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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공포물
기현상 칼럼니스트
작가 : ILooK
작품등록일 : 2022.1.21

생방송 중 실종된 스트리머, 사랑에 온 몸과 마음을 불태우는 사람, 아름다운 형상과 함께 나타난 알 수 없는 전염병 그리고 갑작스레 아귀가 되어 나타난 조상까지. 이미 일어났으나 아직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

단편 형식의 짧은 호러 소설과 이를 마무리 짓는 칼럼 방식의 이야기입니다.

#공포 #미스테리 #괴이 #한국 #전설

ilook.at.the.light@gmail.com

 
4-9. 아귀
작성일 : 22-02-27 14:06     조회 : 184     추천 : 0     분량 : 4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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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천이안의 사업에 가장 먼저 관심을 가진 것은 세계적인 기업, SHC였다.

 

 

 

 이들은 천이안에게 접촉해 사업을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며 그가 가진 혁신 기술을 50억에 구매하려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무엇하나 제대로 밝혀진 적 없는, 사기일 수 있는 기술을 구매하는 것치고 꽤 많은 금액을 제시한 것이다.

 

 

 

 물론 천이안은 거절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굳이 가를 필요 없는 것처럼 행동했으나, 실상 천이안은 그 어떤 기술도 소유하지 않았기에 선택의 여지조차 없었다.

 

 

 

 한동안은 치열한 신경전이 이어졌다.

 

 

 

 어떻게 해서든 기술을 손에 넣으려는 대기업과 뺏길 기술조차 없는 중소기업의 고집이 이어지자 시간은 돈과 권력을 쥔 사람의 편에 승기를 들어 주었다.

 

 

 

 

 

 시궁쥐처럼 코너에 몰린 천이안은 결국 고양이를 깨무는 대신 공생을 택했다.

 

 

 

 그들이 한 제한을 역으로 제시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주식을 SHC에게 판매하여 경영권을 넘기기로 말이다.

 

 

 

 대신 천이안이 지킨 것은 기술의 비밀 유지와 함께 그와 직원들의 자리를 보전이었다.

 

 

 

 

 

 결국 계약은 천이안이 원하는 대로 진행되었다.

 

 

 

 혁신 기술을 손에 넣어 활용할 수 있다면 좋았겠지만 SHC가 바랐던 것은 ‘재생산업’ 및 ‘환경보호를 최우선시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였다.

 

 

 

 내부 회의를 통해 천이안의 제안으로 투입되는 자본 대비 이익을 제대로 볼 수 없는 음식물 쓰레기 사업에 직접적으로 뛰어들지 않고 ‘천이안’이라는 인물의 이름값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결론이 나자 더 얻을 것 없는 소모전은 그만두기로 결정이 났다.

 

 

 

 

 

 경영권을 손에 쥔 SHC는 하늘 음식물 쓰레기 센터 앞에 자신의 로고를 새겨 넣으며 이미지 개선에 박차를 가했다.

 

 

 

 천이안에게도, SHC에게도 만족스러운 계약이었다.

 

 

 

 SHC에게 경영권을 넘겨준 뒤 사업은 획기적으로 확장 및 개선되었고, 동시에 추가로 필요한 직원과 부지 구매 역시 SHC측에서 제공했다.

 

 

 

 

 

 회사 사장에서 월급 받는 입장으로 바뀌었지만, 천이안은 그것이 권리의 박탈이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오히려 CEO였을 때에는 불규칙했던 수입이 규칙적으로 변한 데에서 오는 심리적인 안정감, 어려웠던 회사 경영을 타인에게 맡긴 채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후련함으로 전보다 표정이 밝아졌을 정도였다.

 

 

 

 

 

 하늘 음식물 쓰레기 센터는 SHC Sky 음식물 쓰레기 센터로 탈바꿈되었고, 사업을 시작한 지 정확히 5년 만에 천이안은 대기업 자회사의 사장소리를 들으며 떵떵거리고 살 수 있게 되었다.

 

 

 

 그는 기술을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많은 의혹을 사고 있지만, 여전히 현장에서 뛰며 이런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에게 직접 음식물 쓰레기 처리 방식을 보여주는 쪽으로 의혹을 씻어 내었다.

