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등록된 작품이 없습니다
 
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황후귀환 : 미친 황후가 돌아왔다.
작가 : 회색수달
작품등록일 : 2022.2.27

"이젠 그만 나를 놓아줘." 버둥 거리는 내 발을 보며 평생을 함께한 남편이 한 말은 자기를 놓아달라는 것이었다. 그것으로 모자라 그는 나를 죽였다. 다시 깨어나 보니 어느 영애의 몸. 신이 내 마지막 기도를 들어준 것이 분명하다. 난 새로 얻게 된 이 삶으로 나를 죽인 이들에게 복수할 것이다.

 
11. 본능의 이끌림
작성일 : 22-02-27 16:08     조회 : 218     추천 : 0     분량 : 4871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유난스러울 정도로 고요했다.

 

 ‘내게 황후폐하는 오직 한 분. 엘렌 황후폐하 뿐이지. 그 분만이 크로이카의 진정한 황후폐하이시고.'

 

 여전히 그의 마지막 말이 마음에 걸렸다.

 

 반역과도 같은 말이었다.

 

 이제는 레니아가 황후로 들어섰는데 끝까지 엘렌을 좇는 그 말은.

 

 그 대장장이를 내가 언제 본 적이 있던가.

 

 엘레오노르가 마차 사고로 머리를 크게 다쳤다고 했는데.

 

 그 때 내 기억의 일부도 날아간 건가?

 

 엉뚱한 생각을 하며 그에 대한 기억을 끄집어 내려고 노력했다.

 

 대장장이를 떠올릴수록 묘한 기시감이 들었지만 도무지 떠오르는 것은 없었다.

 

 “꼭 마법의 세상에 와 있는 것 같아.”

 

 한참을 말이 없던 아델린이 먼저 입을 열었다.

 

 깊은 생각에 잠겼지만 그 목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러고보니 아델린은 평소와 확연히 달랐다.

 

 평소 같았으면 벌써 개구쟁이 짓을 잔뜩 하고도 남았을 텐데 오늘만은 그러지 않은 것이 떠올랐다.

 

 옆을 바라보자 어깨를 늘어뜨린 채 잔뜩 풀이 죽은 모습이 보였다.

 

 “어쩌면 나만 그대로인지도 모르지.”

 

 “아델린. 그런 말이 어디있어.”

 

 “아니야. 내 말이 맞아. 아까 말을 제대로 다루지 못했던 그 아이 있잖아.”

 

 “알랭?”

 

 “응. 알랭은 내 동기야. 나와 함께 경마장에 들어갔어. 근데 알랭과 다른 아이들은 벌써 보살펴야 할 말까지 배정받았지만 난 여전히 그대로야.”

 

 제법 차분한 설명이었지만 평소의 아델린과는 퍽 달랐다.

 

 기가 많이 죽었구나.

 

 엘렌이 고개를 끄덕이자 아델린은 다시 말이 없어졌다.

 

 내가 깨어난 이후로 아델린은 늘 웃는 모습, 밝은 모습만 보여왔다.

 

 그래서 이렇게 자기 스스로에 대한 채찍질로 마음에 상처가 가득하다는 것을 알아챌 수 없었다.

 

 불쌍한 아델린.

 

 “그리고 너도.”

 

 “응?”

 

 아델린이 갑작스럽게 엘렌을 지목하자 놀람.

 

 “나 왜?”

 

 “사고가 나기 전 넌 아주 조용했어. 밖에 나가기 보다는 집에서 책 읽는 것을 더 좋아했고, 동물을 가까이 하는 것 보다는 멀리서 보는 것을 더 선호했지. 하지만 다시 깨어난 후로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아.”

 

 마음 한 구석이 뜨끔했다.

 

 엘레오노르로 깨어난 나는 황후가 되기 전 그리고 황후가 된 후 숨겨야 했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난 말을 타고 들판을 달리고, 기사처럼 검을 드는 것도 아주 좋아했다.

 

 어렸을 때는 아버지 몰래 오빠와 함께 말을 타고 성 밖을 나간 적이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황태자비가 된 이후로는 나의 삶은 확연히 달라졌다.

