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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여배우 월화의 생애
작가 : 한계령
작품등록일 : 2016.9.18

조선 최초 스크린의 여배우인 이월화의 일생 입니다.
척박한 조선 연극계와 영화계을 거치며 질곡의 삶을 산 그녀의 비극적인 생을 조감 합니다.

 
제4장 여배우의 삶 (26)이화권번
작성일 : 16-11-03 19:26     조회 : 443     추천 : 0     분량 : 4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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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4장 여배우의 삶 (26) 이화권번

 

 오늘은 음력으로 3월 14일로 전국 각지의 요정들이 쉬는 날이다. 바로 조선의 마지막 왕, 순종(純宗)의 기제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나라에서 정한 국경일은 아니다. 이미 한일합방 이후 조선은 총독부의 통치 아래 일본이 정한 법령을 따르고 있었다. 그러나 같은 해 죽은 소화 천왕의 아버지인 대정천황의 기일은 매년 법정 공휴일로 정해 대대적인 추모제가 열리지만 망한 나라의 마지막 왕의 죽음을 나라 잃은 백성들에게 기억하고 추모 하게 할 리가 없다. 겨우 이 씨 종가와 왕실의 녹을 먹던 신하들만이 종묘와 왕이 묻힌 유능(裕陵)에서 고인을 위한 제사를 지낼 뿐이었다.

 

 그런데도 기방이 쉬는 날이라니? 그것은 단지 요정을 경영하는 사업주들이 대부분 미관말직이나마 궁궐에 근무 했던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조선 최고의 요정이라 일컫는 명월관의 창업자 안순환은 고종황제 당시부터 궁내부 주임관과 임금의 연회를 담당하는 전선사장(典膳司長)이라는 관직을 겸한 사람이다. 그가 순종까지 2대의 왕을 모시다가 나라가 망하자 궁궐에서 쫓겨나 한 일은 그저 술이나 마시는 한량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 그가 생각해 낸 것이 요정이다. 요정 주인이라면 밤 낮 없이 술을 마셔도 제 집에서 먹는 술이니 누구인들 손가락질을 못할 할 것이 아닌가? 요행이도 관기제도가 없어져 어전에서 가무를 행하던 궁중기생들의 기예를 보여 줌으로써 과연 왕은 어떻게 놀았나? 라는 호기심에 장안에 제법 풍류께나 안다는 한량들이 모여 들었고 덕분에 요정은 운영이 잘 되었다. 그러자 같은 처지에 있던 궁인 출신들이나 상궁들 까지 여기 저기 요정을 차리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이기에 순종의 기일에 차마 음무가무를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비공식으로 이날 하루를 쉬기로 작정을 한 것이 어느덧 관례가 되었다. 이를 어기고 문을 연 요정 아사원은 사람들의 돌팔매가 날아들어 대문이 부서지고 유리창이 깨지는 곤혹을 치루기도 했으니 그런 영향으로 요정이 아닌 웬만한 술집마저도 하루를 쉬는 날로 정하고 문들을 닫았다.

 

 월화는 오랜만에 외출을 서두른다. 기생이 된 이후 요정과 집을 오고 가고 왔을 뿐 전혀 외출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토월회에서 월화가 박승희와의 스캔들로 극단을 관두자 대신 카츄사의 여주인공 역을 맡고 이후, 다른 극단에서도 함께 연극을 하고 이제는 월화처럼 기생이 된 복혜숙가 만나자는 연락을 해 왔기에 몇 해 전 마쳐 놓고 한 번도 입지 않은 검은 양장을 차려 입고 검은 안경으로 얼굴을 가리고 황금정에 있는 한 끽다점으로 향했다. 끽다점이란 차를 마시고 담배를 피며 약속과 휴식을 취하는 장소로 카페나 다방을 일컫는 일본식 말이다. 끽다점에 들어서자 커피의 향기가 월화의 코를 자극했다. 유성기에서는 윤심덕의 사의 찬미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막막한 사막을 달리는 인생아

  너의 가는 곳 그 어대냐?

  쓸쓸한 세상 험악한 고해에

  너는 무엇을 찾으러 가느냐.”

 

  그녀는 마지막 죽으며 저 노래를 남겼다. 자신은 죽어 무엇을 남기려나? 같은 토월회의 소속이었으면서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윤심덕이라는 여자가 연민으로 다가 왔다. 구석자리에는 혜숙이가 먼저 와 월화를 향해 손을 흔든다. 두 여자는 오랜만에 둥근 원형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뭐 마실래?”

  “커피!”

 

 혜숙은 여 종업원에게 커피 두 잔을 주문하고 월화의 얼굴을 뚜려지게 본다.

