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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붉은실의 끝맺음
작가 : allzero
작품등록일 : 2022.2.23

1930년, 경성. 나라도 마음도 자유롭지 못하던 그 날의 어디선가 만나 아무도 모르게 붉은 실로 얽힌 이들의 이야기.

 
#16. 엇갈린 시간
작성일 : 22-02-27 02:01     조회 : 185     추천 : 0     분량 : 5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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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람과 영민은 신아의 생일 선물을 사기 위해 같이 시내로 나왔다.

 조영민: 선물은 각자 사면 되지, 왜 아침부터 사람 끌고 나와서 귀찮게 하냐 너는?!

 고하람: 같이 고르면 좋잖아, 그러는 너도 아직 선물 뭐 살지 결정 못 했으면서.

 하람의 말에 할 말이 없어진 영민이 입을 꾹 다물며 딴 곳을 보는 척 딴 청을 피웠다. 사실 영민도 그동안 많이 고민 했지만 딱 떨어지게 마음에 드는 선물을 고르지 못해서 내심 초조해 하고 있었던 참이였다. 때마침 하람이 신아 몰래 해월관으로 자신을 찾아와 같이 선물을 사러 가자고 하길래 못이기는 척 나온 것이 였다.

 고하람: 어? 야 이거 어때?

 조영민: 진심이냐.....

 거리를 걸으며 상점을 둘러보던 하람이 유리로 된 건물 외관의 진열대에서 반짝이로 가득한 화려한 검정색 원피스를 보며 말했다.

 고하람: 엥 왜 별로야? 요새 이런 화려한 게 인기던데, 아 뭐 하긴, 너가 유행을 알겠냐. 맨날 똑같은 옷만 입고 다니는데

 조영민: 야 이게 어떻게 맨날 똑같은 옷이야. 비슷해 보이지만 다 조금씩 다르다고! 그렇게 눈 썰미가 없어서 어디다 갖다 쓰냐?

 고하람: 누구 보고 눈 썰미가 없대. 너보다는 낫거든?!

 조영민: 옷 고르는 취향 보면 딱 나오지. 이게 신아랑 어울리냐?! 줘봐라. 입기는커녕, 마루 닦는 걸레로 쓰지.

 영민의 확신의 찬 말에 하람이 눈치를 보듯 진열대 위에 있는 옷을 다시 한번 흙겨 보고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고하람: 아 그럼 뭐 사자고.

 조영민: 일단 좀 더 둘러보자. 저건 절대 아니야.

 하람도 영민도 친구와 시내에 나와 물건을 고르며 시간을 보낸 적이 한 번도 없었던 터라 단둘이 다니는 게 처음에는 다소 어색했지만 이내 둘은 언제 그랬냐는 듯 발 맞게 여기저기를 구경하며 처음으로 친구와 보내는 여가 시간을 마음껏 즐겼다. 그렇게 두 사람은 2시간 정도 시내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뒤지고 뒤져서 겨우 마음에 드는 신아의 생일 선물을 고를 수가 있었다.

 고하람: 와 힘들다. 한 거 없이 걸어 다니기만 했는데 왜 이렇게 힘드냐.

 선물은 고른 하람과 영민은 근처 다방에서 짐을 풀고 숨을 돌리고 있었다.

 조영민: 운동 부족은 내가 아니라 너 아니야? 사내 자식이 얼마나 걸었다고.

 고하람: 이씨 내가 짐을 더 많이 들고 있었잖아. 이거 봐 이거. 짐을 하도 들어서 손에 자국 남은 거.

 하람이 영민 에게 손바닥을 펴 보이며 짐을 드느라 생긴 자국을 보여주었다.

 조영민: 그럼 뭐 내 손은 곱기만 하냐??

 영민 또한 하람과 같은 동작으로 손을 펴 보이자 비슷한 자국이 손바닥에 나있었다. 신아의 선물만 산다는 게 그만 구경하다 보니 예쁜 것들이 많아 처음에는 자신들의 것들도 한 두개 사자는 요량이였으나, 결국에는 손에 짐이 넘치도록 사버리고 만 것이다.

 고하람: 신아, 선물 마음에 들어 했으면 좋겠다.

 조영민: 마음에 들어 할 거야.

 고하람: 근데....사실 전부터 궁금했었는데

 아까의 장난 끼 넘치던 분위기와는 다르게 하람의 진지한 목소리에 순간 공기가 무거워졌다.

 고하람: 신아....왜 남장 하고 다니는 거야.....?

 하람의 질문에 영민은 곤란한 듯 시선을 피하며 생각했다. 신아가 남장을 하고 다니는 이유는 위장 때문이였다. 여자가 아니라는 위장, 승준의 딸이 아니라는 위장. 처음에는 영의 권유였고 신아 또한 받아들이면서 시작된 거 였지만, 신아에게는 달가운 일이 아닌 것 만은 확실했다. 누군가의 개인적인 이유와 상처를 함부로 다른 사람에게 말해도 되는 걸까.