 

 황궁의 법도에 따라야 했기에 내가 가진 모든 성격과 내가 하고싶은 것, 좋아하는 것을 숨겨야 했다.

 

 물론, 아무리 마음 깊이에 묻어 놓는다 해도 모든 것을 묻을 수는 없었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은 그 성격이 엿보일 때가 있었다.

 

 샤를을 대신해 몰래 검술 수업에도 들어갔을 때가 그랬고.

 

 마법군과 함께 로마노프를 상대했을 때가 그랬고.

 

 기사로서 활동 했을 때가 그랬다.

 

 비록 황궁에서는 따돌림 당하고 뒤에서 우는, 껍데기만 화려한 척하는 황후였지만.

 

 황제인 샤를을 도와 정치를 할 때는 귀족들에게 제법 칭송을 들었다.

 

 하지만 사교계에서는 전혀 반대였다.

 

 늘 자유를 희망하고, 훨훨 날아가기를 원하는 내게 억압과 눈치싸움의 최고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사교계는 영 익숙하지 않았다.

 

 과외 선생을 황궁에 초청까지 하여 아무리 배우고 따라가려 해도 파티장에서 늘상 실수하기 일쑤였다.

 

 그랬기에 귀족들은 알게 모르게 나를 따돌렸다.

 

 아니 너무나도 티나게.

 

 어차피 남편인 황제도 멀리하는 황후였고, 뒷배도 없는 황후였기에 귀족들은 나를 따돌리면서도 그다지 두려워하는 기색도 없었다.

 

 잔뜩 상처받은 아델린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문득 황궁에서 따돌림 당하고 울던 내 모습이 겹쳐보였다.

 

 “아델린. 나도 내일부터 너랑 같이 경마장으로 출근할래.”

 

 “뭐라고?”

 

 “같이 일하는게 좋을 것 같아.”

 

 “엘렌. 너 머리를 다치더니 진짜 어떻게 된 거 아니야?”

 

 내가 처음 깨어났던 날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아델린은 제 손가락으로 머리를 휙휙 저어댔다.

 

 “기사가 되고 싶다고 했잖아. 내가 도와줄게.”

 

 아델린은 여전히 날 미심쩍게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기사’라는 소리에 그 눈빛은 눈에 띄게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 * *

 

 한밤중에 움직이는 것은 길을 배회하는 고양이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때로는 집 안에 있는 누군가도 들키지 않게 뒤꿈치를 들고 조심스럽게 움직일 때가 있었다.

 

 살그머니 누군가의 방으로 몸을 집어넣는 아델린이 꼭 그랬다.

 

 “그래, 엘렌은 잠들었니?”

 

 “네. 잘거라고 그만 제 방으로 돌아가라고 했어요.”

 

 “수고했다.”

 

 따뜻한 차를 건넨 모리스가 아델린의 어깨를 이끌었다.

 

 모리스는 다정다감하지는 않지만, 꽤 자상한 축에 속하는 아버지였다.

 

 아내를 먼저 보낸 이후로 더욱 엘렌과 아델린을 사랑으로 감싸 안았다.

 

 “경마장 일이 힘들지는 않니?”

 

 “괜찮아요. 아직 적응 단계이기는 하지만 그리 어렵지는 않아요.”

 

 혹시라도 오늘 경마장에서 있었던 일을 모리스가 알기라도 한 것이 아닐까 뜨끔한 아델린이 얼른 화제를 돌렸다.

 

 ”그런데 아버지 무슨 일이세요? 안색이 많이 안 좋아요.”

 

 실제로 그러했다.

 

 모리스의 눈 밑이 평소보다는 어두워 보였다.

 

 무언가 걱정이 많은 것이 분명해 보였다.

 

 “……네 언니 말이다.”

 

 한참만에 입을 뗀 모리스의 입에서 나온 것은 엘렌이었다.

 

 “엘렌… 언니요?”

 

 무의식 중에 ‘엘렌이요?’라는 말이 아델린의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다행히도 이번엔 ‘언니’를 붙였다.

