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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새 세상
작가 : 지니0
작품등록일 : 2022.2.13

'새 세상'은 핵전쟁 이후. 지구에 존재하는 전혀 다른 두 세계, 화이트마타와 그레이마타. 그 안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을 통해 드러난 이기적 문명의 실체를 그린 SF스릴러 작품이다. 인간 안에 내재된 자유와 존엄에 대한 갈망, 유전자 조작을 통해 탄생한 신인류의 음울한 단면 그리고 우생학적 관점에서 인간을 선별해 종의 영속성을 추구한 설계자가 어떤 파국을 맞이하게 되는지 그려보았다.

 
제 22 화
작성일 : 22-02-27 09:21     조회 : 166     추천 : 0     분량 : 4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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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마와 의원

 

 [파리에탈 의원 비행기 안]

 

 비행기 안에 침묵이 흘렀다. 파리에탈 의원은 창문 밖 도시를 내려다보고 우주를 응시하고 있었다. 우주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빛과 어둠, 저 광활한 공간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인류가 나타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해야 마모될 수 있을 지 궁금해졌다.

 "그레이마타 의원으로서 도시와 행성의 안전을 지키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네. 그런데 자네는 지금 내게 도시를 혼란에 빠뜨릴 일을 도와달라고 말하고 있는군."

 "이미 그레이마타의 거의 모든 시정은 하이포피시스의 시스템과 그들이 조정하는 관료들에 의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부패나 정경유착의 단계를 넘어 일상이 되었습니다. 뿌리 뽑기 힘든 지경까지 왔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썩은 정치인이나 관료들, 기업인은 부분적으로 척결할 수 있지만 일상화된 시스템은 붕괴하기 힘듭니다. 이제는 그 한계점을 넘어섰다고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더 늦기 전에"

 "이 도시를 무너뜨려야 한다는 말이군."

 "네, 그렇습니다. 하이포시스의 계획대로라면 조만간 생체 실험으로 만들어진 인간들이 사회 속으로 파고 들 것입니다. 우리의 자리를 대신할 것입니다. 그러다 결국엔 애초의 인간은 사라지고 변종들이 인류를 지배하는 세상이 오고 말겠죠."

 "하이포피시스 만 무너뜨리는 것은 불가능한가?"

 "하이포피시스는 이미 도시 그 자체가 되었습니다. 어떤 법이나 제도로도 저들을 막을 수 없습니다. 실질적인 도시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절대 자멸의 길로 가지 않을 것입니다. 시에, 거대 기업에 반항하는 그 어떤 세력이나 인간들을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저들의 손에 소리 없이 사라지거나 죽임을 당해 왔습니다. 그 끝을 알 수 없습니다."

 갑자기 유리창으로 따스한 아침 햇살이 긴 가지처럼 드리워졌다. 바깥 배경은 시시각각 변하고 있었다.

 "저는 인류를 발전시키는 원동력 가운데 중요한 부분에 '사회적 필요악'이라는 것이 있다고 봅니다. 파리에탈 의원님처럼 정의롭고 인류애로 충만한 인성도 직, 간접적으로 악의 작용으로 인해 생겨난 것이라 생각하고요. 그러나 모든 것을 감안하더라도 인류 문명의 중심은 인간이어야 합니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사회는 스스로 정화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 악습과 부조리가 넘쳐나고, 고통과 절망의 목소리가 아우성치더라도 결국엔 융화되는 시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일은 의지를 가진 인간들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가능한 일입니다. 인간이 인간적일 때 말이지요."

 라마와 파리에탈 의원은 돔의 전경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이윽고 라마가 입을 열었다.

 "저는 의원님이 옳은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의원이 의자 깊숙이 몸을 기댄 채 눈을 감았다. 두 사람을 태운 비행기는 창공 높이 날아올랐다. 그때 순간 번쩍하는 불빛이 일더니 비행기가 폭발했다. 연기가 피어오르고 잔해들이 날렸다. 비행선은 순식간에 지상으로 추락했다.

 

 

 :::

 

 

 로튼

 

 [현자의 거처]

 

 로튼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차가운 금속성 골격이 주를 이룬 실내. 어스름한 빛이 실내에 기하학적인 무늬를 그려놓았다. 정면 창으로 암벽과 협곡, 폐허로 변한 도시가 보였다. 바깥과 달리 이곳은 어딘지 아늑했고, 따스했으며 또 풍요로운 느낌이었다. 로튼은 유구한 성의 해자처럼 자리 잡은 수영장을 바라보았다. 화이트마타에서 구하기 힘든 대량의 물이었다. 물이 제 발아래서 찰랑거리고 있다는 게 경이로웠다.

