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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황후귀환 : 미친 황후가 돌아왔다.
작가 : 회색수달
작품등록일 : 2022.2.27

"이젠 그만 나를 놓아줘." 버둥 거리는 내 발을 보며 평생을 함께한 남편이 한 말은 자기를 놓아달라는 것이었다. 그것으로 모자라 그는 나를 죽였다. 다시 깨어나 보니 어느 영애의 몸. 신이 내 마지막 기도를 들어준 것이 분명하다. 난 새로 얻게 된 이 삶으로 나를 죽인 이들에게 복수할 것이다.

 
6. 복수의 서막(2)
작성일 : 22-02-27 16:05     조회 : 228     추천 : 0     분량 : 47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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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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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탁 앞에 앉았지만 전혀 식사 자리 같지 않았다.

 

 음식을 먹는 것은 오직 나 하나 뿐이었다.

 

 아델린과 모리스는 한 손에는 포크, 한 손에는 나이프를 든 채 멍하니 나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들의 눈빛을 이해했지만, 지금은 허기진 배를 채우는 것이 더 중요했다.

 

 나를 죽이고 내 명예를 더럽힌 이들에게 복수하기 전에 굶어 죽을 수는 없으니까.

 

 * * *

 

 엘렌의 성화에 식탁으로 내려온 아델린이었다.

 

 그 모습을 반기며 열심히 식탁을 차린 모리스였다.

 

 하지만 걸신이라도 들린 것 처럼 허겁지겁 음식을 먹어치우는 엘렌의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다.

 

 “아버지. 엘렌이 저렇게 우걱우걱 음식을 입 안에 쑤셔 넣는 것은 처음 봐요.”

 

 “그건 나도 그렇구나. 평소 엘렌은 입도 짧고 많이 먹지도 않았으니까 말이야.”

 

 “저것도 사고 후유증일까요?”

 

 “글쎄. 그럴 수도 있지 않겠니?”

 

 식사를 할 때면 언제나 식탁에 차려진 음식 중 삼분의 이는 아델린이.

 

 남은 삼분의 일을 다시 셋으로 나누어 그 중 하나가 엘렌의 몫이었다.

 

 그렇게 정해놓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만큼 엘렌은 잘 먹지 않았다.

 

 하지만 사고 이후 깨어난 엘렌의 모습은 놀랄 만큼 달라져 있었다.

 

 눈빛을 형형하게 빛내는 것부터 시작하여 말 하는 것도, 움직이는 것도.

 

 가장 다른 것은 지금 이 식탁에서의 모습이었다.

 

 “엘렌, 천천히 먹거라. 스테이크도 파이도 더 있단다.”

 

 “오랜만에… 먹어서 그런지… 너무 맛있어서 그래요.”

 

 양 볼에 음식을 가득 넣은 엘렌이 겨우겨우 말을 끝마쳤다.

 

 이내 목이 막혀 가슴을 콩콩 두드리자 눈을 휘둥그레 뜬 아델린이 얼른 물을 대령했다.

 

 사고가 나면 사람이 달라진다고는 하지만 엘렌의 모습은 아무리 봐도 쉽사리 적응 되지 않았다.

 

 * * *

 

 “아…버지!”

 

 아델린이 건넨 물은 시원하게 받아 마신 후 겨우 말을 끝마쳤다.

 

 브루타뉴 공작의 이야기를 전해들은 이후로 과연 아버지란 무엇일까, 가족과 형제는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지난 생, 그러니까 내가 황후였을 때는 브루타뉴 공작에게 살갑게 ‘아버지’라고 해 본적이 없었다.

 

 브루타뉴 공작은 언제나 내게 깍듯하게 ‘황태자비 전하’, 황후폐하’라고 불렀고 나는 그를 ‘브루타뉴 공작’이라고 부르는 것이 전부였따.

 

 딱 한번. ‘아버지’라고 불렀던 적이 있었다.

 

 내가 황태자비가 되고 황궁에 들어온 첫 날이었다.

 

 그 때 브루타뉴 공작은 나를 이 드넓은 황궁 한 가운데 버려둔 채 떠나버렸다.

 

 그 덕에 난 길을 잃고 헤매다가 황궁을 지키는 기사의 도움으로 겨우 내 방으로 돌아간 적이 있었다.

 

 그 후로는 ‘아버지’라고 불러 본 적이 없었다.

 

 그랬기에 ‘살가운 아버지’, ‘화목한 가족’이라는 것은 내게 익숙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적어도 세 부녀가 오붓하게 식탁 앞에 둘러 앉아 밥을 먹는 이 순간만큼은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듯했다.