 

 

 

 

 

 "여전히 마카롱이 제일 맛있다니, 조상님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한쪽 벽면이 통 창으로 되어 있는 커다란 사무실 안.

 

 

 

 아직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성이 티 테이블 정면에 놓여있는 1인용 소파에 앉아 있었다.

 

 

 

 넥타이 없이 흰 반소매 와이셔츠에 발목까지 오는 활동성 좋은 남색 양복바지를 입고 있었다.

 

 

 

 단정하게 잘랐으나 본인 스스로 따로 손질하지 않았는지 자연스레 흐트러진 머리 스타일이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가 앉아있는 1인용 소파 양옆으로는 2인용 소파가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서로 마주 본 채 놓여 있었다.

 

 

 

 그리고 회색의 천 덩어리를 둘둘 만 삐쩍 마른 남자가 2인용 소파에 앉아 있었다.

 

 

 

 정확히 앉아 있다기보다 놓여 있었다.

 

 

 

 

 

 남자의 혈색은 창백했고 온몸에 살이 붙지 않아 뼈에 살 거죽만 휘휘 두른 것처럼 생겼다.

 

 

 

 끔찍한 것은 두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뻥 뚫린 검은색 구멍밖에 없었다.

 

 

 

 그 구멍으로 실처럼 생긴 다양한 두께의 붉은색, 푸른색 시신경이 광대를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는데, 시신경의 끝에는 반쯤 말라버린 누런색 눈알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그 나이 먹도록 마카롱의 참맛도 느끼지 못하다니. 너야말로 인생 헛산 게 아니냐."

 

 

 

 

 

 손에 쥔 마카롱을 입으로 가져가며 중년 남자를 타박하던 사내, 호영은 입안에 가득 찬 단맛에 입가를 부드럽게 움직여 미소를 지었다.

 

 

 

 그 웃음이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의 것과 비슷해 보였으나, 동시에 인생을 다 산 노인의 것과도 겹쳐 보였다.

 

 

 

 천이안은 새삼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조상이라고 나타난 미라가 그를 괴롭혔던 일.

 

 

 

 그러다 하루 세끼를 차려주며 저도 모르게 호영에게 정을 주었다.

 

 

 

 아는 것 하나 없고 무얼 원하는지도 모르던 그 당시의 젊은 그가 우연히 떠올린 사업 아이디어 하나.

 

 

 

 돈이 없었다면 또 호영이 없었다면 떠올리지도 실행하지도 못했을 그 아이디어가 천이안의 모든 걸 바꿔 놓았다.

 

 

 

 

 

 언론에서는 그를 가리켜 ‘개천에서 용 난 사례’라고 말했다.

 

 

 

 부모님 일을 돕느라 공부는커녕 학교 친구들하고 어울리지도 못했던 그 시절을 보며 ‘가난했던 어린 시절에도 과학에 관심이 많았던 영재’라고 치켜세우거나 ‘부모님의 영향으로 쓰레기 처리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가졌던 어린 천이안’이라며 천이안 자신도 모를 어린 시절을 꾸며내고는 했다.

 

 

 

 

 

 김 씨는 언론이 꾸며낸 천이안을 보며 뿌듯해했고, 호영은 종이호랑이가 달리는 호랑이 등에 탔으니 찢어지지 않게 조심하라며 혀를 찼다.

 

 

 

 비참했던 과거까지 잘 포장된 선물상자가 된 천이안은 스스로가 의아할 정도로 매끄럽게 출세 가도를 달렸다.

 

 

 

 

 

 그는 문득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굳은살이 잔뜩 박여있던 새까만 20대 초반의 손과는 달리 현재의 손은 적당히 살이 붙어 있고, 여느 도시 사람의 손처럼 희게 변해 있었다.

 

 

 

 여전히 음식물 쓰레기 처리를 위해 현장직을 고수하고 있었지만, 사실상 그가 하는 일은 없었다.

 

 

 

 

 

 새로운 음식물 처리 센터가 생기면 호영을 시켜 다재아귀를 불러왔다.

 

 

 

 매일 아침 지사마다 지하에 연결된 소형 하이퍼 튜브를 통해 ‘특수용액’을 전송 시켜 음식물 처리 프로세스를 시작하는 것이 그의 가장 중요한 일과였다.

