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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황후귀환 : 미친 황후가 돌아왔다.
작가 : 회색수달
작품등록일 : 2022.2.27

"이젠 그만 나를 놓아줘." 버둥 거리는 내 발을 보며 평생을 함께한 남편이 한 말은 자기를 놓아달라는 것이었다. 그것으로 모자라 그는 나를 죽였다. 다시 깨어나 보니 어느 영애의 몸. 신이 내 마지막 기도를 들어준 것이 분명하다. 난 새로 얻게 된 이 삶으로 나를 죽인 이들에게 복수할 것이다.

 
2. 내가 죽은 날
작성일 : 22-02-27 15:51     조회 : 245     추천 : 0     분량 : 4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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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뜻한 기운이 몽실몽실 떠올랐다.

 

 방 한가운데에는 커다란 침대가 놓여있었다.

 

 침대가 고르게 위 아래로 움직이는 것이 누군가 그 안에 있다는 것을 가늠할 수 있었다.

 

 얼핏 보면 아무도 없어 보일 정도였다.

 

 한 소녀가 커다란 침대에 파묻히다시피 누워있었다.

 

 그 숨소리가 너무 미미하여 얼핏 보면 죽은 사람처럼 보일 정도였다.

 

 오르락 내리락거리던 침대 한복판이 들썩였다.

 

 커다란 이불이 조금씩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보드라운 이불과 유난히도 푸근한 침대.

 

 아 따뜻하고 아늑하다.

 

 이게 얼마만에 느껴보는 따스함일까.

 

 그동안 차디찬 시선과 멸시에 너무도 지쳤는데.

 

 오늘만큼은 안 그랬으면 좋겠다.

 

 아니, 이 침대에서 나가기 싫다.

 

 정말이지 나른해진 몸을 일으키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

 

 뭐라고? 따스함? 아늑함이라고?

 

 그 순간, 소녀의 눈이 번쩍 뜨였다.

 

 하얀 피부에 초록빛 눈동자가 반짝였다.

 

 “아버지!”

 

 옆에 있던 누군가가 소리쳤다.

 

 앳되지만 힘찬 목소리가 누군가를 부르고 있었다.

 

 아버지라고?

 

 그녀가 부른 이를 제대로 가늠하기도 전이었다.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벌컥 문이 열렸다.

 

 그와 동시에 찬 공기가 함께 밀려들어왔다.

 

 타닥타닥 타오르던 난로로 따뜻했던 공기에 순식간에 찬 기운이 파고들었다.

 

 조금 전에 깨어난 소녀가 어느새 침대 한 가운데 허리를 곧추세우고 앉아있었다.

 

 갑자기 몰아 닥친 추위에 꼿꼿하던 몸이 순식간에 몸이 웅크러들었다.

 

 하지만 따뜻하다 못해 무거웠던 공기에 더해진 시원한 공기가 어쩐지 반갑게 느껴졌다.

 

 다시 몸을 꼿꼿하게 세운 소녀가 숨을 크게 쉬었다.

 

 “에헷, 콜록 콜록”

 

 찬 공기가 폐부 깊숙하게 들어가자 순간 소녀가 기침을 해댔다.

 

 “엘레오노르!”

 

 “아버지! 문! 문!”

 

 “어, 그래그래! 내가 마음이 급했구나.”

 

 여전히 열려 있던 문이 쿵 소리를 내며 닫혔다.

 

 그 덕에 공기는 따뜻한 공기와 시원한 공기가 적절히 섞였다.

 

 조금 더 쾌적해진 공기가 얼떨떨한 정신을 때리고 있었다.

 

 “아버지. 이제 엘렌은 어디 안 가요. 깨어나서 자기 침대위에 누워 있다고요!”

 

 엘렌이란 이름에 눈을 둥그렇게 뜨고 주위를 둘러보던 소녀가 몸을 움찔거렸다.

 

 깨어난 소녀의 이름은 엘렌이었다.

 

 * * *

 

 내가... 살아났어?!

 

 놀란 마음에 얼굴을 매만지자 손 끝으로 매끈한 피부가 느껴졌다.

 

 푸석했던 피부가 아니었다.

 

 줄기차게 내 부르짖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눈 앞에 있는 아저씨와 소녀는 처음보는 사람들이었다.

 

 “아델린! 언니에게 엘렌이 뭐니?”

 

 “아버지! 우린 하나밖에 없는 자매라고요. 그리고 엘렌도 엘레오노르가고 길게 부르기 보다는 편하게 엘렌이라고 부르라고 했어요.”

 

 “이 녀석아! 그래도 언니라고 해야지.”

 

 “아버지도 참. 그럼 엘렌에게 물어봐요! 엘렌! 네가… 엘렌?”

 

 고개를 돌린 순간 아델린이라는 소녀와 눈이 마주쳤다.

 

 ‘엘렌’이라는 이름에 나도 모르게 반응해버렸다.

 

 “어? 엘렌?”

 

 “엘렌! 괜찮니? 표정이… 너무 안 좋아.”

