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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황후귀환 : 미친 황후가 돌아왔다.
작가 : 회색수달
작품등록일 : 2022.2.27

"이젠 그만 나를 놓아줘." 버둥 거리는 내 발을 보며 평생을 함께한 남편이 한 말은 자기를 놓아달라는 것이었다. 그것으로 모자라 그는 나를 죽였다. 다시 깨어나 보니 어느 영애의 몸. 신이 내 마지막 기도를 들어준 것이 분명하다. 난 새로 얻게 된 이 삶으로 나를 죽인 이들에게 복수할 것이다.

 
13. 무슨 짓
작성일 : 22-02-27 16:08     조회 : 475     추천 : 0     분량 : 5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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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그건 분명 엘렌의 비명소리였다.

 

 아델린이 다급하게 발을 굴렀다.

 

 “이런 빌어먹을! 저 계집애가 날 죽이려고 그랬어!”

 

 새 숨을 들이마시기도 전에 눈에 들어온 것은 방 안에서 이마를 부여잡고 욕을 해대는 뱅이었다.

 

 문 앞에 있던 엘렌은 당황한 것인지 그대로 얼어붙어서는 뱅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아델린 언니여서 예쁘게 봐주려고 했더니 저것이!”

 

 뱅은 화를 내며 당장에라도 엘렌을 때릴 것처럼 달려들었다.

 

 아델린이 힘껏 내리치면 부스러질 것 같이 생긴 뱅이었다.

 

 그래도 그는 남자였고, 젊어서는 말을 다뤘기에 자칫 잘못하면 엘렌과 함께 그에게 얻어터질지도 몰랐다.

 

 “어, 어어! 뱅 님! 아직 어린 소녀들입니다.”

 

 아델린이 머리를 굴리는 사이 함께 달려온 알랭과 다른 동료들이 뱅을 붙잡았다.

 

 그를 진정시키려 했지만, 그럴수록 뱅은 더욱 광분하여 날뛰었다.

 

 “이것 놔! 놓으라고! 저 못된 것이 내게 어떻게 했는 줄 알아?”

 

 씩씩거리던 뱅이 저를 붙잡고 있던 알랭의 정강이를 힘껏 걷어찼다.

 

 “악!”

 

 비명 소리와 함께 허리를 굽힌 알랭이 자연스럽게 뱅을 놓고 말았다.

 

 이내 정강이를 붙잡고는 깡충깡충 뛰며 그에게서 멀어졌다.

 

 “저 놈이 나를 죽이려 했어!”

 

 “아니에요! 제가 왜 뱅 님을 죽이려고 했겠어요?”

 

 “저건 다 거짓말이야! 내 머리를 보라고!”

 

 뱅이 앞머리를 훌러덩 올렸다.

 

 초원 마냥 드넓은 그의 이마가 벌겋게 부어 올라 있었다.

 

 엘렌을 두둔하며 뱅을 말리던 사람들의 시선이 조금씩 이상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더욱 놀란 건 아델린이었다.

 

 “정말이야? 정말 네가 때렸어?”

 

 “아니야! 난 아니라고! 뱅 님이 내 앞에 걸어가고 있었고 난 뒤에 있었어. 생각해봐! 만약 내가 뱅 님을 공격하려면 뒤에서 공격하지 굳이 앞으로 나아갔겠어?”

 

 서로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엘렌과 뱅을 번갈아 쳐다보던 아델린이 생각에 잠겼다.

 

 붉게 물든 뱅의 이마는 어느새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엘렌이 자기에게 무슨 짓이라도 한 것 처럼 인상을 잔뜩 찡그린 채 이쪽을 바라보며 씩씩거리는 채로.

 

 하지만 엘렌의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오히려 당황스러운 눈빛을 보이며 억울하다는 표정까지 짓고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뱅은 방 안에, 엘렌은 문 밖에 서 있었다.

 

 방 안에는 화병을 비롯해 책, 펜 등 무기로 사용할 만한 것이 있었지만, 방 밖에는 계단과 난간만 있을 뿐이었다.

 

 확신에 찬 아델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우리 다같이 봤잖아요. 뱅님이 앞서 가고 우리 언니가 뒤 따라서 가던 거.”

 

 뱅을 어정쩡하게 붙잡았던 사람들이 덩달아 눈알을 굴리기 시작했다.

 

 아델린의 말이 맞았다.

 

 분명히 먼저 사라지는 뱅을 보며 여자만 보면 정신을 못차린다고 혀를 찼고, 그 뒤를 따라가는 엘렌을 보며 다 함께 걱정했었다.

 

 그런데 엘렌이 굳이 뱅의 이마를 가격했다고? 뒤통수를 공격했다면 모를까.

 

 모르는 사람이 들어도 지나친 억지였다.

 

 그럼 그렇지. 얼굴 반반하고 어린 여자아이가 새로 들어왔다고 수를 쓰려는 것이 훤히 보였다.

