에 조직원들 모두가 놀랐다. 신아가 지금까지 한 번도 웃음을 보여준 적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이렇게 까지 환한 미소를 보여준 건 처음이였다. 조직원들 모두가 놀란 표정으로 아무 말도 못하고 있자 신아가 먼저 입을 뗏다.

 류신아: 음식.....다 식는 거 같은데..

 허 영: 어? 아~ 그러겠다. 다들 빨리 와 먹자.

 박중현: 자 그럼 파티를 제대로 시작해 볼까?!

 조직원들은 각 가지 음식들 앞에서 잔과 접시를 들어 보이며 본격적으로 파티를 즐기기 시작했다.

 허 영: 이거 음식들 다 우리가 직접 만든 거야. 애들이 절대로 너 모르게 해야 한다고 재료 숨겨 놓고 몰래 요리하고 아주 난리였다. 아아 이건 해균이가 만든 거.

 류신아: 정말요?!

 해균과 알고 지낸 지 이제 3년이 조금 넘었는데 단 한번도 요리를 한 거를 본적이 었었던 신아가 영의 말에 놀라며 해균이 만들었다는 음식을 한 입 먹어봤다.

 류신아: 맛있다.....

 고하람: 그지, 나도 아까 먹어봤는데 해균 형님 요리 되게 잘하시던데?

 박중현: 이 자식이 주방에 들어가 본 적이 있어야지. 허구 한날 운동만 하는 놈인데. 근데 오늘은 웬일로 요리를 직접 했대?

 중현의 물음에 해균이 부끄러운 듯 시선을 옆으로 피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태해균: 생일이잖아.......

 순수하고 솔직한 해균을 보며 신아를 포함한 조직원들 모두가 웃어 보이며 흐뭇해 했다.

 류신아: 감사합니다. 형님!

 고맙다고 말하는 신아의 말에 해균의 표정이 뿌듯함으로 가득했다.

 송재희: 자 그럼! 분위기가 무르익어가고 있는 지금, 우리 신아를 위해 새롭게 만든 내 걸작을 소개하지. 짠!!

 허 영: 오 이번에는 좀 먹을 만하게 생겼는데?

 조영민: 재희 형님 술은 다 멀쩡하게는 생겼어요. 마시면 한 번에 가서 문제지....

 송재희: 우리 영민이는 아직 어려서 어른들의 깊은 맛을 이해하지 못 하는 거란다.

 재희가 신아를 위해 새로 만든 술을 조직원들 앞에 꺼내 보이며 말하자 불안하다는 눈빛으로 술잔을 흔들어 보이며 말하는 영민이다. 그도 그럴 법이 재희가 만든 술은 하나같이 예쁘고 맛도 제법 있었지만 이상하게 마시기만 하면 희한하게 그 후의 기억이 잘 안 나고 사람 구실을 제대로 못하게 된다고 해야 하나......

 송재희: 이번에는 신아 입맛으로 만든 거여서 별로 안쎄. 먹을 만 할 거야.

 조영민: 정...말요...??

 고하람: 오 냄새 냄새. 신아야 너 먼저 마셔.

 류신아: 어?

 서희석: 그래 그래. 오늘은 신아가 주인공이니까.

 류신아: 다 같이 마셔야죠. 건배하고 다 같이 마셔요.

 조직원들의 부추김에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는 신아의 모습에 영이 흐뭇하게 웃으며 잔을 들고 호탕하게 말했다.

 허 영: 자 그럼! 건배하기 전에 신아! 하고 싶은 말 없어?

 영의 말에 모두가 신아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눈치를 보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신아다.

 류신아: 일단, 오늘 이렇게 다같이 생일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지금까지 한 번도....친구 있는 애들, 부모 있는 애들, 가족 있는 애들....부러워한 적 없었는데 부모가, 가족이 이런 거구나 느낄 때 마다 마음 한 켠으로는 늘 나도 모르게 부러워하고 있었구나 깨닫

  게 되는 날이 많았어요. 근데 이제는 부러워하지 않을려고요. 나한테도 있으니까 가족. 제 가족이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게 제 인생 최고의 생일 선물이 될 거예요.

 신아의 말을 듣는 조직원들도 순간 많은 생각들이, 기억들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서로를 처음 만나 동년회를 조직하고 함께 동거동락 해오며 시간들을 보냈던 그 순간들이 짧지만 너무나 소중해서 바로 어제 일처럼 선명하게 머리에 그려진다. 그리고 이제는 그런 우리들을 딱 정의 내릴 수 있는 단어가 생겨났다. 우리에게 너무나 잘 어울리는 말. 가족.

 허 영: 가족들을 위해 짠 할까?

 영이 웃음을 보이며 덩달아 자신도 일어나 잔을 내밀자 조직원들과 하람도 하나 둘 일어나 잔을 들었다.

 조직원들, 하람: 신아야!! 생일 축하해!

 다시 한 번 신아의 생일을 축하하며 잔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아마 그때 쯤 이였을 것이다. 신아가 가족들을 위해 살아 가겠다고 다짐 한 순간이.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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