 

 표정이 나도 모르게 안 좋아졌나보다.

 

 황후일 때 표정관리 하는 연습은 필수 코스였다.

 

 물론, 난 그 때도 표정 관리를 잘 못한다고 종종 혼나곤 했지만.

 

 그 때 열심히 연습해 놓을 걸 그랬다.

 

 그랬다면 이번에도 표정관리를 잘 했을텐데.

 

 살짝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인지 여전히 정신이 없었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이 상황을 어떻게든 넘기는 것이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너 정말 괜찮지? 그래, 괜찮아야지.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 줄 알아? 네 옆에 맨날 붙어있었다고! 그건 아버지도 마찬가지고! 정말 집안이 멈춰버린 것 같았…!”

 

 “아델린.”

 

 ‘아델린’이라는 소녀가 끊임없이 쏟아내는 말은 혼이 쏙 빠질 것 같았다.

 

 입까지 헤 벌린 채 멍하게 이야기를 듣는 것을 중간에서 말려준 것은 ‘이 몸’의 아버지로 보이는 사람이었다.

 

 “아델린. 그만 나가자.”

 

 “하지만 아버지!”

 

 “지금 네 언니는 안정이 필요해. 엘렌. 갑작스러운 사고에 정신 없지? 좀 쉬면 나아질거야. 우린 밖에 나가 있으마. 사람이 필요하면 침대 옆의 종을 흔들렴.”

 

 “그래. 하지만 빨리 나와야 해!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물어보고 싶은 것도 많고, 들을 것도 많다고! 엘렌! 내가 널…!”

 

 아델린은 ‘아버지’라는 사람에게 끌려 나가는 와중에도 끝까지 그 입을 다물지 않았다.

 

 끊임없이 떠들어 대는 그 입이 아프지도 않았을까 궁금할 정도였다.

 

 아델린도, 이 몸의 아버지도 모두 방에서 나가버렸다.

 

 고요한 공기가 몸을 휘감았다.

 

 

 혼자 남게 되자 뒤늦게 머리가 아픈 것이 느껴졌다.

 

 깨질 듯이 아픈 머리를 부여잡으며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분명히 난 황궁의 크리스탈 룸에서 목이 매달려서 죽었다.

 

 내 마지막 순간을 본 것은 어이없게도 남편이자 황제인 샤를이었다.

 

 죽어가는 나를 보며 내게 이별을 고하던 잔인한 입, 그리고 그 도도한 몸짓.

 

 그것이 내 생의 마지막이었다.

 

 그런데 난 지금 살아있다.

 

 거기다 전혀 다른 모습으로.

 

 가여운 황후 엘렌이 아니라 어느 작은 귀족 집의 사랑받는 영애 엘렌으로.

 

 아니, 엘레오노르인가?

 

 문득, 이 몸의 아버지가 깨어나자마자 ‘엘레오노르’라고 불렀던 것이 떠올랐다.

 

 ‘이 몸’에게는 이름이 2개인건가?

 

 ‘이 몸’도 말 할 수 없는 사연이 있는 것인가?

 

 어떻게 된 것인지, 뭐가 뭔지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이해가 되지않았다.

 

 몸을 일으켜 방을 둘러봤다.

 

 방은 황후였을 때 처럼 간소했다.

 

 벽에 그림이 걸려 있기는 했지만, 그래봤자 이름을 알 수 없는 화가의 풍경화 같아 보였다.

 

 창 밖으로 보이는 곳은 그저 허허벌판에 커다란 호수 뿐이었다.

 

 화장대에는 몇가지 화장품이 있기는 했지만 이 마저도 잘 사용하지 않았는지 먼지가 사뿐히 내려앉아 있었다.

 

 처한 환경만 바뀌었을 뿐, 자신을 둘러싼 것은 황후였을 때와 크게 다른 것이 없는 풍경처럼 보였다.

 

 다만, 아주 크게 다른 것이 있다면 화장대에 비친 모습.

 

 단지 그 뿐이었다.

 

 황후 엘렌이었을 때는 오랜 시간 궁 안에서 혼자만 지낸 탓이었는지 피골이 상접했다.

 

 얼굴을 허옇게 떴고, 머리카락은 푸석푸석했으며, 입술은 버석 말라 그야말로 볼품 없었다.

 

 시녀인 마르가리타가 열심히 관리해줬지만 그 때 뿐이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 피부는 더욱 안 좋아졌고, 머릿 결도 더욱 나빠졌다.

 

 그래서 결국에는 포기하기에 이르렀지만.

 

 이 소녀. 엘렌이기도 하고, 엘레오노르이기도 한 이 소녀는 달랐다.

 

 황후 엘렌과 마찬가지로 하얀 피부를 갖고 있었지만 두 뺨은 발그스름했다.

 

 머리카락에는 제법 윤기가 흘렀고, 오동통한 입술에는 생기가 넘쳤다.

