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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황금에 미친 이 세상을 뿌리째 들어내겠어!
작가 : 화블루
작품등록일 : 2022.2.1

가주의 빚을 갚기 위해 상인의 신부로 팔려갔던 아멜 그린, 가문의 낮은 작위 때문에 팔려가다시피 외국으로 끌려갔던 에릭 화이트는 황금에 미쳐있는 이 세상을 바꾸기 위해 그들의 인생을 바친다. 그들이 당당한 군주가 되어 이 세상을 통째로 바꿀 수 있을 때까지!

 
19화. 청혼(2)
작성일 : 22-02-27 14:20     조회 : 196     추천 : 1     분량 : 47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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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펠트로 남작님! 노랑레몬백작가의 사남이자 왕실기사단 소속의 세를 레몬이 남작님께 인사를 올립니다!”

 

 

 펠트로는 다짜고짜 쿵쿵 걸어와서 왕족에게나 할 법한 인사를 올리는 세를을 보며 적잖이 당황했다.

 

 

 “왜 그러십니까 세를경. 이런 인사를 겨우 남작에게 올리다니요. ”

 

 

 펠트로가 한쪽 무릎을 꿇고 있는 세를을 만류했지만 그는 고개를 강하게 저으며 그의 배려를 거절했다. 그리고선 결연한 눈빛으로 펠트로를 올려다보며 외쳤다.

 

 

 “저와 결혼해주십시오!”

 

 “예? 저와 세를경이 결혼을?”

 

 

 펠트로가 한쪽 눈썹을 치켜 올리며 물었다. 펠트로가 미남이기는 했지만 남자에게 고백을 받은 것은 난생 처음이었다. 남자끼리 결혼을 하는 것이 아예 없는 일은 아니긴 했지만 그것은 보수적인 칵테일 왕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동성끼리 사랑에 빠진 이들은 상대적으로 덜 보수적인 델리튼 공국으로 이민을 가곤 했다.

 

 

 “설마 그 얘기를 하려고 오신 겁니까?”

 

 

 잠시간의 정적이 흘렀다. 곧,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세를이 새빨개진 얼굴로 손사레를 쳤다. 에밀리를 본 뒤로 세를의 머릿속은 온통 에밀리에게 정식으로 청혼하는 생각뿐이었다.

 

 

 “아니아니, 죄송합니다. 다른 생각을 한다고 말이 헛나왔습니다. 저는 에밀리양과 진지하게 혼담을 나누고 싶습니다!”

 

 

 세를의 입에서 에밀리라는 튀어나오자 대번에 불쾌해진 펠트로는 온 얼굴을 찌푸렸다.

 

 

 “에밀리요? 아멜이 아니라?”

 

 

 혹시 이름을 착각한 것이 아닌가 싶어 재차 그에게 되물었지만 세를의 대답은 달라지지 않았다.

 

 

 “예, 에밀리 양이요!”

 

 “오늘 세를 경이 찾아온 것은 에밀리가 아니라 아멜 아니었습니까?”

 

 “그렇습니다! 제 주군께서 아멜아가씨에게 전해달라고 한 것이 있었거든요. 에밀리양은 응접실에서 우연히 마주친 겁니다.”

 

 

 펠트로는 그가 묻지도 않았는데 자신의 방문목적을 곧바로 말해주는 세를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바보인가?’

 

 

 각이 잡혀있지 않은 태도와 묻지도 않았는데 목적을 술술 말해주는 행동들은 전혀 기사답지 않았다. 잘만 꼬시면 많은 걸 알아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흠… 일단 일어나세요. 왕실기사단께서 고작 남작인 제게 그 정도로 예를 갖추실 필요는 없습니다.”

 

 

 펠트로는 여전히 무릎을 꿇고 예를 갖추고 있던 세를에게 일어나기를 권유했다. 자신보다 높은 작위의 가문 영식이 그에게 조아리고 있는 것은 썩 만족스러웠지만, 더 큰 것을 취하기 위해서는 배려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편이 더 좋았다.

 

 

 “아멜에게 무엇을 전해주러 왔습니까?”

 

 “내용물은 비밀로 하라고 하셔서.. 죄송합니다. 아멜아가씨의 축의금..이라고 생각하시는 게 편할 것 같네요.”

 

 “아니에요 그럴 수 있죠. 괜찮습니다.”

 

 

 펠트로는 ‘이건 알려주지 않는군’ 이라고 생각하며 질문의 방향을 바꾸어보기로 했다. 사실 에믹남작부인이 무엇을 줬는지보다 더 중요한 질문이 있었다.

