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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황후귀환 : 미친 황후가 돌아왔다.
작가 : 회색수달
작품등록일 : 2022.2.27

"이젠 그만 나를 놓아줘." 버둥 거리는 내 발을 보며 평생을 함께한 남편이 한 말은 자기를 놓아달라는 것이었다. 그것으로 모자라 그는 나를 죽였다. 다시 깨어나 보니 어느 영애의 몸. 신이 내 마지막 기도를 들어준 것이 분명하다. 난 새로 얻게 된 이 삶으로 나를 죽인 이들에게 복수할 것이다.

 
10. 단 한명의 황후
작성일 : 22-02-27 16:07     조회 : 223     추천 : 0     분량 : 4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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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저 말이 임시로 하는 편자도 그리 편하지는 않을거야. 그리고 여기 있을 말이 아니군.”

 

 다시 한번 킬킬 웃은 대장장이가 이젠 마굿간에서 완벽하게 빠져나갔다.

 

 평범한 대장장이는 아닌 것이 분명했다.

 

 눈이 있다면 그 말이 지나치게 고급스럽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말을 다루는 솜씨 하며,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 또한 결코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온 몸으로 알려주고 있었다.

 

 대장장이가 마구간을 나서는 순간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아가씨는 누구야?”

 

 “어디서 왔길래 그렇게 잘 아는거야?”

 

 구름 떼 같이 몰려든 사람들 중에는 부끄러워 얼굴을 붉히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내게 말 한마디라도 섞으려는 사람이 더 많았다.

 

 “비키세요. 비키라구요! 저리로 좀 가요!”

 

 바쁜 것은 아델린이었다.

 

 혹시 사람들이 내게 해코지라도 할까봐 걱정이 되었는지 내 앞에 떡하니 서버렸다.

 

 그리고는 사람들이 내 얼굴을 보지 못하게 양 팔을 휘둘기까지 했다.

 

 제법 위협적인 행동에 사람들이 피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나와 아델린의 착각이었다.

 

 호기심을 느낀 사람들은 아델린이 미쳐 보호할 수 없는 뒷쪽으로 돌아와서는 내 어깨를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아앗!”

 

 “그만. 그만 다들 일 보시는 것이 좋겠어요.”

 

 누군가의 억센 손길에 넘어질 뻔한 나를 잡아준 것은 알랭이었다.

 

 양 뺨을 붉히고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모습은, 차마 그의 말을 듣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알랭이 왜 그런 표정인지, 왜 그런 눈을 하고 있는지 여기서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이내 주춤거리던 사람들은 알랭을 위해서라도 하나 둘 마구간을 떠나기 시작했다.

 

 “도와줘서 고마워요.”

 

 “아니오. 제가 더 감사한걸요.”

 

 알랭이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의 머리가 내 눈높이로 내려온 순간 곱슬곱슬한 머리카락이 엉망진창으로 엉켜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저걸 말해줘야하나 싶었지만, 혼란스러운 표정을 보자니 거기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는 것이 분명했다.

 

 “저어…”

 

 “우리 언니야.”

 

 “아아… 누님! 저에게 가르침을 주세요!”

 

 털썩-

 

 “으응?”

 

 무슨 반응을 하기도 전이었다.

 

 여기저기 널부러진 건초더미 위로 알랭이 갑작스럽게 무릎을 꿇었다.

 

 “어떻게 어떻게 제가 관리할 말까지 배정을 받았지만 전 너무 무서워요. 말을 다루지 못하겠어요. 누님! 어떻게 하면 누님처럼 말을 잘 다룰 수 있나요? 제게 가르침을 주세요!”

 

 눈물이 가득 차 그렁그렁했던 눈은 이제는 말똥말똥하게 빛나고 있었다.

 

 차마 거절하기 어려운 눈빛이었다.

 

 아델린을 바라봤지만 그저 어깨만 으쓱 거릴 뿐이었다.

 

 “제발!”

 

 눈이 마주치기 무섭게 알랭이 무릎걸음으로 다가왔다.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는 것을 들킨 탓이었다.

 

 “어..어.. 그럼 말부터 안정 시키도록 해.”

 

 자그마한 머리통이 위아래로 쉼 없이 흔들렸다.

 

 “이 말은 절대적으로 안정이 필요하니 당분간은 경마에 내보내지 않는 것이 좋겠어. 앞으로 이 말을 관리하게 됐다고? 그럼 이 말의 상태는 누구보다도 잘 알아야 해.”

 

 끊임없이 눈을 마주쳐 오던 알랭이 부끄러움에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말 발굽만 바라 보며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꽤 귀여운 모습에 나도 모르게 슬그머니 미소가 지어졌다.