 

 다만, 가느다란 몸이 휘청거리는 것이 조금 약한 것 같았지만 호기심을 가득 담은 눈빛은 제법 살아있었다.

 

 꼭 황후가 되기 전, 십대 시절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그나마 십대 시절에는 나도 건강했고, 세상에 대한 궁금함과 삶에 대한 의지가 있었는데.

 

 비록 황태자비였지만, 황태자였던 샤를을 대신해 수업을 받을 때도 있었다.

 

 때로는 교수들과 설전을 벌일 때도 있었고, 검술 수업을 훌륭하게 해내기도 했다.

 

 한 때는 마법군을 이끌고 크로이카의 동쪽을 공격하던 로마노프와 협상을 하기도 했는데.

 

 여기까지 기억을 떠올리자 씁쓸한 웃음이 새어나왔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난 지금 살아있고, 엘레오노르라는 이 소녀의 몸에 들어와 있다는 것이었다.

 

 이제부터는 이 소녀 엘레오노르로 살아야 하는데 그녀에 대해 아는 것이 전무했다.

 

 모두가 우러러 보는 황후였지만, 혼자여서 외로웠던 엘렌과는 달리 엘레오노르는 평범하지만 가족에게 제법 사랑 받는 소녀인 것 같았다.

 

 그녀를 바라보던 아버지 모리스의 사랑을 담뿍 담은 눈빛이 그러했고, 엘레오노르를 향한 동생 아델린의 애정 넘치던 목소리가 그러했다.

 

 정말이지 적응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이 상황에 적응하려면 방법은 하나 뿐이었다.

 

 몸으로 정면 돌파하는 수 밖에!

 

 차르릉-

 

 침대 옆에 놓인 종을 힘차게 흔들었다.

 

 청아한 소리가 울려 퍼지자 마자 문이 벌컥 열렸다.

 

 “그래 엘렌! 무슨 일이야?”

 

 “어?”

 

 종이 울리자마자 들어온 것은 시녀도, 시종도 아니었다.

 

 동생인 아델린이었다.

 

 “뭐야? 불러 놓고 왜 말을 안 해?”

 

 “어? 아델린? 왜 네가 들어와? 시녀는?”

 

 “뭐라고? 시녀? 사고가 나며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아델린이 제 머리 옆으로 손을 가져다 댔다.

 

 이내 손가락을 휙휙 돌리며 괴상한 표정을 지었다.

 

 풋하고 웃음이 터지자 아델린의 표정도 정상적으로 되돌아 왔다.

 

 “장난 그만치고. 시녀는 어디있니?”

 

 “엘렌!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왜 자꾸 시녀를 찾아? 우린 시녀가 없잖아. 네가 황후 후보가 되어 이 집으로 이사 오게 된 거잖아.”

 

 황후 후보?

 

 내가 죽은 후 샤를이 새 황후를 뽑기 위해 황후를 후보에 붙였나?

 

 그런데 이렇게나 빨리?

 

 머릿속이 다시 복잡해지고 있었다.

 

 지끈거리는 옆 머리를 누르는데 누군가의 눈빛이 느껴졌다.

 

 아델린이었다.

 

 내 얼굴을 살피던 아델린이 말을 이었다.

 

 “여기까지 이사를 오면 뭘 해. 궁에 들어가야 한다는 소식을 받고 가던 중에 한 달하고도 보름 전 사고로 황궁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것을.”

 

 뭐라고? 그리고 한 달하고도 보름 전이라고?

 

 갑작스러운 이야기에 난 아델린에게 다급하게 물었다.

 

 “한 달 보름 전이라고? 아델린! 오늘이 몇 월 며칠이야?”

 

 “제국력으로 853년 4월 10일이지. 네가 황궁으로 가던 중 마차 사고가 난 건 2월이었어. 휴.”

 

 사고에 대해 짧게 이야기하던 아델린이 마지막엔 한숨까지 덧붙였다.

 

 말도 안돼.

 

 어떻게 이런 일이.

 

 내가 다른 사람의 몸에 살아있는 것도 신기한데 그렇게 시간이 흘러버렸다고?

 

 진정하려 했지만 나도 모르게 흔들리는 것 같은 동공을 제어할 수 없었다.

 

 그 때문이었을까.

 

 아델린이 방정맞게 놀리던 그 입을 다물고는 내 눈치를 보고 있었다.

 

 한참이 지난 후에야 마음을 가다듬고 작은 소리를 낼 수 있었다.

 

 “그럼… 내가 사고가 났을 때는 2월 이었고, 벌써 4월이란 이야기야?”

 

 “응. 넌 정확히 한달 하고도 보름 전, 그러니까 2월 25일에 사고가 났어.

 

 방 안은 침묵으로 가득했다.

 

 내가 그 어떤 반응도 하지 않고 다시 입을 다물어버린 탓이었다.

 

 아델린이 눈치를 보며 손가락을 꼼지락 거렸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엘레오노르와 난 무슨 사이지?

 

 그녀가 마차 사고가 난 날은.

 

 그 날은 내가 죽은 날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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