 

 돌이켜 보면 모리스가 엘레오노르의 몸에 들어온 나에게 보내는 눈빛은, 아델린이 엘레오노르가된 나에게 보여주는 모습은 브루타뉴 공작 가문의 그것과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냉랭한 눈빛, 차가운 말투.

 

 끊임없이 다른 형제들과 비교하며 나를 구렁텅이에 넣던 브루타뉴 공작.

 

 그런 공작을 말리며 위로한답시고 엘렌의 어깨를 두드렸지만, 돌이켜 보면 ‘아버지가 언니를 생가해서 그러는 거야. 내가 아직 어려서 더 사랑이 필요해서 그런거야.’라는 말도 안되는 변명으로 나를 깔아뭉게던 레니아.

 

 그 모든 모습을 보고도 방관하던 어머니와 작은 오빠.

 

 급작스럽게 떠오른 한조각의 기억에 고개를 세차게 흔들고는 주변을 둘러봤다.

 

 적어도 모리스와 아델린은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가족을 속이는 눈빛은 없었고, 가족을 해치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있는 나에게서 무엇인가를 얻어내려는, 빼앗으려는 것 같지 않았다.

 

 조금 짓궂가 장난꾸러기이긴 해도 제법 언니를 생각할 줄 아는 동생인 아델린과 두 딸이라면 어쩔 줄 모르는 아버지 모리스까지.

 

 지금까지 가져본 적이 없는 가족인 것은 분명해 보였다.

 

 그럼에도 ‘아버지’라는 말을 할 때면 브루타뉴 공작이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아니, 아니지.

 

 난 이제 모리스의 딸이자 아델린의 언니인 엘레오노르야.

 

 마음을 다잡고 모리스를 바라봤다.

 

 “스테이크? 파이? 어떤 것을 줄까?”

 

 “아니에요. 이젠 배가 불러요. 아버지. 궁금한 것이 있어요. 왜 저를 엘렌이라고 부르세요? 저는 엘레오노르 아닌가요?”

 

 처음부터 궁금했던 것을 여과없이 털어놓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아델린의 비웃음이었다.

 

 “푸흡, 야. 엘레…! 악! 아버지!”

 

 “아델린! 언니에게 예의를 지켜야지?”

 

 온화한 웃음을 보이는 모리스였지만 아델린의 머리 위에 내려앉은 손은 꽤 무거워 보였다.

 

 “아, 아버지! 엘렌이…라고 불러달라고 했잖아요! 엘레오노르 언니가!”

 

 “그건 네가 어렸을 때 이야기 이고. 그리고 언니를 그렇게 비웃어서야 되겠니? 언니는…”

 

 “사고로 기억이 안 나잖니. 알아요! 안다구요!”

 

 입술을 불퉁 내민 아델릴이 모리스가 할 말 까지 채가며 심술궂게 대답했다.

 

 샐쭉해질 것 같은 아델린의 눈 앞으로 얼른 달달해 보이는 파이를 내밀었다.

 

 일말의 고민도 없이 굳게 닫혔던 입이 크게 벌어져서는 파이를 삼켰다.

 

 단순한 아델린의 모습에 웃음 지은 후 한쪽 눈을 살짝 감아 보였다.

 

 그 순간 아델린의 입이 멍청하게 벌어졌다.

 

 덕분에 채 씹지도 못한 파이가 그대로 보였지만.

 

 “아델린이 어렸을 때였지.”

 

 나와 아델린의 모습을 사랑스럽게 지켜보던 모리스가 입을 열었다.

 

 “너를 엘레오노르라고 불러야 하는데 이름이 어려웠던 모양이야. 널 쫓아다니며 엘레온, 엘레온 하고 불렀단다. 때로는 아델린은 그 마저도 어려웠는지 엘렌이라고 불렀어. 그 후로 네가 아델린에게 이름이 어려우면 ‘엘렌’이라고 부르라고 했단다.”

 

 고개를 끄덕이던 모리스가 입을 길게 늘어뜨렸다.

 

 두 자매가 어린 공주님이었을 때를 떠올리며 빙긋 미소 지었다.

 

 눈 가에는 이미 흘러버린 세월을 말해주듯 주름이 곱게 접혀 들어갔다.

 

 “그렇군요. 엘렌, 엘레오노르. 어떤 것이든 좋아요. 전.”

 

 “나도. 근데 너무 오래 불러서 그런지 엘렌이 더 편해.”

 

 “그럼 네가 편한대로 해. 엘렌이든 엘레오노르든. 어쨌든 ‘나’인 것은 변함 없으니까 말이야.”