 고하람: 알았어. 대답하기 어려우면 굳이 대답 안 해도 돼.

 대답을 뜸 들이는 영민의 모습을 보며 하람이 무거운 분위기를 깨듯 시원하게 대답했다.

 고하람: 뭐, 신아가 남자든 여자든 딱히 상관은 없어. 둘 중 어느 쪽이든 신아가 신아인 거는 변하지 않으니까.

 하람의 당찬 말에 영민까지 갈대 처럼 흔들리던 마음에 바람이 멈추듯 편안해진 느낌을 받았다.

 조영민: 맞아. 중요한 건 따로 있었는데.

 영민이 하람을 향해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해월관으로 가는 길에 내내 하람이 했던 말이 영민의 머릿속에 맴돌았다. 영민은 그동안 남장을 하고 다니는 신아를 보면 마음이 안쓰럽고 불편했다. 신아가 여자였던 순간보다 남자로 살아온 시간을 더 많이 봤던 영민이였기에 가끔은자신의 마음까지 헷갈리기도 했다. 하지만 하람을 말을 듣고 이제는 작은 확신이 생겼다. 아직 작고 작은 마음이지만, 그것 또한 확신이였다. 해월관에 도착해 2층으로 올라가던 길에 희석과 마주쳤다.

 서희석: 어? 어디 갔다 왔어? 아까 보니까 나가는 것 같던데.

 조영민: 친구 좀 만나고 왔어요.

 서희석: 친구? 아 하람이??

 조영민: 네.......ㅎ

 친구라는 말에 잠깐 당황한 희석이 이내 하람을 떠올리며 말했다. 아직도 영민 에게 친구 생겼다는 사실이 적응이 안된 모양이였다. 영민은 친구를 만나고 왔다는 말에 제일 먼저 하람을 떠올려준 희석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 듯 수줍은 웃음을 보였다.

 서희석: 아 내일 하람이도 온다며?

 조영민: 네, 오늘 같이 신아 선물 사러 갔다 왔거든요.

 서희석: 좋다.. 나도 이제 좀 마음이 놓이네.

 신아와 영민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었던 건 영 뿐만이 아니였다. 조직원들 모두가 부모의 마음으로 신아와 영민을 걱정하고 위했다. 늘 티는 안내도 어딘가 외롭고 쓸쓸해 하며 또래에 비해 어른스러운 신아와 영민의 모습에 말은 안 해도 조직원들 모두가 걱정하고 씁쓸해했다.

 조영민: 네?

 서희석: 잘 커 줘서 고맙다고. 들어가서 쉬어.

 희석이 영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영민을 지나쳐 1층으로 내려갔다. 희석의 행동에 의아해 하던 영민은 방으로 돌아와 이마에 손을 올려놓고 침대에 누워 천장을 보며 생각했다. 자신을 위해주는 부모님 같은 조직원들에 이제는 진심으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도 생겼다. 자신의 곁에 생겨나는 소중한 것들에 행복한 날이 많아진 걸 느낀 영민이 내일 있을 신아의 생일 파티를 기대하며 웃으며 잠에 들었다. 한편 하람은 집에 들어가는 길에 만형의 차가 세워져 있는 걸 보고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제자리에 서 있다 이내 한숨을 길게 늘어뜨렸다. 만형이 이 시간에 집에 왔다는 건 이유는 정확히 몰라도 자신한테 좋은 일이 아닌 것 만은 확실했다. 대문을 열어 집에 들어가니 아니나 다를까, 분위기는 무겁고 집안에 있는 모두가 한 사람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반기는 사람도 없는데 여러 명 불편하게 왜 자꾸 직접 오시는 건지 하람은 이해가 안됐다. 차라리 자신과 연진을 만형의 집으로 부를 것이지. 맨날 눈치 보는 다른 사람들은 무슨 죄라고.

 고연진: 왜 이제야 오니. 할아버지 와 계신다. 얼른 들어와.

 마당에서 하람을 기다리고 있던 연진이 하람의 모습에 급히 달려가 재촉하며 말했다. 연진을 따라 방 안으로 들어가자 만형이 책을 읽으며 기다리고 있었다.

 고만형: 생각보다 빨리 왔구나. 앉아라.

 하람과 연진이 방으로 들어오자 읽던 책을 덮으며 하람을 처다 보는 만형.

 고만형: 하람아.

 고하람: 예. 할아버지.

 고만형: 일본에 있는 네 작은 할아버지에게 연락이 왔었다. 너를 자기 곁에 두고 회사 일을 가르치고 싶다더구나. 이젠 너도 어엿한 어른이니 언제까지 여기서 시간 낭비만 하면서 살 수는 없는 노릇 아니니. 일본에 있는 작은 할아버지 회사에 들어가서 조금이라도 돕고

  배우고 오거라.