 

 뱅을 붙잡은 사람들의 눈에는 어느새 엘렌을 향한 동정의 눈빛이 자리 잡았다.

 

 “약초물에 담갔던 헝겊이에요. 이걸 이마에 올리고 있으면 통증이 좀 가라앉을 거에요.”

 

 뱅이 움찔 몸을 떨었다.

 

 누군가 뱅의 이마에 약초에 젖어 시원한 헝겊을 올려준 탓이었다.

 

 “엘렌. 어디 다친 곳은 없니?”

 

 “화병 깨지면서 조각이 튀지는 않았어?”

 

 “어디 긁히지는 않았는지 잘 확인해봐.”

 

 하나 둘 엘렌에게 모여든 사람들이 소리 높여 걱정하기 시작함.

 

 “네. 전 괜찮아요.”

 

 뱅은 이마에서 후끈 거리는 열기는 가라앉았지만, 가슴의 불은 다시 솟구치는 것이 느껴졌다.

 

 “아니! 이것들이 정말!”

 

 거칠게 헝겊을 내팽개치더니 느슨하게 잡힌 팔을 뿌리쳤다.

 

 잠시였지만, 잊힌 자신의 존재를 다시 일깨워 주고 있었다.

 

 방을 에워싼 사람들에게 눈을 부라렸다.

 

 작은 눈이 희번덕거렸지만 겁내는 이는 없었다.

 

 단지, 또 어떤 꿍꿍이로 사람들을 괴롭힐지 걱정 됐을 뿐.

 

 “너희들 내가 가만 둘 것 같아?”

 

 역시 예상했던 대로 협박이 이어졌다.

 

 “야!”

 

 “그래, 날 부른겐가?”

 

 뱅이 다시 한 번 목소리를 높여 버럭 소리치는 순간이었다.

 

 계단 아래에서 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델린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총감독이었다.

 

 갑작스러운 소리에 깜짝 놀란 뱅이 이마가 아픈 것도 있고 헐레벌떡 계단으로 튀어나갔다.

 

 이내 머리가 땅에 닿을 정도로 인사를 하며 허리를 제대로 펴지 못한 채 굽신 거리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자세를 바꾼 뱅을 보며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은 혀를 내둘렀다.

 

 그 빠른 상황판단과 태세전환은 시아르댕의 누구도 따라갈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하며.

 

 그 비겁한 모습에 입이 썼지만 어쩔 수 없었다.

 

 총 감독이 이 일을 무사히 해결해 주길 바라며 다른 이들도 허리를 수그렸다.

 

 “마구간은 텅텅 비어 있고, 사람들이 죄다 올라와 있길래 와 봤네. 무슨 일이길래 소란스러운겐가?”

 

 바다의 기적이 눈 앞에서 벌어졌다.

 

 방을 둘러쌌던 사람들이 총 감독의 길을 위해 얼른 몸을 비킨 까닭이었다.

 

 방 안으로 들어온 총 감독이 뱅을 스윽 쳐다봤다.

 

 여전히 벌겋게 물들어 있는 이마를 매만지던 뱅이 억울한 소리를 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무것도 아닌게 아닌 것 같은데. 뱅. 자네 이마는 또 왜 그런거야?”

 

 “아, 이것이…”

 

 뱅이 앨렌과 아델린을 죽일듯이 쳐다보았다.

 

 흡사 저 아이들이 나를 공격했소 라고 말하는 것 처럼 말이다.

 

 뱅의 저 행동 만으로도 엘렌과 아델린이 무슨 일을 벌였다는 것을 눈치 챌 법한 모습이었다.

 

 순식간에 순한 양으로 얼굴을 바꾸더니 총감독을 향해 굽신거렸다.

 

 “제가 실수로 화병에 부딪혔습니다.”

 

 “그래?”

 

 “예. 그래서 화병도 깨지고 말았지요.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손바닥을 비비며 헤헤 웃은 뱅이 맨 손으로 화병까지 줍기 시작했다.

 

 “그래. 난 설마 저 화병을 저기 있는 저 영애에게 던진 줄 알았네.”

 

 날카로운 말에 사람들이 숨을 헙 들이마셨다.

 

 총 감독이 말은 꽤 따끔했다.

 

 아마도 평소 뱅이 직원들에게 벌이는 나쁜 짓에 대해 모르지 않는 눈치였다.

 

 그 말에 눈꼬리가 휙 올라갔던 뱅이 얼른 반달 눈을 하며 웃어보였다.

 

 “아이고. 그럴리가요. 그런 위험한 짓을요. 이 화병이 책상 위에 있으니 화병인 것이지, 사람에게날아가면 무기 아니겠습니까? 이 시아르댕에서는 절대 없을 일이니 걱정 마시지요.”

 

 뱅이 술술 뱉어내는 말에 사람들이 입을 딱 벌렸다.

 

 평소 직원들에게 제가 하는 짓이 위험한 줄 알변서도 뻔히 한다는 것 아닌가.

 

 그 자리에서 나서서 따지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너무 기가 막혀 다들 몸이 굳었다.

