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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황후귀환 : 미친 황후가 돌아왔다.
작가 : 회색수달
작품등록일 : 2022.2.27

"이젠 그만 나를 놓아줘." 버둥 거리는 내 발을 보며 평생을 함께한 남편이 한 말은 자기를 놓아달라는 것이었다. 그것으로 모자라 그는 나를 죽였다. 다시 깨어나 보니 어느 영애의 몸. 신이 내 마지막 기도를 들어준 것이 분명하다. 난 새로 얻게 된 이 삶으로 나를 죽인 이들에게 복수할 것이다.

 
9. 비밀스러운 이야기
작성일 : 22-02-27 16:07     조회 : 225     추천 : 0     분량 : 4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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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히힝”

 

 커다란 말이 발을 치켜들며 큰 소리로 울어 재꼈다.

 

 아델린이 너무 놀란 나머지 문까지 쾅 닫으며 뛰쳐나왔다.

 

 멀리 앉아 있던 내 눈에도 혼비백산 도망치는 아델린의 모습이 아주 명확하게 보였다.

 

 커다래진 눈과 다르게 아쉬운 마음에 나도 모르게 끌끌 혀를 찼다.

 

 고개를 쭉 빼내밀고 주위를 살폈지만 그 곳에는 나와 아델린 단 둘 뿐었다.

 

 다행이다. 아무도 보지 못했구나.

 

 살그머니 몸을 일으켜 아델린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그녀의 손목을 강하게 붙들었다.

 

 “괜찮아. 서로 경계하고 있어서 그런 거야. 아델린, 저 말은 경마에 적합한 말이 아니야. 그리고 건초도 다른 것으로 바꾸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무슨 소리야? 경마에 적합하지 않은 말이 경마장에는 왜 있어? 그리고 건초는 왜 다른 것으로 바꿔야 하는데?”

 

 “이 말은 아마 기사단에서 타던 말 일거야. 품종이 그래. 그리고 지금 수태중이야.”

 

 “뭐라고?”

 

 “새끼를 갖었다구. 그래서 일반 건초 더미를 먹는 것 보다는 더 영양가 있는 것을 먹이는 것이 좋아.”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내 말을 믿지 못한 아델린이 의심스럽게 물어왔다.

 

 그럴만 했다.

 

 활발한 아델린과 달리 엘레오노르는 집 밖으로 잘 나가지 않는 것 같았다.

 

 집에서도 그저 책을 읽거나 신문을 보는 것이 전부였겠지.

 

 종종 집안일을 했지만 그것도 약한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만 가능했을 것이다.

 

 아델린의 눈에는 그런 내가 흡사 말을 타보기라도 한 것처럼, 말을 아주 잘 아는 것처럼 이야기 하는 것이 아주 놀라울 것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아델린을 최소한은 아카데미에 가서도 뒤쳐지지 않을 실력으로 만들어주려면.

 

 “이 말을 봐. 넌 경마장에서 일하면서 이렇게 키가 크고 다리가 튼튼한 말을 본 적 있니?”

 

 내 말에 아델린이 생각에 잠겼다.

 

 미간을 잔뜩 찌푸리더니 다시 고개를 돌렸다.

 

 “어… 아니, 본 적이 없어. 경마장에 들어오는 말들도 제법 좋은 말들이었지만 이렇게 다리가 튼튼하지는 않았거든.”

 

 아델린의 말처럼 내가 붙잡고 있는 이 말을 아주 튼튼했다.

 

 거기다 키도 유난히 커서 이 말 위에 오르면 다른 말을 내려다 볼 정도였다.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델린에게 설명을 이어갔다.

 

 “경마장에서 주는 건초 더미가 이 말의 입에 맞지 않을거야.”

 

 “왜?”

 

 “봐봐. 다리가 제법 튼튼하기는 하지만 다른 곳은 다 말랐잖아. 갈비뼈도 보이겠어.”

 

 “그건…!”

 

 혹시 제가 말을 잘 돌보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라도 할까봐 아델린이 얼른 항변하려했다.

 

 하지만 막상 할 말은 없었다.

 

 이 또한 내 말이 맞았기 때문이다.

 

 말은 멀대 같이 큰 키에 뼈대도 제법 튼튼해 보였지만, 살이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널 탓하는게 아니야. 아마 더 좋은 건초를 먹던 말인지라 경마장의 건초가 입에 맞지 않는 것이겠지.”

 

 이번에는 아델린도 할 말이 없었다.

 

 “그리고 배를 봐. 저렇게 말랐는데 배만 불룩하게 나왔잖아.”

 

 말을 마친 내가 말에게 다가감.