 

 그 덕에 아델린의 머리통은 무덤 같은 혹이 생길 기회를 놓쳤다.

 

 모리스는 ‘엘렌’을 대화의 주제로 꺼냈지만, 좀처럼 말이 없었다.

 

 덩달아 말이 없어진 아델린도 그저 눈치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저어. 아버지?”

 

 역시나 급한 성격은 모리스를 생각에 빠지게 두지만은 않았다.

 

 “그래. 엘렌이 요즘 좀 어떻니?”

 

 “뭐, 보다시피요.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아요.”

 

 “사고가 나기 전과 너무 다르지 않니?”

 

 “음… 좀 그렇긴 하죠. 그 때는 선택 받았다 뭐다 해서…”

 

 “아델린!”

 

 부드럽게 흐르던 대화 끝에 모리스의 목소리가 엄해졌다.

 

 놀란 아델린 또한 얼른 입을 막은 채 모리스의 눈치를 살폈다.

 

 “그런 이야기는 엘렌 앞에서는 일절 하지 말아야 한다.”

 

 “네. 지금은 아버지랑 이야기하다 보니까 나온 말이에요. 엘렌 앞에서는 조심하니까 걱정마세요.”

 

 이번에는 ‘언니’를 붙이지 않았는데도 아델린의 머리통이 무사했다.

 

 그 정도로 모리스의 모든 신경은 엘렌의 안위에 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엘린이 너와 함께 경마장에서 일을 배우고 싶다고 하더구나.”

 

 “네에.”

 

 “엘렌이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혹시 아는 것이 있니?”

 

 눈알을 도르륵 굴린 아델린이 오늘 낮에 벌어진 일을 떠올렸다.

 

 사실, 엘렌의 모습으로 보건대 경마장에 있는 사람들을 가르칠 수준이면 가르쳤지 배울 수준은 아닌 것 처럼 보였다.

 

 아델린의 머릿속이 급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이것을 모리스에게 말해야 할까 말까.

 

 “아니오. 전혀요. 별 일 없었어요.”

 

 한참만에 나온 대답은 부정이었다.

 

 벌써 엘렌에 대한 걱정으로 수심이 깊은 아버지에게 짐을 더 얹을 수는 없었다.

 

 모리스가 고개를 끄덕였지만 쉽게 그 말을 믿는 눈치는 아니었다.

 

 “정말이에요. 정말 아무일도 없었어요. 다만, 엘렌이 말에 관심을 많이 같더라구요. 그래서 그런 결정을 한 게 아닐까요?”

 

 저를 빤히 바라보는 모리스의 시선을 견디지 못한 아델린이 급하게 이 말 저 말을 덧붙였다.

 

 “음. 그리고 아버지… 어… 이건 어디까지나 제 생각인데요.”

 

 모리스의 따스한 눈빛이 아델린에게 가 닿았다.

 

 주저하는 마음을 달래며 아델린이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있었다.

 

 “아마, 엘렌이 상심해서 그런 것 아닐까요?”

 

 이어지는 말에 모리스의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이제 막 사고에서 깨어난 딸인데 상심할 일이 뭐가 있었을까.

 

 그의 얼굴은 혼란과 걱정으로 뒤범벅 되고 있었다.

 

 정수리부터 축축하게 젖어가는 것이 아델린의 눈에도 보일 정도였다.

 

 “사고 충격으로 기억을 잃고, 엘렌 황후도 사망한 소식을 알게 됐잖아요. 본능적으로 엘렌 황후에 대해 안타까워 하는 모습이긴 했어요. 아마 떠오르지 않는 기억에 대한 상실감 때문에 좀 변한 것이 아닐까 싶어요.”

 

 일리 있는 말이었다.

 

 가족은 물론이고, 그토록 열렬히 애정해 마지 않았던 엘렌 황후를 위해 기꺼이 사지가 될 수도 있는 황궁으로 향하던 아이였다.

 

 그런 아이가 기억을 잃었다고는 하지만 깨어나자마자 엘렌 황후의 사망 소식을 듣는 다는 건.

