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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황후귀환 : 미친 황후가 돌아왔다.
작가 : 회색수달
작품등록일 : 2022.2.27

"이젠 그만 나를 놓아줘." 버둥 거리는 내 발을 보며 평생을 함께한 남편이 한 말은 자기를 놓아달라는 것이었다. 그것으로 모자라 그는 나를 죽였다. 다시 깨어나 보니 어느 영애의 몸. 신이 내 마지막 기도를 들어준 것이 분명하다. 난 새로 얻게 된 이 삶으로 나를 죽인 이들에게 복수할 것이다.

 
12. 예전의 내가 아니야
작성일 : 22-02-27 16:08     조회 : 220     추천 : 0     분량 : 4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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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햇살은 유난히도 따사로웠고, 바람도 적당했다.

 

 구름이 없어 그대로 내리쬐는 햇살에 조금 땀이 맺혔지만 이 정도면 꽤 좋은 날씨였다.

 

 지난 밤, 경마장으로 출근하는 것을 이야기했을 때는 걱정 많던 모리스도 오늘 아침은 내게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비록 눈 밑은 퀭했지만.

 

 경마장으로 향하는 길이 어제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어제의 우울함을 떨쳐낸 아델린도 옆에서 재잘거리기 바빴다.

 

 “내가 일하는 경마장 이름은 시아르댕이야. 귀족들이 찾는 고급 경마장은 아니야.”

 

 그래. 그 분위기는 이미 어제 간파 했단다. 아마 일반인들이 도박을 하기 위해 찾는 곳이겠지. 어쩌다 한번씩 질 떨어지는 귀족들이 찾기도 하겠지만.

 

 “시아르댕의 주인은 성주 중 하나라고 했어. 그 밑으로 총 감독이 있고, 총 감독 밑으로 경마 관리자와 손님을 끄는 호객꾼이 있어. 호객꾼은 그야말로 손님을 끌기 위한 바람잡이라고 생각하면 돼.”

 

 잠시 말을 멈춘 아델린이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는 재빠르게 말을 이어 가기 시작했다.

 

 “경마 관리자 밑으로 다시 말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관리자와 말을 돌보는 보조자로 나누어 지지. 말을 전문적으로 관리자는 보통 총 감독이 임명해. 일하다보면 종종 마주치게 되는데. 와! 그 기세가 장난 아니야. 콧대도 얼마나 높은지 몰라.”

 

 아델린이 샐쭉한 표정을 지었다.

 

 직접 말한 것은 아니었지만 아델린이 어디에 속할지는 충분히 짐작이 갔다.

 

 보조자 중에서도 가장 아래에 위치한다는 것을.

 

 그랬기에 말 전문 관리자들에 대한 평가가 더 박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말 전문 관리자들은 아마도 아델린과 같이 보조자에 속하는 사람들에게 선을 긋고 도도한 모습만 보였을 것이다.

 

 크로이카의 말이라 함은 대륙에서도 명마로 소문이 자자했다.

 

 그래서 대륙 각국에서도 할 수만 있다면 크로이카의 종마를 얻고 싶어 줄을 서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었다.

 

 그러니 말 관리자의 콧대가 하늘을 찌를 수 밖에.

 

 “시아르댕의 주인은 그다지 좋은 사람이 아니야. 소문에 의하면 검은 세력과 가깝다고 했어.”

 

 “검은 세력?”

 

 “뭐, 사람 장사를 한다던지, 돈 세탁을 한다던지. 그런 거 말이야.”

 

 “응.”

 

 이 도박 경마장을 하는 것만 봐도 충분히 그럴 것 같아.

 

 입 밖으로 낼 수 없는 말을 가슴으로 삼켰다.

 

 “근데 총 감독님은 꽤 좋은 사람이야. 말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일하는 사람들도 많이 생각해 주셔. 근데 사람 속을 알 수가 없어.”

 

 은연중에 아델린의 말이 높아졌다.

 

 그만큼 존경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말 만 들으면, 편안해진 표정을 보면 좋은 사람이라고 짐작할 수 있었다.

 

 “너랑 내가 가장 조심해야 할 사람은 뱅이야.”

 

 “뱅?”

 

 “응. 말을 돌보는 보조자들을 관리하는 사람이지. 눈이 양 옆으로 길게 찢어져 있고, 수염은 항상 덥수룩 해.”

 

 아델린이 직접 제 눈을 양 옆으로 기다랗게 찢는 시늉을 해 보였다.

 

 총 감독을 말 할 때와는 다르게 인상까지 팍 찌푸린 채였다.

 

 얼마나 뱅을 싫어하는지 온 몸으로 표현해주고 있었다.