 

 그저 뱅이 하는 양을 지켜볼 뿐이었다.

 

 “그래. 그런 일은 절대 없어야지. 그나저나 이 화병은 참 비싼 것인데. 성주께서 아시면 속상해 하시겠어.”

 

 “얼른 치우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똑 같은 것으로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자네가?”

 

 총 감독이 한쪽 입꼬리만 씨익 올리며 미소 지었다.

 

 “그래. 내 그럼 자네만 믿겠네.”

 

 총 감독이 방을 나서며 아델린과 엘렌을 정면으로 마주쳤다.

 

 어정쩡하게 서 있던 아델린이 얼른 허리를 굽혔다.

 

 덩달아 엘렌의 손을 잡아 끄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총감독님. 아델린입니다. 옆에 이 영애는 제 언니에요. 오늘부터 저와 함께 일하기로한 엘레오노르라고 합니다.”

 

 “오! 자네가 어제 이 시아르댕을 뜨겁게 달군 주인공이군! 아델린의 언니인 줄은 몰랐어. 그래, 오늘부터 이곳에서 일 하게 되었다고?”

 

 “네. 부족하지만 아델린과 함께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그래요. 앞으로 자주 보겠군요.”

 

 조금 전 눈 앞에서 새 직원이 들어오게 되었다는 소리에도 전혀 당황하지 않는 눈치였다.

 

 오히려 아델린과 엘렌을 향해 함박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의도치 않게 새 직원 환영회를 이렇게 하게 됐군. 다들 그만 나가서 일 보도록 하지. 얼른 자기자리로 돌아가는 것이 뱅이 방 안을 치울 수 있게 도와주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더니 앞장서서 내려갔다.

 

 총감독을 따라 사무실을 내려가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혀를 끌끌 차며 뱅을 욕했다.

 

 "멀쩡한 애만 사달이 날뻔 했어."

 

 "그러게 말이야. 아니 도대체 왜 저러고 사는거야?"

 

 함께 내려오던 아델린이 엘렌을 잡아끌었다.

 

 목을 쭉 빼 내밀고 주위를 휘휘 둘러보더니 목소리를 낮췄다.

 

 “어떻게 한거야?”

 

 “나도 몰라. 갑자기 뱅님이 소리를 지르더니 내게 옆에 있던 화병을 던졌어. 거기에 놀라서 나도 소리를 지른거고.”

 

 잔뜩 억울하다는 목소리로 말했지만, 그와 다르게 엘렌의 표정은 환희로 가득 차 있었다.

 

 * * *

 

 뱅을 따라가기 싫었지만, 이 곳에서 일을 해야 했기에 어쩔 수 없었다.

 

 시아르댕으로 오며 아델린이 이야기 한 것이 떠올라 집집한 기분을 떨쳐낼 수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무기가 될 만한 것을 가지고 올 걸.

 

 후회하지만 벌써 뱅의 사무실 근처에 다다랐다.

 

 주위를 둘러봐도 무기로 사용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눈 앞에 보이는 것은 오로지 벽, 벽, 벽.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면 사무실 안에 있는 무엇이라도 뱅에게 날릴텐데.

 

 제발. 황후였을 때 처럼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다면…

 

 지금 이 순간 엘렌이 할 수 있는 것은 속으로 간절히 바라는 것 뿐.

 

 문 앞에 다다르자 뱅이 뒤를 돌아보며 음흉하게 미소 짓는 것이 보였다.

 

 꿍꿍이가 있어 보이는 미소에 머리가 하얗게 물들었다.

 

 으윽, 제발. 제발.

 

 그가 다시 몸을 돌려 사무실 문을 열고는 먼저 방으로 들어갔다.

 

 그를 따라 들어가 서류를 작성해야 했건만 좀처럼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뭐해? 들어오지 않고. 얼른 들어와. 아이고, 오늘 날이 덥네.”

 

 사무실로 들어오길 재촉하던 뱅이 더위도 채 느껴지지 않는 날씨였는데도 손으로 부채질을 하더니 셔츠의 목 부분에 손을 올렸다.

 

 뭐하는 거야? 제발, 제발. 날 도울 무언가가 없을까?

 

 달칵.

 

 순식간에 목이 휑하니 비어 보인 순간이었다.

 

 창가를 등지고 섰던 뱅이 기름진 미소를 띠며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으으, 제발!

 

 그 순간이었다.

 

 달칵, 부웅-

 

 무언가 날아와 뱅의 머리를 맞혔다.

 

 “으아아악!”

 

 챙그랑-

 

 눈에 보이는 것은 깨진 화병, 그리고 이마를 감싸 쥔 뱅이었다.

 

 “꺄악!”

 

 내 비명 소리를 듣고 달려온 아델린이 나를 감싸 안았다.

 

 나도 모르게 오한이 걸린 듯 온 몸이 오들오들 떨렸다.

 

 내가..

 

 지금..

 

 마법을 한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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