 

 아델린의 말처럼 본능적으로 큰 상처를 받은 것이 틀림없을 일이었다.

 

 모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의심의 터럭을 모두 내려놓은 긍정이었다.

 

 “그래. 그럴 수도 있지.“

 

 “아버지 이럴 땐 그냥 엘렌을 내버려 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모리스가 푸른빛을 띈 아델린의 눈동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엘렌도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기억이 돌아온다면 모르겠지만, 만약 돌아오지 않는다면 다른 삶을 살아야 하잖아요. 지금은 엘렌이 다양한 일에 관심을 가지면 말리고 걱정하기 보다는 지켜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모리스의 얼굴이 조금씩 달라졌다.

 

 그 마음에는 먹먹함이란 감정이 조금씩 새어 들어왔다.

 

 “네가 언제 이렇게 컸니? 아델린.”

 

 모리스의 커다란 손이 아델린의 머리 위에 내려 앉았다.

 

 비록 거친 손이었지만 반듯한 머리통을 휙휙 어루만지고 있었다.

 

 그 전과 달리 기특함과 애정이 듬뿍 담긴 손길이었다.

 

 “제가 원래도 엘렌보다 컸어요.”

 

 가벼운 말 장난에 이윽고 모리스의 얼굴에 미소가 감돌았다.

 

 “아버지 걱정마세요. 제가 엘렌을 잘 가르칠게요.”

 

 “네가?”

 

 “네! 제가요! 이래봬도 말에 있어서는 제가 엘렌보다 선배라구요!”

 

 아델린이 짐짓 씩씩하게 말했다.

 

 그 말도 안되는 사실에 아델린 스스로도 어이가 없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엘렌을 위해 그리고 눈 앞에서 걱정 가득한 아버지 모리스를 위해.

 

 하지만 모리스를 안심시키기 위해 끝까지 웃으며 쾌활하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저만 믿으세요. 태어나는 건 늦게 태어났어도 말에 있어서는 선배니까 제가 엘렌을 잘 돌볼게요!”

 

 사실 그 가슴 밑 바닥에는 엘렌을 위해 이렇게 사기꾼이 되어가는 구나 하고 절레절레 고개를흔드는 또 다른 얼굴이 있었다.

 

 아마 엘렌이 이 상황을 보았다며 퍽이나 어이없어 하겠지.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0 20. 좋아하는 사람 2022 / 2 / 27 208 0 3135   
19 19. 우아하지만 확고하고, 부드럽지만 단호한 2022 / 2 / 27 223 0 4921   
18 18. 몸이 아닌 머리로 하는 것 2022 / 2 / 27 221 0 4962   
17 17.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다 2022 / 2 / 27 221 0 5167   
16 16. 보통이 아니야 2022 / 2 / 27 218 0 5134   
15 15. 은밀한 시선 2022 / 2 / 27 226 0 5040   
14 14. 나를 위한 유혹 2022 / 2 / 27 215 0 4885   
13 13. 무슨 짓 2022 / 2 / 27 476 0 5167   
12 12. 예전의 내가 아니야 2022 / 2 / 27 220 0 4844   
11 11. 본능의 이끌림 2022 / 2 / 27 219 0 4871   
10 10. 단 한명의 황후 2022 / 2 / 27 224 0 4731   
9 9. 비밀스러운 이야기 2022 / 2 / 27 225 0 4743   
8 8. 유혹하는 뱀처럼 2022 / 2 / 27 217 0 6400   
7 7. 화려한 과거 2022 / 2 / 27 231 0 5210   
6 6. 복수의 서막(2) 2022 / 2 / 27 228 0 4797   
5 5. 복수의 서막(1) 2022 / 2 / 27 222 0 5222   
4 4. 남편의 여자 2022 / 2 / 27 222 0 5773   
3 3. 나는 황후였어 2022 / 2 / 27 228 0 5081   
2 2. 내가 죽은 날 2022 / 2 / 27 245 0 4846   
1 1. 이제 그만 나를 놓아줘. 2022 / 2 / 27 343 0 5323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