 

 살풋 미소 지은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내가 먹은 접시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황급히 내 손을 붙든 것은 모리스였다.

 

 “엘렌 그만 앉아서 쉬도록 하렴. 험한 일은 아비와 아델린이 다 하마.”

 

 “아니에요. 아버지께서 좀 쉬세요. 그동안 저 때문에 쉬지도 못하셨을텐데. 아델린? 접시를 치워주겠니? 나머지 뒷정리는 내가 할게.”

 

 “어? 어. 그래. 그러자.”

 

 얼떨결에 일어난 아델린이 접시를 치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모습은 어딘지 조금 어색해 보였다.

 

 큰 접시 위에 차례대로 작은 접시를 올려서 치우는 것이 더 편할텐데 아델린은 그런 생각없이 접시를 마구잡이로 올려 담아 치우려고 했다.

 

 심지어 큰 접시를 작은 그릇이 받치고 있었다.

 

 흔들거리는 모습이 퍽 위태로워 보였다.

 

 이러다가 접시를 깨는 것은 시간문제 같았다.

 

 “아델린. 너 집안일을 해본적이 없구나?”

 

 “응. 보통 설거지와 집안일은 엘렌 네가 했어. 넌 엘렌은 몸이 약해서 다른 일을 할 수 없었거든.”

 

 이어지는 아델린의 말을 들으며 손을 바쁘게 놀렸다.

 

 “보통 넌 집안일을 했고, 난 말 조련사 일을 하고 있어. 그리고 아버지는 어느 자작 집의 일을 돕고 있지. 집사는 아니지만, 그 집의 집안 일을 봐주고 있어.”

 

 “그렇구나. 아델린. 말 조련 일은 왜 하는거야?”

 

 “난 기사가 되거든. 지금 우리 상황에서 당장 기사 아카데미에 가는 것은 어려우니까. 말 조련일을 하면서 말에 대해 배우고 기본기를 쌓으며 돈을 번 다음에 기사 아카데미에 가서 교육을 받고 기사가 될거야.”

 

 제법 당찬 아델린의 말에 슬며시 웃음이 났다.

 

 “왜 기사가 되려는 거야? 여자가 할 수 있는 다른 일도 많잖아?”

 

 “기사가 되면 지금보다 돈도 더 벌 수 있고, 명예도 쌓을 수 있기 때문이지. 무엇보다 나는 다른 세상이 궁금하거든.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싶어.”

 

 이어지는 기특한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내 마음은 어느새 안타까움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아델린의 말은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아무리 봐도 변변치 않은 집구석이었다.

 

 나름 귀족 집안이라고 했지만 그 마저도 한미했다.

 

 이런 집안에서 황후 후보를 내느라 무리한 것은 뻔해 보였다.

 

 비록 황궁에 발도 붙이지 못했지만, 그래도 황후 후보였는데.

 

 오죽했으면 그 후보가 몸져 누웠다가 깨어났는데도 시녀는 고사하고 아버지와 동생이 번갈아 가며 문 앞을 지키고 있었을까.

 

 시녀도 하나 없이 황후 후보가 되었다고 굳이 이사까지 왔는데 그 동생이 비싼 아카데미를 다니며 정상적인 교육을 받는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였다.

 

 ‘그래도 귀족 집에서 말을 조련할 정도면 아델린의 실력이 제법 좋은가보네.’

 

 말 조련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특히 귀족 집안에서 말을 조련해주는 사람은 실력도실력이지만 그 사람의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함.

 

 입가에 기특한 미소가 담뿍 지어졌다.

 

 복수를 하려면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넘어야 할 산도 많았다.

 

 그 중 하나가 아마 이 집안부터 살려주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복수 할 땐 하더라도 나의 복수 때문에 이 가족이 피해를 입는 일은 없어야 했다.

 

 그러려면 이 집안을 먼저 단단하게 세워주는 것이 우선이었다.

 

 앞 날이 창창한 아델린부터 도와야겠다.

 

 말이라면 또 내가 일가견이 있지.

 

 할 일이 순서대로 정리되자 머릿속이 조금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아델린. 네가 말 조련 하는 것을 보고 싶어!”

 

 “어? 말 조련 하는 것을 보러 가겠다고?”

 

 “응!”

 

 “어… 하지만 오늘은 늦어서…”

 

 아델린의 얼굴에 난감한 기색이 피어오르는 것이 보였다.

 

 곰곰히 생각하던 아델린이 이내 콧잔등이 세밀하게 접으며 활짝 웃었다.

 

 “엘렌! 대신 내일 가자! 오늘은 늦었으니 내일 보러가자. 내가 내일 보여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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