 

 “뱅의 마음에 조금이라도 안 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 사람을 괴롭혀. 그리고 사람이 질투가 많아. 그래서 총 감독님 눈에 들만한 공로를 세우면 중간에서 자기가 가로 채는 일도 왕왕 있어.”

 

 여기까지 말을 마친 아델린은 소름 끼친다는 듯이 몸까지 슬며시 뒤흔들었다.

 

 지난 생, 황궁에서도 말 관리자들 중에는 종종 괴팍한 사람이 있곤 했다.

 

 다른 이가 말 관리를 잘 해서 더 좋은 대우를 받게 되면 배가 아파서 몇 배는 더 말에 신경을 쓰는 등 나름 긍정적인 경쟁이 붙곤 했다.

 

 하지만 이렇게 낮은 위치의 사람들이 세우는 공까지 탐하다니.

 

 아델린을 따라 얼굴이 절로 찌푸려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 악독한 뱅 때문에 운 사람도 한 둘이 아니고, 그만 둔 사람이 한 둘이 아니야.”

 

 내 반응에 힘을 입은 것인지 아델린이 온갖 이야기를 주저리 주저리 풀어 놓았다.

 

 “뱅을 견뎌내지 못한 사람들은 결국 제 발로 경마장을 나가버렸지. 쯧쯧”

 

 안타깝다는 듯이 혀를 끌끌 차는 것이 흡사 이 경마장에서 몇 년은 일 한 사람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뱅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혹시 아델린도 그렇게 당한 것은 아닌가 걱정했지만, 저 반응을 보건데

 

 “그 뿐만이 아니야.”

 

 “왜? 뭐가 또 있어?”

 

 “응. 시아르댕에서 일하는 직원들 중에는 여자도 있어. 나처럼 기사가 되기를 꿈꾸거나 집안 사정이 여의치 않아 경마장으로 흘러 들어 온 사람들이야. 그런 여직원들에게 못된 짓을 일삼기도 해.”

 

 그 말에 온 몸의 피가 싹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뭐라고? 아델린! 그럼 혹시 뱅이 너에게도…”

 

 나를 따라 걸음을 우뚝 멈춰선 아델린의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 변했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거야? 내가 당하고만 있을 것 같아?“

 

 엘렌은 고개를 끄덕이고 싶었지만, 꾹꾹 참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금까지 겪은 아델린의 성격은 밝고 명랑했다.

 

 그리고 한편으로 짓궂은 장난꾸러기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도 어디까지 아델린의 긍정적인 모습이었다.

 

 결코 만만한 성격의 소유자는 아니었다.

 

 만약 뱅이 그녀를 건드려는 낌새라도 보인다면 가만 있을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아델린이 처한 상황은 그녀를 가만히 있게 만들 법 했다.

 

 미미한 집안, 꿈을 위한 노력.

 

 이 슬픈 현실을 말하기에 아델린의 얼굴은 이미 분노로 벌겋게 물들어 있었다.

 

 “사실 나와 파트너로 함께 일하던 아이도 그 문제 때문에 그만 뒀어.”

 

 “……! 뱅이 어떻게 했길래?”

 

 “그 아이도 나처럼 부족했거든. 건초 더미도 잘 못 옮기고 말을 보면 무서워서 도망가고. 하루는 뱅이 말 다루는 법을 자기가 자세히 알려주겠다며 함께 마굿간에 들어 갔대. 그리고는 엉덩이 부근을 더듬었대.“

 

 “뭐라고?”

 

 시무룩해진 아델린의 표정에서 읽히는 것은 죄책감이었다.

 

 왜 저런 표정을 지을까.

 

 혹시 뱅이 무서워서 그 상황을 보고도 모른 척 한걸까.

 

 문득 떠오르는 생각에 배 속이 부글거렸다.

 

 “난 그날 일이 있어서 경마장에 나오지 못했어. 그런데 그 사단이 난 거야. 다음날 경마장에 출근했을 때 그 애가 내게 울면서 이야기 했어. 그리고 그 날 부로 그만 뒀지.”

 

 “총 감독에게는 이야기 했대?”

 

 “아니.”

 

 아델린은 여전히 시무룩 해서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 날 총 감독님은 자리를 비웠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뱅에게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말하고 그만 뒀어.”

 

 “그 아이와는 제법 친한 사이 였구나?”

 

 “서로 의지를 많이 했지. 둘 다 잘 못했거든.”

 

 머쓱하게 웃으며 뒷머리를 긁적이는 아델린의 손을 잡았다.

 

 “아델린. 죄책감 느끼지 않아도 돼. 넌 그 날 마구간에 없었고, 그 애는 음… 그냥 사고를 당한 것 뿐이야. 나쁜 건 자기가 나쁜 짓을 알면서도 한 뱅이지. 그러니까 네가 그 아이에게 죄책감 가질 필요는 없어.”

