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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바르한 연대기
작가 : 아노락
작품등록일 : 2022.2.13

대자연 '마테르'를 섬기며 그들만의 문화와 전통을 지키는 율타족.
그러나 거대 제국의 등장으로 부족은 존망의 위기에 휩싸인다.
족장의 아들로 태어난 바르한, 그는 거대한 힘 앞에 어떻게 맞설 것이며 어떤 꿈을 꾸고 이뤄낼 것인가...!

 
13화
작성일 : 22-02-27 10:19     조회 : 217     추천 : 0     분량 : 4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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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리빨리 움직여라!”

 팔다리가 묶인 채로 끌려가는 부족들에게 제국의 병사들은 거칠게 채찍을 휘둘렀다.

 욕과 폭력이 난무하는 그들의 언행에 힘없이 당하는 부족민들.

 그들은 자신들이 타고 온 배가 있는 마테르의 강 하류 쪽으로 힘 잃은 이들을 노예로 만들기 위해 끌고 갔다.

 강과 가까워지자 저 멀리 율타족이 한때는 거대한 새라고 불렀던 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미 배 근처에는 율타족의 부족민들뿐만 아니라 마테르의 대지에 흩어져 살아가는 많은 부족 사람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너나할 것 없이 이들은 모두 처참한 몰골을 하고 있었다.

 ‘저들도 역시 모두 붙잡혀 끌려온 것인가... 어찌 이렇게 무참히 무너질 수 있단 말인가!’

 바르한은 노예로 전락하는 부족들의 미래가 눈앞에 펼쳐지자 속 안에서부터 주체하기 힘들 정도로 울분이 차올랐다.

 그는 셰이버가 제국의 첩자 노릇을 하고 있었으리라는 건 꿈에도 꾸지 못했다.

 만약 검은 산기둥을 향하는 오름 의식 기간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부족 전사들이 쉽게 무너지지 않았을 것이다.

 철저하게 그 틈을 노리고 온 제국의 기습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강 하류에는 수 십대의 군용선이 일대로 정박되어 있었고 병사들은 차례차례 포로들을 태웠다.

 배에 오르는 부족 사람들은 하나같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들이 눈물을 흘리던 이유는 자유를 잃고 노예가 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마테르, 그들의 터전이 불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흑흑... 마테르여...!”

 마테르의 자식들은 찢어지는 심장을 부여잡았다.

 불타는 마테르의 대지를 뒤로 한 채 배는 서서히 수심이 있는 강의 중심부로 이동했다.

 배 위에서도 울부짖는 마테르의 자식들.

 숲이 불타서 만들어진 시커멓고 자욱한 연기로 하늘에서는 눈처럼 검은 재가 하늘에 휘날렸다.

 하늘에 날리는 재와 같이 부족의 흔적은 재와 함께 연기처럼 사라져갔다.

 그 때였다.

 삐익!

 검은 재가 가득한 창공에서 새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삐익!

 재차 울어대는 게 꼭 누군가를 찾는 듯한 소리였다.

 뒤늦게 바르한은 하늘에 있는 새가 자신의 사역마인 타비라는 걸 눈치챘다.

 ‘타비... 다행히 무사했구나!’

 타비는 바르한을 찾고 있는 것이었다.

 “야, 저 새 뭔가 이상하지 않아? 자꾸 우리 머리 위를 날라다녀.”

 “에이, 뭔 소리래.”

 “아닌데. 진짜 우리 머리 위만 배회하는데. 잠까만 기다려봐. 총으로 한 번 잡아볼까.”

 총을 지니고 있었던 병사는 타비의 존재를 눈치 채더니 총을 주섬주섬 꺼내 장전준비를 했다.

 “봐봐. 한 방에 맞추는 거 보여줄게.”

 병사는 사격연습이라도 하는 듯이 지금 상황에서 재미를 느끼는 것 같았다.

 그는 타비를 향해 총구를 겨눴고 곧 방아쇠를 당기려 들었다.

 “안돼!”

 크게 소리치며 총을 쏘려는 병사에게 몸을 들이박는 바르한.

 병사는 바르한이 몸을 부딪치자 총을 얼떨결에 밀려나며 다른 방향으로 쏘게 되는데 다행히도 총탄은 타비의 몸을 스치듯이 빗나갔다.

 그 탓에 아찔하게 몸을 빗맞은 타비는 깜짝 놀라 배의 반대 방향으로 멀리 날아가버렸다.

 “이 노예새끼가 어디서 감히...!”