  “왜 그래?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어?”

  “그 검은 안경은 좀 벗을 수 없니?”

 

 그제야 월화는 자신이 실내에서 검은 안경을 쓴 사실을 알아채고 얼른 안경을 벗는다.

 

  “이제야 너 같구나... 오랜만이다.”

  “그래.. 같은 기생이 되었는데도 자주 만나지 못하는구나?”

  “무대와 은막을 맘껏 누비던 우리가 어쩌다 기방신세가 되었단 말이냐?”

  “원래 우리가 이화권번 출신 아니니?”

 

 그 말과 함께 두 여자는 배를 잡고 웃는다. 이화권번은 이화학당을 일컫는 말이다. 월화와 혜숙은 같은 이화학당 출신이다. 언젠가 이화학당에서 음악회가 열렸는데 여학생들이 무대 위에 올라가 <방아타령><양산도>등을 부르니 학부형들이 기생이나 부르는 노래나 가르치는 게 권번과 다를 바가 뭐냐며 학교에 보낼 수 없다며 소동을 피우는 일이 있었단다. 그 이후 이화학당이 이화권번이란 소리를 듣게 되었지만 월화와 혜숙은 이제 기생까지 되었으니 이화권번 출신이란 말이 딱 들어맞는다. 그런 농담 끝에 두 여자 모두의 입가에서 한숨 같은 서글픈 미소가 세어 나왔다. 주문한 커피가 나오고 혜숙은 설탕도 타지 않은 블랙커피를 마신다.

 

  “그래 기방 생활은 견딜 만 해?”

 

  그렇게 물은 건 월화이다.

 

  “거기도 사람 사는 덴데...견디고 자시고 할게 뭐가 있겠니? 며칠 전엔 말이다. 한 손님이 나보고 자꾸 창가를 하라는 거야? 그래서 난 음치가 되서 창가를 못 부르니 술이나 따를 테니 술이나 마셔라 그랬는데도 자꾸 창가를 하라는 거였지. 그래서 그럼 아는 게 찬송가뿐인데 그걸 불러도 되냐고 물었더니 그러라더라.”

  “호호.. 기방에서 찬송가라니? 정말 가관이다.”

  “그래서 내가 무슨 찬송가를 불렀는지 아냐?”

  “......?”

  “달빛 보다 더 밝은 천당 믿는 자 위해서 가겠네.”

 

 혜숙은 나지막하게 찬송가를 흉내 낸다. 그 찬송가를 듣자마자 월화는 배를 잡고 웃는다. 요행 실내 안에 손님들은 유성기를 듣느라 그쪽으로 귀를 기우리고 있기에 망정이지.. 혜숙은 찬송가의 중간부분은 건너뛰고 마지막 후념 부분으로 넘어 간다.

 

  “며칠 후 며칠 후 요단강 건너가 만나세-”

 

 월화는 더 이상 웃음을 참을 수 없어 의자에서 쓰러질 지경이다. 찬송가를 끝낸 혜숙이가 다시 말짱한 얼굴이 되어서

 

 “이 찬송가를 그것도 슬프게 불러 재꼈더니 그 작자의 표정이 어떻겠냐? 완전히 쓰디 쓴 익모초 씹은 표정이 되어서는 호호...그래도 갈 때는 행하를 빳빳한 조선 은행권 새 지전으로 이십 원이나 주고 가더라.”

 

 월화와 동갑내기 인 복혜숙은 독실한 기독교 성직자인 목사의 딸 이었다. 목사의 딸이 광대라고 손가락질 하는 배우가 되고 이제는 기생까지 되었다. 16세에 그녀는 프랑스 가톨릭 수녀가 운영하는 자수학원에 다녔다. 그러나 자수학원은 뒷전이고 활동사진 극장에서 살았다. 그는 미국의 그리피스 감독의 명작들 특히 릴리안 기시의 주연 작인 <시들은 꽃송이> <동도> 그리고 초기의 이태리 영화와 프랑스 영화를 즐겨 보았다. 어느새 수예의 전문가가 되겠다는 꿈은 사라지고 아련한 은막위에 배우의 꿈이 무지개처럼 아롱지기 시작 했다. 그런 배우의 꿈이 그녀를 현해탄을 건너 도쿄로 가게 했고 아사구사 근처의 한 무용소에서 무용을 배우기 시작한다. 그러나 어떻게 알았는지 찾아온 아버지에 의해 다시 조선으로 끌려간다. 이런 상황을 여러 번 반복되고 그녀는 결국 김도산의 <신극좌>에 입단하며 드디어 배우의 길을 걷는다.