 

 

 “그런데 아멜이 결혼하는 건 아직 기정사실화 되지도 않은 부분입니다. 에믹 남작부인께서는 그걸 어떻게 알고 계시는 겁니까?”

 

 

 “예? 남작님께서 에밀리양과 에뮬아가씨를 왕성으로 보내신 게 아니었나요? 어제 에밀리양과 에뮬아가씨께서 에믹 남작부인을 뵈러 펠트로님의 서신을 들고 왕성에 오셨지 않습니까.”

 

 “아, 그렇죠 그렇죠. 다 제가 시킨 일이었죠. 농담이었습니다.”

 

 

 세를이 어딘가 수상적은 펠트로를 미심쩍게 바라보았다.

 

 

 “우드식 농담이요.”

 

 

 미심쩍은 시선을 느낀 펠트로가 한 마디 덧붙이며 웃어 보였다.

 

 칵테일왕국 사람들은 누구도 웃기지 못하는 썰렁한 농담을 먼 이국땅인 우드의 이름을 붙여 우드식 농담이라고 불렀다. 세를은 그런 펠트로를 바라보다가, 이내 함께 미소를 지었다.

 

 펠트로는 입술이 씰룩거리는 것을 참으려고 애썼다. 콜튼이 뒷조사를 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따라서 콜튼에게 실링주머니를 줄 일도 없어졌다. 이것은 공짜로 굴러들어온 떡이었다. 그것도 아주 큰 떡.

 

 에밀리와 에뮬이 개방되지 않은 성에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은 몇 개 없었다. 가주인 자신이 그들을 데리고 성을 방문하거나, 가주의 대리인으로 방문하거나, 몇 주 전부터 알현신청을 하고 신청이 승인 나기를 기다리거나였다.

 

 그런데 마침 에밀리는 며칠 전 그에게 인장을 훔치는 것을 들킨 전적이 있었다. 가주의 대리인으로 인정해주는 바로 그 빌어먹을 인장때문에 며칠을 스트레스 속에 살았던가!

 

 그는 드디어 밝혀진 에밀리의 행적에 드디어 일상의 행복을 되찾을 수 있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에밀리가 자신을 엿 먹이려고 한 짓이 아니라고 해도 에밀리가 좋은 혼처를 구해서 시집을 가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세를경. 초를 치는 것 같아 죄송하지만.. 아까 말씀하신 에밀리양과 결혼말입니다..”

 

 “예, 남작님!”

 

 

 힘차게 대답하는 세를을 바라보며 펠트로는 매우 안타깝다는 듯한 표정을 연기했다.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애가 워낙 별나다 보니 아직도 가르칠 게 많아서요. 노랑레몬백작가 같은 명문가의 영식과 맺어질 만한 아이가 아닙니다.”

 

 

 펠트로는 에밀리를 멀쩡한 곳에 보내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더군다나 백작가의 영식과 결혼이라니. 아멜보다 훨씬 좋은 혼처로 가는 것이 아닌가. 그것은 포악하고 못된 에밀리에게 너무나도 과분한 혼처였다. 아멜이라면 모를까, 에밀리는 절대로 아니 됐다.

 

 

 “그런..! 혹시 마음에 두고 있는 다른 혼처가 있으신 게 아니고요?!”

 

 

 거의 울것 같은 표정이 된 세를을 보며 펠트로도 울상을 지어 보였다.

 

 

 “예, 전혀 아닙니다. 정말로 부족한 아이라서 그래요.”

 

 “저는 에밀리양이 어떤 사람이든 다 감당할 수 있어요. 설령 백치라고 해도 괜찮습니다.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영애가 아닙니까.”

 

 

 에밀리가 사랑스럽다고 말하는 저 청년의 눈은 정말로 어떻게 된 것이 틀림없었다. 펠트로는 올라오는 역겨움을 누르며 최대한 인자한 미소를 유지한 뒤 거절의 뜻을 담아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똑똑

 

 

 그때 펠트로의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남작님, 콜튼입니다. 피드님께서 찾아오셨기에 일단 응접실로 안내해주었습니다.”

 

 “아, 그래? 내 얼른 가도록 하지.”

 

 

 곤란한 부탁을 몇 번이고 친절하게 거절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있던 펠트로가 반색을 하며 대답했다.

 

 

 “이를 어쩌죠? 선약이 있어서 이만 가보아야 할 것 같네요.”

 

 

 펠트로가 미안한 기색을 한껏 나타내며 세를을 향해 말했다.

 

 

 “제가 너무 다짜고짜 이야기해서 화나신 거지요?”