 바르한이 미는 바람에 나뒹굴게 된 병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바르한을 때리기 시작했다.

 “죽어, 죽으라고! 노예새끼 여기서 하나 죽는다고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어!”

 병사는 화가 단단히 난 듯 포박되어 저항하지도 못하는 바르한을 계속해서 구타했다.

 ‘그래, 타비. 그렇게 멀리 달아나렴.’

 그러나 바르한은 속으로는 타비가 무사할 수 있음에 다행이라 여겼다.

 “야, 너무 때리지 마라. 얼굴에 상처라도 나서 상품성 떨어지면 그건 전부 네 책임이다.”

 바르한이 탄 배에는 듀공 백작이 같이 올라탔는데 상품이 될 노예가 흠집나지 않도록 주의했다.

 어차피 지금 잡혀가는 포로들은 샤이트 제국의 노예신분이 되어 국경지대의 화살받이 신세가 되거나 운 좋아도 노역장으로 끌려가질 게 분명했다.

 남대륙의 대지가 농경이나 목초지로서의 가치가 있으나 그 몫은 분명 해리슨 공작의 탐욕스러운 주머니로 들어갈 것이 뻔했기 때문에 그는 자신의 몫을 따로 빼두려고 했다.

 그래서 듀공 백작은 잔머리를 썼다.

 어차피 제국으로 돌아가도 노예들의 숫자를 아직 다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미리 중간에서 노예들을 다른 나라에 팔아서 한 몫을 챙기겠다는 것이다.

 ‘여기까지 개고생을 해서 왔는데 나도 내 몫은 따로 빼둬야지 않겠어?’

 그래도 그 덕에 바르한은 더 이상 맞지 않을 수 있었다.

 배를 타고 먼 제국의 땅으로 끌려가는 기간은 부족민들에게 참으로 긴 시간처럼 느껴졌다.

 배 안은 노예로 끌려온 이들이 한 공간에 머무르기에는 협소했다.

 그러나 하나의 노예도 놓치지 않겠다는 제국의 탐욕이 그들을 선체 하부에 다닥다닥 붙여놔 서로 발 디딜 틈조차 없도록 만들었다.

 부족민들은 전혀 몰랐지만 이들을 잡아 끌고 온 듀공 백작은 알고 있었다.

 이들의 숫자가 수만에 이른다는 것을.

 노예로 전락한 여자들과 아이들은 완전히 물건의 취급을 받았다.

 최소한의 식량만이 배급되었고 모든 것들을 자신들이 주어진 좁은 내부공간에서 해결해야만 했다.

 그것은 용변도 마찬가지였다.

 그로 인해 제국의 땅에 도착하기도 전, 이미 배 안에서 퍼지는 질병에 감염되어 목숨을 잃는 이들이 속출했다.

 바르한은 끔찍한 환경 속에서 그 어떤 희망도 보이지가 않아 좌절했다.

 눈앞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로 죽어가는 이들을 바라만 봐야 하는 광경은 모든 사람들을 미치게 만드는 짓이었다.

 ‘이것이 노예란 것인가. 차라리 짐승의 삶이 더 낫겠군.’

 배 안에서 죽게 되는 사람들이 생기면 제국의 병사들은 그저 바다로 집어던질 뿐이었다.

 마치 바다에 처리해야 되는 쓰레기를 집어던지는 것처럼.

 바르한은 그 어떠한 것도 알지 못하는 곳으로 끌려가면서 언제 도착하는지조차 몰랐기 때문에 그 시간을 버텨내기가 더욱 어려웠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며칠이 지난거지...’

 어두컴컴한 선체 바닥은 굳게 문이 닫혀 있었기 때문에 낮과 밤이 바뀌는 걸 볼 수도 없었다.

 그나마 식량을 배급하러 오는 병사들이 문을 열고 들어올 때 잠깐이나마 밖이 보이면 그 때 들어오는 햇빛이나 혹은 밤하늘을 보고는 지금이 낮인지 밤인지를 구별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마저도 날이 며칠이 바뀐 건지는 알 수 없었던 것이 툭하면 병사들이 식량 배급을 안 할 때가 많았다.

 “욱! 역겨운 야만인 놈들! 냄새 한 번 지독하네.”

 문을 열고 들어올 때마다 퍼지는 냄새 때문에 병사들은 들어오길 꺼려했고 그 탓에 굶어죽는 이도 있었다.

 마테르의 대지에서 제국의 항구까지 도착하는 데 3주의 기간이 흘렀다.