 하얀 정장수트를 입은 사내가 그를 향해 다가왔다. 사내는 티끌 하나 없는 말끔한 차림에 영양상태가 좋아보였다.

 로튼이 물었다.

 "당신이 제이?"

 "맞아. 내가 제이지. 그러는 자넨 현자의 아들이겠군. 로튼이라고 했나?"

 "그래"

 이어 로튼이 말했다.

 "현자를 만나러 왔다."

 "기다리고 있었어."

 로튼은 알 수 없다는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나는 의식적으로 현자와 연결되어 있어. 그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지."

 여전히 어려운 얘기였다. 곰곰이 있다 로튼이 물었다..

 "내 생각도 읽고 있어?"

 제이가 피식 웃고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난 현자하고만 연결되어 있어. 그가 내린 명령을 대신 수행할 수 있도록 말이야."

 "그럼 당신도 현자의 아바타야?"

 "아바타는 허상이야. 하지만 난 실제 하는 인물이지. 만질 수도, 싸울 수도 있어. 현자가 정해 놓은 범주 안에서 필요에 따라 적절한 행동을 골라 취할 수 있어."

 "날 현자에게 데려다 줘."

 제이가 망설였다.

 "왜 망설이지?"

 "이번에는 현자의 마음을 선뜻 판단하기 힘들어. 그는 논리적인 사람이야. 그런데 왠지 갈팡질팡하는 것처럼 느껴져."

 "어째서?"

 "글쎄…"

 제이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로튼을 향해 말했다.

 "아무래도 자네의 존재가 그를 혼란스럽게 하는 모양이야."

 "그럴 필요 없다고 전해. 우린 남이나 다름없으니까."

 제이가 피식 웃었다.

 "왜 웃지?"

 "현자를 원망하고 있군. 그에게 미련이 있는 건가?"

 "절대 그렇지 않아."

 "당신의 감정이 느껴져. 맥박이 치솟고 있어. 아드레날린 수치가 3배 가까이 올랐고. 흥분했군. 생부를 만난다는 설렘 때문인가, 아니면 자넬 버리고 혼자만 잘 살고 있었다는 것에 대한 분노 때문인가."

 "내가 해야 할 일이 눈앞에 있으니까."

 "과연 그럴까?"

 로튼은 제이와의 대화가 이어질수록 점점 혼란스러웠다. 그에게 제 안에 묻어둔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다는 생각만 들었다.

 "당신과 대화는 이걸로 충분한 거 같은데?"

 "좋아. 내 역할을 하지. 나를 따라와."

 화이트 맨이 앞장서 걸어갔다. 로튼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그를 따라 갔다. 복도 창으로 온갖 초록 잎사귀들이 무성하게 자란 식물원이 보였다. 정말이지 놀라운 광경이었다. 천장과 벽을 타고 등나무 줄기가 거미줄처럼 뻗어있었고, 선인장과 활엽수들, 다육 식물들이 서로의 빈 자리를 찾아 빼곡히 자라나 있었다. 화단에는 온갖 허브와 이름 모를 약초들이 심어져 있었는데 로튼은 저런 식물들을 칼시토의 서재 조감도에서 본 적 있었다. 그런데 실제로 보니 원초적이면서 싱그러운 생명의 기운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자연, 그중에서 식물이야말로 우주가 만들어낸 가장 위대한 창조물이었다.

 식물원을 지나 다시 호젓한 공간을 지나니 커다란 문 앞에 다다랐다. 제이가 걸음을 멈추고 뒤돌았다.

 "여기가 현자의 공간이야."

 로튼은 저 문 너머에 기다리고 있을 현자를 떠올리며 숨을 들이켰다. .

 "정말 그를 죽일 건가?"

 "아마도?"

 "당신을 낳아준 아버지인데도?"

 "그래."

 "칼시토만 아니었다면 당신은 그의 아들로 이곳 그레이마타에서 잘 살 수도 있었어."

 "이제와서 그런 얘기가 무슨 소용이야."

 제이가 고개를 떨구었다.