 

 어색하게 내 손을 맞잡은 아델린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크게 동요하던 눈은 어느새 담담해 졌고, 떠나간 동료에 대한 미안함으로 굳어졌던 표정도 제법 풀렸다.

 

 진심을 다 해 동료를 걱정한 아델린이 기특해 손 끝으로 뺨을 톡톡 두드렸다.

 

 어른인 척 하지만 아직 젖살이 채 빠지지 않아 통통한 뺨이 쏘옥쏘옥 들어갔다.

 

 아델린이 내 손을 붙잡고는 장난스럽게 이를 딱딱 부딪혔다.

 

 눈을 부릅뜨고는 입가에는 웃음을 매단 채 금방이라도 손 끝을 깨물어버릴 듯한 모습에 덩달아 미소가 지어졌다.

 

 “그러니까 엘렌! 너도 꼭 조심해.”

 

 내 손을 꼭 붙든 아델린이 조금은 조바심을 내며 말했다.

 

 한편으로는 유난스러울 정도로 강조했다.

 

 굳이 여직원들만 골라서 험한 짓을 해서?

 

 아니면, 깨어난 지 얼마 안 되는 내 몸이 약해서?

 

 머릿속으로 무언가 번쩍이는 것이 지나갔다.

 

 아! 나 그 이유를 알 것 같아.

 

 “아델린! 혹시 어제 내게 그만 조용히 하고 말을 알랭에게 넘기라고 했던 그 남자가 뱅이야?”

 

 걸음을 아델린이 입을 꾹 다물었다.

 

 눈치를 보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활짝 핀 웃음을 지우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이 보였지만, 이미 그 얼굴은 걱정으로 가득했다.

 

 “걱정 마. 나, 예전의 엘렌이 아니라고!”

 

 어깨 아래로 내려온 머리카락을 탁 쳐내며 도도하게 콧대를 드높였다.

 

 그제야 아델린이 깔깔 웃으며 발을 움직였다.

 

 * * *

 

 “우리 언니에요. 이름은 엘레오노르. 오늘부터 저랑 같이 일할거에요. 총 감독님과 뱅님께는 제가 이야기 할게요.”

 

 “오! 어제 그 아가씨구먼. 반가워요.”

 

 “아델린 언니였어? 어쩐지, 둘이 묘하게 닮았네.”

 

 주위로 몰려든 사람들이 어제 한번 봐서 그런지 다들 반갑게 맞아줬다.

 

 몇몇은 어제의 활약이 아주 멋졌다며 엄지 손가락을 보여주기도 했다.

 

 “안녕하세요. 엘레오노르입니다. 이름이 너무 길죠? 그럼 짧게 엘렌이라고 불러주세요.”

 

 씩씩한 소개에 나와 아델린을 둘러싼 사람들이 박수를 치고 휘파람을 불며 환호했다.

 

 그 순간이었다.

 

 “오. 엘레오노르?”

 

 시끌벅적 하던 마구간이 순식간에 찬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아델린이 그토록 주의를 줬던 뱅이었다.

 

 그가 활짝 웃으며 내게 손을 내밀었다.

 

 기다란 눈은 더욱 옆으로 찢어졌고, 뭉툭한 코는 더욱 눌려 볼품 없었다.

 

 거기다 누런 이까지 보이자 주위에 있던 사람들 중 몇몇은 고개를 돌려버렸다.

 

 다들 나를 안타깝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뱅님이시죠? 저는 엘레오노르입니다.”

 

 허리를 깊이 숙여 그의 손이 몸에 닿는 것을 거부했다.

 

 “그래그래. 오늘부터 일하게 되었다고? 그럼 나를 따라와. 신입에게 알려줘야 할 것이 있거든.”

 

 손을 거절당한 것이 무안하지도 않은지 뱅이 히죽 웃더니 앞장 서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 * *

 

 딱, 딱, 딱-

 

 이 사이에 놓이 손톱이 딱딱 부딪혔다.

 

 오래전 고친 버릇이었지만, 불안한 마음에 다시 도진 모양이었다.

 

 “아델린, 너희 언니 괜찮겠어?”

 

 “도대체 저 인간은 왜 저러고 사나 몰라.”

 

 아델린과 함께 남은 동료들이 한 마디 씩 말을 보탰다.

 

 “네. 언니가 워낙 야무져서. 괜찮을거예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아델린의 속은 시커멓게 타 들어가고 있었다.

 

 ‘나 예전의 엘레오노르가 아니야!’

 

 엘렌의 말을 떠올린 아델린이 마음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제 마음도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으아악!”

 

 챙그랑-

 

 “꺄악!”

 

 별안간 뱅과 엘렌이 함께 사라진 곳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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