 고연진: 작은 아버님이 하람이에게 회사 일을 시키신 답니까?

 고만형: 일본에서 학교도 졸업했고 더 늦기 전에 하람이도 이제 슬슬 일을 배워둬야 우리 집안의 명성을 끌고 가지 않겠니.

 만형의 말에 연진은 작게 기뻐했다. 만형 뿐만 아니라 만형의 동생인 수형에게도 드디어 하람을 인정받은 것 같아서. 하람이 태어난 순간, 그걸 있는 그대로 축복해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축복은커녕 야유와 비난을 했던 남보다도 못한 집안의 사람들에게 드디어 하람의 존재를 인정 받은 것 같았다.

 고연진: 좋은 기회다. 하람아. 작은 할아버지께 감사해야겠구나.

 연진이 하람의 손을 맞잡으며 말했다. 하지만 하람은 연진의 말은커녕 만형이 한 말도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귀가 멍멍해 졌다. 머릿속에서는 온통 주위 말소리가 아닌 자신의 속마음이 울려 퍼졌다. 내가 일본에 간다고? 며칠 일정이지? 돌아올 수 있기는 한 걸까? 혹시 아예 거기 살아야 한다면........

 고연진: 언제 출발 합니까 아버지?

 고하람: 내일이다.

 자신의 생각 만으로도 터질 것같았던 하람의 머릿속에 만형의 말이 강하게 내리 꽃혔다. 내일....내일은 신아의 생일파티가 있는 날인데. 영민과 선물도 미리 사 놨는데.

 고연진: 그렇게나 빨리요?

 고만형: 마음 정한 거 지체해 봐야 시간만 아깝지. 내일까지 어디 가지 말고 집안에서 준비하고 있거라. 일손들 몇몇도 동행해서 갈 거니, 시간 맞춰서 데리러 오마. 하람아.

 만형의 마지막 말에는 힘이 당겨있었다. 덕분에 무거운 생각 때문에 정신을 못 차리던 하람이 만형의 말에 대답만 겨우 했다.

 고하람: 예....할아버지.

 만형을 배웅하고 하람은 어떤 생각도 들지 않았다. 단지 신아와 영민을 만나러 가야겠다는 생각 뿐이였다. 그 아이들을 만나서 무슨 말이라도 전해야 한다. 신아와 영민의 얼굴을 봐야겠다.

 고하람: 잠시 나갔다 오겠습니다.

 고연진: 하람아....!!

 하람이 해월관으로 가기 위해 대문을 열려고 하자 밖에서 누군가 일부러 문을 막고 있는 듯 이상하게 문이 열리지 않았다. 무언가에 걸린 듯 단단히 잠겨 있는 문을 계속해서 앞뒤로 흔들며 어리둥절해 하는 하람에게 일손들이 다가왔다.

 연진의 집안 일손1: 저....도련님.

 대문에만 쏠려있던 하람의 시선이 일제히 일손들을 향했다.

 연진의 집안 일손1: 내일 어르신께서 오시기 전까지는 밖에 나가시지 말고 집 안에서만 모시라고 하셔서요.....

 집안에 있는 모든 일손들이 만형의 눈치를 보고 있었던 게 아니라 하람의 눈치를 보고 있었던 거다. 그 순간 하람은 깨달았다. 만형이 자신을 일본으로 보내는 이유는 그저 일을 가르치기 위해서가 아니였다. 경고였던 거다. 조금이라도 엇나가면 내던져 질 수도 있다는 경고. 연진 또한 만형이 이렇게 까지 하람을 감시 할려고 한 줄 몰랐기 때문에 당황한 건 마찬가지였다. 하람은 자신 때문에 눈치를 보며 어쩔 줄 몰라하는 일손들의 모습을 더 이상 보기 싫었기에 방 안으로 몸을 돌렸다. 방 안에 들어와 쉽사리 짐을 싸지도 잠에 들지도 못한는 하람의 머릿 속에는 너무 많은 생각들이 들어가 있었다. 오늘 밤을 지나면 이곳을 떠나야 한다. 가면 다시는 못 돌아 올 수도 있다. 다시는 신아와 영민을 보지 못 할 수도 있다. 작은 할아버지 회사에 다니며 일을 배워야 한다는 건 하람은 평생 자신의 의지대로 어떤 것도 할 수가 없고 집안 어른들이 정해 놓은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말이였다. 평생 적성에 맞지도, 원하지도 않는 일을 하면서도 불평 한 번, 싫은 소리 한마디를 할 수 없는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말이였다. 그렇게 될걸 알면서도 하람은 만형의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자신의 걱정이 아닌 신아와 영민을 떠올렸다. 그 아이들을 만나야 했다. 만나서 어떤 말이라도 전해야 했다. 자신의 진심을.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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