 그러나 그 사이는 부족민들이 피폐해지기 충분한 시간이었다.

 3주만에 햇빛을 쬐며 배 밖으로 나온 이들은 이전에 있던 생기는 잃어버린 채 삶의 그 어떤 의욕조차 남아있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바르한은 죽어가는 이성의 끈을 붙잡고 버티고 있었다.

 그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곱씹으며 그것을 무기삼아 더욱 정신을 바짝 차렸다.

 ‘죽는 그 순간까지도 절대 희망을 버려서는 안된다. 반드시 살고 또 살아남아서 저들에게 똑같은, 아니 더한 괴로움과 절망을 안겨주고 말겠다!’

 바르한은 복수를 위해 지금의 순간을 견뎌내겠다고 다짐했다.

 배에서 내린 부족민들은 일렬로 서서 몸에 밴 냄새부터 처리를 해야 했다.

 “윽! 노예놈들 냄새가 아주 지독하군. 물이라도 뿌려서 전부 씻기도록.”

 듀공 백작은 코를 막으려 병사들에게 손짓으로 명령했다.

 제국의 병사들은 새로운 노예들에게 물을 뿌려댔다.

 백작은 그 속에서 몇몇 노예들을 따로 분류했다.

 그들은 또 다른 제국으로 팔려갈 노예들이었다.

 “음, 이놈은 그래도 제법 훤칠하게 생겼군. 피르오비아 상인 놈들이 좋아하겠는데?”

 바르한을 본 듀공 백작은 그와 더불어 몇몇을 더해 피르오비아 제국의 노예상에게 돈을 받고 팔아넘겼다.

 한 편, 항구의 다른 한 쪽에서는 샤트란이 끌려온 다른 배에서 내리고 있었다.

 항구에서는 더러운 사람들에게 물을 뿌리고 있었는데 부족민들이 몸에 찬 귀금속이나 비싸보이는 물건들을 제국의 병사들이 탈취하는 게 샤트란의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자신이 찬 목걸이를 더듬었다.

 ‘이것도 빼앗길 텐데... 어떡하지?’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큼은 절대 빼앗겨서는 안되었다.

 선조로부터 내려온 것이자 아버지가 물려준 귀중한 목걸이.

 그녀는 결국 결단을 내렸다.

 시드스톤을 스스로 삼켜 빼앗기지 않는 것이었다.

 꿀꺽...!

 시드스톤은 샤트란의 몸속으로 들어가게 됐다.

 샤트란은 예정대로 샤이트 제국의 영토분쟁 중인 외곽으로 끌려가는 부류로 선별되었다.

 또 다른 피르오비아 제국으로 끌려가던 바르한은 저 멀리서 익숙한 실루엣이 느껴졌다.

 ‘어... 샤트란?’

 바르한은 샤트란을 향해 소리쳤다.

 “샤트란! 샤트란! 여길 봐!”

 배 안에서도 샤트란의 행방을 찾던 그는 죽은 줄만 알았던 누이동생이 살아있는 모습에 안도했다.

 그리고 그의 외침은 그녀의 귀에 닿았고 그녀 역시 저 멀리서 자신을 애타게 찾는 바르한의 모습이 보였다.

 “조용히 하지 못해!”바르한을 강하게 제압하는 노예상인.

 “살고 싶다면 입을 다물고 조용히 걷는 게 네 녀석 신상에 좋을 거다.”

 노예상인이 휘두르는 채찍을 얼굴에 그대로 맞은 바르한은 눈두덩이가 찢어져 피가 흘렀다.

 그럼에도 그는 계속해서 외쳤다.

 “샤트란! 꼭 살아남아서 다시 만나자! 네가 살아있다면 내가 어떻게든 찾아갈게!”

 그리고 다시 날아오는 채찍.

 결국 그는 채찍에 맞고 쓰러졌다.

 “후, 노예 새끼가 쓸데없이 힘을 빼게 만드네. 역시 짐승은 매로 다스려야 한다니까.”

 그런 바르한의 외침을 들은 샤트란은 눈물이 흘렀다.

 바르한이 눈앞에서 가혹하게 두들겨 맞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그녀 역시도 더 강해지기로 마음을 먹었다.

 바르한은 피를 흘리며 바닥에 뒹구는 와중에도 고개를 들어 샤트란을 향해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둘은 눈빛으로 서로의 의지를 확인했다.

 그렇게 마테르의 대지 아래 있던 부족들은 제국의 노예가 되어 갈가리 찢어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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