 

 머리카락에 닿는 아델린이 손길이 느껴졌다.

 

 아마도 나를 붙잡으려는 것이겠지.

 

 다시 말이 앞 발을 치켜들었지만 그다지 놀랍지 않았다.

 

 “쉬이- 괜찮아. 좀 볼까?”

 

 사납게 달려들 것 같던 말이 어느새 내가 뻗은 손에 제 얼굴을 비벼댔다.

 

 말 목을 매만지고 두드려주자 오히려 마구간 안으로 들어오라고 한 쪽으로 비켜서 주기까지 했다.

 

 천천히 다가가서 말의 배를 매만졌다.

 

 그 순간 이었다.

 

 배가 움찔거리는 것은.

 

 놀란 아델린은 입만 벌린 채 이 쪽을 쳐다보고만 있었다.

 

 “배가… 움직였어!”

 

 “그래. 이 안에 새끼가 있어서 그런거야.”

 

 “엘렌. 너…”

 

 “으아악!”

 

 그 순간이었다.

 

 찢어질 듯한 비명이 들린 것은.

 

 다시금 말을 두어번 두드려 주고 재빨리 뛰쳐나갔다.

 

 * * *

 

 마굿간을 벗어난 말이 미친듯이 날뛰고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날뛰는 말에게서 멀찍이 떨어져서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어어어. 안돼안돼! 이리와! 이리로 오라고! 어어!”

 

 말을 돌보는 소년이 손에 당근을 들고 흔들어 보이자 말이 다가올 듯 굴었다.

 

 하지마 여전히 콧김만 내뿜으며 씩씩거리고 있었다.

 

 그 소년은 아델린과 함께 경마장에 들어온 알랭이었음.

 

 “알랭 무슨 일이야?”

 

 “어? 아델린! 나도 모르겠어. 요 며칠째 말이 아무것도 안 먹더니 갑자기 저래.”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알랭이 겨우 대답했다.

 

 그 목소리에는 물기가 잔뜩 베어 있었다.

 

 “어어! 안돼안돼! 그 쪽으로 가면 안된다고!”

 

 알랭이 황급히 말을 쫓아갔다.

 

 소년이 내밀었던 당근이 무색하게 말을 오히려 멀어지고 있었음.

 

 저쪽을 향해 날뛰던 말이 급기야는 앞 발을 들고 콧김을 내뿜음.

 

 “이히힝-“

 

 근처에 있다가 놀란 사람들이 황급히 피했다.

 

 미처 피하지 못한 사람이 비명도 지르지 못하는 순간이었다.

 

 누군가 바람처럼 나타나 그 사람을 낚아챘다.

 

 “으아악! 살려줘!”

 

 “엘렌!”

 

 “여기 있으면 위험해요. 모두 멀리 피해 있어야 해요.”

 

 “엘렌! 그리로 가면 위험하다고! 안돼! 가지마!”

 

 아델린이 미처 붙잡기도 전이었다.

 

 엘렌은 벌써 말 앞으로 톡 튀어나가 버린 직후였다.

 

 어쩔 도리 없이 발만 동동 구르는 아델린의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갔다.

 

 * * *

 

 말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여전히 광분한 말은 여기저기로 앞발을 들었다 내리며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래도 차분하게 점점 구석으로 말을 몰아갔다.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난리치면서도 말은 천천히 뒷걸음질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벽에 다다르자 콧김만 내뿜으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만 있었다.

 

 그러다 말과 눈이 마주쳤다.

 

 손을 뻗어 흥분한 말의 콧잔등을 어루만졌다.

 

 말 또한 움찔거리더니 이내 내가 내민 손에 얼굴을 비비기 시작했다.

 

 다행이다. 이제 좀 진정을 한 것 같았다.

 

 다들 입을 틀어막은 채 엘렌이 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들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아직 흥분이 제대로 가라앉지 않은 말을 더 진정시켜야 했다.

 

 끊임없이 말을 어루만지고 괜찮다고 말해주자 이번에는 말이 내게 한발자국 다가왔다.

 

 그리고는 기다란 혀를 뽑아 내 손을 햝았다.

 

 “여기 말을 담당하는 대장장이가 있습니까?”

 

 사람들을 돌아보면 물었지만 그에 대한 답은 없었다.

 

 서로 쳐다보던 사람들이 고개를 가로 젓는 것이 전부였다.

 

 “그럼 말 발굽을 관리하는 사람은요?”

 

 눈치만 보던 사람들 중 누군가가 대답했다.

 

 “여긴 그런 사람은 없어요. 그냥 자기가 맡은 말은 자기가 책임지고 관리하는 것 뿐이지. 이봐 알랭. 앞으로 네가 맡을 말이잖아. 가봐.”