 

 

 하지만 세를은 이를 짜고치는 연극이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는 이렇게 타이밍 좋게 다른 손님이 오는 것은 정말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분명 눈치 빠른 집사가 곤란한 상황에서 남작을 구출해주기 위해서 벌인 작은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또 뵙도록 하죠. 콜튼, 손님을 현관까지 배웅해드려.”

 

 “아버지에게 청해서 정식으로 혼담을 넣도록 할게요. 부디 거절은 하지 말아주십시오!!”

 

 

 펠트로는 세를이 외쳐대는 소리를 뒤로하고 나오면서 인상을 일그러뜨렸다.

 

 

 “꼭이요! 꼭!!!”

 

 

 세를이 목소리가 복도까지 윙윙 울려댔다. 에밀리가 백작저에서 고위귀족들이 대거 참석하는 호화로운 결혼식을 하는 상상을 해버리고 만 펠트로는 표정관리를 하기가 너무나도 힘들었다.

 

 에밀리 같은 여자에게 그런 미래는 있어서는 안 되었다. 그녀는 늙고 돈만 많은 쓰레기 같은 남자의 정부나 후처로 들어가는 것이 응당 옳은 미래였다.

 

 세를 같은 이들이 더 나타나기 전에 수녀원을 보내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수녀원에 들어가면 소식발이 뚝 끊겨서 그에게 재미난 소식들이 전해지지 않을 것이 아닌가. 사교계에서 적당히 떠도는 소문을 즐기는 것이 더 재미있을 것이었다.

 

 

 ***

 

 

 펠트로는 평민들을 응대하는 응접실인 오른쪽 응접실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번쩍번쩍한 금화들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그를 기다리고 있는 피드가 있었다.

 

 금화는 언뜻 보아도 신부대로 정했던 금액인 20골드보다 훨씬 웃도는 것 같아 보였다.

 

 기분 나쁜 망상을 하고 있던 펠트로는 빛나는 황금들을 보고선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새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오셨습니까 남작님.”

 

 

 피드가 누런치아를 드러내며 씨익 웃었다. 피드는 바지춤에 손을 슥슥 문지르고 오른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 악수는 서로가 대등한 관계라는 일종의 증표였다. 피드는 귀족과 나누는 악수가 세상에서 가장 좋았다. 절대 넘을 수 없는 신분의 차이를 그의 황금이 뛰어넘게 해주고 있었다.

 

 

 펠트로는 속으로 피드가 저 역겨운 이빨 좀 안 드러내고 웃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그의 손을 맞잡고 흔들었다.

 

 

 “피드님! 이렇게 갑자기 찾아오시다니, 조금 놀랐습니다.”

 

 

 펠트로는 사실 하나도 놀라지 않았으면서 과장되게 반응해 보였다. 평민들은 자신의 존재가 귀족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굉장히 즐거워했다. 남녀 간의 사랑이든, 친구간의 우정이든 마찬가지였다. 펠트로가 보아온 평민이라는 작자들은 대체로 다 그러했다.

 

 

 “어제 서신을 받고 잠을 한숨도 못 잤지 뭡니까.”

 

 

 피드가 커다란 루비와 옥석이 박힌 굵은 금반지들이 끼워져 있는 두툼한 손가락을 매만지며 말했다.

 

 

 “일단 자리에 앉아서 이야기할까요?”

 

 

 펠트로는 눈앞에 있는 금화가 몇 개인지 대충 눈대중으로 어림짐작하며 피드에게 착석하길 권했다. 피드는 웃음을 지어 보이며 펠트로의 맞은편 의자에 착석했다.

 

 

 “남작님, 거두절미하고 말하겠습니다.”

 

 

 피드의 낮고 굵은 목소리가 응접실 안을 윙윙 울렸다.

 

 

 “저는 이제 더 기다리고 싶지가 않아요.”

 

 

 피드의 굳은 얼굴과, 짐레트 2세의 얼굴이 새겨져 있는 순도 99퍼센트의 금화가 펠트로의 눈 앞에서 겹쳐져 보였다.

 

 

 “저는 얼른 결혼식을 올리고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리며 살고 싶습니다. 이제 참한 신부에게 정착하고 싶어요. 그래서 약속했던 신부대에 웃돈을 조금 더 얹어서 들고왔습죠. 제 친구들이 대체 언제 결혼식을 올리냐고 성화입니다.“

 

 

 피드가 다시 한 번 말했다.

 

 

 “지금 바로 결정을 내려주시지요.”

 

 

 매일 같이 날아오는 독촉장들을 떠올리며, 한참을 생각하던 펠트로의 입이 느리게 열렸다.

 
작가의 말
 

 우드는 배를 타고 반년은 꼬박 가야 도착할 수 있는 지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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