 

 이후, 이런 저런 극단을 경유하여 토월회에서 월화를 만난다. 이미, 그때는 월화는 영화든 무대 위에서 든 스타였다. 그런 월화의 명성에 겁을 먹고 접근조차 하지 못하던 혜숙은 차츰 월화와 서로 마음을 터놓는 사이가 된다. 같은 이화학교 중등과를 같이 다닌 학력 때문은 아니었고 그만큼 혜숙도 여걸다운 면모를 지니고 있었고 특히 남자들뿐인 극단에서 서로 의지가지를 나눌 수 있는 건 몇 명 안 되는 여배우들이 친하게 지내는 것뿐이었다.

 

 어느 날, 그런 혜숙이가 월화에게 긴히 할 말이 있다며 극장 옆 팥죽집으로 데리고 간다

 

 “어서들 와! 예쁜 각시들.”

 

 팥죽집 할멈은 늘 여배우들은 예쁜 각시들이라고 불렸다.

 

 “할멈! 따뜻한 팥죽 두 그릇만 주세요. 돈은 내가 내는 거니까 많이 주셔 야해요”

 “웬일이니? 혜숙아.. 네가 팥죽을 다 사고?”

 

 집과의 인연이 끊긴 혜숙은 늘 돈이 없다. 그런데도 오늘 팥죽을 사는 걸 보면 뭔가 중요한 일이 있는가 보다.

 

 “나 극단을 떠나게 되었어.. 활동사진 찍게 되었거든.”

  “무슨 작품인데?”

  “이규설 감독의 농중조(籠中鳥)라는 작품이야.”

  “애...! 정말 잘됐다. 너 활동사진 박아 보는 게 소원이었잖니?”

  “그런데 막상 활동사진을 찍으려니 겁이 나서.. 월화 너는 활동사진 많이 박아 봤으니까 잘 알거 아니냐? 조언을 좀 해라?”

  “뭐? 활동사진이 별거니? 그냥 네 평소 실력대로만 하면 잘 할 수 있을 거야”

  “아이.. 겨우 그런 말은 누군 못하니? 이런 팥죽 값도 못하는 멍충이!”

 

 혜숙은 눈을 흘긴다. 그후, 혜숙은 극단을 떠나 영화계로 옮겨 갔다.

 

 그로부터 월화가 기생이 된 얼마 후, 월화에게 혜숙이가 찾아 왔다.

 

 “혜숙아! 정말 오랜만이다.”

 “월화야! 너 팥죽 먹고 싶지 않니?”

 “아니..애가 오랜만에 만나서 웬 팥죽?”

 

 월화는 혜숙을 데리고 근처 일본식 단팥죽 집으로 데려 갔다.

 

 “이 집은 할멈네 팥죽보다 비쌀 텐데?”

 “내가 살 테니까 먹기나 해.. 근데 소식도 없다가 이렇게 날 찾아 온 이유가 뭐니?

 

 오차 잔을 입에 대며 월화가 묻는다.

 

 “응...나도 너처럼 기생이 되려고?”

 

 월화는 너무도 놀라 마시던 오차 잔을 떨어트릴 뻔 했다.

 

 “그런데 나도 막상 기생이 되려니까 겁이 나서.. 월화 너는 기방생활을 하고 있으니 잘 알거 아니니? 조언을 좀 해라.”

 

 그렇게 말하는 혜숙의 눈엔 가득 눈물이 고여 있다. 그런 혜숙에게 월화는 아무 말도 해 줄 수가 없다. 얼마 후, 혜숙이는 인천으로 가서 기생이 되었다는 소문을 듣는다. 그녀는 차마 경성에서는 기생노릇을 할 수 없었나 보다.

 

 이제 윤심덕이 절망으로 부르는 마지막 유성기도 끝나고...윤심덕은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로 시작되는 <희망가>를 왜 악단의 연주 없이 불렀을까 하는 공연한 의구심과 함께 두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혜숙이가 오랜만에 경기도 외곽의 시골교회에 목사로 시무하는 이제는 연로하신 아버지를 뵈러 간다고 서두른다. 서로 찻값을 내겼다며 실랑이를 하다 결국 계산은 월화가 했다. 혜숙은 다음에 만나면 할멈의 팥죽집을 가자고 했다. 끽다점을 나서며 혜숙은 내부의 실내장식을 관심 있게 바라보더니

 

  “이런 끽다점이나 다방을 차리려면 돈이 얼마나 들까?”

  “왜 이런 가게 차리고 싶어?”

  “아니...그냥 물어 보는 거야?”

 

  그 후, 몇 개월이 지나고 혜숙은 인천 용동권번에서 기적을 빼냈고 그동안 기방에서 알뜰하게 모은 돈으로 인사동 입구에 <비너스>라는 다방을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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