 

 등 떠밀려 나온 소년은 얼굴이 빨갛게 상기되어서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았다.

 

 딱 봐도 작고 어린 소년이었다.

 

 게다가 벌써 이 말에게 겁을 먹은 상태였다.

 

 그런 소년에게 말을 돌보라고 떠 넘길 수는 없었다.

 

 “그럼 대장장이를 불러주세요.”

 

 “아니, 여긴 말을 담당하는 대장장이가 없대두!”

 

 “아니요. 경마장으로 오면서 봤습니다. 시장 안에 대장간이 있더군요. 그곳이라면 도움을 요청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이봐, 아가씨. 아가씨가 말에 대해서 잘 몰라서 그러는 것 같은데. 말을 관리하는데 대장장이가 왜 필요하나? 그만 알랭에게 그 말을 넘기고 나오지?”

 

 사람들 속에서 누군가 껄렁거리며 타박했다.

 

 조금전만 해도 나를 우러러 볼 듯한 분위기가 이내 얕보는 분위기로 순식간에 바뀌어 버렸다.

 

 이런 일은 지난 생 황궁에서도 종종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미 수련이 많이 된 모양이었다.

 

 상처받고 아파하던 그 때와는 전혀 다르게, 개의치 않고 내 입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말이 술술 나갔다.

 

 “이봐요, 아저씨. 아저씨가 말에 대해서 잘 몰라서 그러는 것 같은데. 말을 관리하는데 대장장이는 필수예요. 그만 시장 입구에 있는 대장간에서 대장장이를 불러줘요. 이왕이면 주인으로.”

 

 남자의 말을 똑같이 따라한 후 여전히 말을 쓰다듬으며 주위를 훑어보았다.

 

 사람들 속에 있던 남자는 얼굴이 벌게져서는 씩씩 거리고 있었다.

 

 나와 그 사내를 지켜보던 사람들이 다른 의미로 키득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도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델린이 엘렌과 눈이 마주치자 얼른 뛰쳐나갔다.

 

 잠시 후 대장장이가 마구간 안으로 들어왔다.

 

 대장장이는 허연 머리카락에 눈가에도 자글한 주름이 있었지만, 결코 나이들어 보이지 않았음.

 

 다만, 그의 얼굴에는 귀찮음이 덕지덕지 묻어 있었음.

 

 대장장이를 보며 고개를 갸우뚱 거린 엘렌이 자기가 할 말을 함.

 

 “말 편자를 바꾸어야 할 것 같아요. 이 말에게 맞는 편자를 구할 수 있을까요?”

 

 귀찮음에 귀를 후비적 거리던 대장장이가 눈을 둥그렇게 떴다.

 

 그렇겠지. 나는, 그러니까 엘레오노르는 하얗다 못해 질린 것 같은 피부를 한, 누가 봐도 마굿간과 어울리지 않는 영애처럼 보였다.

 

 그런 영애의 입에서 편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대장장이가 놀랄 수 밖에.

 

 엘레오노르는 말 보다는 자수가, 저 허름한 바지보다는 화사한 드레스가 더 잘 어울릴 것 같아 보일 것이 뻔했다.

 

 나를 위 아래로 훑어보던 대장장이가 쓰고 있던 안경을 들어올리고는 빤히 쳐다보았다.

 

 “말 편자가 떠서 말 발굽과 편자 사이에 이물질이 끼었어요. 불편함을 이기지 못한 말이 마굿간을 탈출했구요. 모르는 사람이라면 아마 말을 죽였을거예요.”

 

 내 설명을 듣고 난 후에야 대장장이가 말 상태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쯧쯧. 이 말에게 맞는 편자를 만들려면 시간이 오래 걸려. 다행히 내게 비슷한 모양의 편자가 있으니 그걸 사용해. 그리고 편자가 만들어지면 다시 말 발굽에 끼우는 것이 좋겠어.”

 

 “감사합니다. 경마장에서 그에 대한 대가를 지불할 거에요.”

 

 “됐어. 돈은 받지 않겠어. 가만보니 아가씨는 여기서 일하는 사람이 아니군?”

 

 “네. 전 그냥 구경 왔어요.”

 

 “그래? 시아르댕 경마장에서 일하는 사내들은 구경 온 여인만도 못하군. 기사도 정신도 없고 말이야.”

 

 킬킬 거리며 웃은 대장장이가 마굿간을 빠져나가려고 했다.

 

 “이봐 아가씨. 이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은 아가씨 밖에 없는 것 같아서 말이야.”

 

 이내 발걸음을 멈추고는 비밀이야기를 하듯 조용히 말을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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