 

 옆에서 아델린이 팔꿈치로 나를 찍어내리지 않았다면 알랭이 고개를 들 때까지 그러고 있었을지도 몰랐다.

 

 “흐음. 말 넣어줄거지?”

 

 “어어? 응. 오늘은 내가 대신 말을 넣어줄게. 아까 이야기 잘 들었지? 편자에 문제가 있으니까 산책도 시키지 않는 것이 좋아.”

 

 하네스를 붙잡고 조심스럽게 말을 이끌었다.

 

 “그런데 말 이름이 뭐야?”

 

 “블랭스.”

 

 “응?”

 

 “그 말 이름은 블랭스에요.”

 

 블랑쉬 황후와 비슷한 이름에 놀라 발걸음을 멈췄다.

 

 아델린도 알랭도 나를 쳐다보는 눈빛이 묘하게 변하는 것이 느껴져 얼른 블랭스를 마구간으로 이동시켰다.

 

 세상에. 비록 승하했지만, 황후였던 이름을 말에다가 붙이다니!

 

 뭐, 그래도 제법 잘생긴 말이라 괜찮으려나?

 

 피식피식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마구간을 벗어나자 기다리고 있는 것은 또 한 무더기의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알랭과 마찬가지로 내게 존경의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처음 받아보는 눈빛에 멋쩍게 웃으며 고개를 돌리자 몇 번이고 인사하며 고개를 몇 번이고 주억거리는 알랭이 눈에 들어왔다.

 

 “알랭. 내일보자.”

 

 손을 흔들며 인사하자 사람들의 눈이 크게 떠지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거기까지 였다.

 

 또 내 어깨를 잡아채는 사람이 나타날까 싶어 아델린이 얼른 나를 잡아 끈 탓이었다.

 

 * * *

 

 집으로 향하는 길이 유난히도 멀게 느껴졌다.

 

 벌써 어둑해진 탓일까?

 

 그러고 보니 이곳의 하늘은 황궁과 꽤 달랐다.

 

 거기선 이렇게 밝고 아름다운 별을 보기 힘들었는데.

 

 “어떻게 안거야?”

 

 또다시 상념에 잠기려 할 때 즈음이었다.

 

 평소보다는 확실히 낮은 아델린의 목소리였다.

 

 “뭐를?”

 

 “그 말, 블랭스 말이야. 발이 불편하다는 거 어떻게 알았어?”

 

 “아.. 그거. 그거는 말이지.”

 

 전에도 꼭 이런 적이 있었다.

 

 황태자비였던 시절, 레니아와 함께 승마를 할 때였다.

 

 운 나쁘게도 내가 탄 말은 맞지 않는 편자를 했고, 조금전처럼 앞 발을 들고 난리 치다가 나를 떨어뜨리기 까지 했다.

 

 썩 떠올리고 싶은 일은 아니었다.

 

 우습게도 그 일이 있은 후로 말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지만.

 

 유쾌하지 않은 기억을 떠올리자니 마음이 불편해졌다.

 

 “응? 엘렌.”

 

 이럴 땐 말 많고 여러가지로 보채는 아델린이 감사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불편한 마음을 순식간에 잊게 만들다니.

 

 “흐흥. 궁금하지? 내가 어떻게 알았는지 말이야.”

 

 “응! 어떻게 알았어?”

 

 아델린의 눈이 흥분으로 가득찼다.

 

 “쉿!”

 

 아델린이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비밀을 말해주기를 기다리며 눈을 깜빡이는 순박한 모습이 영락없는 아직은 어린 소녀였다.

 

 “비밀이야!”

 

 한쪽 눈을 찡긋거리고는 힘껏 발을 굴렸다.

 

 “아 뭐야! 엘렌! 나도 알려줘!”

 

 멍하게 나를 바라보던 아델린이 버럭 소리 질렀다.

 

 바짝 약이 올랐는지 바닥에 발을 쿵쿵 찧더니 이내 나를 향해 돌격해왔다.

 

 달려오는 그 속도가 제법 빨랐다.

 

 잘 달린다고 이야기 했던 것이 거짓이 아니었다.

 

 흐음. 저 실력이면 제법 쓸모 있겠어.

 

 모퉁이를 돌아 얼른 발을 멈췄다.

 

 내가 멈출 줄 몰랐던지 아델린은 달려오던 힘을 이기지 못하고 쌩하니 마을 밖으로 달려나갔다.

 

 조금 더 다듬기는 해야겠지만 말이야.

 

 “으아악! 엘렌!”

 

 우렁찬 아델린의 소리가 멀리서 메아리쳤다.

 

 입꼬리를 올려 히죽 웃고는 마을 입구를 기웃거렸다.

 

 “어르신, 계세요?”

 

 아까 도움을 받은 대장간이었다.