 

 

 

 하이퍼 튜브가 설치되기 힘든 오지 혹은 산골의 경우 드론을 통해 용액을 배송하기도 했지만, 알 수 없는 누군가의 습격을 받은 뒤 천이안 사장이 직접 움직였다.

 

 

 

 

 

 하지만 사장씩이나 되는 그가 육체노동을 할 일은 없었다.

 

 

 

 굳은살은 그의 몫이 아닌 아래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몫이 되었다.

 

 

 

 혹은 인간형 AI의 몫이 되었든가.

 

 

 

 

 

 “후루룩”

 

 

 

 

 

 천이안이 앞에 놓인 잔을 들어 커피를 마셨다.

 

 

 

 싸구려 커피믹스 특유의 인공적이고 구수한 향이 코를 타고 흘러들어왔고 혀를 겉돌다 목구멍을 타고 내려갔다.

 

 

 

 곧 입안에 찝찝하고 불쾌한 향이 맴돌았다.

 

 

 

 하지만 천이안은 이 맛이 좋았다. 향긋하고 부드러운 고급 커피에서는 느낄 수 없는 아직은 인간적인 맛.

 

 

 

 여전히 고물상을 운영하던 그 시절의 맛이었다.

 

 

 

 

 

 똑똑똑

 

 

 

 

 

 "사장님, 본사에서 손님 오셨습니다."

 

 

 

 

 

 "들어오시라고 해요."

 

 

 

 

 

 문이 열리며 익숙한 얼굴이 들어섰다.

 

 

 

 처음 하늘 음식물 쓰레기장을 SHC에 넘기지 않겠냐며 찾아왔던 여성 직원이었다.

 

 

 

 말단이었던 여성은 이제 SHC 음식물 쓰레기 사업의 책임자 자리에 앉아 있었다.

 

 

 

 

 

 두 사람의 인연은 가볍지 않았다.

 

 

 

 처음에는 악연이었지만 한배를 타고 난 이후에는 마치 영혼의 반쪽처럼 두 사람은 같은 길을 걸었다.

 

 

 

 천이안이 성공하면 여성의 직급이 높아졌고, 여성의 직급이 높아지면 천이안의 연봉이 많아졌다.

 

 

 

 다만 이 둘의 관계를 직급이나 돈에 한정 지어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무거웠다.

 

 

 

 마치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 말미잘과 흰동가리의 관계처럼 천이안이 곤란한 일이 있을 때는 여성이, 반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누구에게나 비밀은 존재하는 법이었고, 어떤 비밀은 무슨 수를 쓰더라도 유지되어야 했다.

 

 

 

 

 

 문제를 해결할 때에 질색했던 서로의 성격이, 곤란한 상황에서는 큰 도움이 되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누구에게도 말 못 할 비밀을 공유한 사이가 되었다.

 

 

 

 

 

 여성은 천이안과 가볍게 악수를 하고 반갑게 안부를 물었다.

 

 

 

 20대 중반, 처음 풋내 가득했던 때에 만났던 그때와 달리 두 사람은 연륜으로 자신을 무장한 채였다.

 

 

 

 여느 비즈니스 관계와 달리 두 사람은 서로 자식들의 근황을 물을 정도로 여전히 스스럼없었다.

 

 

 

 본론은 한참 뒤에 나왔다.

 

 

 

 

 

 "이번에 새로운 지사는 대만 쪽에..."

 

 

 

 

 

 진지하게 사업 이야기를 하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앉아 있던 호영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의 반쯤 마른 눈알이 덜렁, 흔들렸다.

 

 

 

 천이안은 의식적으로 눈길을 주지 않았고, 그를 볼 수 없는 여성 또한 호영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다.

 

 

 

 그는 열정적으로, 때로는 흥겹게 이야기를 나누는 두 사람을 내려다보았다.

 

 

 

 그러다 텅 빈 시선을 돌려 부쩍 살이 올라 혈색을 되찾아가기 시작한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몇 번 손을 쥐었다 핀 호영이 두 사람을 남겨두고 문을 나섰다.

 

 

 

 또다시 새로운 다재아귀를 모을 시간이 왔다.

 

 

 

 그의 후손은 지금처럼 앞으로도 승승장구할 것이다.

 

 

 

 

 

 

 

 호영, 그가 이 현세에 머무는 동안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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