 "그렇다는 얘기야. 하지만 이 얘긴 해두는 게 좋을 거 같아서."

 제이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들어가지."

 그가 버튼에 손을 댔다. 그러자 커다란 문이 스르르 열었다.

 

 현자의 몸은 욕조 안에 잠겨 있었다. 전라의 상태로 눈을 감고 누워 있었다. 그의 머리에는 하얀 금속 캡이 씌워져 있었는데 캡은 알 수 없는 전선들과 연결되어 있었다.

 로튼은 너무나 뜻밖의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이 자… 죽었어?"

 "아니. 생명을 유지할 최소한의 뇌 신경 활동은 유지되고 상태야."

 "깨어나?"

 "아니."

 "눈을 뜨는 건?"

 "아니."

 "찌르면 어떻게 되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죽은 거나 다름없군."

 "그렇진 않아."

 로튼이 의뭉스런 눈으로 돌아보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서."

 "아까 말했잖아. 그의 뇌는 살아 있다고. 뇌가 죽지 않는 한 그는 여러 프로그램 속에 존재하면서 현실에 등장해."

 "그럼 현자와 연결된 저 기계장치를 떼어내면 되겠군."

 제이가 눈썹을 긁적였다.

 "그렇게 되지는 못 할 거야. 설사 성공한다해도 너도 무사하지 못할 거야."

 "어째서지?"

 "이곳, 현자의 거처는 현자와 한 몸이나 마찬가지야. 생명처럼 하나의 유기체로 연결되어 있거든. 만약 현자의 생명 징후가 사라지면 이곳은 폭발하게 되어 있어."

 "…"

 "이제… 어쩔 거야?"

 "별 수 없지."

 로튼이 허리 뒤에 숨겨온 총으로 제이의 가슴을 맞추었다. 제이가 총을 맞고 날아가 벽에 부딪히고 쓰러졌다. 이번에 로튼은 현자의 머리에 쓰여진 캡을 확 벗겼다. 그러자 파바박 스파크가 일더니 욕조 물이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다. 거품에 부풀어 오른 물이 바닥으로 흘러넘쳤다. 방안 전체가 물로 흥건해졌다. 연이어 물기가 기계 부품과 닿으면서 산발적인 불꽃이 일더니 마침내 폭발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로튼은 현자 앞에 섰다. 핏기 없는 창백한 얼굴이 공기 중에 드러나자 순식간에 노화가 진행되었다. 얼추 칼시토의 얼굴과 비슷하게 주름이 그려졌을 때 총을 겨누었다. 미련은 없었다. 탕 소리와 함께 방아쇠를 눌렀다. 그리고 몇 초 후 강력한 물체가 그를 치고 지나갔다. 수영장과 연결되어 있던 수조가 폭발하면서 건축 자재가 로튼 위로 떨어진 것이었다. 로튼은 어깨가 깔린 채 신음했다. 그는 꼼짝할 수 없었다. 바깥에서 어디선가 뭉특하게 폭발이 이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제이 말대로 현자의 성이 무너지기고 있었다. 그가 일구어 놓은 세상이 땅으로 꺼지고 있었다. 사방에서 흙먼지가 흩날렸고 철의 옹성처럼 견고해 보이던 건물은 순식간에 와르르 무너졌다.

 로튼은 잔해 속에서 눈을 감았다. 그렇게 죽음을 기다리는 것 외에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가슴을 짓누르던 압박감이 조금씩 사라지는 듯했다. 로튼은 그가 감각을 잃어가고 있는 중이라 여겼다. 그러다 그를 감싸고 있던 장막들이 걷혀지면서 빛이 새어들어오는 것을 느끼고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눈을 떠보니 제이가 인조 피부가 벗겨져 뻥 뚫린 채 검은 속이 드러난 상태로 로튼 앞에 서 있었다.

 "식물원 안에 지하로 통하는 터널이 있어. 그리로 달아나."

 로튼은 제이가 만들어둔 공간 사이로 간신히 몸을 빠져나왔다. 떠나기 전 제이에게 물었다.

 "왜 날 살려주는 거지?"

 "말했잖아. 난 현자의 의식과 연결되어 있다고. 서두르는 게 좋을 거야."

 방을 나서기 직전 로튼이 다시 돌아보았을 때 제이의 목은 건물 자재에 깔려 뜯겨져 나가 있었다.

 목이 잘린 제이가 로튼을 향해 말했다.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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