 

 블랭스는 물론이고 주위로 몰려드는 사람들 때문에 정신 없었던지라 감사 인사를 제대로 못했다.

 

 블랭스 때문에라도 도움을 받게 될 것 같은데 그냥 넘어가서는 안됐다.

 

 어쩐지 이 대장장이와는 앞으로도 종종 마주치게 될 것이라는 예감이 강렬하게 들었다.

 

 “어르신?”

 

 “누가 나를 찾아 왔는가?”

 

 대답이 들린 것은 내 앞에 있는 대장간이 아닌 뒤에서 였다.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자 대장장이가, 그리고 그 뒤로 아델린이 보였다.

 

 여전히 식식거리는 아델린을 옆으로 데리고 와서는 허리를 깊이 숙였다.

 

 얼떨결에 나를 따라하는 아델린이 옆구리를 쿡쿡 찔러왔지만, 짐짓 모른 체 하였다.

 

 “어르신.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아. 저두요. 정말 감사했어요.”

 

 내 말에 뒤늦게 눈치 챈 아델린이 앵무새처럼 내 말을 따라했다.

 

 콧김을 내 뿜던 것이 조금 전이었는데 태세전환이 빠르기도 하지.

 

 “이봐 아가씨들. 그만 일어나라고. 난 그저 도움을 주러 갔다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했을 뿐이야.”

 

 무거워 보이는 쇠덩이를 화로에 넣으며 대장장이가 대답했다.

 

 이글거리는 화로 앞으로 대장장이의 눈 가를 스치던 땀방울이 눈물처럼 흘러내렸다.

 

 “좋아하는 일이요? 말을 좋아하세요?”

 

 무슨 말인가 싶어 가늠하던 찰나였다.

 

 역시 아델린은 그 잠시의 순간도 기다리지 않는다.

 

 궁금한 것을 입 밖으로 꺼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대장간 주인은 단지 어깨를 으쓱거릴 뿐.

 

 “이봐 아가씨. 언제든 말에게 필요한 것이 있으면 내게 오도록 해.”

 

 오히려 다른 이야기로 우리의 환심을 살 뿐이었다.

 

 “와아! 정말요?”

 

 손뼉까지 치며 기뻐하는 아델린의 모습에 대장간 주인이 피식 웃었다.

 

 “감사합니다. 경마장이라고는 하지만 말에 대해 아는 사람도 별로 없고, 말을 잘 다루는 사람도 없는 것 같아서 걱정이었거든요. 앞으로 본의 아니게 자주 어르신을 찾을 것 같아요.”

 

 내 눈을 조용히 응시하던 대장장이가 나를 위 아래로 훑어봤다.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그러기를 몇 번 반복하더니 화로에 있던 쇳덩이를 꺼냈다.

 

 붉게 물든 쇳덩이 위로 기다란 날개가 일렁거리며 올라갔다.

 

 “아가씨 같은 여인은 두 번째군 그래.”

 

 “네? 뭐라구요? 두 번째? 뭐가요? 뭐가 두 번째예요?”

 

 대장장이의 눈이 나에게로 향했다.

 

 그 눈빛은 ‘저런 별종 말이다.’라고 이야기 하는 듯 했다.

 

 그와 동시에 아델린의 눈도 내게로 꽂혔다.

 

 뜨악하고 입을 벌리더니 목을 긁는 쇳소리가 흘러 나왔다.

 

 “에이! 거짓말! 첫번째가 아니고요? 그럼 첫번째는 누군데요?”

 

 벌겋게 물든 쇠덩이를 든 주인이 씨익 웃었다.

 

 그 모습은 어쩐지 기괴해 보일 정도였다.

 

 치익- 칙-

 

 열을 가득 담은 쇠덩이가 물에 닿는 소리는 꽤나 소름 끼쳤다.

 

 나는 괜히 고개를 돌렸다.

 

 옆에 있던 아델린도 저도 모르게 귀를 꽉 막아버렸다.

 

 하지만 익숙한 일인지 대장장이의 표정에는 자그마한 변화도 없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 나라 황후.”

 

 “레니아 황후요?”

 

 아델린의 눈이 동그래졌다.

 

 이 시골 구석에 사는 할아버지가 크로이카의 황후를 어떻게 아냐는, 지나치게 순수하지만 멍청한 질문이었다.

 

 그렇게 솔직한 눈빛을 하지 말라고 팔꿈치로 아델린을 쿡 찔렀지만, 아델린은 여전히 입을 해 벌리고는 대장장이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델린을 대신해 고개를 꾸벅거렸지만, 다행인 것인지 이 할아버지는 신경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오히려 키득키득 웃더니 아델린의 물음에 친절히 대답했다.

 

 “내게 황후폐한는 오직 한 분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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